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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13 아라크노포비아(1) (13/89)



〈 13화 〉13 아라크노포비아(1)

구름 한  없이 맑은 날이었다. 그래도 바람은 선선한 것이, 이른바 야외활동에 몹시도 적합한 날이라 할 수 있겠다.

“콜린, 조심해. 다치지 말고.”
“알았어.”

현관 앞에서 붉은 머리칼의 여성이 신신당부를 한다. 어깨를 붙잡힌 남성 역시 머리색은 붉었으나,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른 색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차하면 그냥 바로 항복해버려. 그러면 계약 때문에 공격행위가 금지되거든.”
“누나, 나도 그런 건 알고 있다니까.”

다만  사람의나이차에 비해 여성, 한나의 태도는 연인이라기보다도 처음 여행가는 딸을 염려하는 아빠라는 느낌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남성, 콜린은 쓴웃음을 지으며 적당히 맞장구를 쳐줄 뿐이었다.

“내가 직접 보고 있을 수는 없지만 응원은 하고 있을게!”

방송 비슷한 시스템이 이뤄진다고는 해도 아이템을통한 것이니 돈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시청은 불가능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냥꾼과 약초꾼 남매가 그런 아이템을 갖고 있을 리 없다는 건 분명했다.

“아, 그래! 가족이 나오는 거니까 영주님한테 부탁하면 어떻게든…….”
“그 영주님도 길드전에 나가느라 집을 비우시는데?”
“…아.”

본인 딴에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생각했는지 표정이 밝아진 한나였지만 콜린의 반박에 금세 풀죽는다.

“아무튼 잘 다녀올게.”

한나를 달래고 있을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늦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약속 시간에는 가능한 여유를 둘 필요가 있다 생각하는 콜린이었다.

그는 한나에게 인사말을 건네고서 현관을 나섰다.

집 안에서도 느낀 것이었지만, 역시 하늘이 맑았다.

─오늘은, 드디어 옆 길드와의 친선전이 있는 날이었다.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 대 쳐맞기 전까지는.

마이크 타이슨의 아주 유명한 명언 중 하나다.

사람 일이라는 것이 한 치 앞도 모르다보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격을맞고, 더 나아가 그게 치명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수많은 군대가 러시아로 향했을 때도 가장  난적이었던 것은 러시아군이 아니라 동장군(冬將軍)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으으…….”

불그스름한 머리칼의 소년, 콜린 역시 그런 ‘계획을 박살내는  방’을 맞고 골골대는 중이었다.

그 통한의 일격을 날린 범인이 누구인가 하면, 그 이름은 ‘비포장도로’라고 한다.

이는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기억에 남아있는 탈것이라곤 현대의 안락한 그것들뿐인 콜린에게 조악한 마차는 그야말로 흉기나 다름없었다.

“괜찮아?”
“네, 일단 살아는 있어요…….”

마차는 목적지에 멈춰섰다. 그리고 마차에서 내리려던 체셔는 걱정하는 표정으로콜린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나마 영주가 탄 마차였는데도 이 꼴이었다. 길드전에 들어가면 10분은 버틸  있을까 걱정하고 있던 콜린이었는데 설마 이런 곳에서 복병을 만날 줄이야.

콜린은 비틀거리며 겨우 마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만약 같은 마차에 탔던 마치가 손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분명 바닥에 철퍼덕 넘어졌으리라.

“여기서 게임을 하는 건가요?”
“그래요. 항상 여기서 했거든요.”

아직도 욱신거리는 엉덩이를 조심스레 문지르며 묻자 마치는 생글생글 웃으며 답했다.

“어쩐지 즐거워 보이시네요. 전에 영주님이 시켜서 훈련 도우러 오셨을 땐 엄청 귀찮아하는 것 같았는데.”
“아, 그건 말이죠…….”
“마치, 조용.”

콜린은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의문이 들어 질문했다. 하지만 대답하려는 마치를 체셔가 막아세웠다. 미간을 찌푸린  보면 그에게 그다지 들려주고 싶지 않은 내용인 모양이다.

솔직히 궁금하긴 했으나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취미는 없었으므로 일단 넘어가기로 한 콜린이었다.

“콜린. 마차는 처음 타보는 거지? 어땠어?”
“끔찍했어요. 제가 조금만  어렸으면  참고 영주님 무릎 위에 올라갔겠다 싶을 정도로.”
“그, 그래…?”

