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드디어 D-Day!
“제법 괜찮네.”
“어쩐 일로 이 먼 곳까지 온 거야?”
“저번에 얘기했던 그 작업을 하러 왔지.”
“애들 준비는 끝이 났고?”
“이야기한 그 방에 설치까지 끝을 냈다.”
강준이가 민강수라는 국회의원이란 놈이 양 여사를 불러 변태적인 성욕을 해결한다는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작업을 끝내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이제 양 여사가 민강수란 놈에게 불려가는 날만 기다리면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는 것이고, 그 결과 민강수라는 놈뿐 아니라 양 여사의 남편인이영진이란놈까지 파멸시킬 무기를 손에 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건 뭔데?”
“그 방 카드.”
“이걸 왜 나한테 줘?”
“그냥 네가 직접 카메라를 제거하라고. 천장 등에 붙은 것을 떼려면 조금 고생은 되겠지만,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제거하는 일은 그다지 힘들지 않으니까.”
“네가 끝까지 책임지고 처리해.”
“네가 아는 여자라면서? 그런 여자가 발가벗은 모습을 다른 놈에게 보여줘도 괜찮다는 뜻이야?”
“어차피 내가 편집하는 방법도 모르잖아. 그러니 누가 봐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편집은 내가 애들 시켜서 하겠지만, 얼굴을 모자이크하는 것은 네가 직접 해. 그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 또 그건 너한테 가르쳐줄 수 있다고 하니까.”
강준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다른 놈에게 몸을 대주는 여자라고 하지만 그 여자가 나와 잘 알고 지내는 여자라는 점 때문에, 내 자존심을 배려하겠다는 그런 뜻인 것이다.
아무튼 카메라를 설치해뒀다고 했으니, 이젠 민 의원 그놈에게서 양 여사에게 연락이 오기만 기다리면 될 일이다.
“아직 자경이 걔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어?”
“응, 월요일에 전화를 걸어봤었는데 부재중 메시지만 뜨네.”
“지랄, 그러니까 쓰라고 주면 재깍 받아서 써야지. 꼴을 보아하니 또 몇 년은 잠수를 타겠네.”
“뭐? 몇 년이라고?”
“당연하잖아. 걔가 네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몇 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때는 너도 포기하고 그 돈에 손을 댈 것으로 생각하겠지. 그럼 그때 연락이 올 거고.”
엉뚱한 내 결벽증(?)이 자경이와 나 사이의 인연을 가로막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강준이 말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자경이가 건넨 돈을 받아서 쓰고 그랬다면, 자경이가 이렇게 연락을 끊고 잠적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아려왔다.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내 자존심이 문제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 끊어져 있던 인연이, 정말 힘겹게 다시 이어졌는데 말이다.
“내 머리가 나쁜 것인지, 더럽게 어렵네.”
“형님은 그나마 이해가 빠른 편입니다. 원래 동영상 편집이라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또 성질 급한 사람은 아예 갑갑해서 못할 정도로 꼼꼼함이 필요해서, 사람들이 손대려고도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넌 어떻게 이걸 배웠어?”
“돈 벌려고요.”
“회사에 취직하려고 하다가 이쪽으로 빠진 거야?”
“아뇨.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놈이 어떻게 회사를 들어가요.”
“그럼?”
“야동 찍어서 팔면 꽤 돈이 되거든요. 그런데 부산에선 선수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요.”
동영상을 편집하는 것을 배우는 일은, 나로선 고역이었다.
하지만 강준이가 내게 보낸 애는 갓 스물이 넘었을 나이임에도, 동영상 편집을 가르치는 그것을 보니 정말 대단한 실력자로 느껴졌다.
그런데 얼마나 되바라지게 세상을 살았던 것인지, 이놈 입에서 야동이란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걸 팔아서 먹고살려고 했다고?”
“먹고 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한탕 제대로 하고 목돈을 챙겨서 다른 사업을 해야죠. 그거 오래 해봐야 폐인 말고는 될 것이 없거든요.”
“폐인이라니? 야동이든 뭐든 편집만 하는데 왜 폐인이 돼?”
“누가 편집만 한다고 했나요? 일단 선수를 구하려면 발랑 까진 년들부터 찾아서 꼬드기고 교육부터 시켜야지요.”
“교육을 시키다니? 뭘 교육시키는데?”
“형님은 야동을 뭣 때문에 보시는 데요?”
“난 실전 체질이어서 야동 같은 것은 안 봐. 어차피 가짜로 응응 거리는 것을 무슨 재미로 봐.”
“그러니까요. 정말 돈이 되려면 형님 같은 분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냥 누운 채 응응거려봐야 볼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럼 그 애들에게 직접 테크닉을 교육시켜서 찍는다는 거네?”
“그렇죠. 한번 맛보실래요? 애들 진짜 죽여줍니다.”
이놈은 제가 하려고 했던 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이 나이 또래 애들이야,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을 하는 애들이 많다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니 개중에는 돈 때문에, 발가벗은 몸뿐 아니라 낯선 사내 밑에 깔려 환희의 교성을 지르는 그 모습이, 남들의 눈요깃감이 되는 것조차 개의치 않는 아이들이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렇게 며칠 동영상 편집하는 것을 배우고 나니, 세밀한 부분은 몰라도 대충 얼굴 부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정도의 실력은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지금 바빠?”
“아니. 사무실이야. 왜?”
“오늘 가야 하거든.”
“어딜?”
“거기........ 그 새끼가 조금 전에 연락했어.”
“그래? 큰일이네.”
“왜? 뭐가 큰일인데?”
“하루 전에 연락을 해줘야지 카메라를 설치할 수가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이야기하면.......”
