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15 아라크노포비아(3)
마차가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
콜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차가 불편하기 때문에?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숲을 이 속도로 달리는데도 전혀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저기, 일단 상황 설명 좀 해주실래요?”
그저 이 마차에 올라탄 게 본인의 의사가 아니었던 탓이다. 마차의 주인, 안젤리나는 콜린을 붙잡아서 강제로 마차에 태웠다. 요컨대 납치였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는데 하필이면 물을 마시는 순간이었기에 옷이 온통 젖어버렸다.
콜린은 자신을이 꼴로 만든 안젤리나를 노려보았다.
“…뭐하는 짓인가요?”
그러나 그녀는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허벅지 위에 턱 손을 올렸다. 느닷없는 그 손길에 콜린은 더욱 항의의 시선을 보내며 그녀의 손목을붙잡아 치웠다.
“너, 지금 나한테 저항할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하냐?”
“저는 당장이라도 항복을 선언할 수 있는데요?”
항복을 선언한 탈락자를 대상으로 위해를 끼칠 수 없다. 선언하지 못하도록 입을 막는 것도 규칙상 불가능했다.
“그래? 뭐 하지도 못하고 탈락해서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으면 그래도 되는데?”
“…….”
‘이런 수작에 넘어갈 바보가 어디 있다고?’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서 표정이 풀어졌다. 그러나 그걸 콜린이 걱정하고 있다 판단한 건지 안젤리나는 씨익 웃으며 자랑스럽게 떠벌린다.
“사실 레니 그 여자 때문에 널 잡아온 거거든. 그런데 자기 때문에 네가 탈락했다고 들으면 참 슬퍼하겠지?”
‘…진짜 그냥 등신인 건가?’
그야말로 에로망가에 나오는 멍청한 히로인이나 속아넘어갈 법한 협박이었다. 아니, 하다못해 만화에서도 이런 멍청이는 잘 안 나온다.
그나마 개연성이 박살난 NTR 장르에서 ‘남친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면 얌전히 있어라’라는 식으로 가끔 나올 뿐이다.
“아뇨. 그냥 항복할 건데요?”
“어?”
솔직히 말하자면 안젤리나도 외모는 나쁘지 않았다. 한 번쯤은 관계를 맺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였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런 머저리 같은 협박에 넘어가는 건 지성인으로서 수치스러운일이었다.
더욱이 레니에게 돌격했다가 된통 당하고 자신에게 분풀이, 내지는 인질로 삼아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눈에 보였기에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차피 저는 항복하면 끝인데 왜 당신 말을 따라야 하죠?”
“아니, 그러니까…….”
콜린의 이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짓는 안젤리나였다.
섹스를 만화로 배우고 자빠지셨느냐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콜린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이 세계의 주민인 그녀가 알아들을 리가 없는 비난이었다.
“정 바라는 게 있으시면 그 대신 내기를 하는 건 어떨까요?”
다만 이런 멍청하고 욕망 가득한 그녀는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콜린은 화제를 돌렸다.
“만약 이 경기에서 당신 길드가 이기면 뭐든지 소원 하나 들어드리는 걸로.”
“어? 그, 그래?”
“대신 저희가 이기면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그래! 그럼 당장 계약하자고.”
이게 웬 떡이나 싶어 냉큼 제안을 받아들이는 안젤리나를 보며 콜린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상하다. 분명 멀쩡한 여자는 많은데 왜 나한테는 하반신으로 생각하는 사람만 엮이는 거지?’
정말로 그에게 이런 인간만 엮이는 건지, 아니면 세상천지가 말세인 건지 의문이었다.
“대신 24시간 이내로 끝낼 수 있는 걸로 제한하죠. 평생 노예가 되라거나 하면 곤란하니.”
“그… 당연한 거 아니냐.”
‘…원래는그럴 작정이었군.’
제한을 안 걸어뒀으면 큰일이 났겠다 생각하고 있으니 눈앞에 펄럭 하고 종이가 한 장 나타났다. 길드전을 시작할 때도 봤던 것과 비슷한 계약서였다.
