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1화 〉복수? (6) (81/90)



〈 81화 〉복수? (6)

아무튼  여사가 나를 보고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지, 그것은 이 여자 스스로 알아서 해결할 문제고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

이 여자가 나하고 잠자리를 가지고 싶다고 한다고 해서 내가  여자하고 자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고, 무엇보다 나는 나와 알고 있던 사람과는 구멍동서지간이 되는 것은 극히 싫어하는 놈이다.

그런데 내가 첫 번째도 아닌  번째인 것은 뻔히 알고 있으면서, 내가 왜 그런 미친 짓을 한다는 말인가?

그러니 김 여사란 이 여자가 지금처럼 다리를 벌려 사타구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을 넘어,  앞에서 옷을 홀딱 벗고 미친년처럼 나를 유혹한다고 해봐야, 그건 정말 아무 영영가도 없는 멍청한 짓거리이다.

“박 소장, 몇 시쯤 온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갔어요?”
“아마 오늘 고생 좀 하실 걸요. 의원님이 언성 높이고 난리가 났거든요.”
“의원이라면 누굴?”
“국회의원님이죠. 그 의원님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모텔에서 빠X리 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서,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났었거든요.”

세상에 무슨 여자 입에서 빠X리란 단어가 나오다니.......  여사란 여자의 입도 보통은 넘는다.

결국 아까 올린 그 동영상 때문에,  소장에게까지 불똥이 튄 모양이다.

박 소장이 그 일이나 아니면 그 비슷한 일에 얼마만큼 간여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만약 그런 짓거리에 박 소장이 개입했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만 치르면  일이다.

“그럼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 그랬단 말인가요? 아니면 전화를 걸고 난 후에 전화가 왔어요?”
“당연히 소장님한테 전화를 걸고 나서, 의원님한테 전화가 왔죠. 덕분에 당분간 문 닫게 생겼죠. 인터넷에 난리가 났다면 우리 소장님도 불려갈 수도 있을 것이고.”

김 여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대체  소장이 내게 전화를  이유조차 짐작하기 어렵다.

내가 무슨 사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에서 내게 전화를 걸어 뭘 어쩌겠다는 말인가?

결국 내가 여기 앉아 있어 봐야 아무 필요도 없는 일이란 판단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시려고요?”
“여기 있어 봐야 뭐합니까? 다른 일도 아니고 그런 일이라면 내가 있어 봐야 아무런 도움 될 것도 없는 데요.”
“그렇지만.......”
“나중에  소장 와서 그때도 내가 필요하면 다시 전화를 걸겠죠.”
“그냥 여기 계시면 안 돼요? 사무실 문은 걸어도 괜찮은데......”
“내 사무실도 아닌 곳에서 김 여사님하고 둘이 앉아  하자고요?”
“아까 소장님하고 하려고 하다가 전화가 왔거든요. 그래서 지금 제가.......”

가만히 보니 이년이 미쳐도 보통 미친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욕을 퍼부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는 옷소매를 잡아끄는 김 여사의 손을 뿌리치고 박 소장의 사무실을 나섰다.

“준아, 왜?”
“내가 지금 그쪽으로  테니까 너도 진영휴게소로 와.”
“왜?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그냥 만나서 이야기하자.”

강준이가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만나자고 했고, 만나자는 장소가 엉뚱하게도 진영휴게소란다.

도대체 어떤 심각한 상황이기에 이렇게 다른 사람의 눈까지 의식해가면서 만나자고 하는지 의아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강준이 연락이었기에 나는 바로 진영휴게소를 향해서 출발했다.


“지금 어디야?”
“응, 휴게소 진입하는 쪽.”
“그럼 흡연실 쪽으로 와라.”

진영휴게소에 도착해서 담배를 물고 있는데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고, 당연히 강준이 전화란 생각에 전화를 받으니 흡연 부스 쪽으로 오라는 말이었다.

