〈 37화 〉파과(破瓜) (2)
피임약으로 생리를 조절하는 것은, 여자의 건강에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건강에도 좋을 일도 없고 또 하루만 잊고 먹지 않더라도 피임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지혜에게 피임약을 복용하는 대신에 차라리 피임 시술을 받게 하기로 했다.
“아빠가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
“인터넷 사용하다가 보면 걸핏하면 나오는 광곤데그걸 왜 몰라. 아무튼 그런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도 되니까 이제 좀 자자.”
“집에 가지 않고 여기서 자?”
“그럼 비싼 돈 내고 들어왔는데 그냥 나가자고?”
“아침에 다른 사람들 보잖아?”
“걱정도 팔자다. 아침에도 식당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고 커피숍을 찾는 방문객들도 많아.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어.”
아무래도 지혜는 요즘 아이들보다는 훨씬 덜 뻔뻔한 것 같다.
요즘 20대 중에서 호텔이나 모텔에서 잠을 자고 나오면서, 혹시 누가 볼까 봐 쭈뼛거리면서 호텔이나 모텔을 나서는 친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오히려 호텔이나 모텔을 드나들면서 남들 시선을 의식해서 쭈뼛거리는 사람은, 불륜이 소문날까 그걸 걱정하는 유부남 유부녀들이라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아빠, 나 씻고 올게.”
그러더니 지혜는 시트로 몸을 감싼 후 욕실로 향했고, 그런 지혜를 지켜보던 나는 파과(破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요를 조심스레 걷어갠 후에, 선반에 있는 예비용 시트를 깔았다.
“아빠, 불 좀.......”
아직은 나신(裸身)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인지 샤워를 마친 지혜는 불을 꺼달라고 부탁했고, 침대 머리맡에 있는 등만 켜두고서는 나도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앗! 차거!”
“미안. 아빠가 물기를 제대로 닦지 않은 모양이다.”
샤워를 마치고 몸을 시트 안으로 들이밀자 지혜가 차갑다고 경기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혜는 내 쪽으로 다가와 내게 안겼고, 그러면서 입술을 부딪쳐 왔다.
부드러운 지혜의 입술을 느끼자 나도 모르게 불기둥이 불끈거리면서 지혜의 몸을 쿡쿡 찔러대자, 지혜가 손을 내려 그놈을 잡고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로 인도했다.
“아빠, 넣고 싶으면 넣어도 돼.”
“오늘은 안 돼. 상처가 덧날 수도 있어.”
“그럼 어떻게 해? 얘가 이렇게 난리를 치는데.”
“조금 지나면 괜찮아져.”
“아빠, 내가 입으로 빨아줄까? 남자들은 입으로 빨아줘도 좋다고 한다던데.”
“도대체 그런 소리는 누구한테서 들었어?”
“미정이나 정희뿐 아니라 모르는 애들 거의 없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했다.
부모들이 관심을 가지고 키우는 아이들도 부모 몰래 할 짓 하지 않아야 할 짓을 다 하고 사는 요즘 시대에, 상대적으로 어른들의 관심을 덜 받고 자라는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애들이 남녀관계에 대해 모를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그것이 오히려 어리석음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미 미정이나 정희란 아이는,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조건만남까지 빈번하게 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아무튼 지혜가 이론적으로 알고 있었든지 아니든지 간에, 오늘 처음으로 섹스를 경험하게 된 지혜의 입에 내 물건을 물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딸, 일어나야지.”
“응. 아빠 여긴......”
순간적으로 이곳이 어딘지를 깜빡 잊었던 모양인지, 지혜는 내가 부르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리고 어젯밤 일이 떠오른 것인지 부끄러운 마음에 볼이 발그레 졌다.
“일어나서 아침밥 먹으러 가자.”
“알았어요. 아빠 잠시만 눈 좀 감아요.”
“알았다.”