이내 다른 마차에서 레니가 내려 그에게로 다가오더니 안부를 물었다.

생각해보니 저 푹신푹신한 보라색 털덩이는 몹시 훌륭한 방석이 아닐까. 콜린이 그를 힐끗 바라보니 체셔는 소름이라도 끼쳤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선배님은 마차가 절벽에서 굴러도엉덩이가 안 아프잖습니까. 이 고통을 이해할 수는 있어요?”

그 뒤에서 통증을 호소하며 따라붙는 것이 시안이었다. 그러다가 콜린과 눈이 마주치자 살포시 눈웃음을 짓는 그녀였다.

어째 다시금 몸을 겹친 이후로 콜린을 마주할 때면 길들여진 강아지 같은 분위기였다.

‘아무렴 좋은 게 좋은 건가…?’

뒤늦게나마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려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말로 새삼스러운 일이었으므로 그냥 넘어가기로 한 콜린이었다.

“그나저나  다들 여기 모여 있는 건가요?”

그러다가 궁금증이 하나 떠올라 콜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작은 각자 진영에서 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래도 서로 인사 정도는 해야지.”

이내 레니로부터 답이 돌아온다.

‘요컨대 축구로 치면 중앙에 일렬로 서서 인사하는 느낌인가.’

확실히 상대 길드는 근처 영지를 거점으로 삼고 있기도 하고, 이 시합도 매년 펼쳐진다는 모양이니 예의는 중요한 요소일 테다.

자세히 보면 저쪽에도 사람들이 하나둘 도착하고 있었다.

이내 저편의 몇 사람이 콜린 쪽으로 유유히 걸어왔다.

“아, 체셔.오랜만이야.”
“아라크네 양!”

제일 앞에 서있던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비단 같은 검은 머리칼을 높은 곳에서 틀어올린 여성이었다. 그녀를 보더니 체셔는 마찬가지로 손을 들어 밝게 웃었다.

분위기를 보아선 아마 저쪽의 길드장이리라.

“그쪽이 이번에만 참가하기로 한 아이야?”
“앗, 네. 콜린이라고 합니다.”
“그래. 저번에 참가한 한나 양의 동생이라고 들었어. 오늘은  부탁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을 때는 눈매 때문에 조금 날카로워 보였는데 저렇게 미소를 지으니 훨씬 인상이 풀어진다. 아마 조직의 장으로서도  좋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쪽에도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애가 있는데…….”

그러다가 아라크네는 자기 옆을 돌아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당장이라도 ‘분명 여기 있었는데’라고 말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말이 채 튀어나오기도 전에 모두가 이변을 감지하고서 어느 쪽을 바라보았다. 그 자리에는 미간을 찌푸린 레니가 서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그리고 바로 앞에는 연갈색 머리칼의 여성이 레니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보다는 조금 더 어두운 빛깔이었다.

“당신이 레니야? 레니 테세오?”
“일단은 그런데.”

조금 앳된 얼굴에 키도 레니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은 그녀였으나 풍기는 분위기는 결코 밀리는  보이지 않았다. 레니가 잘 훈련된 군견이라면 그녀는 마치 사나운 야생의 들개였다.

“그래서 이러는 이유가 있을  아닌가?”
“뭐, 그 명문가에서 도망친 얼간이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다들 저리 떠받드는지 구경이나…….”
“안젤리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야말로 시비를 거는 듯한 언동에 아라크네가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달려가 뒷덜미를 붙잡았다.

“놓아주세요, 길드장!”
“안 되겠다. 얘들아, 안젤리나는 미리 시작 지점에 보내놓으렴!”

저항하는 그녀─안젤리나였지만 이내 다가온 병사들에게 이끌려 저 멀리 사라지고야 만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 한숨을 내쉬고서 아라크네는 고개를 숙였다.

“정말 미안해!얘가 첫 실전이라서 너무 신이 났나봐.”
“아뇨. 괜찮습니다. 좋은 권능을 갖고 있나 보죠?”
“그래… 아마 조금만  가다듬으면 우리 길드 에이스가 될 거야. 성격이 문제지만…….”
“저도 어릴 적에는 제가 제일 잘난 줄 알았으니까요. 시간이 해결해줄 겁니다.”

연신 사과해대는 아라크네에게 레니는 멋쩍게 쓴웃음을 짓고는 답했다. 자기도 예전에는 저런 시절이 있었다며 회상하려는 것일까.

