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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12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12/89)



〈 12화 〉12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콜린은 창문 너머로새어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에 눈을 떴다.

“…….”

그리고서 아니나 다를까 잔뜩 뻗쳐있는 곱슬머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정희원의 의식이 스며든 이후 외모를 꾸미는 데 그렇게까지 심한 집착은 하지 않게 된 콜린이긴 했다.

그러나 정희원 역시 21세기의 현대인이었다. 남자라 해도 화장품을 쓰는 경우가 마냥 드물지 않던 시대를 살아온 그의 입장으로선, 당연히 최소한의 머리 정돈에는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외모 관리는 해야겠지만.’

그날 이후 삶을 즐기며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그였다.  즐김의 방식에 일부 문란한 행위가 포함된다는 걸 감안하면 외모를 다듬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농부가 밭에서 돌을 골라내고, 병사가 무기를 정비하는 것에 비하면 약간의 귀찮음 정도니 충분히 감안할 만 했다. 워낙 원판이 뛰어나 품이  드는 것도 있고 말이다.

“콜린… 일어났어?”
“누나.”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던 와중 곁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콜린은 시선을 옮겼다.

한 사람의 여성이 길게 빼어내듯 하품을 하며 눈을 부벼댔다. 콜린과는 조금 다른 색의 붉은 머리칼을 한 그녀는 일단 호적상 그의 누이 되는 한나였다.

다만 평범한 남매와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두 사람은 한 침대에 있는 걸로 모자라 완전히 헐벗은 알몸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물론 어젯밤에도 몸을 뒤섞으며 서로를 탐하는 시간을 보낸 탓이다.

본래 아슬아슬한 선에 걸쳐있던 두 사람의 관계였으나, 그 최후의 일선을 넘었던 것이 바로 어제 일이었다. 두 사람 모두 그럴 의도가 있긴 했지만 되짚어보면 정말로앗 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행위는 그야말로 밤새 이어졌다. 한나 역시 사냥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여자라 그런지 체력이 보통 체력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결국 조금 더 버틴 것은 콜린이었다. 그 점은 꽤나 신기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훈련받을 때 지치는 걸 보면 내가 그렇게까지 체력이 좋은 건 아닐 텐데.’

잘은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렴 어떻겠는가. 콜린은 그리 생각하며 가벼이 넘겼다. 행위에 이만큼이나 도움이 되는 몸이라면 대체 나쁜 게 어디 있을까.

“콜린, 오늘도 훈련 가게?”
“글쎄. 어떻게 할까.”
“오늘은 집에서 같이 쉬자.”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던 그에게 한나는 말을 걸었다.

팔을 다쳐서 훈련을 쉬기로 했다는  물론 콜린의 거짓말이었지만, 실제로 레니에게 이틀 정도 훈련을 쉬어도 되겠냐고 이야기를 해둔 건 사실이었다.

요컨대 쉬고 싶으면 그냥 쉬어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한나도 알고 있기에 팔을 붙잡고 싱긋 웃어오는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팔을 죽죽 당겨오기까지 한다. 콜린이 느낀 바로는 이쪽 세계의 여성 치고 한나는 꽤 애교가 많은 편이었다.

사실 그보다는 어리광이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릴지도 몰랐다. 쌓이고 쌓인 욕망이 어제 일을 계기로 이런 방식으로 표출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 단순히 그녀를 변태라고 마음속으로 매도해오던 콜린이었으나, 설마 이 정도로 그녀의 어둠이 깊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까지 용케도 이성이 끊어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싶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내가 입양되기 전 이야기는 해준 적이 없구나.’

콜린은 한나의 가족에 입양된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 부근의 기억은 거의 없었다.

한나와 그렇게까지 나이차가 나는 것도 아니므로 그 무렵에는 아무렴 보호자가 있었겠지만, 하다못해 양부모님에 대한 기억조차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왜 이 집에 한나와 단둘이 살고 있는지도 콜린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함부로 물어서는  될 것만 같았다.

