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4 11분(1) (4/89)



〈 4화 〉4 11분(1)

달그락. 그릇 씻는 소리가 조용한 집안에 울려퍼진다.

식사를 마치고서 콜린은 부엌에 들어가 설거지를 시작했고, 한나는 소파에 기대어 책을 펼쳐들었다.

이따금  사람 모두 바깥으로 일하러 나가지 않을 때면 자주 있어왔던 모습이었다. 여느 가정집에서든 펼쳐질 법한 일상적인 풍경… 이었어야 했다.

“…….”

두 사람의 모습은 마냥 훈훈한 가족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소년을 바라보는 욕망 가득한 눈동자 탓이다.

‘저건 진짜…….’

한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그녀의 눈은 조금 전부터 줄곧 콜린의 뒷모습에 향해있었다.

“……♪”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릇을 씻어나가는 콜린.

그 짧은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드는 그 모습에 한나는 차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당연히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올 리도 없고,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은지도 오래되었다.

그저 그 뒤태만을 빤히 바라보며 추잡한 망상의 나래를 펼칠 뿐이었다.

집안일 하는 야한 몸매의 배우자를 뒤에서 넘어뜨려 덮친다. 상대는 말로는 가볍게 거부하지만 딱히 저항은 하지 않고 받아들여 서로의 몸을 탐한다.

흔히들 말하는 로망이었고, 절반 정도는 그녀의 상황에 맞았다.

주로 ‘집안일 하는 야한 몸매’라는 의미에서.

문제는 저기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소년이 남편은커녕 자신의 동생이었다는 점이며, 만약 밀어 넘어뜨리려 한다면 내숭이 아니라 진심으로 저항을 할 게 틀림없었다는 점이었다.

덮칠 용기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렇게 되면 근친상간─일단 피는 이어지지않았다고 한들 지내온 시간이 있다─에 빼도 박도 못하는 강간이었다.

그러니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머릿속으로만 범하는 수밖에.

…남동생에 대한 음란한 생각을 멈춘다는 선택지가 애초에 배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미 윤리적으로 실격이었다만.

“──누나?”
“…읏?!”

그렇게 망상에 잠겨있던 한나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자세를 바로했다.

그리고 그제야 콜린과 눈이 마주치고 있음을 눈치챘다.

‘너, 너무빤히 바라보고 있었나…?’

한나는 긴장한 나머지 침을 꿀꺽 삼켰다.

“어디 아파? 너무 멍하게 있는데.”
“아, 음. 저번에 손질한가죽이 얼마 정도에 팔릴까 계산해보고 있었어.”
“그래? 뭐, 그런 거면 됐고.”

그러나 다행히도 그녀의 욕망이 들키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한나는 적당히 얼버무리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시선을 책으로 옮겼다.

‘자, 자연스러웠지?’

콜린이 아무런 의구심도 품지 않고서 그녀가 있던 소파 한편에 풀썩 주저앉자 한나는 스스로를 칭찬했다.

…물론 콜린이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점을 알아차렸다면 그런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으리라.

‘그나저나 내 동생이지만 진짜 눈치가 없네……. 저러다 이상한 여자한테 속아넘어가는 거 아냐?’
‘진짜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저렇게 대놓고 시선을 보내면서?’

다만 서로가 서로를 향해 내린 평가만큼은 동일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콜린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한나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얼굴은 책으로 향해있지만페이지가 전혀 넘어가질 않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눈동자가 힐끔힐끔 이쪽을, 정확하게는 그의 맨다리를 훔쳐보고 있었다.

‘…이것 봐라?’

너무 욕망에 솔직하지 않은가, 하며 콜린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쯤 되면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이렇게  김에 조금  흔들어볼까?’

그러다가 머릿속을스쳐지나간 생각에 콜린은 마음속으로 히죽거렸다.

“아아, 다리 아파.”
“…그래?”
“설거지 하는 내내 서있었으니까.”

그는 짐짓 엄살을 피우며 허벅지를 주먹으로 콩콩 두드렸다. 그러자 한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쪽을 바라본다.