다른 여자라면 괜히 부끄러운 척한다고 농담이라도 한마디 던졌겠지만, 어젯밤에 첫 경험을 하게 된 지혜로서는 당연히 부끄러울 것이기에, 나는 아예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의 소파로 가서 바다를 향해 앉았다.
내 귀엔 지혜가 옷을 입느라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빤?”
“나야 진작 씻었지. 뭐 빠뜨린 것은 없지?”
“응.”
“그럼 내려가자.”
“그건 뭐야?”
“응, 아무것도 아니야.”
지혜가 한참 잠에 빠져있는 새벽에 나는 프런트에 가방을 하나 부탁했고, 그 가방에 지혜 파과(破瓜)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시트를 챙겨 넣었다.
호텔 프런트에 시트 비용을 지급하고 시트를 챙기긴 했지만, 사실 나는 아직 이걸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에 대한 아무 생각도 없었다.
단지 지혜의 첫 경험의 흔적을, 남들의 눈에 뜨이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서였을 것이다.
“여긴 왜요?”
“아침밥 먹으러 간다고 했잖아.”
“호텔에서는 비싸잖아요. 그냥 나가요.”
“인마, 숙박비에 다 포함되어 있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럼 밥을 안 먹고 가는 사람은요?”
“그거야 그 사람들 마음이지.”
체크인하면서 어차피 아침에 일어나면, 밥 먹을 만한 곳도 없을 것이란 생각에 조식을 포함시켰었다.
그런데 지혜는 5성급 호텔이란 사실에 이곳 식당의 가격에 지레 겁을 집어먹고, 나가서 아침을 먹자고 이 난리를 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호텔에서 1 박할 경우는 이렇게 조식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란 것이 내 생각이다.
객실을 이용하지 않고 식당만 이용할 경우 필요한 비용과 조식포함으로 했을 때의 비용을 비교하면 조식을 포함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란 점과, 무엇보다 조식을 포함할 때 추가되는 그 비용을 가지고 아침 이른 시간에 그만한 가성비의 음식점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와~ 멋있어요.”
“음식 맛은?”
“당연히 좋죠. 그런데 아빠, 저 많이 먹어도 되죠?”
“뷔페인데 많이 먹는다고 누가 타박할 사람이라도 있어. 먹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먹으면 되지.”
그런데 그 말을 잘못한 것 같았다.
내가 마음껏 먹으라고 하자 지혜는 아예 나오는 음식을 모두 혼자 처리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내가 보기에도 속이 탈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엄청난 양을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속 괜찮아?”
“배가 좀 많이 부르긴 하지만 괜찮아요. 좀 있으면 소화될 건데요.”
“뭐 한다고 그렇게 열심히 먹어. 그냥 배만 채우면 되지.”
“저 호텔에서 밥 먹어본 것 처음이거든요. 그런데 호텔이면 분명 음식 값이 엄청 비쌀 텐데 많이 먹기라도 해야죠.”
지혜가 또래 아이들과 다른 점이 바로 이 점이 아닌가 싶었다.
지혜 또래의 여자아이들 대부분은, 굳이 호텔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분위기가 괜찮은 음식점이나 커피숍엘 가게 되면, 사진을 찍어서 자기 SNS 계정에 올린다든지 하는 것으로 자랑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혜는 그런 것은 아예 안중에도 없이 본전을 뽑는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래? 오늘 하루 집에서 쉬지 않아도 괜찮겠어?”
“왜요?”
“아까 걷는 것을 보니 불편해 보여서.”
“표시가 나요?”
“당연히 나지.”
“그럼 어떻게 해요. 아까 사람들 다 봤을 텐데.......”
“식당에서 누가 남의 걸음걸이까지 신경을 써. 그런데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눈치를 챌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오늘 하루는 집에서 쉬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알았어요. 그럼 집에 있을래요.”
