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마카롱 가게 사장님 (1)
정말 내가 알고 있는 불경이라도 있었더라면, 속으로 불경이라도 외고 싶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순진한 표정의 민지가, 순간적으로 색정적인 어디 술집에서 돈 때문에 사내를 유혹하는 그런 여자처럼 느껴지기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민지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얘가 먼저 원하는데’ ‘요즘 이런 애들이 한둘이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갈등에 휩싸였다.
민지 말처럼 민지가 내 물건을 쥐게 한다면, 모든 게임은 끝이 나는 것이다.
20대 초반의 여자애가 먼저 타깃인 사내의 물건을 잡고 조몰락거리게 해놓고는, 그때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우기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름 점잔을 뺀답시고 나름 여유로웠던 바지 앞섶이, 민지의 그 말을 듣는 순간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삼촌, 어딜 가려고?”
“이제 집에 가야지.”
“싫어!”
여기서 조금만 더 상황이 진척되면 내가 더는 참기 힘들 것이란 생각에 시동을 걸었지만, 민지는 시동을 꺼버리더니 차 열쇠를 키 박스에서 아예 뽑아버린다.
“어쩌려고 이래?”
“삼촌 거 만져보고 싶어.”
“우리 이러지 말자.”
“왜? 날 책임지는 것이 부담돼?”
“인마, 그런 말이 아니잖아. 내가 내 입으로 이야기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그러니 그런 걱정은 관두고 학교나 열심히 다녀.”
나란 인간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일이겠지만, 나는 결코 도덕적인 인간이 못 된다.
그리고 어쭙잖게 처녀를 먹는다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준다는 여자를 거절하는 법도 없기도 하고, 또 문제가 생길 여자만 아니라면 준다는 여자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잡아먹는 그런 밝히는 사내이기도 하다.
그런 놈이니 그냥 어떤 계기가 되어서 민지처럼 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애가 지금처럼 나를 유혹한다면, 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여자를 밝히는 나란 놈이지만, 돈을 주고 여자를 사는 것과 또 지금처럼 그루밍이라고 할 수도 있는, 민지의 대학등록금을 대신 내주고 생활비를 보태주는 것을 대가로 민지를 성적으로 취하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민지야, 이러지 말자.”
“삼촌이 나를 왜 거부하는데? 내가 주겠다잖아.”
“돈으로 널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자존심 상해서 싫다.”
“요즘 세상에 그러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어? 우리 같은 애들은 돈이 필요해서, 그리고 삼촌 같은 아저씨들은 영계 맛보는 기분에 이러는 거잖아. 거기에다 나는 서류까지 완벽한 처녀잖아.”
“세상 사람이 다 그렇게 산다고 해도 나는 싫어. 정말 네가 부담된다면 차라리 내 일을 돕든지.”
쉽게 해결이 나지 않을 것 같았기에, 결국 나는 민지에게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정말 도움을 받는 것 때문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고, 또 혹시 내가 일방적으로 지원을 끊을 것이 겁이 나서 이러는 것이라면, 그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 이외에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내가 삼촌 일을 뭘 도와줘?”
“도와줄 생각은 있고?”
“응.”
“그럼 됐다. 삼촌 집으로 가서 모여서 이야기하자.”
“모여서?”
“그래, 지혜하고 지혜 친구 하나가, 삼촌 집에서 함께 살기로 했거든.”
“그럼 나도 거기서 같이 살아도 돼?”
“그래. 방 세 개짜리도 있으니 같이 살든지, 아니면 따로 혼자 지내든지 그건 의논해본 후에 얘기해.”
어차피 내가 민지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 생활비를 보조해주기로 약속을 했으니, 남의 원룸에 월세를 내면서 지내게 하는 것보다는 내 원룸에 지내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익이란 생각이다.
어차피 원룸이란 곳이 공실률 제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만약 그렇게 모든 방이 다 임대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이곳을 인수한 후에 월 임대료를 낮췄기에, 원룸의 월 임대료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니 말이다.
“민지야!”
“응, 언제부터 여기서 살았어?”
“며칠 전부터. 그런데 효주 몰라?”
“얼굴은 알지.”
그렇게 민지를 설득해서 금정구로 넘어왔고, 나는 내 사무실로 지혜와 효주를 불렀다.
“커피숍이라고요?”
“응, 너희 또래가 접근하기 가장 쉬운 것이 커피숍 아니야?”
“여기서 5분만 걸어가면 부산대학교인데, 누가여기까지 와서 커피를 마셔요?”
“그래? 그럼 여기서 너희 셋이 돌아가면서 장사를 할 만한 것은 없을까?”
처음 지혜의 입에서 나왔던 말이 편의점이었다.
하지만 편의점은 24시간 문을 열어두고 있어야 했고, 야간에 여자아이가 편의점을 지키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가 말렸다.
그리고 편의점을 하려면 점포 규모도 웬만큼은 되어야 했기에, 편의점을 하기 위해서는 내 사무실과 옆에 있는 빈 점포 사이의 벽을 헐어야 했고, 그렇게 된다면 내 사무실을 안쪽에 있는 건물로 옮겨야 한다는 단점도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커피숍이었는데, 커피숍이 골목마다 워낙 흔하기도 하고 또 이곳 원룸의 위치가 부산대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않은, 부산대학교 상권의 영향을 받는 곳이기에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아이들의 말이었다.
“우리 마카롱을 만들어서 팔면 어떨까?”
“마카롱? 그걸 누가 만들어?”
“나 제빵사 자격증 있거든.”
“정말? 정말 마카롱을 만들 수 있는 거야?”
“응.”
민지의 입에서 마카롱 가게를 하자는 말이 나왔고, 민지가 제빵사 자격증도 있고 마카롱을 만들 줄 안다고 하자 지혜와 효주가 반색을 했다.
