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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23 낙하(2) (23/89)



〈 23화 〉23 낙하(2)

결코 좋다고는 할  없는 방이었다. 침대는 낡아 삐걱거렸고, 벽지도 떨어져나간 곳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희미한 곰팡내가 피었다.

그러나 그 퇴폐적인 분위기조차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레니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허리는 펴고 있었으나 몸에 힘이 들어간 것이 한눈에 보였다.

아직 낮이라고 부를 시간대였다. 나무 창문은 닫아두었으나 틈이 있어햇살이 새어들어왔다.

"콜린."

잠시 침묵하다가 레니는 조심스럽게 곁에 앉은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오른손 위에는 콜린의 손이 살포시 겹쳐져 있었다.

시선을 돌린 너머에 있는 것은 그의 붉은 머리칼. 이내 마찬가지로 이쪽을 돌아본 콜린과 눈이 마주쳤다.

보석과도 같은 아름다운 눈동자였다. 약간 어둑한 방에서도 그것만이 빛나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다시 두 사람은 침묵에 잠겼다.

그러나 서로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입술이 겹쳐진다. 부드러운 콜린의 감촉이, 그의 체취가 느껴졌다. 한 차례 떨어져서 서로를 바라본 뒤에 다시금 키스한다.

이번에는 조심스레 혀를 뻗어도 보는 레니였다. 톡. 톡.톡. 천천히 산보하듯 혀가 콜린의 입술을 두들기며 안쪽으로 향했다. 콜린도 그에 호응하여 서로의 혀가 휘감긴다.

다시금 떨어졌을 때, 콜린은 조금 전보다는 숨이 거칠어져 있었다.

물론 레니 본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마치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뒤이어 콜린은 그녀에게서 몸을 돌리는가 싶더니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옷감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레니는 무심코 거기서 시선을 돌리고서 자신도 옷을 벗었다.

"레니 씨."

이번엔 콜린이 그녀를 불렀다. 레니가 옷을 벗고서 그를 바라보니, 콜린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은근히 탄탄해 보이는 몸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눈길을 끈 것은 그의 사타구니에 달린 우람한 물건이었다.

그날 한나와의 섹스 장면을 봤을 때는 뒷모습만을 보았기에, 레니가 실제로 그의 물건을 본 건 처음이었다.

'저런  몸속에 들어간다고…?'

당연하게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남성기라는 것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그랬던 건 물론 아니었다.

부하들은 이따금씩 전 연인은 이만했다느니, 창관에 들어온 신참이 저만했다느니 무용담을 늘어놓곤 했다.

그러니만큼 최소한 지식적 측면에서는 자신이 충분히 알고 있다 여기던 레니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 물건은 레니가 갖고 있던 이미지와 너무 달랐다. 알음알음 전해들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생각했던 규격에서 오차범위를 한참 넘어있었다.

콜린의 페니스는 마치 짐승의 것을 떼온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의 어깨를 붙잡고 침대에 눕힌 것은 그야말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봐도 될 것이다.

"하아, 하아……."

레니는 침을 꿀꺽 삼켰다. 흥분 때문에 호흡은 계속 거칠어져만 갔다.

약간 머뭇거리면서도 팔을 뻗어 그의 양물을 건드려본다.

"……!"

손끝이 닿은 순간 움찔거리는 페니스에 깜짝 놀라며 레니는 손을 뺐다. 그러나 이내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손가락을 휘감듯 페니스를 쥐어보았다.

희미한 맥동이 느껴졌다. 분명 사람 피부의 온도일 텐데도 뜨겁다는 착각이 들었다.

레니는 아래쪽을 힐끔 내려다보며 자신이 쥐고 있는 물건을 살폈다.

조금 전만 해도 충분히 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더욱 부풀고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부드러움이 느껴지던 페니스는 어느새 자신의 강직을 자랑하고 있었다. 레니는 무심코 숨을 들이켰다.