기억이 흐릿한 와중에도 이런 느낌을 받는  보면 좋은 일은 아니었으리라 그저 짐작할 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을 즈음에 시야가 크게 흔들렸다.

등에 와닿는 침대의 푹신한 감촉. 그리고 콜린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나가 그의 팔을 끌어당겨 다시 자리에 눕힌 탓이었다.

“오늘은 쉬자니까?”
“…응, 그래.”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한나도 미소를 지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 미소 너머에 잠든 욕망이 스며나왔다.

이불이 펄럭 넘겨지고 콜린의 몸 위에 한나가 훌쩍 올라탔다. 풍만하고 아름다운 살색 곡선이 눈앞을 가득 메웠다.

“아침부터 조금 달아올라서 그런데, 괜찮지?”
“…….”

콜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침부터 상대의 육신에 흥분해버리는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

거리를 유지하다 빈틈을 발견하고서 오른쪽에서부터 허리를 긋는다. 그러나 이내 상대의 검에 막힌다. 나무를 가죽으로 감싼 가검이라 턱 하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상대 쪽에서 움직였다 왼쪽에서부터 어깨를 노리고 굽어치는 검. 팔을 들어 검끼리 맞부딪힌  빙그르 돌려 다시 역습한다.

굳이 이렇게 큰 동작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한손검은 무게가 부족해서 이렇게 해야 충분한 살상력이 나온다고 한다. 아무리 연습이래도 슬쩍 톡 갖다대기만 해선 상대를 제압했다고 인정해주지 않으니 어쩔  없는 일이었다.

다시 막힌다. 치고, 막고, 치고, 막는다. 그저 서로 한쪽 손을 쭉 뻗은 채 공방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집중력과 속임수의 싸움이었다.

“…하아.”

이내 목 앞에서 멈춰선 검을 인식하고서 콜린은 한숨을 쉬었다. 진검이었다면 사망 확정이었다. 물론 그의 패배다.

“그래도 꽤 실력이 좋아졌네.”

은발의 여성, 시안이 씨익 웃으며 칭찬해왔다. 복장은 이 경비대의 그것이지만 투구는 이미  멀리 벗어던진 지 오래였다.

일전에 시안은 ‘권능이 없는 사람들끼리의 대련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원래는 그녀가 콜린과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기 위한 핑계이긴 했으나, 실제로 그게 도움이 된다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간간히 그녀와도 대련을 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이 모양이다. 괴력의 레니를 이길 생각이라곤 없었지만 권능이 없는 시안에게도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는 콜린이었다.

‘하긴 이 사람은 이게 직업인데 한  연습해서 이기면 그게 이상하지.’

“가끔씩 허를 찌르는 건 정말 좋았어.”

 칭찬은 딱히 콜린의 호의를 사기 위한 겉치레는 아니었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감탄하고 있는 것이리라.

예전 세계에서도 보드게임 같은 걸 할 때면 상대의 심리를 자주 파악해내곤 하는 그였다. 사실 조금 전의 대련만 해도 이따금 시안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감이 잡히는 경우가 꽤 있었다.

다만 아무리 상대의 공격이 보여도 몸이 따라가주질 않으니 말짱 꽝이다.

“시안 씨가 봐줘서 그런 거예요.”

심지어 이것마저 상대가 어느 정도 봐줘서 나온 결과라는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갈 길이 멀다는 말밖에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시안은 그에게 레슬링  번을 걸어오질 않았다. 검을 들지 않은  손은 그저 걸리적거리지 않게 허리 뒤로 넘겨둔 게 전부였다.

“게다가 저는 방패까지 들고 싸웠잖아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쪽 손이 비면 뭐라도 드는 게 훨씬 이득이다. 오죽하면 냄비뚜껑만한 방패로도 엄청난 메리트가 된다는 모양이다.

오로지 검을  손만 사용한 시안과 방패까지 이용한 콜린. 그럼에도 패배한 것은 실력차를 각인시키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방패도 어디 그냥 방패던가. 손짓 한 번이면 그의 의지대로 둥실둥실 날아가는 요술 방패다.

