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22 낙하(1)
뭔가 묘한 기분을 느끼며 콜린은 잠에서 깨어났다. 창밖에서는 따스한 아침 햇살이 새어들고 있었다.
"츄읍… 아, 콜린… 일어났어?"
근질근질한 감각에 눈을 비비고 시선을 옮기니, 한나와 눈이 마주쳤다. 눈웃음을 지으며 아침인사를 해오는 그녀였다.
…그녀가 콜린의 페니스를 입에 물고 있지만 않았더라면 일상적인 풍경이었을 것이다.
"윽……."
아침부터 그러고 있는 누이의 모습에 순간 어처구니가 없던 콜린이었으나 이내 치고 올라온 사정감에 신음성을 흘렸다.
콜린은 무심코 그녀의 머리를 잡아 억눌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나의 입에 정액이 왈칵 쏟아진다.
조금은 놀랄 만도 한데 한나는 눈썹을 살짝 씰룩였을 뿐 담담히 페니스를 목구멍까지 집어넣은 채 꿀꺽꿀꺽 정액을 마셔갔다.
"푸하아… 어제 그렇게 했는데 대체 왜 이렇게 건강한 거야……."
그렇게 약간 시간이 지나서야 콜린의 손을 벗어날 수 있었던 한나는 입을 떼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면서도 입에 정액이 남아있는 게 신경쓰이는지 혀로 꼼꼼히 훑어내는 듯 했다.
"아침부터 자지를 빠는 누나가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아니, 아침에 일어났는데 네가 자면서 엄청 빳빳하게 세워놓고 있으니까……."
말을 어물거리며 눈을 피하는 한나였다.
'아마 단순히 내 걸 보고 흥분해서 그런 건 아닐 텐데.'
이곳 사람들의 가치관에 남녀가 바뀌어 있다는 걸 감안하면, 자기가 흥분했을 때는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니라 일단 박고 보지 않겠는가.
"이런 상태면 일어나자마자 섹스할 거잖아? 그래서 미리 힘을 빼두려고……."
젠장,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콜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동거를 하고 있는 남녀라 그런지 한 번 선을 넘어버리고 나니 무척이나 문란한 생활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집에 있는 때는 거의 항상 몸을 섞고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물론 먼저 나가떨어진 건 한나 쪽이었다. 이상하리만치 섹스할 때만 발휘되던 콜린의 체력 탓이었다.
어제만 해도 낮에 마치와 그렇게나 했으면서, 또 늦게 집에 돌아온 한나가 거의 실신할 때까지 박아대었다.
콜린 본인도 자기한테 정말 서큐버스의 피라도 흐르는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 온갖 신화적 존재가 있다는 세상이니 그렇지 않다는 보장도 없잖은가.
'아니, 여기서는 인큐버스라고 해야 하나?'
그러다가도 문득 그런 실없는 생각을 떠올리곤 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본인도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끓어오르는 성욕을 거의 전부 받아내야 하는 한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고역이 따로 없었다.
그냥 고통스러운 일이었으면 모르겠는데 이건 그저 미칠 정도의 쾌락이 쏟아지는 거라서 그녀의 신체는 매번 좋다고 받아들여버리니 더욱 힘들었다.
뒤이어 한나는 침대에 풀썩 쓰러졌다. 콜린이 그녀를 밀치고서 올라탄 것이다.
부풀어오른 페니스의 열기가 맞닿은 복부를 통해 전해져왔다.
고작 한 번 정도로 그 콜린이 식을 리가 없었을 뿐더러, 잔뜩 박히는 게 무서워서 그를 애무해대는 모습은 오히려 더욱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아아…♥"
그녀의 저항은 정말로 무의미한 짓이었다. 그런 절망적인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이 원망스러운 몸뚱이는 곧 다가올 쾌락을 기대하며 욱신거리고야 마는 것이었다.
×
"아……."
콜린은 소파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나는 여느 때와 같이 사냥을 나갔기에 지금 집에는 그 혼자뿐이었다.
너무 해댄 탓인지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던 한나였지만, 현관을 나설 때에는 그래도 멀쩡히 걷고 있었으니 괜찮을 거다.
아무리 그녀가 바보라도 자기 몸상태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리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콜린은 알고 있었다.
여하튼 어찌 되었건 간에 콜린은 지금 혼자였고, 또 몹시 지루해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 뭐하고 지냈더라…….'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한동안 길드전 때문에 훈련을 받아서 그렇지 원래는 뒷산에서 약초를 캐고 있을 시간이라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지금 그다지 약초를 캐고픈 마음이 없었다. 일단 확실하게 정희원의 취향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럼 전생의 기억이 돌아오기 전 콜린은 어떠하였느냐 묻는다면, 사실 이쪽도 딱히 좋아서 하고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냥 푼돈이나 좀 벌어보려고 했던 것이고, 만약 더 편한 일이 있었다면 그쪽을 택했으리라.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시안에게서 뜯어낸 돈이 있으니 굳이 약초를 캐야 하는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검술 훈련이나 더 받을까?'