“그럼 공간은 옆 사무실로 충분한 거야?”
“응, 충분하고도 남지. 작업대하고 오븐 놓을 자리만 있으면 되는데.”
“그럼 마카롱 가게를 하기로 한 거야?”
“우선 여기 부산대 주변에 마카롱 가게가 얼마나 있는지부터 확인은 해보고.”
“내가 알기로 이 주변에는 세 군데밖에 없어.”
“삼촌이 그걸 어떻게 알아?”
이따금 단것을 먹고 싶을 때가 있어서 마카롱을 사서 먹기도 했고, 아무튼 이 주변에는 정문 쪽 도로에 한 군데 그리고 중앙대로를 건너서 있는 부곡동 쪽과 구서동 쪽에 한 군데, 이렇게 주변에는 세 군데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곳은 이곳과는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으니, 경쟁 상대라고 한다면 정문 앞 도로에 있는 그 집 한 군데뿐이다.
“그럼 내일부터 준비를 시작할래?”
“그래도 돼?”
“어차피 점포가 비어 있으니까 공사는 언제든지 시작해도 돼. 그러니까 점포 내부를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을 해보고 업자를 부르도록 하자. 필요한 주방기구들도 미리미리 찾아서 공사 끝나면 바로 들여올 수 있도록 하고.”
마카롱 가게를 하는 데는 큰돈이 들어가진 않을 것이고 유지비 또한따로 임대료를 낼 일이 없으니, 그다지 크게 부담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제법 예쁘장하고 귀여운 여자아이 셋이서 하는 가게이니, 입소문을 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최소한 현상유지는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사장은 누가 해?”
“너희 셋이서 공동으로 창업하는 것으로 하면 되지.”
“우리 셋 모두 사장이라고?”
“그래야 셋 모두 자기 일처럼 할 것 아니야? 장난처럼 하려면 대충해도 되지만, 정말 돈을 벌고 싶다면 서로 마음 맞춰서 열심히 해야지.”
“그럼 월세는 얼마나 내야 하는데?”
“세금을 줄이려면 우선 월세를 내는 것처럼 해야겠지. 그렇다고 진짜 월세를 받을 일은 없고.”
“왜?”
“장사는 안 되는데 월세를 꼬박꼬박 내려면 그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 그렇게 힘들어지면 아예 일할 의욕조차 없어지게 되고, 결국은 망하게 돼.”
“하지만.......”
“나중에 정말 월세를 낼 정도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그때부터는 나도 월세를 받을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아직 십 원짜리 한 장도 벌지 않은 상태에서 월세 타령이라니........
사실 요즘 취업이 어려운 탓에, 어린 친구들이 직장을 구하는 대신에 창업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렇게 창업하는 업종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그 또래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커피숍이다.
그냥 바리스타 자격증만 따면 누구든 커피를 내려서 팔수가 있고, 대형 프랜차이즈 체인점이 아니라면 소규모 점포에서도 얼마든지 창업이 가능한 것이 커피숍이니, 만만하게 보고 접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만하게 보고 시작한 그 커피숍도, 문만 열어둔다고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장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정말 극단적인 경우에는 하루에 커피 열 잔도 팔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다.
그런데 장사가 잘되든 아니든지 간에 아무리 소규모 점포라고 하더라도 도로에 인접한 점포라면, 최소한 30만 원 정도 보통 대부분은 매월 50~100만 원 정도 이상의 금액을 월 임대료로 지출해야 한다.
거기에다가 전기료와 수도요금뿐 아니라 인터넷 사용료 그리고 점포 분위기를 위해 음악방송의 이용료 등, 소소하게 지출되는돈까지 합하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그 고정비용에 관한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러다가 보니 섣부르게 창업을 꿈꿨던 젊은 청년들은, 짧게는 반년 길면 1년 정도 용을 쓰다가 결국 포기하고 빚만 진 채, 또다시 거리로 내몰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 덕분에 먹고 사는 곳도 있다.
바로 우리 같은 부동산중개인들이, 비어 있는 점포를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중개수수료를 받아서 먹고 살아간다.
또 점포를 인수한 사람은 부푼 꿈을 품고 평소 자기가 꿈꾸던 가게의 모습으로 꾸미기 위해서 실내 인테리어를 하고 간판을 새로 바꾸는 덕분에, 간판 업자와 인테리어 업자, 그리고 영업에 필요한 기구들과 비품들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먹고살게 되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내 영업의 무대인 이 부산대학교 주변 상권은, 아마 전국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망하고 또 새롭게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일 것이다.
물론 한 자리에서 10년 20년 계속해서 장사하는 사람도 많지만, 부산대학교 앞 상권에서 영업하는 가게들의 최소한 60% 이상은 채 2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또 새로운 사람과 업종으로 교체되고 있는 것이현실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 물정도모르는 20대 초반 아가씨 셋이서 월 30~50만 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또 소소하게 들어가는 공과금을 비롯한 고정비용을 지출하고 거기에 밥값까지 보태다가 보면 월 100만 원 이상은 쉽게 지출하게 되는데, 그 작은 가게에서 고정비용을 제외하고 셋이서 인건비를 뽑는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쉽지가 않다.
물론 점포가 입소문을 타고 단골들이 생길 때까지, 그러니까 가게의 영업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를 때까지 1~2년 정도의 기간을 버텨낼 여력이 있다면 예외가 되겠지만 말이다.
그냥 지혜와 효주 그리고 민지는 재수가 좋아서 창업할 수가 있게 된 것이고, 또 웬만큼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노력한다면 망하지 않고 돈을 벌 기회를 잡은 것뿐이다.
최소한 먹고 자는 것과 매월 내야 할 임대료에 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