“무슨 일인데 표정이 그렇게 심각해?”
“일은 무슨 일.”
“괜히 말 빙빙 돌리지 말고 평소대로 해.  필요해?”
“응. 맞아. 대충 알겠지만 내가 가진 돈은 몽땅 땅에다 묻어둔 탓에.......”
“지랄!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돈 때문에 그렇게 죽을상을 하고 있으니 웃긴다 싶다. 얼마나 필요한데?”
“두 세장 정도?”
“3억이면 돼?”
“그 정도면 충분해.”
“알았다. 부산으로 가자. 계좌이체는 부담되니까 현금으로 찾아서 줄게. 천하의 서강준이가 나한테 돈 이야기 할 때도 있고,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인마, 넌 언제 갚을 건지도 안 물어봐?”
“지랄한다. 갚긴 지랄을 갚아.  돈이 내 돈도 아닌 자경이 돈인데. 그 돈을 갚으라고 하면 내가 강아지지.”

굳이 어디에 쓸 것인지 물어볼 이유도, 또 되돌려 받을 이유도 없었다.

이놈이야 내가 제 놈 장사밑천인 아가씨들을 빼돌렸을 때도, ‘미친놈’이란 한 마디로 모든 것을 덮고 넘어갔었던 놈이었고, 그 아가씨들이 벌어들일 돈을 계산한다면 겨우 몇 정도로는 그에 관한 피해보상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금액이니 말이다.

“한 놈을 대타로 넣어야 할 것 같아서 이러는 거야.”
“무슨 말이야?”
“이번 일 적당히 수습하고 넘기기가 힘들  같더라.”
“이번 일이라니?”
“아까 올린 동영상 말이다. 생각한 것 훨씬 이상으로 파장이 커. 그래서 종수도 바짝 엎드려 있는 중이고.”
“뭐?”
“현역 국회의원을 건드리는 일이니 웬만큼 파장이 클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그 일이 섹스 동영상이란 점 때문에 예상했던 것 훨씬 이상으로 사건이 증폭되고 있어. 강 총경 말로는 청와대 민정에서조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거라던데.”
“뜬금없이  청와대 타령이야?”
“사안이 적당했다면 정무수석실에서 손을 댔겠지만, 일이 너무 커져 버린 것 같다고 그래. 현역 국회의원이라고 아예  집어 놓은 것이 실수라면 실수일 수도 있고.”

하긴 내가 봐도 무서울 정도로 영상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긴 일반인의 섹스 동영상도 아닌 현역 국회의원의 섹스 동영상이니 난리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상대 여자인  여사의 얼굴과 몸매를 누군지 전혀 알아보지 못하게 모자이크 처리를 해둔 탓에, 그 여자가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 누구누구라더라.’라면서 몇몇 여자 연예인이 거론되고 있으니, 오히려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 것이다.

결국 강준이가 돈 이야기를 한 것은 사건의 파문이 나한테까지 미치게 될까 봐, 그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강준이 후배 중 누군가를 대타로 해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최소한 대타로 집어넣은 후배의 변호사비용과 나중 출소 후에 밥벌이는 할 정도의 대가를 제시해야만,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들어갈 후배도 흔쾌한 마음으로 구속되어 뒤탈이 없을 것이니까.

“그럼 지금 바로 자수를 시킬 거야?”
“아니, 잡혀가는 것으로 해야 해. 자수해봐야 재수 없으면 대타인 것이 들통나게  수도 있는 상황이고. 웬만한 상황 같으면 대타를 밀어 넣어도 그냥 그러려니  건데, 이번  같은 경우는 그렇게 하면 분명 다시 뒤를 캐게 되어 있거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지금 종수가 작업 중이야. 종수가 이따금 가던 PC 방에서 그 영상을 올리다가 뒤를 밟히는 식이지. 그래서 그 원본 파일이 필요해.”
“원본 파일?”
“응. 종수가 원래 몰카 찍어서 팔다가 학교도 한 번 갔다 왔잖아. 이번에도 똑같이 몰카를 찍긴 했는데 하필이면 재수 없게 국회의원이란 놈이 거기에 걸렸던 거지. 그리고 그 남자가 국회의원이란 사실 알고 일부러 여자만 모자이크 처리해서, 그 원본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을 꼬드기려고 하다가 잡힌 것으로 하려고.”