그러다가 생각난 게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길드전은 끝났고 레니랑 풀어야 할 문제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최소한 자기 몸을 지킬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찾아온다는 감찰관 때문이었다.
물론 이야기가 문제없이 끝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마치가 그렇게 스트레스를받고 있던 것 아닌가.
결국에는 길드의 명운을 건 게임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소문에 따르면 그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건 여덟 명. 콜린은거기에 낄 작정이었다.
물론 콜린의 전투력은 몹시 낮다. 감찰관이 요구하는 그 게임이라는 게 만약 8:8 대련이라도 된다면 그는 문자 그대로 짐짝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저 힘싸움일 리는 없지.'
하지만 결코 그런 내용의 게임은 아닐 거라고 콜린은 확신할 수 있었다. 감찰관이 매번 내세운다는 비밀 유지 조항 탓이다.
만약 감찰관 본인─혹은 그녀의 부하 내지는 협력자─이 엄청난 전투력을 갖고 있고, 승률 100%가 거기서 기인한다면 그걸 숨길 이유가 없다.
제후 대리가 백설을 보내는 목적은 이른바 나대지 말라는 경고, 그리고 권력 유지에 위협이 될 법한 길드의 배제다.
그럼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최강의 전사인 감찰관에 대한 선전을 하는 게 맞다. 그 강자의 존재만으로도 어느 정도 억지력이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러고 있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그녀의 게임은 순전히 전사로서 맞부딪히는 결투라고 보기 힘들다.
어느 정도 전략이 필요할 테고, 따라서 참모 역시 필요하다. 비밀 유지 조항이 있는 이상 참모 역할을 할 사람도 그 8인 안에 포함되어야 했다.
더욱이 콜린은 그 게임에 '지휘관'의 존재가 필요할 거라 짐작하고 있었다.
'8명이라.그러면 저쪽은 뭐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라도 나오는 모양이지?'
한 사람의 지휘관과 일곱 사람의 병사. 그런 식으로 구성된 게임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생각했다.
허나 그게 사실이라고 할지언정 지휘관에게 전투력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훈련을 좀 더 받을 필요가 있다 판단한 것이다.
똑똑.
콜린이 그렇게 결론을 내렸을 즈음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그가 문을 열었을 때, 현관에는 레니가 서있었다.
×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문득 콜린은 생각에 잠겼다.
곁으로 흘끗 시선을 던져보면 거기에는 레니가 서있었다. 아니, 엄밀히는 서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레니는 걷고 있었다. 콜린 역시 그 옆에서 나란히 따라가고 있었다.
명백히 평소와 다른 것은 그녀의 복장이었다. 세련된 셔츠 위에는 검정에 가까운 진남색 조끼를 걸치고 있었다. 검은색 바지까지 더해지니 정장을 연상케 했다.
레니는 그야말로 슬렌더라는 표현에 알맞은 체형이었다. 복장이 아주 어울리면서도 여전히 그 얼굴에서는 여성미를 뽐내고 있었다.
'예뻐. 응, 진짜 예쁘긴 한데……."
외모와 슈트핏 양쪽이 받쳐주다보니 그야말로 당장 화보를 찍어도 될 것만 같았다.
'그걸 왜 지금 입고 있냐고?!'
문제는 그들이 걷고 있는 곳이 노점상이 줄지어진 골목길이었다는 점이다. 우아한 와인글라스보다 시큼한 술이 가득 담긴 오크통이 어울리는 그런 골목길 말이다.
더욱이 그 옆에 있는 콜린도 사실상 평상복에 가까운 복장이니그녀는 더욱 눈에 띄었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면 레니가 콜린의 집을 찾아온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녀가 느닷없이 이런 세련된 복장으로 나타나더니 냉큼 데이트를 신청한 것이었다.
정확히는 어디 놀러 나가자는 식으로 제안한 거였지만 데이트라는 단어만 쓰지 않았을 뿐, 레니가 그럴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데이트라는 것이 이 세계에서도 흔한지는 모른다.
다만 그것이 드문 일이라고 해도 지금껏 콜린이 봐온 레니는 신사적─혹은 숙녀적─인 로맨티스트였으니 충분히 있을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레니는 단순한 로맨티스트가 아니라 완전한 숙맥이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영 거리감을 계산하지 못하는 타입의 바보였다.
그래, 일단 당일에 느닷없이 집에 찾아오는 건 그렇다고 치자.