“그럼 어떻게 해?”
“오늘은 어쩔 수 없어. 다음에 기회를 봐야지.”
양 여사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조금 전에 민강수라는 놈에게 그 모텔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지만, 나는 오늘은 카메라가 준비되지 않아서 오늘은 작업이 힘들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거짓말한 이유는 간단했다.
방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었다는 사실을 양 여사가 알게 되면 자연 양 여사의 태도가 어색해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그놈 역시도 양 여사 태도에 무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말에 양 여사는 마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고, 나는 그냥 마음편하게 다녀오라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어디 가세요?”
“응, 잠시 볼일 좀 보고 올 거야.”
양 여사와의 통화를 끝낸 나는, 민강수란 놈과 양 여사가 만나서 육체의 향연을 벌이게 될 기장의 그 모텔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모텔에 도착해서 주변을 살펴본 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모텔 가까이에서 가지고 간 리모컨으로 방에 심어둔 카메라를 작동시키자, 내 모니터 화면에는 방 안의 모습을 비춘 화면이 뜨고 있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이 났으니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민강수라는 놈이 탄 승용차가 모텔로 와서 다시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 내일쯤 여자 하나와 함께 그 방으로 들어가서 카메라를 수거해오면 모든 일이 끝이 나는 것이다.
정말 저 국회의원이라는 놈이 아무 생각이 없는 놈인지 몰라도, 제법 잘 나가는 놈이라는 냄새를 풀풀 풍기는 검은색의 세단이 모텔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것이 보였고, 차가 서자 조수석에서 내리고 있는 양 여사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뭘 그렇게 쭈뼛거리고 서 있어. 오늘 처음 온 것도 아니면서.”
“아니에요. 씻겨 드려요?”
“됐어. 오늘은 씻지 말고 그냥 하자.”
그러더니 국회의원이란 놈은 양 여사를 침대에 자빠트렸고, 허겁지겁 옷을 벗어젖히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끝으로 나는 노트북을 덮었고,귀에 끼고 있던 이어폰을 뽑아 호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시팔!’
솔직히 둘이 모텔 방에 들어설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둘이 어떤 짓을 하든 아무런 감정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민강수라는 국회의원 놈이 양 여사를 침대에 자빠트리는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끌어 오르기 시작했고 차마 두 연놈이 하는 짓거리를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나는 그곳을 벗어났고,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차로 와서 운전석에 올랐다.
‘하~아~ 정말 세상 X 같네.’
사람이 없는 한적한 바닷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담배를 입에 물었고, 내 입에서는 절로 쌍욕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담배 세 개비를 다 피울 동안에도 내 마음은 진정되질 않았다.
솔직히 그동안양 여사를 대하면서도, 단 한 번도 양 여사가 다른 사내와 섹스를 한 것에 대해서 갈등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둘이 모텔 방에 들어올 때까지는 아무런 감정이 없더니, 막상 그놈이 양 여사를 침대에 자빠트리는 것을 본 순간부터,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끌어 오르면서 당장에라도 모텔 방으로 쳐들어가 그놈을 패 죽이고 싶은 생각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담배와 바다로 감정을 다스리고 나자, 이제는 또 누구를 데리고 그 방에 들어갈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양 여사의 경우엔 모텔 종업원이 양 여사의 얼굴을 알 수도 있기에 불가능했고, 그렇다고 그 모텔이 외곽 한적한 곳에 있는 러브호텔 개념의 모텔이었기에 소위 말하는 여관바리를 부를 수도 없다.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하나 꼬드겨서 같이 갈 수도 없었다.
만약 방에 들어간 후에 내가 같이 있던 그 방에 여자만 혼자 남겨둔 채 방을 나와, 양 여사와 그놈이 질펀하게 육체의 향연을 벌였던 방으로 가서 숨겨둔 카메라를 회수해 온다면, 함께 간 여자가 의심하게 될 것은 불문가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응, 아빠.”
“오늘 바쁘니?”
“토요일이잖아. 그래서 야자도 없는걸. 그런데 왜? 나 아빠 보러 갈까?”
“아냐, 내가 지금 데리러 갈게. 50분쯤 걸릴 거다.”
결국 지민일 데리러 가기로 했다.
지혜나 다른 아이를 데리고 갈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 먼 곳까지 그리고 내가 방에 들어간 후에 바깥에 나갔다가 오면 그놈들 역시 내 행동에 의구심을 품을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또 사정을 설명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물론 사정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놈들이 그걸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결국 내가 다른 여자와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놈들로서도 기분 좋을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타라.”
“응, 아빠도 나 보고 싶었어?”
“까분다.”
“나 오늘 엄청 그렇거든.”
“보자마자 까불래?”
“피! 우리 빨리 가자. 나 아빠에게 전화가 오기 전부터 많이 젖었단 말이야.”
“아직 멀었잖아?”
“그럴 일이 있었어.”
“무슨?”
“됐어. 그건 말 못해.”
지민인 아예 나하고 모텔을 갈 것이라고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선 것 같았다.
혹시 학생인 것을 누가 눈치라도 챌까 봐서인지 화장을 제법 짙게 한 상태였고, 옷 또한 학생이라고 짐작하지 못할 정도의 과감한, 그러니까 제법 노는 여자아이처럼 그런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결국 저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돈을 벌기 위하여, 나이 든 사내들에게 몸을 파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하고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마치 거리에서 몸을 파는 아이처럼 행동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인지, 지민인 조수석에 앉자마자 정말 아무 거리낌도 없이 손을 내 바지 앞섶으로 가져와서 그놈을 강하게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