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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화 〉38 사진 세 장(4) (38/89)



〈 38화 〉38 사진 세 장(4)

검게 물든 하늘이 더욱 물들 수 없어 곤란해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하아…♥"

끈적한 신음이 침실에 울려퍼졌다.

뱃속에 꿀렁꿀렁 들어오는 정액의 감촉을 느끼며 안젤리나는 콜린을 끌어안았다.

취기와 충동에 몸을 맡기며 시작된 행위는 한참 이어졌다.

잠시 절정의 여운을 느끼다가 안젤리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허리를 들어올렸다.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페니스가 빠져나왔다.

마개가 사라지자 질내에 차있던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와 그녀의 허벅지를 적셨다.

그 광경을 레니는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아무런 존재감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얼굴을 붉히고 눈물이 약간 고인 채 달뜬 숨을 내쉬고 있던 모습은 당장이라도 괴롭히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었다.

그녀를 보며 안젤리나는 살짝 웃었다.

"레니 언니, 어땠어요?"

안젤리나 역시 뺨이 잔뜩 달아오른 상태였다.

조금 전까지 하던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좋았어… 엄청……."

그리고  상황은 레니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레니가 이런 일에 흥분해버리는 성벽을 가진 탓이다.

안젤리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콜린과의 섹스를 그녀에게 과시했다.

지금만 하더라도 침대에 털썩 앉은  다리를 벌려 흘러나오는 정액을레니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뒤이어 그녀는 가볍게 손짓해 레니를 불렀다.

레니는 지시에 따라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갔다.

도중부터는 침대 위에서 두 사람의 행위를 감상하고있던 레니였기에 자연스레 네 발로 기어가는 형태가 되었다.

마치 강아지를 칭찬하려는 듯 안젤리나는 머리에 손을 얹고 눈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저 쓰다듬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레니는 금세 알  있었다.

안젤리나가 그녀의 머리를 살짝 당겨 자신의 배에 맞대었던 탓이다.

"들려요? 자궁에서 정액 출렁이는 소리."
"……응."

아랫배에 귀를 맞댄 채 레니는 어깨를 흠칫흠칫 떨었다.

두 사람의 행위를 보며 몇 번이고 절정했던 그녀였지만 원망스러운  몸뚱이는 식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다른 내장의 소리일 가능성이 높았으나 콜린은 얌전히 입다물고 있기로 했다.

"맞다, 레니 언니. 저 오늘 피임할 생각 없어요."
"어…?"

그렇게 각자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와중 안젤리나가 내뱉은 말에 레니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안젤리나를 올려다보는 그 눈동자에는 곤혹이 깃들어 있었다.

아무리 콜린이 다른 여자에게 안기는 것에 흥분하는 레니라 하여도 그건 조금 다른 문제였다.

그녀의 모습에 안젤리나는 피식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만큼이나 사정했으니 거의 100% 임신하지 않을까요?"
"아니, 그, 그건……."

물론 안젤리나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근거가 없는 주장이었지만 그녀의 목적은 그저 레니를 자극하려는 것이었기에 상관없는 일이었다.

"정 싫으면 어쩔 수 없죠. 정액을 긁어내는 수밖에."

깔보는 듯하면서도 흥분이 깃든 그 시선에 레니는 그제야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릴  있었다.

"하읏… 아…♥"

레니는 고개를 내려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는 정액이 진득하게 흘러나오는 안젤리나의 음부를 빨기 시작했다.

남녀가 뒤섞인 맛과 냄새가 잔뜩 풍겨나왔다.

"레니 언니… 하아♥ 지금 진짜 변태 같은  알아요?"
"츄읍… 흐앗… 츄릅……♥"

연인이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 걸 지켜만 보다가 보지를 청소해준다는 굴욕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레니는 머릿속이 분홍빛으로 물드는 것만 같았다. 왈칵 쏟아져나온 애액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흐르는 감촉이 느껴졌다.

"흐읏♥ 엉덩이 조금 더 들어올리고… 하앗, 네, 그렇게…♥"

질내에 레니의 혀가 들어오는짜릿한 쾌감에 안젤리나는 달뜬 호흡을 내쉬었다.

육체적인 쾌락도 결코 작지 않았지만, 정신적인 쾌락이 더욱 컸다.

'…진짜 그런 작품이라도 읽은 거 아냐?'

그녀들의 행위를 잠시 지켜보고 있던 콜린은 그런 감상을 품었다.

저번에 협박할 때도 무슨 NTR 망가에 나올 것만 같은 괴상한 협박을 했었는데, 오늘 행동들을 보면 정말 그런 걸 감명깊게 본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였다.

아무튼 저기 두 사람이 말도 안 되게 궁합이 좋다는 건 확실했다.

지금  모습은 단순히 뺏고 빼앗는 게 취향인 정도로 되는  아니라, 서로 가볍게나마 레즈비언 성향도 있어야 가능한 플레이였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건 콜린 입장에서야 미녀 둘이 얽혀 있으니 눈호강이 따로 없었지만 말이다.

"……."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리는 레니의 둔부를 바라보고 있던 콜린의 아랫도리가 다시금 부풀었다.

"코, 콜린?!"