괜히 처녀 딱지를 뗐노라 자랑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를 좋아하는 사내놈이라면, 지혜가 걷는 모습만 봐도 처녀 딱지를 뗐다는 것을 눈치를 채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고,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지혜가 그놈들의 먹잇감으로 등장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게 싫었기에 나는 지혜에게 오늘 하루는 집에서 쉬길 권했고, 지혜 또한 그렇게 하겠다고 했기에 지혜가 사는 원룸에 내려주고 사무실로 향했다.
“오빠, 어젯밤에 왜 전화조차 받지 않았었어?”
“응? 전화? 전화 온 것이 없었는데?”
“무슨 말이야. 내가 몇 번이나 전화를 했었는데.”
사무실에 도착하니 사무실 앞에 지수가 차를 세워두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뒷좌석인 자경이가 타고 있었다.
지수에게 차를 주차해두고 오라고 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자경인 왜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고 타박부터했다.
“어? 휴대폰이 어딜 갔지?”
자경이 말에 나는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항상 그곳에 넣어두었던 휴대전화가 잡히질 않았다.
그리고 혹시 하는 생각에 바지에 달린 호주머니까지 찾아봤지만, 옷 안 어디에도 휴대전화는 없었다.
“나 차에 잠시 다녀올게. 휴대폰을 차에 빠트린 모양이다.”
그렇게 자경일 사무실에 앉혀두고 주차장으로 가서, 차 안에 휴대폰이 있나 찾아봤지만 휴대폰이 보이질 않았다.
“오빠, 거기서 뭐 해요?”
“응. 아직 여기에 있었었어. 내 번호로 전화를 한번 걸어봐. 휴대폰이 보이질 않네.”
지수가 전화를 걸자, 운전석 의자 아래서 전화벨 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거기에 빠지게 된 것인지 몰라도 내 휴대폰은, 의자와 문짝 사이의 틈에 걸려 있었다.
“와! 무슨 전화를 이렇게 많이 했어.”
“언니요?”
“응. 혹시 어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일은 무슨 일이요. 그냥 언니 성격이 그래요.”
“성격이라니?”
“오빠가 언니하고 잤잖아요. 그러니 이제 집착이 시작된 거죠.”
“그게 무슨 말이야?”
“솔직히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니가 집착이 엄청 강해졌어요. 예전 형부도 그것 때문에 좀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었고, 회사 임원들도 언니 등쌀에 배겨나지 못하겠다고 힘들어하기도 하고.”
“.......”
“아무튼 언니는 자기 것으로 판단하면, 그걸 빼앗길까 봐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거든요.”
지수 말을 듣는 순간, 상황이 참 더럽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착이 강하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게 심하게 되면 일종의 정신병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냥 가깝게 지내는 오빠와의 여동생 사이였다가, 지수 말대로라면 나와 자경이가 그저께 밤 관계를 맺고 난 후에는, 내가 자경이의 남자라도 된 것처럼 상황이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자경이의 그런 태도를, 곧이곧대로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자경이가 내게 어떤 태도를 보이든지 간에, 내가 자경이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큼 선을 그어가면서, 자경이 스스로 한계를 느끼게 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었다.
물론 당분간은 그것 때문에 자경이가 힘들어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자경이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자경이의 태도를 받아주다가는 결국 내가 버텨내지 못하고 폭발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좋았던 인연이 악연으로 바뀌는 것 또한 순간적이 될 테니 말이다.
“휴대폰은 찾았어?”
“응, 의자 사이에 끼어 있더라.”
“그래. 다행이네. 그런데 어젯밤에 어디서 잤어?”
“친구만난다고 했었잖아. 그 친구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늦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친구 놈하고 같이 자고 왔지.”
“걔하고 잔 것은 아니고?”
“야!”
여자의 촉은 절대 무시할 것이 못 된다.
그리고 자경이 표정을 보면 막연히 넘겨짚는 것이 아니라 확신에 찬 그런 표정이었다.
지혜와 그런 사이가 된 것이 양심에 찔리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일도 아니었고, 또 자경이가 내게 따지고들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