‘어디 보자. 딱히독소조항 같은 것도 없고…….’
이내 콜린이 계약서에 손을 뻗자 파스스 바스러지며 빛이 되어 흩어진다. 근원적 계약의 성사를 알리는 표시였다.
‘어이구.아주 신이 나셨구만.’
그러고서 곁을 돌아보니안젤리나는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어차피 그녀가 콜린에게 빌 소원이야 뻔했다.
그와 섹스를 하거나, 혹은 여전히 레니를 엿먹이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다면 그녀 앞에서 하거나… 뭐, 그런 정도일 테다.
“자, 그러면 계약도 했으니 이만 저는 내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던 것은 바로 직후였다. 콜린의 시야가 뒤집혔다.
마차가 기울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나 그런 것 치고는 아주 부드럽게 지면에 착지한 콜린이었다.
자세히 보니 몸에 무언가 실 같은 게 휘감겨 있었다.
“안젤리나. 너 무슨 짓을 한 거니?!”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돌려보면 이전에 봤던 여성이 서있었다. 검은 머리칼을 높은 곳에서 틀어올린 그녀, 상대편 길드장 아라크네가 인상을 찌푸린 채 콜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콜린 뒤쪽에 엎어져 있는 안젤리나를 바라보았으리라. 아마도 마차를 뒤엎은 것은 아라크네였던 모양이다. 실을 뻗어 콜린을 받아준 반면 안젤리나는 자빠지게 내버려둔 듯 했다.
“기, 길드장님…….”
“지금 우리가 전쟁하는 줄 알아?! 서로 교류하는 장소에서 그런 계약을 하면 어떻게 해!”
“아니, 그렇지만 계약 이야기는 이 애가 먼저…….”
“그거야 네가 먼저 협박을하니까 그나마 빠져나갈 방도를 찾은 거잖니!”
아무래도 그녀는 조금 전 계약 상황을 알아채고 급히 안젤리나를 잡아챈 것 같았다.
순간 어떻게 알아차린 건지 의문을 품었던 콜린이었으나 이내 주변 여기저기에 실이 깔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정보수집을위해 여기 말고도 숲 군데군데 깔아둔 거겠지.’
이전에 레니에게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아라크네라는 이름답게 실을 다루는 권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어휴… 그러니까, 콜린이라고 했지? 미안해. 우리 길드원이 심한 짓을 해서…….”
한참 안젤리나에게 화를 내다가 아라크네는 콜린 쪽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안젤리나가 했던 말이 설령 되도 않는 헛소리였다 해도 그녀의 의도가 협박이었던 건 분명했다.
그나마 콜린이 말을 돌려서 ‘승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내기’라는 형태로 완화되긴 했지만, 만약 안젤리나가 승리한다면 어떤 소원을 빌 것인지는 아주 뻔했다.
두 조직 간의 친선경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탓에 콜린이 범해진다? 체셔를 비롯한 부점 길드와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다대했다.
조직의 장으로서 결코 두고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책임지고 계약은 파기시키도록 할게.”
아라크네는 콜린이 그 계약을 제안한 것도 협박에 넘어간 탓이라 여기는 듯 했다. 기세를 보면 안젤리나를 쥐어패서라도 계약을 취소시킬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니 이 사람은 내가 잡히자마자 개입한 게 아니었지.’
이내 콜린은 그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상황을 파악한 건 그들의 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안젤리나의 그 멍청하기 그지없는 협박을 듣지못했을 수도 있다. 그럼 안젤리나가 그에게 정말로 위협적인 협박을 했다 여기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아니면 내가 정말 거기 속을 정도로 허술하다 생각하고 있거나.’
어느 쪽이건 아라크네가 그를 피해자라고 보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실제로도 충분히 피해자가 맞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아뇨. 계약은 물러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다만 그녀가 착각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콜린은 정말 자의로 내기를 제안했다는 것이었다.