강준이 말을 들어보니 조서를 작성하면서 어리바리하게 실수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통할 가능성이 있는 계획처럼 느껴졌다.

결국 강준이 말은 종수가 또다시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는데, 예상치도 않은 대박 건수가 걸린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상을 팔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가, 멍청하게 수사망에 걸려 체포되는 그림으로 가자는 그런 계획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이미 종수가 몰카로 인한 전과가 있으니 경찰이나 검찰에서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대로 재판에넘어가게 된다면 형량을 최대한 줄여주자는 뜻이었다.

결국 민강수란 놈은 정적(政敵)의 타깃이 된 것이 아니라, 재수 없게 몰래카메라의 타깃이 되었던 것일 뿐이고, 결국 이번 사건은 해프닝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종결이 지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양 여사는 99% 몰래카메라의 희생양으로 인식되어질 것이니, 여사에 대한 경찰 수사는 아예 없게 될 것이 분명했다.

단지 종수가 불만을 품지 않을 정도로 대가를 치러야 하고, 또  대가라는 것은 돈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지 않아도 내일 만나기로 이야기가 되었으니, 내가 만나서 원본 파일도 전해주고 부탁을 해볼게. 같이 만날래?”
“이미 둘이 만나기로 했다면 지금 내가 종수 연락처를 줄 테니까 따로 만나봐. 굳이 나까지 만나서 번잡스럽게 할 필요는 없겠네. 이런 일은 가능한 아는 사람이 적어야 하니까.”
“그런데 종수  친구가 안고 들어갈 생각은 있다고 그래?”
“딱히 가족이 있는 애도 아니고, 학교 가는 것이 처음도 아닌 놈이잖아. 그리고 의리는 있는 놈이거든.”

강준이는 빠지고 나하고 종수 단둘이서 만나기로 대충 의견을 모았다.

강준이에게 밥이나 같이 먹고 가자고 했지만, 강준인 바로 산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기에 우린 그곳에서 헤어졌다.

솔직히 강준이가 휴대전화를 평소 사용하던 것이 아닌 대포폰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가능한 사람이나 CC-TV 카메라에 함께 있는 모습을찍히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아무튼 돌아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까 밀양에서 500만 원을 억지로 종수의 손에 쥐어줬던 것이 신의 한 수가 된 것도 같았다.

종수로서는 아까 500만 원이 든 봉투가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돈이었던 것이 분명했고, 그것 때문에라도 종수가 내게 조금이나마 호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것이니 말이다.

“형님?”
“그래, 준이한테 연락받았어. 혹시 지금 어디야?”
“강서구에 있습니다.”
“체육공원 알아?”

택시를 타고 온 종수를 태우고 백양산 터널을 넘어, 부암동에 있는 선암사 주차장으로 올라갔다.

“예상과 달리 일이 심각해졌다면서?”
“에이~ 그다지 큰일도 아닙니다. 준이 형님한테 말씀드린 것처럼만 하면 그냥  넘어갈  있습니다.”
“종수 네가 곤란하게 되잖아.”
“학교에 처음 가는 것도 아닌 걸요.”
“아무튼 준이한테 이야기한 것은 내가 책임질게. 변호사는 내가 수배를 해서 형사쪽에 능력 있는 양반을 선임할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내일 다시 만나자. 무슨 말인지는 알지?”
“에이~ 그냥 변호사나 선임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나오면 그때 어디 취직자리나 좀 알아봐 주시고요.”
“인마, 사람은 화장실 들어갈  마음하고 나올 때 마음이 다른 법이야. 그러니 내일 오전에 전화해.”

그렇게 종수와 이야기를 끝내고, 종수가 묵고 있다는 모텔에 데려다줬다.

정말 하루 동안에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고,또 엄청나게 많은 일을 처리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훌쩍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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