레니는 다시금 시선을 콜린에게로 향했다. 그의 얼굴에서도 희미한 흥분감이 느껴졌다.

분위기 탓인지 그의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그와 하나가 되고 싶었다.

레니는 조심스레 그에게 키스를 했다. 콜린과 혀를 섞으며 자신의 비부로 손을 가져갔다. 그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했다.

"…레니 씨?"
"아니, 그, 잠시만……."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레니의 보지는 젖어오질 않았다. 어쩌면 너무 긴장한 탓일지도 몰랐다.

레니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탓인지 콜린이 의아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왔다.

이 이상 그를 기다리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얼른 아랫도리를 적시려 했지만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잘 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성기능에 이상이 생기진 않았으리라. 평소에 자위할 때만 해도 잘만 나오던 애액이었다.

그래, 콜린과 한나가 몸을 겹치는 모습을 상상했던 그때도…….

"…흐윽."

그 순간 촉촉해진 음부에 그녀의 손가락이미끄러지며 쑥 파고들었다. 조금 놀라서 레니는 약하게 신음을 내뱉었다.

'아니, 나는…….'

이윽고 찾아온 것은 자기혐오였다. 콜린이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 상상으로 이토록 흥분하고 말다니.

"코, 콜린. 넣을게."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콜린과 하나가 된다는 흥분과 콜린을 더 기다리게 두면 곤란하다는 의무감이 뒤섞여 레니는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처음이라 그런지 제대로 된 각도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허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니 어느 순간 이대로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꽃잎에 그의 귀두를 딱 붙이고서 레니는 콜린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페니스의 감촉이, 그리고 자신의 애액이 그것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흐으윽…!"

즈부붑!

콜린이 그녀를 거부하고 있지 않다는  확인한 뒤 레니는 허리를 내렸다. 굵은 그의 양물이 질내로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페니스가 제일 안쪽의 방을 두들기자 레니는 어깨를 흠칫거리며 쾌감에 잠겼다. 삽입만으로도 절정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혼자만 만족하고 끝나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견뎌내었다.

"하아아……."
"레니 씨."

그저 연결된 채로 잠시 그 잔잔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턱끝까지 차오르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콜린에게 입을 맞추려 했을 무렵, 그가 먼저 레니의 이름을 불렀다.

"조금 전에 이상한 생각하셨죠?"
"윽?! 아니, 그, 그러니까… 나는, 그게……."

사랑스럽게 연인의 이름을 부르는 그러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레니는 갑자기 들어온 추궁에 당황의 목소리를 흘렸다.

오히려 이런 반응이 더욱 수상쩍게 보인다는 건 레니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넘길 방법이 차마 떠오르질 않았다.

"혹시 다른 남자 생각이라도……."
"아니야!"

뒤이은 말에 레니는 깜짝 놀라 부정했다.

"그,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외도를 저질렀다는오해를 받는 건 사양하고 싶었던 레니였다.

"너랑 한나랑 섹스하던 모습을……."

…이런  밝히는 것과 바람을 피는 것 중에 뭐가 더 상황을 악화시킬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레니는 긴장하여 다시 침을 삼켰다. 과연 콜린이 그녀에게 보내오는 시선은 경멸일까 혐오일까.

하지만 그것을 파악하기도 전에 콜린은 그녀의 목에 팔을 휘감아 끌어당겼다. 레니는 그의 몸 위에 완전히 겹쳐 엎드린 상태가 되었다.

"맞다. 레니 씨는 변태 같이 그런 걸로 흥분하셨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그러나 귓가에서 곧장 들린 그 목소리는 너무 또렷했다.

매도가 담긴 말이었지만 동시에 가벼운 웃음과 따스함도 스며들어 있었다.

"나, 나는… 하으응?!"
"괜찮아요. 레니 씨. 아무리 그런 변태 같은 성벽을 갖고 있더라도 제가 받아줄게요."