안젤리나가 전투력은 강할지언정 다혈질에 나사가 한둘 쯤 빠져있는 여자라는 걸 알아챘기에 그녀를 이용할 수 있다 여겼을 뿐이었다.
“…뭐?”
그러나 아라크네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이었다. 이기면 다행이지만 자칫해서 졌다간 범해질 게 뻔한 계약이었다.
안젤리나가 뭇 남성의 마음을 잡아끄는 절세미녀도 아닌데, 대체 뭐가 좋아서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단 말인가.
“혹시 이런 상황이면 일부러 져줄거라고 생각하니? 그럴 수는 없어.”
그러다 한 가지가설을 떠올리고서 아라크네는 입을 떼었다.
“이 게임은 제후님까지도 엮여있거든. 심판도 그쪽에서 보내온 거고.”
요컨대 엮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숭부조작은 꿈도 꾸지 말라는 소리였다.
그러나 콜린은 빙긋 웃을 뿐이었다.
“정말로 괜찮아요. 저는 다른 사람들을 믿고 있으니까.”
이길 자신이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아라크네가 보기에 그것은 만용에 불과했다.
아라크네는 흘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점수판은 그녀의 길드가 14점을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 애 하나 때문에 괜히 마음고생 할 필요 없는데…….”
14점 정도면 역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저 소년이 홀로 뒤집을 수 있는 격차도 아니었다.
정말로 콜린이 방금 말했듯이 팀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문자 그대로 게임이 끝날 때까지 마음을 졸이고 있어야 하리라.
“정 미안하시면 제가 이겼을 때 길드장님도 소원을 하나 들어주시면 어때요?”
“…하아. 그래. 나는 분명히 말렸다?”
하지만 자기가 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 모습이었기에 결국 아라크네는 체념했다. 안 그래도 승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기가 받을 보수를 더 늘린다는 건 봐주지 말고 전력으로 나오라는 소리이지 않은가.
부점 길드가 이길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 소년의 태도는, 그야말로 철이 덜 든 아이의 것이었다. 나이에 비해 아직 현실의 쓰라림을 경험하지 못한 게 틀림없었다.
‘어쩔 수 없지.’
아라크네는 그가 요구한 대로 계약서를 들이밀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철없는 남자아이에겐 쓴맛을 한 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아, 고마워요, 길드장님! 진짜 해주실 줄은 몰랐는데!”
콜린은 자기가 말한 대로 이루어지자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이내 그는 저 멀리서 둥실둥실 날아오는 책을 집어들었다. 안젤리나에게 붙잡힌 탓에 떨어뜨린 게 이제야 돌아온 것이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그리고선 떠나가는 소년을 두 여자는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라크네는 미간을 찌푸린 채였다.
“…안젤리나.”
“말리지 말아주세요. 이제 진짜 전력으로 할 테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거기 빨간 선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그러다 발걸음을 옮기려는 안젤리나를 지적했다. 저 선 너머는 보옥 구역이었다. 이 길드에서 거기 들어가는 게 허가되는 건 아라크네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네가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으면 괜한 소원은 빌지 말고.”
“……네. 알겠어요.”
겨우쥐어짜내듯 말을 내뱉고 자리를 뜨는 안젤리나였다. 그 모습에 아라크네는 이마를 짚고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구만?’
남정네 하나 때문에 한참잘 지내고 있던 옆 영지랑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치정 문제가 전쟁으로 번지는 일은 종종 있었다지만 그것도 높은 사람들끼리의 이야기지 병졸 하나 때문에 이런 일을겪어야 한단 말인가.
나름 재능이 보이기에 한 번 실전 경험도 해보라고 데려온 녀석이었는데…….
‘그런데 실전 데뷔 하루 만에 사고를 쳐…?’
아라크네는 그냥 레니 테세오에게 시비를 걸었을 때부터 인성이 덜 되었다 여기고 그녀를 돌려보내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었다.
“젠장,될 대로 되라지.”