‘그나저나 명문가라니…….’

그러나 콜린은 잠시 다른생각에 빠졌다. 그러고 보면 레니의 과거 역시 콜린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저 안젤리나라는 여자가 ‘도망쳤다’라고 표현하는 걸 보면 좋은 일은 아니었으리라. 적어도 그녀 쪽에서 말해오기 전에 파헤치는 건 관두는  좋을 것 같았다.

“레니 씨, 정말 괜찮으세요?”
“뭐, 저 정도로 직설적인 도발이면 그다지 화도 안 나.”

이내 서로 인사를 나누다 각자의 진영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콜린은 물었다. 레니는 피식 웃으며 답해왔다.

“그리고 저런 혈기왕성한 애가 우리 중에서 가장 쓰러뜨려야  적으로 찍을 만큼은 평가받고 있다는 소리잖아?”
“선배님. 누가 봐도 우리 에이스는 선배니까당연하잖습니까.”

그 뒤에 한숨을 내쉬는 시안이었다.

“저기, 시안? 일단 길드장은 나인데!”
“영주님은 선배랑 싸워서 이길 자신 있으세요?”
“그야 아무리 나라도 그건 무리지.”

일부러 조금 과장스럽게 불만을 토하는 체셔였으나 시안이 되묻자 킥킥대며 물러난다.

“…응?”

그렇게 걸어가던 중 콜린은 시야를 가리며 튀어나온 무언가에 깜짝 놀라 흠칫 물러났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무언가 적혀있는 종이였다. 끝이 두루마리처럼 말린 종이가 공중에 둥둥 떠있었다.

대체 이게 무엇인지 물어보려고 주위를 돌아본 찰나, 다른 사람들의 앞에도 그것이 있는 걸 보고 콜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렇지. 콜린 너는 근원적 계약이 처음이었지?”

다들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와중 콜린만이 그런 반응을 보이자 레니는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말을 해왔다.

‘분명히 권능을 가진 사람이 제안할 수 있다는 계약이었지…?’

그리고 상호간 동의하에 이뤄진 계약은 그것이 가능하다면 반드시 수행된다. 분명 그런 시스템이었을 테다.

“길드전 규칙은 이전에 하던 거랑 똑같을 테지만, 너는 규칙도 파악할  한 번 쭉 읽어보는 게 좋겠네.”

확실히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어서 콜린은 그 종이의 내용을 훑어보았다. 자고로 계약서는 도장 찍기 전에 꼼꼼히 봐야하는 법이었다.

다만 레니가 말했듯 크게 중요해 보이는 규칙까지는 없었다. 그냥 게임을 위해 상식적인 선에서 이런저런 조항을 달아놓았을 뿐이었다.

승리 조건은 두 가지. 특정 구역에 있는 상대의 보옥을 파괴하거나, 1시간  생존자의 점수 총합이 높은 쪽이 승리한다.

참가자의 탈락 조건도 있었다.

- 상대의 무기가 진검이라 가정했을 때 치명상을 입었다고 심판이 판단하는 경우. 단, 규격에 맞는 검을 사용한 공격만을 인정.


- 본인이 탈락할 의사를 구두로 표명하는 경우.

- 게임을 속행할 수 없다고 심판이 판단하는 경우.

- 탈락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하는 경우.


- 그  기타 요소로 심판이 해당 참가자의 실격이 필요하다 판단하는 경우.

‘게임 속행이 불가능한 것과 탈락 의사를 표현할  없는 상태가 따로 있는 건, 입이 막혀서 항복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일까.’

그것 말고는 탈락자 개입 금지  탈락자를 향한 공격 금지 같은 문자 그대로 당연한 조항들이었다.

아군 보옥 구역에는 ‘킹’으로 지정된  사람만 들어갈  있다는 규칙은 이전에 레니에게 들은 대로였고 말이다.

다만 조금 특이한 조항이 한 가지 있다면…….

“체셔 캣은 권능으로 모습을 감춘  보옥 구역에 들어올  없다… 이건?”
“내 능력은 마음대로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거잖아?”
“하긴 너무 사기네요.”
“꼭 그렇지도 않지만 말야.”

체셔는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은 내 권능은 투명해지는 게 아니라 완전히 사라지는 거니까.”

즉, 눈과 귀를 감춘 상태에서는 역시 바깥 상황을 알 없다는 소리였다.

