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묻지 마 (3)
“자기야, 우리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될까?”
“그게 무슨 말이야? 남편한테는 뭐라고 하려고?”
“남편 지금 정신없이 바빠서 전화도 못 해. 그리고 전화하더라도 받지 않으면 되지.”
그러고 보니 이 여자의 남편이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이라고 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 여자는 주말부부일 것이니, 전화만 제대로 받으면 크게 의심을 살 일은없을 것이다.
그 덕분에 이 여자와 밤새 같이 있는 것이야 문제가 될 일이 없고 또 이 모텔이 잠시 즐기는 것에야 크게 신경 쓰이는 곳이 아니지만, 하룻밤 묵어가기에는 썩 내키지 않는 곳이었다.
“아무튼 나가자. 여기선 잠자리가 불편해서 편하게 자긴 힘들 것 같다.”
“그냥 이대로 헤어지자고?”
“아니 부산으로 가서 깨끗한 곳에서 자자고.”
“정말? 정말 오늘 나하고 같이 있을 거야?”
“그래. 이제 배도 좀 채우고.......”
“아, 맞다. 우리 아직 점심도 먹지 못했네.”
내 말을 듣고 나서야 이 여자는 우리가 점심조차거른 채, 헐떡거렸다는 사실이 생각나는 모양이다.
“미안해. 자기가 너무 좋아서 배고플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
“내가 좋은게 아니라 얘가 좋았던 것 아니고?”
“자기야 왜 그래~”
내 말에 여자는 매우 부끄러운 표정이었지만, 그러면서도 지극히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내 밑에서 덜렁거리는 놈을 바라보면서슬며시 손을 그놈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부드러운 손길로 구슬 주머니를 쓰다듬기 시작했고, 얼굴을 내 사타구니에 묻고서는 혀끝으로 불기둥의 끝에서 시작해서 표피를 할짝거리며 핥기시작했다.
“우선 가자니까?”
“자긴 한 번도 싸지 못했잖아. 내가 입으로 해줄 테니까 입에다가 싸든지 싸기 전에 안에다 싸줘.”
“왜 그래?”
“내가 미안하잖아. 나 혼자만 몇 번이나 느끼고......”
“내가 싸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냥 참았던 거야. 그러니까 그런 일에 마음 쓸 필요는 없어.”
“정말? 내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당신 보X 엄청 괜찮다는 사실 몰라?”
“응?”
“당신도 괜찮은 여자라고.”
“정말이지? 자기가 지금 한 말, 자기 진심이지?”
“그래.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할 이유 없어.”
여자의 반응을 보니 어쩌면 여자는, 자신의 섹스가 상대에게 절대 만족을 주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긴 강하게 박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라면 그런 상황에서, 이 여자는 흥분하기보다는 아파서 얼굴을 찌푸릴 수도 있을 것이기에, 여자의 섹스에 만족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행위가 반복되어, 지금처럼 여자가 자신의 섹스에 자신감을 잃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거, 되게 크다.”
“아닌데? 그냥 보통 남자들 평균치야.”
“아냐. 커. 남편은 애보다훨씬 가늘고 짧거든.”
내 물건이 딱히 작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편도 아닌 정말 어중간한 수준의 크기인데, 이걸 보고 크다고 하는 것을 보니 여자 남편의 물건이 꼬맹이들의 번데기 수준이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여자는 약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물건을 입에 물었고, 입안으로 들어간 물건에서 뜨거운 열기가 확 전해져 온다.
여자는 정말 무슨 소중한 것을 다루기라도 하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내 물건을 핥고 빨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해. 그러다가 목 디스크 오겠다.”
“아냐, 그냥 입에다가 싸. 입이 싫으면 밑에 싸도 되고. 나 예전부터 피임하고 있거든. 아이는 낳기 싫다고 해서.”
내 물건을 빨고 있는 여자를 가만히 지켜보니, 여자는 스스로 쾌감을 얻기 위해서 오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만족하게 해주겠다는 의무감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 역력히 드러나 보였다.
내가 사정에 미친놈도 아닌데 그걸 알고서 어떻게 흥분이 되겠는가?
그래서 그만두라고 하니 여자는 배시시 웃으면서 빨리 싸줄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힘이 든 소리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의 씨를 뿌리고, 그 씨앗이 널리 퍼져 자신의 분신들이 싹트길 기대한다.
그걸 우리는 종족 번식의 본능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여자의 남편이란 작자는 그것조차 거부하는 모양이었다.
“남편이 아이를 낳지 말라고 한다고?”
“응. 키우는 것이 싫다고 해. 아기가 빽빽 우는 것도 싫고, 또 아기를 책임지기도 싫고 그렇다고.”
“당신도 그래?”
“나야 아기라도 있다면 좋겠지. 그럼 아기를 키우면서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도 있을 테니까.”
“애도 낳지 않고, 그렇다고 항상 같이 있어 주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다 섹스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데 왜 계속 같이 살아?”
“아빠 사업 때문에......”
“응?”
“아빠가 건설업을 하고 계시거든. 그리고 남편이 모시는 의원님이 국토 해상위원회의 터줏대감 정도 되는 모양이야. 그리고 남편도 조만간 출마하려고 준비 중이고.”
“중매로 결혼한 거야?”
“응.”
이른바 정략결혼을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른바 쇼윈도 부부로 남편은 서울에서 여자는 부산에서 각각 따로 살면서, 서류상의 부부로 생활하고 있는 모양이었기에 내심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당신 나하고 계속 만날래?”