“다음부터 좀 도와줄까?”
“응? 아냐, 됐어. 누나도 몸 쓰는 일 하니까 피곤할 텐데.”

하지만  시선은 조금 전까지의 욕망이 담긴 것은 아니었다.

‘…변태긴 해도 이런 걸 보면 심성은 착하단 말이지.’

전자와 후자가 과연 양립 가능한 속성인지는 제쳐두고서.

턱.

콜린은 히죽 웃으며 다리를 한나의 허벅지 위에 올리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
“아, 역시 이게 편하네.”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당황한 것인지 한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는 소리를 내었다.

“코, 콜린…?”
“응?”

고개를 돌려콜린과 눈이 마주치면 천연덕스럽게 배시시 웃어온다.

그러나 한나의 반응을 살피더니 이내 그 표정이 침울하게 가라앉는다.

“…아, 혹시 많이 무거워?”

어깨를 움츠리며 조심스럽게 올려다본다. 마치 민폐를 끼쳤다는 양 자책하는 눈망울로.

“아니, 하나도  무거워! 괜찮아!”
“히… 다행이다.”

한나가 손사래를 치며 부정을 하고 나서야 콜린은 다시 해맑은 미소를 되찾았다.

‘저러는데 어떻게 치우란 소리를 해…….’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래, 뭐, 최근에 많이 소홀해지긴 했다만 어릴 때는 이런 식으로 사이좋게지내지 않았던가.

물론 그 시절과는 다르게 자라난 콜린의 신체가 남매간에 품어선 안 될 욕망을불러일으키고 있었지만 말이다.

짧은 반바지 너머로 뻗은 콜린의 맨다리. 더군다나 여름인지라 한나 자신의 바지도 반바지였기에 맨살끼리 그대로 접촉하고 있었다.

심지어 고의인지 아닌지 이따금 발끝을 꼼지락거리면서 허벅지 안쪽을 간질여오기까지 하는 탓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태연한  억지로 책에 시선을 던져보지만 물론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신경 쓰지 않으려 했더니 오히려 감각이 예민해져서 속옷이 가볍게 젖어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가벼운 터치 정도였기에 시간이 지나자 자극에 조금이나마 적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머릿속이 조금은 식었다.

‘그래, 흥분할  없어. 얘가 일부러 유혹하려고 이러는 것도 아닐 테고……’

말캉.

“…하윽?!”

그리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으려는  순간 다리가 그녀의 음부를 문질렀다. 갑자기 닥쳐온 자극에 무심코 신음을 흘리고 만다.

한나는자기 입에서 나온 소리였음에도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자극은 멈추지 않고, 콜린은 한나의 사타구니를 비벼댄다.

지금까지가 간접적으로 성적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이었다면, 지금의 것은 성적인 자극 그 자체. 콜린에게 고의성만 있었다면 ‘애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을 정도의움직임이었다.

한나는 읽고 있지도 않던 책에서 눈을 떼고 콜린을 바라보았다. 콜린은 언제 가져온 것인지 검은 표지의 책을 읽고 있었다.

조금 전에 한나가 작다고는 할 수 없을 신음을 흘렸음에도 이쪽의 모습을 확인하려는기색조차 없었다.

‘설마 책에 너무 집중해서 자기가 어딜 문지르고 있는지도 모르는 거야?’

고의가 아니라기에는 너무나 집요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일부러 이런다 판단하기에는 콜린이그럴 인물이 아님을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가장 확실한 것은 본인에게 물어보는 방법이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동생아, 네 발이 계속 내 성기를 문질러서 내가 성적 자극을 받고 있는데 혹시 일부러 애무하는 거니?’라는 소리를 대체 누가 당당히 할 수 있단 말인가.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어휘력은 그 표현을 돌려서 간접적으로 말할  있을 정도로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저 지금까지 봐온 남동생의 모습을 감안하여 일부러 이러는 것만은 아닐 거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매번 그런 눈으로 보면서도 정작 이렇게 다가가니까… 거 참 남자에 내성이 없네.’