“그거 진짜 신기하긴 하더라. 어디서 났어?”
“주웠어요.”
“그래? 엄청 비싼 아이템인 거 같은데.”

그 정체는 바로 콜린이 동굴에 떨어졌을 때 가지고나온 책이었다.

읽다가 괴물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펼친 순간 전생의 기억이 되돌아오기도 했던 요사스러운 책이지만, 지금은 물건 운반이나 방패 대용으로 쓰이고 있었다.

‘솔직히 이건 부유 기능을 넣어둔 게 잘못이지.’

그럴 때면 나름 독서가 취미였던 입장에서 작가에게 죄책감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으나 너무 유용한 걸 어쩌겠는가. 힘도 꽤 좋아서 사람 한 명 정도는 거뜬히 태울  있을 정도였다.

“솔직히 이걸 다른 분들에게 넘겨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요.”

그 말은 진심이었다.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인물들이 이런 방패를 들고 다닌다면 얼마나 잘 이용할수 있겠는가. 심지어 비록 상대가 진검이 아니라 해도 여태껏 흠집 하나 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귀속된 아이템을 넘겨주는 건 쉽지 않지.”

그런 말을 하며 시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가 하고 잠시 생각을 해보면 답은 금세 나왔다.

여러 전승을 떠올려봤을  이러한 물건은 주인의 죽음을 통하여 소유권이 바뀌곤 하던 탓이었다.

“그러고 보면 레니 씨의 아이템은요? 영주님한테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 칼은 딱히 귀속되는 형태는 아니라는 모양이던데?”

다만 본인도 잘 모르겠는지 어깨를 으쓱이는 시안이었다.

“아무튼 이제 진짜 며칠 안 남았네요.”
“긴장돼?”
“조금은요.”

 길드와의 시합까지는 이제 사흘이 남아있었다. 아무리 친선 경기고 자신은 보충으로 끼어든 거라지만,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일이니 약간 두근거렸다.

“…저기, 콜린.”

그러다 시안은 무언가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입을 떼었다.

“그, 오늘 레니는 일이 있는 거 알지?”
“네. 근처 산을 좀 돌고 온다면서요?”

레니의 전투력은 아마 이 도시를 넘어 이 길드 내에서도 최강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그녀는 이따금씩 주변에 있는 위험한 짐승들을 퇴치하는 일을 맡곤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사냥꾼의 일을 뺏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권능이 있는 이 세계에서는 조금 관점이 다른 모양이었다.

하다못해 물건에도 권능이 깃드는데 동물에게 그러지 말란 법이 어디 있을까. 일반인이 대처할  없는 그런 케이스를 대비하여 그녀가 움직인다는 모양이었다.

다만 레니의 노고를 알아주길 바라서 시안이 굳이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리라. 콜린은 그리 확신했다.

“그래서, 오늘은 너 돌아갈 때 호위를 내가 맡기로 했거든?”
“네. 그것도 전해들었어요.”

시안의 귓불이 살짝 불그스름하게물들었다. 그것을 보고서 콜린은 일부러 모른 체 능청을 떨었다.

“한 번만 더 하게 해줘. 제발. 돈이라면 얼마든지 얹어줄 테니까.”

그것은 말 그대로 자존심을 내려놓은 부탁에 가까웠다. 욕구불만인 건 알았지만  정도까지 몰려있었나 싶어 콜린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두 배? 아니, 세 배면 돼?”
“그렇게나 쌓이셨으면 창관에라도 가면 되잖아요?”
“그런 걸 경험하게 해놓고 다른 남자로 만족하라니 너무하는  아냐?”

잘 생각해보면 당시는  육체로 첫경험이기도 해서 그런지 자제를 못하고 마구 했었던  같다.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연달아 일곱 번을 했으니 오죽했겠는가.

사람에 따라서는 그때를 잊지 못하는 것도 마냥 이상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좋아요. 그럼 갈까요?”
“어, 어? 벌써…? 아니, 나야 좋긴 한데…….”