그것은 마치 악마의 목소리와도 같았다. 달콤하게 그녀를 녹아내고 육욕의 호수에 익사시키려는 소악마의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러면서 콜린은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허리를 쳐올렸다. 질내를 헤집으며 드나드는페니스의 감촉에 레니는 신음을 흘렸다.

"하으, 아♥ 콜린…♥"

어느새 레니는 그의 움직임에 맞추어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짜릿짜릿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흘렀다.

"잠깐♥ 으, 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허무하게도 절정에 달하고야 말았다.  사람의 결합부에서 투명한 액체가 왈칵 쏟아졌다.

"레니 씨는 조금 빠르시네요."

여전히 콜린의 몸 위에 엎어져 절정의 여운에 잠겨있었으나 그 순간 다시 콜린은 속삭였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그것이 누군가와의 비교라는걸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슴께를 바늘이 콕콕 찌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궁이 지잉지잉 울리는 것을 느낄  있었다.

"흐응♥ 아아…♥"
"맞다. 레니 씨, 그거 아세요?"

콜린은 천천히 손을 내려 그녀의 양쪽 엉덩이를 감싸쥐었다. 그는 마사지라도 하듯 그것을 부드럽게 주물러대며 말을 이었다.

"오늘 아침. 레니 씨가 찾아오기 전에도 한나 누나랑 엄청나게 했어요."
"……?!"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마치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눈앞에 있는 그가, 얼마  고백하여 연인이 되었던 그가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여자와 몸을 섞고 있었다는 사실은 역시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그녀의 고백을 받아준 이후에도 한나와 몸을 겹쳤다는 의미였다.

 이전의 행위들은 레니의 마음은 쓰라릴지언정─혹은 흥분시킬지언정─ 냉정하게 말하자면 콜린 개인의 사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발언은 명백히 외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레니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했고, 동시에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하고 나서 씻지는 않았단 말이죠."
"아, 흐으♥"
"생각해봐요. 다른 여자한테 들어있었던 물건이 지금 그대로 레니 씨한테 들어와 있는 거라고요?"
"흐으으응♥"

그리고 레니는 결국 다시금 절정하고야 말았다.

"레니 씨, 설마 방금 그걸로 가버린 거예요?"

가벼운 조소가 담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녀를 더욱 수치스럽게 하는 건 조금 전에는 딱히 움직이지도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저 배덕적인 흥분만으로 절정에 이르고 만 것이다.

"엉덩이를 주무른 것만으로 가버릴 정도로 레니  몸이 음란한 건가요? 아니면 제가 누나랑 섹스하는  상상한 걸로 절정하는 변태인가요?"
"하응♥ 아♥ 콜린, 잠깐마안…♥"

콜린은 다시 허리를 쳐올리며 레니를 몰아세웠다. 안쪽을 힘껏 누른 채로 빙글빙글 돌리듯 희롱해온다. 레니는 그저 허덕이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하아, 레니 씨. 이제 저도  거 같아요. 같이 가요."
"아♥ 아아♥ 하앗♥"
"그때까지 조금 정도는 참아주세요."

점차 콜린의 움직임은 속도와 강도를 더해갔다. 서로의 피부가철썩이는 소리가 났다.

"하아아아아앗♥"

그리고 레니는 페니스가 움찔대며 질내에 정액을 털어놓는 감촉과 함께 또다시 절정을 맞이했다. 허리가 멋대로 튀어올랐다.

"하아……."

그녀는 콜린의 위에서 완전히 늘어졌다.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권능으로 신체가 강화된 그녀가 이렇게 쉽게 지칠 리는 없었지만 이건 정신적인 피로에 가까웠다.

"콜린… 하아, 콜린……."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온몸의 근육을 쥐어짜내듯 하여 레니는 입술을 떼었다. 이것만은 말하고 싶었다. 당장 말해야 할 것만 같았다.

"좋아해."