그리고 물론 그녀의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눈앞에 있는 것이 애당초 ‘지금까지 봐온 남동생’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노릇이었다.

손에 들려있는 책 역시 아랍어로 적힌, 읽지도 못하는 책이었다. 그저 책으로 엄폐물을 삼아 한나의 모습을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한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지만 그 뺨이 발그레하게 물든 것은 간단히 알 수 있었다.

문질문질.

“으흣… 흐……”

게다가 자기 딴에는 입을 앙다물고 신음을 참으려하지만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거친 호흡은 숨길 수 없었다.

곁눈질로 그녀의 반응을 바라보며 다리를 움직여간다. 발끝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움찔대는 한나의 모습에 콜린은 속으로 킥킥대었다.

“흐으, 앗♥”

콜린의 움직임은 점차 빨라지고, 집요해져갔다. 이제는 거의 다리를 떠는 것에 가까웠다. 단순히 진동시킬 뿐만 아니라 그녀의 둔덕에 힘주어 딱 붙여서 말이다. 여기까지 오면 아무리 한나라고 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진짜 일부러 이러는 거야? 대체 어째서…?’

그러나 그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절정시켜서 콜린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혼란스럽다. 조금이라도 상황을 이해해보고자 생각에 잠기려들면  족족 허리를 타고 흐르는 아릿한 쾌감에 머릿속이 뒤섞여버린다.

“콜린… 이게 대체…….”
“응? 무슨 일이라도 있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말을 건네어도 보았으나 돌아오는 능청스러운 미소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수한 음색. 어린 시절의 동생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반응뿐이었다.

“다리가…”
“다리가 왜?이거 말하는 거야?”
“흐으으읏♥”

그러나 그 순수함은 얼굴뿐이었다. 무슨 일이냐며 말하면서도 콜린은 애무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괜한 걸 질문했다며 벌을 주듯 더욱 강하게 자극해왔다.

“누나, 괜찮아? 얼굴이 빨간데.”

들고 있던 책은 이미 힘이 풀려 오래 전에 바닥에떨어뜨렸다. 콜린의 움직임에 맞춰 자기도 모르게 열리기 시작한 다리는 지금에 와선 완전히 떡 벌어진 문란한 자세가 되어있었다.

“몸도 떨리고… 혹시 감기야?”

눈이 마주친다.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는 듯한 표정. 그러나 그러면서도 발가락은 그녀를 애무하고 있었다. 그 배덕적인 괴리감이 한나의 머릿속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아, 하아…♥”

그러다가 순간 음핵을 스쳐지나갈 때면그녀는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 반응을 보더니 콜린은 또 자극을 바꿔왔다. 발 전체를 사용하던 움직임에서 벗어나 발가락으로 음핵만을 간질여온다.

너무나도 민감한 그 부위에 천이 쓸리며 쾌감을 가져다준다. 여름의 얇은 바지는 벌써 반쯤 젖어서 한나의 흥분을 알리고 있었다.

시간이 대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체감으로는 이미 30분 정도는 지난 것만 같았다. 벌어진 입은 닫힐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침이 턱을 타고 흘러내린다.

달아오른 신체는 순식간에 그녀를 끝으로 데려갔다. 누가 의식을 강제로 잡아당기는 듯한, 자위를 하며 몇 번이고 느꼈던 절정 직전의 그 부유감.

“콜린… 콜리인♥”

교성과 허덕임밖에는 흐르지 않던 목이 본능적으로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왜 그래, 진짜 어디 아파?”

콜린은 끝까지 천연덕스럽게 말을 돌렸다. 이후 그의 행동을 생각해보면 하지만 명백히 한나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고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콜린의 발가락이 음핵을 꼬집더니 그대로 비틀어버렸다.

“────!!”

통증과 쾌감이 섞인 감각이 그대로 복부에 파고들었다. 한나는 더 이상 언어라고 부를 없을 교성을 내질렀다.

허리가 멋대로 튀어오른다. 시야가 순간 아찔해진다. 마치 전류가 척추를 타고 흐르는 것만 같았다.