한나의 친구인 그녀와는 벌써 몇 년이고 알고 지내온 사이였다. 그러니 집에도 자주 드나들었던 레니였고, 거리감이 무뎌지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럴 거면 끝까지 그 거리감을 지켜야지 뭣하러 저런 옷까지 차려입고 나온단 말인가.
그때 레니의 표정은 누가 봐도 기대로 가득 차 있었으니, 추측컨대 레니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최고의 옷을 입고 온 게 분명했다.
옷걸이가 좋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단순히 세련됨을 넘어서 고급짐이 느껴지는 옷이었다.
사실 그것뿐이라고만 하면 또 괜찮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두 가지가 합쳐지니 이만한 가관도 없었다.
그녀에게 맞출 수 있는 옷을 준비하도록 시간을 주든지, 아니면 정말 가벼운 외출이 될 수 있도록 하든지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나마 콜린도 급히 옷장에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단정한 옷을 입고 나오긴 했으나, 레니와 함께 있으니 시종 꼴을 못 벗어난다.
원래 세계의 여자, 이쪽 세계의 남자 마음을 잘 알지는 못하는 콜린이었으나, 아마 상대가 그가 아니었더라면 데이트 신청 단계에서 퇴짜를 먹었을 게 틀림없다.
'심지어 그렇게 입어놓고 정작 데려온 건 이런 골목길이라…….'
주위로 시선을 돌려보면 늘어선 건 술집과 노점들. 콜린의 입장에서야 썩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겠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로맨틱은 쥐뿔도 없다.
아마도 레니가 부하들하고 자주 다니던 곳이 아닐까 싶다. 자기 딴에는 나름 괜찮은 장소로 안내했다고 여기고 있는 거라 생각했더니 이토록 우스울 수가 없었다.
"어때?"
"맛있네요."
“그렇지? 여기가 진짜 맛있거든.”
레니의 물음에 콜린은 꼬지를 오물거리며 답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도 기분이 영 나쁘지는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나 때울 겸 나왔던 거였고, 레니는 나름 재미있기도 했다.
정확하게는 레니의 말이 재밌는 게 아니고, 그녀의 허당짓이 재밌는 거지만 말이다.
"레니 씨, 얼굴에 묻었어요."
그러다가 그녀의 입가에 묻은 양념을 살짝 손가락을 훑는다. 뒤이어 콜린은 그것을 살짝 혀로 핥아먹었다.
흘끗 시선을 돌려보니 레니는 약간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야말로 첫사랑의 풋풋함을 절찬리에 만끽하는 중이었다.
…이런 순수한 사람 성벽이 하필이면 그런 거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콜린이 그녀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준 이유는 단순히 지루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레니는 이른바 NTR, 네토라레라고 하는 성벽의 소유자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과 몸을 겹칠 때 흥분을 느끼는 그녀였다.
솔직히 머리로는 이해해도 전혀 공감할 수가 없는 취향이었지만, 콜린은 그녀를 부정하거나 그 성벽을 치료할 생각도 없었다.
이 세상에서 아직 많은 것을 즐기고 싶었던 콜린이었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구속을 당하는 건 원치 않았다.
그가 자기만 봐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연인이 있다는 사실이 막아줄 것이다. 그러면서도 레니 본인은 콜린에 대해 구속하지 않으리라.
물론 마약 같은 걸 하겠다고 나선다면 아무리 레니라도 그를 말리겠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콜린이 즐기고 싶은 건 여자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레니라는 여자만큼 콜린에게 유용한 존재는 없었다. 거기에 그녀는 미인이기도 하고 예전부터 인간적인 호감은 품고있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저기, 레니 씨."
거기까지 생각하고서 콜린은조심스럽게 레니의 옷소매를 살짝 붙잡았다. 의아해하며 레니가 그를 돌아보면 근처에 있는 건물로 흘끔 시선을 보냈다.
"이제 슬슬 다리가 아파서 그런데 조금만 쉬다 가요."
그 시선의 끝에는 약간 낡은 여관이 하나 있었다.
"아니, 그……."
아주 서툰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그럴까?"
하지만 그 레니 테세오에게는 그것뿐이면 충분했다. 이 유감스럽도록 경험 없는 처자에게는 말이다.
긴장했는지 콜린에게 잡히지 않은 쪽 손은 연신 꼼지락대고 있었고, 귀는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지 오래였다.
"자, 그럼 가요."
"……!"
이내 그가 팔짱까지 껴오자 크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가볍게 몸을 기대니 크게 울리는 그녀의 심장 고동이 전해져왔다.
비교적 차분한 미인상이던 그녀가 이토록 귀엽게 당황하고 있으니 어찌 놀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건물에 들어가 계단을 오를 때까지도 굳어서 뻣뻣한 움직임을 보여주던 레니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콜린은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