아라크네는 짜증이 몰려와 바닥에 풀썩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그냥 나중에 안젤리나를 때려패서라도 이상한 소원은 빌지 않도록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길드장의 비애가 아닐 수 없었다.
‘그나저나…….’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은 떠나기 직전 콜린이라는 그 소년이 지었던 표정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그 눈빛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길드원들이 잘 해줄 거라 맹신하는 자신감이라기보단 마치──.
‘…기분탓이겠지.’
경험에서 우러난 직감이 무언가 말하려는 듯 했지만 아라크네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
“콜린?!”
숲 속을 거닐던 시안이 붉은 머리칼의 소년을 발견한 것은 정말로 우연이었다.
“아, 시안 씨.”
그 안젤리나라는 여자에게 잡혀간 게 몇 분 전의 일이었다. 그렇게 됐으니 콜린은 머지않아 탈락할 거라 여기고 시안은 홀로 숲을 돌아다니던 차였다.
“무슨 일이야?”
“조금 복잡한데요… 아, 좀 움직이면서 이야기해도 괜찮죠?”
이내 콜린은 시안에게 자신이 겪은 일들을 간단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계약서를 꺼내어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계약자 본인은 계약이 완수되기 전까지 얼마든지 계약서를 꺼내어 볼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짜 그런 계약을 했단 말이야?!”
“이쪽은 소원 하나, 저쪽은 두 개. 엄청 이득이죠?”
“아니, 그게 아니라!”
이야기를 들은 시안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부정적인 의미로 말이다.
흘끔 하늘 위에 떠오른 글자들을 쳐다보았다. 어쩐지 갑자기 아군 탈락자가 늘기 시작했다 생각했더니 그 안젤리나라는 여자가 날뛰고 있는 모양이었다. 인성은 어찌 됐든 확실히 실력은 있는 듯 했다.
만약 콜린이 안젤리나의 실력을 알지 못했다 가정해도 그건 여전히 어리석은 짓이었다. 콜린이 붙잡힌 순간부터 이미 저쪽의 점수가 더 높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이 게임은 단순한 구기 종목과는 다르다. 골이 먹혀도 이후 상황에 큰 영향은 없다.
물론 팀의 사기라든가 흐름, 플레이 전략의 변화 등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골이 먹힐 때마다 팀원이 한 명씩 줄어드는 수준까지는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렇다. 점수의 차이는 곧 팀원 수의 차이가 된다. 역전 불가능, 필패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지고 있는 팀이 더욱 불리해진다는 건 명확했다.
그렇기에 시안은 콜린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 불리한 게임을 제안한 건 상황을 타파할 유일한 수단이어서 그렇다 쳐도, 아라크네가 계약을 파기하게 해주겠다고 했을 때는 냉큼 받아먹어야 했을 정도로 불리한 계약이었다.
“……아.”
그러다 시안은 무언가 떠올리고 눈썹을 씰룩였다.
“설마 애초부터 이길 생각이 없었던 거야?”
생각해보면 상대는 그 콜린이었다. 시안이 진이 빠져 애원할 때까지 그녀를 범하던 소년이었다.
애초부터 안젤리나와 몸을 겹칠 계기만이 필요했을 뿐, 게임의 승패는 신경 쓰지 않는다면 말이 되었다.
“아뇨. 기왕 하는 거 이겨야죠?”
그러나 콜린은 그녀의 추측을 일축했다.
“그리고 점수 차이는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뭐?”
시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의 티 없이 맑은 소년의 웃음과는 전혀 달랐다.
마치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약간이나마 광기조차 느껴질 정도의 미소.
이전에 시안은 그 표정을 본 적이 있었다. 시안이 그의 희롱에 쾌락에 포로가 되던 날. 콜린은 그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안은 확신했다. 그는 이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어려운 난관일수록 더욱 불타오르는 전사에 가까웠다.
“어차피 보옥만 깨부수면 우리가 이기는 거잖아요?”
그것은 먹이를 노리는 뱀의 눈빛이었고, 장난스럽게 타인의 심리를 주물러대는 소악마의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