‘그러고 보면 책에서도 체셔 고양이는 귀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소리를 못 듣는다는 묘사가 있었지.’

“물론 보옥이 어디 있는지 거리를 미리 계산해두고 움직이면 되니까 아예 금지시켜버린 거야.”

이야기를 들어보니 발동 속도는 조절이 가능하지만 한 번 사라지거나 나타나기 시작하면 도중에 취소는 안 된다거나,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나면 1-2분 정도는 다시 사라질  없다거나 하는 단점이 있다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사용하기에 따라 충분히 사기라는 건 여전했지만 말이다. 상대도 그걸 알고 있으니 제약을 걸어둔 거겠지.

“…그나저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제가 낄  있는 판이 아닌 거 같은데요?”

사실 이건 그냥 괴수대전이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혹이 스쳐지나가는 콜린이었다.

“괜찮아. 저쪽에서 제대로된 권능을 가진 건 아라크네 님뿐이니까.”
“그래. 선배님 같은 괴물은 만날 일 없으니 안심해.”
"괴물이라니."

그러나 레니와 시안은 그를 안도시키려는 듯 말해왔다.

“그래도 그 여자는 뭔가 있지 않을까요?”
“마치, 그 여자라니?”
“레니한테 시비 걸었던 안젤리나라는 아이 말이에요.”

그러던 중 마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체셔가 되물으니 안젤리나의 이름을 꺼내는 그녀였다.

 말을 듣고서 콜린은 체셔를 흘끔 바라보았다.

“영주님은 알고 계시죠?”

이전에 자신이 이쪽 세계 사람이 아니라는  알아챘던 체셔였다. 단순히 신출귀몰하게 나타나는 것 외에 다른 힘을 갖고 있는  틀림없었다.

“암. 그렇지. 체셔 고양이는 길잡이니까.”

그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체셔는 살짝 으스대는 체를 했다.

“걔가 가진 건 조금 옛날 기반의 권능이라 자세히는 파악할 수 없지만.”

체셔는 그렇게 서두를 잠시 늘어놓더니 말을 이었다.

“정체는 체네렌톨라.말과 마차를 소환하는 권능인  같아.”
“…설마 다짜고짜 들이받으려고 하진 않겠죠?”

체네렌톨라. 영어 판본에서의 이름, 그리고 콜린에게 가장 친숙한 이름으로는 신데렐라.

콜린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미지는 우아한 호박 마차가 전부였지만, 당연히 어릴 적에 신데렐라 동화를 들으며 자라지 않았을 시안 입장에선 전차병이라도 떠올린 것인지 표정이 굳었다.

“의도적으로 심한 상해를 입히면 실격이니까 아무렴 그러지야 않겠지.”

그녀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는 레니였다. 그러고는 시안의 어깨를 톡톡 두들긴다.

“아무튼 콜린 잘 지켜줘라.”

미리 이야기를 나누었던 전략에 따르면 콜린은 시안과 2인조를 이루기로 했다. 그렇기에 레니는 그녀에게 콜린의 안전을 맡긴 것이었다.

“…걸려있는 기대가 너무 큰 거 같은데요.”
“아무렴 남자애를 말로 치어버리려고 하겠냐. 어지간해선 괜찮을 거다.”
“아니, 자기 잘난 줄 알고 나대는 녀석이잖습니까?! 광년이 상대는 엄청 자신 없는데요!”

간단한 호위만을 생각하고 있다가 졸지에 말 타고 돌진하는 바보를 상대해야  가능성이 생겨난 탓에 시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럼 네가 못하는 걸 밑에 애들한테 맡기면 잘  거 같냐?”
“아니, 그, 그건…….”

그러나 금세 불평도 못하고 침묵에 잠기고야 마는 시안이었다.

“시안 씨, 믿고 있을게요.”
“…응. 나만 믿어.”

…어쩐지 말하면서도 얼척이 없다는 표정의시안이었지만, 콜린은 무시하기로 결심했다.

하늘 위에는 마치 홀로그램처럼 커다란 글자들이 떠올라 있었다. 그 중에서 제일 커다란 것은 대략 10분을 남긴 타이머였다.

앞으로 10분. 정말로 길드전이 시작된다.

콜린은 기대와 불안으로 쿵쿵 뛰기 시작하는 가슴의 고동을 어떻게든 억누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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