연인이 다른 사람과 몸을 겹쳤던 이야기를 들으며 몇 번이고 절정한 끝에 늘어져 뱉은 사랑의 말. 어떻게 보자면 비참하기도 했고 바보같기도 했다.

"네, 저도요."

하지만 콜린은 그녀를 비난하거나 모욕하지 않고 그저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출 뿐이었다.

×


여관을 나왔을 때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뒤가 아니었다.

행위에 들어간 시간보다도 그저 서로 끌어안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더 길었고, 그 휴식조차도 건강한 레니의 신체였기에 얼마 걸리지 않았다.

"……."

여관에 들어갈 때와 차이점이 있다면레니가 조금은 더 대담해졌다는 것일까. 그녀는 쭈뼛거리면서도 자기가 먼저 콜린의 손을 잡았다.

검을 휘두르는 사람의 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차라리 최근까지 훈련을 했던 콜린의 손이 그나마  거칠 지경이었다.

다만 대담해졌다고는 해도 레니는 레니였고, 그저 손만 잡은 상태로 딱 굳어서는  뻣뻣함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서 은근히 그녀의 손바닥을 꼼지락거리며 간질여보는 콜린이었다.

'진짜 귀엽긴 하네.'

굳이 따지자면 쿨한 미인상인 그녀가 맥을 못 추리는  모습이 하도 귀여운 탓에 장난을 멈출 수가 없었다.

사실레니도 부끄러움에 귀는 붉었지만 영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아."

다만 그 희미한 미소는 여관을 나서는 순간 지워지고 말았다.

"…선배님?"

하필이면 여관 바로 앞을 은발의 여성이 지나가고 있던 중이었던 것이다. 시안이었다. 경비대의 옷을 입고 있지는 않았으나 그 얼굴을 착각할 리는 없었다.

남녀가 손을 잡고 여관에서 나온다. 누구라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연상해낼  있었으리라.

"아니, 이건 그러니까…"
"레니 씨랑 사귀기로 했어요."
"콜린?!"

레니는 당황하며 변명을 하려 했지만 콜린이 그대로 돌직구를 날려버렸다.

콜린 입장에서야 당연한 일이었다. 어차피 변명을 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을 텐데 대체 왜 굳이 머리를 굴려야 하는가.

"뭐… 선배도 여자니까요. 이러다 평생 솔로로 사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오히려 다행이네요."

그리고 시안이라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오히려 그녀는 약간 안쓰럽다는 시선까지 보내오고 있었다. 또 콜린의 마수에 한 사람이 걸려버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마 콜린의 본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사람으로서, 이번엔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콜린은 그녀의 시선을 무시한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러다가도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입을 연다.

"맞다. 시안 씨. 영주님한테 편지 하나만 전달해주실  있나요?"
"어? 갑자기…?"
"급한 건데 까먹고 있었지 뭐에요."

그러더니 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드는 콜린이었다. 시안은 이내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받는다.

"시안, 네가 무슨 일로 남 심부름을  해주냐?"
"아니, 누가 들으면 매번 농땡이나 치는 녀석인  알겠습니다?"
"맞잖아."

그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니였다. 반박하려고 하던 시안이었지만 생각해보니 그다지 할 말이 없었는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잘 부탁할게요. 엄청 중요한 거예요. …자, 그럼 레니 씨. 조금만 더 산책하다가 헤어져요."
"응… 그, 그럴까?"

이내 시안에게 살짝 인사를 넘기고 콜린이 이끄는대로 떠나가는 레니였다.

"포상은 이전 것까지 합쳐서 드릴 테니 내일 아침에 저희 집으로 오세요."
"……!"

그리고 우뚝 서있는 시안을 스쳐지나가며 콜린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는 시안이었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가는 중이었다.

'…나도 진짜 한심하네.'

시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자리에는 고작 남자의 말  마디에 기대로 가슴이 요동치는 그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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