신체가 경직되고,뒤이어 가볍게 경련한다. 순수한 표정을 하는 남동생에게 절정당하고 말았다. 그 배덕감이 더욱 쾌감을 불러왔다.

“하아… 하…….”

전신에 힘이 풀려 바닥으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한나는소파에 머리를 대고 거친 숨을 내쉴 뿐이었다.

“아, 슬슬 저녁 찬거리나 사올게.”

그리고 쾌감의 파도가 겨우 물러났을 때, 콜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소파에서 일어났다. 마치 한나의 상태를전혀 알지 못한다는 듯이, 혹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몸  좋으면 푹 쉬고 있어. 낮잠이라도 자면 괜찮아질지도 모르니까.”

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외출복으로 갈아입곤 집을 나가버렸다.

한나는 힘이 빠진 신체로 고개를 돌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모습을 쳐다보았다. 아직도 쾌감의 여운이 신체를 짓누르고 있었다.

철컹, 하고 문이 닫히고서 몇 분. 그녀는 그저 그렇게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흐읏.”

철퍽.

그녀는 스스로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미  안은 질척이는 액체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콜린…….”

그리고 그녀는 조금 전까지 남동생이 있던 자리에 얼굴을 묻고는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콜린이 했듯이 음렬을 문지르고, 음핵을 간질이다가, 결국에는 손가락을 안으로 집어넣는다. 아직 그가 닿지 않았던 깊은 골짜기로. 머릿속으로는 콜린의 물건이 들어오는 모습을 상상하며 말이다.

숨을 들이키면 콜린의 냄새가 풍겨왔다. 아직도 소파에는 그의 온기가 남아있었다.

거실에는 질척이는 소리와 여성의 헐떡이는 목소리만이 한참이고 울려퍼졌다.

×


“아, 감사합니다.”

콜린은 작은 포대를 끌어안으며 눈앞의 노인에게 생긋 미소를 지었다. 그 안에는 양파가 들어있었다.

“뭘, 우리 콜린이 기특해서주는 거지.”
“하하… 이제 저도 나이 꽤나 먹었어요?”
“나 정도는 되고 그런 소리를 하려무나. 그리고 어차피 남은 거니 신경 쓸 필요 없다.”

그 감사는 포대에 본래보다 세   들어있는 양파에 대한 것이었다. 어릴때부터 콜린과 한나를 자주 봐오던 그는 최근에도 콜린이 가게에 찾아갈 때면 덤이랍시고 팔다 남은 야채를 여럿 나눠주곤 했다.

어쩌면 그에게 있어 콜린은 언제까지고 어린아이로 느껴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콜린은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서 가게 밖으로 나왔다.

밖이라고 해도 사실상 야채가 든 상자를 쌓아놓고 위에 천막을 쳐둔 노점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말이다.

‘자, 그럼 다 산 거지?’

머릿속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하나하나 검토하고서 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돌아가볼까, 하고 생각하다 콜린은 집에 있을 한나를 떠올렸다. 정확하게는 그녀가 절정에 다다른 그때의 모습을 말이다.

‘만약 그때 조금만 더 밀었으면 다리를벌리고바로 넘어왔겠지만…….’

그러나 그는 일선을 넘지 않고─사실 엄밀히 생각해보면 선은 이미 넘은 것 같기는 한데 아무튼─ 그곳을 떠났다.

처음에는 하루면 못 참고 덮쳐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너무 밀어붙여서 그런지 한나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반드시 저쪽에서 덮치게 하리라는 오기가 생기고 만다. 이쪽 세계의 남성관이 남긴 최후의 자존심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뭐 아무렴 어떻겠는가. 콜린은 그다지 고민하지도 않고 머릿속에서 그런 잡념을 지워버렸다. 귀찮게 그런 걸 생각해봐야 딱히 의미도 없다.

“와, 진짜 개꼴리게 생겼네.”

그때였다. 느닷없이 경박한 말이 귀에 들려온 것은.

청각이 감지해낸 말을 순간 머리가 이해하지 못했다. 소리가 들려온 쪽을 흘긋 바라보면 그곳에는 두 사람의 여성이 있었다.