“어떻게?”
“그냥 애인처럼 계속 만나면서 지내자는 거지. 싫으면 어쩔 수 없고.”
섹스 때문이 아니라 정말 이 여자가 측은하고 불쌍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솔직히 섹스만이라면 주변에 껄떡대는 여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내가 달라고만 하면 언제든 대줄 수 있는 여자가 자경이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나이 때문에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지혜와 효주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나의 그런 제안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많이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부담되면 못 들었던 거로 해.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
“아니 그래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나 때문에 자기 와이프가....... 나야 좋지만 자기 와이프가 알면 힘들어지잖아.”
“그 이유 때문만이야?”
“응.”
“정말 남편에게 미안해서라든지 아니면 나를 아직 믿기 힘들어서나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고?”
“자기가 제비는 아니잖아. 그리고 제비라고 해도 별로 관계없어. 남편이 알게 되면 이혼하면 되니까. 물론 남편이 안다고 해도 아빠 돈 때문에라도 이혼해주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망설이는 이유가 내가 결혼했을까 봐, 그래서 다른 여자가 힘들어질까 봐 망설인다고 했다.
그리고 여자는 언제든지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긴 요즘 같은 세상에 섹스도 제대로 하지 않고, 또 아예 부부간의 정조차 느낄 수 없게 서울과 부산에서 따로 살림을 살고 있으니, 여자로서는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여자의 말을 들어보면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는 쪽은 여자가 아닌 남편 쪽인 것 같았다.
남편이라는 자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할 생각이고, 만약 그렇다면 장인이 가지고 있는 돈도 필요하고 또 이혼이라는 것이 상대 후보에게 약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니까.
“나 법적으로 완벽한 총각이야. 그러니까 나 때문에 망설이는 것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정말? 자기 아직 결혼하지 않았어?”
“응. 그러니까 당신하고자고 갈 수가 있지.”
내 말에 여자는 완전히 감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결혼하지 않은 것과 자신이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오히려 내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자기야.”
“응?”
“우리 살림 차릴까? 집은 내가 하나 사둘게.”
“뭐?”
“결혼하면서 엄마가 준 통장이 있거든. 아파트 한 채는 충분히 살 수 있는 돈이니까, 그 아파트에서 자기가 지내고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아파트로 가면 되잖아.”
아직 세상의 쓴맛을 경험하지 못한 온실 속의 화초처럼 느껴졌다.
그 잠시의 섹스 때문에 살림을 차려서 같이 살자고 하고, 그것도 자기가 살 집을 사겠다고 나선다니 말이다.
물론 남의 눈을 의식해가면서 모텔을 출입하는 것보다는, 여자 말대로 집을 하나 사서 함께 지내는 것이 훨씬 편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집이라면 이젠 나도 살 수가 있으니, 그걸 가지고 내가 자존심을 상해하거나 좋아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 일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해. 아직 서로 이름도 모르잖아.”
“아, 맞다. 나 은지야. 장은지.”
“그래? 다행히 종씨는 아니네. 난 이진호야. 이야기한 것처럼 금정구에서 부동산중개인사무소를 하는 부동산중개인이고. 부자는 아니지만 남한테 손 벌리지 않고 그냥 먹고 살 정도는 돼.”
“그럼 전국에 있는 땅을 사고팔기도 하고 그래?”
“부동산중개인이 지역 따져가면서 거래하는 건 아니잖아.”
“알았어.”
내 대답에 은지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내가 부동산중개사무소를 한다고 했고 자기 아버지가 건설업을 한다고 했으니,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건물을 올릴 지역의 땅을 대신 매입해달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그때 나는 그 제안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특별히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땅을 찾아주고 또 거래를 성사시켜 중간에서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이니, 그건 나로서는 마땅히 받아내야 할 권리일 것이니 말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몇 시간 동안이나 서로 벌거벗고 난리를 치고서, 이제야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아까 그 버스를 타고 가려고?”
“왜? 그 버스를 타고 가고 싶어?”
은지는 아까 우리가 이곳 합천으로 올 때 타고 왔던 그 버스를 타고 갈 것인가를 물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그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올 때야 적당히 체면도 차리고 남의 눈길도 의식하고 왔지만, 돌아갈 때의 버스 분위기는 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펀한 분위기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아예 노골적인 묻지 마 관광이었더라면, 오는 버스 안에서도 아침부터 참가자들에게 술을 퍼 먹여서 질펀한 분위기로 유도하고, 그 결과 정말 눈뜨고 지켜볼 수조차 없을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번 모임을 주최한 쪽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기에, 오는 도중에는 그냥 중간에서 파트너를 교환하는 것에서 그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볼 장 다 본 상태이고, 부산에 도착하면 서로 본 적도 없는 사이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술을 먹이게 되면, 마치 세기말의 아니면 전쟁중인 지역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의 심정이 되는 법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남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고 오로지 본능에만 매달리는 법이니........
그런 버스에 은지를 태우긴 싫었다.
그리고 자칫 분위기가 가열되면, 버스 안에서 차마 못 볼꼴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고 말이다.
결국 우리는 버스를 보내고 따로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같이 온 친구 중 하나에게 전화를 해서 나는 내일 부산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화를 걸었다.
물론 친구 놈들이야 툴툴거렸지만 그건 그놈들 사정이고,나중에 은지에 대해서 시시콜콜 귀찮게 물어대겠지만 그거야 그때 가서 고민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