‘저러는  보면 어차피 더 해봐야 신경 쓰여서 집중도 못하겠지.’

평소에 비하면 훈련을 마치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시안의 꼴을 보니 내내 어차피 그런 생각만 하고 있을 게 뻔했다.

그럴 바에야 괜히 질질 끌지 말고 해결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콜린은 살포시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팔짱을 꼈다. 순간 당황스러워 하는 시안이었지만 금세 기대감에 가득  입꼬리가 올라갔다.

×

문 너머에서 작게 물소리가 들려왔다. 콜린은 침대에 걸터앉아 소리를 감상하고 있었다.

지금 저 너머에서 시안이 몸을 씻고 있었다. 그녀의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를 넘어뜨리려던 걸 말리고 시킨 일이었다.

‘사실 그다지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살짝 땀냄새가 풍기기는 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그렇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욕구불만인 시안을 조금  참도록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콜린 쪽이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심어둘 심산이었다.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즐거움이 몇 번이고 미뤄졌던 시안은 이미 반쯤은 그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그녀와의 첫 행위기 돈이 오고가는 거래였다면, 조금 전의 그녀가 보인 반응은 쾌락을 갈구하며 돈을 바치는 것에 가까웠다.

아주 살짝만 밀어주면 시안은 순식간에 무너져내릴 것이다. 돈줄 취급을 하며 인격을 무시할 생각은 없었으나, 그래도 고정적인 수입이 있다면 언젠가 도움이 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덜컹.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문이 열렸다.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급하게 샤워를 끝마치고 나온 모양새였다.

아니다 다를까 은빛 머리칼은 아직 조금 축축했고, 닦는 것도 대충이었는지 피부에는 여전히 물기가 남아있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러나 거기까지 지적해서 더욱 행위를 미룬다면 그녀가 너무 안쓰러운가 싶었다. 콜린이 자기 옆을 톡톡 두들기자 시안은 냉큼 다가와서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한 사람 몫의 무게가 추가되며 침대가 조금  가라앉았다.

“그런데 너무 급한 거 아니에요?”
“아니, 으, 응… 그런가…?”

스스로가 얼마나 다음 행위를 기대하고 있는지 들켜서 그랬을까. 시안은 얼굴을 가볍게 붉히며 대꾸해왔다.

변명을 하려고도 했던  같지만 이내 관둔다. 아마 오히려 그 편이 추할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

콜린은 그런 그녀의 목덜미에 팔을 휘감았다. 그의 행동을 보더니 시안은 마찬가지로 그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가볍게 혀를 섞고 다시금 얼굴을 떨어뜨린다.

“해, 해도 되는 거지?”
“돈 내셨잖아요?”

이내 콜린을 밀어 쓰러뜨리는 그녀였다. 풀썩. 침대에 소년의 몸이 파묻힌다. 약간 긴장한 듯이 물어오는 시안에게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전의 시안에게 몸을  때와는 명백히 다른 분위기였다. 그때의 시안은 분명 마땅한 봉사를 받아야 하는 손님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녀 쪽이 더욱 저자세로 나왔다. 돈을 냈으니 괜찮다는 콜린의 말조차 ‘돈도 갖다바쳤으니 자비를 베풀어주겠다’라는 의미로 느껴질 정도였다.

욕망에 빠져 무언가를 갈구하는 사람이란 건 이렇게까지 약해질 수 있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자신과의 행위가 그토록 짜릿한 것인가. 어쩌면 그저 시안이 엄청 특이한 케이스일 뿐인지도 몰랐다.

‘마약을 하면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시안의 언동이 중독자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깨닫고는 내심 한숨을 쉬는 콜린이었다.

시안은 너무 흥분한 것인지 벌써부터 거친 숨을 내뿜으며 페니스를 스스로의 음부에 겨누었다. 그리고는 망설임도 없이 허리를 내린다.

몹시 축축하게 젖어있는 탓에 페니스는 쉽게 들어갔다. 물론 그 누구도 샤워를 하고 아직 몸이  마른 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끈적한 점성 있는 액체에 적셔진 안쪽 주름이 그의 음경을 휘감아왔다.