하나는 어깨에 닿을 정도의 연갈색 머리칼을 가진 소녀. 머리에는 철모를 쓰고 한쪽 손에는 키만한 창을 들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조금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은발의 여성. 등까지 내려오는 그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불편한 것인지 철모는 벗어서 창에 대충 걸어 어깨에 둘러매었다.

“선배,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왜 인마. 꼴리는 걸 꼴린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냐?”

“…저 사람, 경비대장이랑 친한 사이라고요.”

아무래도 시장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병이리라. 두 사람인 것을 보면 아무래도 교대 시간이 되었을까.

그나저나 그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하면 아무래도 조금 전의 말은 콜린을 향한 것이었으리라. 어쩐지 재미있는 일이 되겠다 싶어 그는 발걸음을 조금 늦추고 그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경비대장이고 나발이고, 몸뚱이가 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쩌냐.”
“선배…”
“그리고 내가 뭐 따먹겠다고 했냐? 그냥 보기만 하는 건데. 가끔 머릿속에서 굴리면서 딸 좀 잡고.”
“그게 아니라…….”
“닳는 거 아니잖아. 아, 물론 떡칠 기회가 생기면 감사합니다 하고 잡수겠지만.”

연갈색 머리칼의 소녀─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쪽이 후배인 듯 했다─는 동공에 지진이 일어나서는 다른 여성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여기로 오고 있다고요!”
“……뭐?”

그리고 당황하며 고개를 돌린 은발 여성은 콜린과 눈이 마주쳤다. 심지어는 멀리서 마주한 것도 아니고 생글생글 미소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엿됐네 진짜.”

낄낄대며 콜린을 품평하던 그 얼굴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입꼬리가 경련하고 있었다.

“서, 선배. 그럼 저는 교대했으니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야 이 매정한 새끼야?!”

그리고 그 순간 후배는 그녀를 버리고 냅다 도망쳐버렸다. 아주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팔을 뻗어보지만 잡힐 리가 없다.

그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러워 콜린은 피식 웃고는 남아있는 경비병에게 시선을 던졌다.

“조금 전의 이야기 잘 들었어요.”
“아니, 그, 그게 말이죠…….”

‘잘은 모르겠지만 간부랑 친한 여자한테 성희롱한  들켜버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나?’

경비병의 체계를 모르다보니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당황하는 투로 봐서는 아마 친히 조짐(?)을 당할 수 있는 수준이리라.

‘그나저나…….’

거기까지 생각하고서 콜린은 눈앞의 여성을 훑어보았다.

등까지 닿는 은빛 머리칼. 불안한 듯 흔들리는 연푸른 눈동자.  위에서도 가볍게 가슴의 형태가 드러난다.

역시 몸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서 그런지  빠진 허리의 곡선은 골반으로 내려오며 넓어졌다. 허벅지는 꽤 부피가 있었지만 근육질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말캉한 감촉이 전해져왔다.

그 모습에 그는 속으로 히죽 웃었다. 사실 한나에게 장난을 치느라 그 자신도 성욕이 조금 쌓여있던 참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외모는 단순히 대용품이라고 말하기에는 미안할 정도였다. 어째 전반적으로 이쪽 세계의 평균 외모수준이 높은 기분이다 싶었으나, 뭐 좋은 게 좋은거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며 콜린은 그녀에게로 한 걸음 성큼 내딛었다.

“저기요.”
“아, 예. 옙!”

서로의 가슴팍이 닿을 정도의 거리. 갑작스러운 접근에 그녀는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콜린의 걸음과는 다르게 아주 조금이었기에 그다지 거리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상태로 콜린은 스스로의 머리를 더욱 들이밀었다. 그러고서 흘러내린 은발 사이로 빼꼼 나온 귀에 입을 가져가 속삭였다.

“떡칠 기회가 있으면 감사히 먹을 거라면서요. 어디 한 번 해보실래요?”

조심스럽게, 호흡을 섞어 귀를 간질이듯.

“……예?”

당연하지만, 그 발언에 눈앞의 은빛 위병은 굳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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