“아아…♥”

시안은 이내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흠칫흠칫 떨었다. 콜린과 몸을 겹쳤던 건 그가 훈련을 시작하기도 전의 일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성적 쾌감이라기보다도 타는 목에 겨우 시원한 물을 들이킨 청량감에 가까웠다.

물론 그렇다고 성적 쾌감이 약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뒤이어 머릿속에서 무언가 연달아 톡톡 터지는 감각이 쏟아졌다.

“흐으, 아…♥ 이거야, 이거라고……♥”

당연하겠지만 시안의 육체는 거기서 만족할 생각 따윈 없었다.그녀는 연신 허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더욱 커다란 쾌락을 요구했다.

찌걱찌걱.

배 안쪽에서 묵직한 쾌감이 내달렸다. 질내 이곳저곳을 헤집는 감촉에 자기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고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아흑, 윽…♥”

그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시안은 전신을 경련하며 홀로 절정에 달했다. 신체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는 짜릿한 전류. 시안은 아주 행복에 겨운 얼굴이었다.

“──네, 수고하셨어요.”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 이내 들려온 콜린의 목소리에 시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 그, 너는 아직 싸지도 않았고…….”
“시안 씨는 만족하셨잖아요? 그러려고 저를 불렀던 거고… 그러면  된 거 아닌가요?”

분명 그의 말 대로였다. 어지간히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고서야 자기가 만족하기 위해서 남창을 산다. 굳이 상대를 만족시키고자 돈을 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왜?’

그러나 시안은 마음속에 무언가 응어리가 남아있음을 알아챘다.

분명 앞서 말한 이야기는 시안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여태껏 남창과의 관계에서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즐기고 나면 돈을 쥐여 돌려보내곤 했다.

…아니다. 단  번의 예외가 있었다.

이전에 콜린과 몸을겹쳤을 때, 시안은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끼고 행위를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힘이 풀린 그녀를 콜린이 재차 덮쳐왔던 것이다.

문자 그대로 탈진할 때까지 폭력적인 쾌감을 퍼부으며 억지로 범해졌고, 그러면서도 돈은 돈대로 뜯겼다.

남자를 샀다는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오히려 나쁜 축에 속하는 경험이었다.

‘나는…….’

그러나… 그러나, 시안은 알아차리고야 만다.

자신의 몸은 그때의 굴욕적이고 폭력적인 쾌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남성에게 억압당하는  추잡한 행위를.

어느새 콜린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안은 무심코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것은 순수한 소년의 눈빛도, 돈을 위해 몸을 파는 창기의 눈빛도 아니었다.

뱀의 눈. 혀만 날름거리지 않았을 뿐, 그것은 그야말로 뱀이라는 표현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시안 씨.”

이내 그는 시안의 목덜미를 살포시 끌어안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여왔다. 그야말로 요부의 움직임이었다.

‘아, 아아…….’

달콤하지만 섬뜩한 목소리에 시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마치 그녀의 욕망 따위는 전부 예상하고 있다는 듯한 목소리.

아니, 분명 실제로도 그러하리라. 자신의 부끄러운 마음속까지 모조리 들여다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

결국 시안은 자신의 욕망에 거스르길 관두었다. 시안은 딱 달라붙은 콜린도 겨우 들을  있을 정도로 자그마하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시야가 흔들린 것은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힘이 살짝 빠져있기도 한 그녀는 갑자기 콜린이 그녀를 잡아당겼을 때 저항할  없었다.

설령 가능했다고해도 하지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후회하지 마세요?”
“……윽.”

콜린은, 뱀의 눈을 한 소년은 그녀 위에 올라탔다. 서로의 자세가 뒤바뀐 와중 그는 비쭉 웃는 것이었다.

그저 그뿐인 일이었으나 시안은 확신할  있었다.

자신의 목에 굳센 목줄이 채워졌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가 직접 그 줄을 쥐여준 것이 누구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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