레니에게로 다가가 양손으로 그 엉덩이를 붙잡으니, 갑작스런 콜린의 행동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우읍?!"
"뭘 딴청 피우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안젤리나는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는 다시 그녀의 얼굴을 음부에 들이밀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다리를 걸어 그녀의 머리를 고정시킨다.

"하앗♥ 레니 언니는… 후읏, 암컷 실격이면서 주제도 모르고… 아앙♥ 건방지게 수컷 위에올라타니까, 흐응, 앗, 당연히 만족을 못 시켜주는 거예요…♥"

레니는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이런 자세라고 해도 그녀의 힘이라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진심으로 저항하고 있지 않다는  그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암컷의 능력으로서는 물론이고 인간의 존엄 면에서도 실력이나 다름없는 변태였다.

이렇게 굴욕적이게 범해지는 게 당신에게는 어울린다고, 안젤리나는 속삭이듯 레니를 더욱 몰아세웠다.

찌걱.

페니스가레니의 비부에 닿았다. 이미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애액이 질질 새어나오고 있는 그녀였다.

"……♥"

당연하게도 콜린의 양물은 아주 부드럽게, 철퍽거리는 물소리를 내며 삼켜졌다.

자궁까지 닿을 듯이 깊게 파고든 페니스에 레니는 몸을 움찔움찔 경련하며 곧장 절정에 달했다.

극강의 쾌감을 맛보았던 것은 콜린도 예외가 아니었다.

 번이고 반복해서 절정하며 잔뜩 풀어진 그녀의 질은 말미잘처럼 페니스를 휘감아왔다.

쫄깃하게 감싸오는 쾌감에 콜린은 잡고 있던 엉덩이를 꽈악 쥐며 허리를 흔들어대었다.

그 감각에 레니가 또다시 절정에 이르렀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콜린은  우람한 자지를 꿀단지 속에 여념없이 찔러넣었다.

"흐응… 박히느라고 이쪽에 너무 소홀해진  아니에요?"

그러다가 안젤리나는 살짝 불만스러운 투로 말했다.

물론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는 채였다. 머리를 박고 있는 레니 입장에서는 보지 못했겠지만.

"레니 씨, 들었죠? 얼른 안젤리나 씨도 기분 좋게 해주세요."
"흐윽?!"

그 반응을 보고서 콜린은 히죽 웃더니 레니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짝 하는 소리가 꽤 크게 울려퍼졌다.

레니는 깜짝 놀라며 안젤리나의 보지를 다시 추잡하게 핥기 시작했다.

"레니 씨? 안쪽이 움찔거리는데 혹시 방금 그걸로 느낀 건가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허리를 흠칫흠칫 떨며 질내를 조여오는 걸 콜린은 놓치지 않았다.

"후으응…♥"

그리고 마치 확인하려는 듯이 다시금 엉덩이를 내리치자 결코 얼버무릴  없을 정도의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걸 보더니 안젤리나는 키득키득 웃었다.

"후으…♥ 레니 언니, 이런 사람일 줄은… 아앙♥ 정말 몰랐는데, 흐읏♥"
"저도, 옛날부터 존경하는 누나였는데……."

그녀가 손가락으로 레니의 등을 살살 간질이며 말하자 콜린도 한 마디 거들었다.

실망했다는 듯한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레니는 오히려 흥분했는지 질내는 더욱 조여왔다.

"레니 언니."
"레니 씨."

그 반응이 재밌었는지 두 사람은 애정 어린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대었다.

"으으읏──♥"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 무렵 힘차게 들이박힌 페니스와 함께 콜린은 사정했다.

사실상 예고도 없이 사정한 것이었지만 민감해진 레니의 신체는 정액이 쏟아지는 그 충족감만으로도 절정에 달했다.

"흐윽… 하아…♥"

그때가 되어서야 안젤리나는 레니의 머리를 누르고 있던 다리를 치워주었다.

비록 여전히 손으로는 그녀의 사타구니에 고정시켜둔 상태였기에 큰 차이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조금 전보다는 숨이 트인 탓에 레니는 야릇한 호흡을 연이어 내쉬었다.

그러던 와중 안젤리나가 입을 연 것은 몹시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하아… 콜린. 우리도 사귈까?"

하지만 레니의 귀에 들려온 내용은 더욱 갑작스러웠다.

"어때?"
"으음, 글쎄요."

레니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콜린의 대답이 돌아왔다.

가볍게 웃음기가 섞여있는 걸 보면 마냥 싫지만은 않은 듯 했다.

"저는 괜찮은데, 레니 씨는 어때요?"

그리고 자신에게 질문이 돌아왔다는 의외의 상황에 레니는 순간 멈칫했다.

"레니 씨가 싫으면 거절할게요. 이렇게 괴롭히지도 않을 거고요."

그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만약 레니가 받아들인다면 앞으로도 안젤리나와 이런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소리였다.

이 굴욕적인 관계를 기약도 없이 계속…….

정말로 돌이킬  없게 될 것이다. 나중 되어서 후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니, 사실 지금도 몹시 후회하고 있었다.

그 후회를 끊어낼 수 있는 건 오로지 지금뿐이다.

"아, 이러고 있으면 레니 언니는 대답을 못하겠네요. 고개 대신에 엉덩이로 끄덕거려서 답해주세요."

조롱하는 듯한 안젤리나의 말이 뒤따랐다.

그것을 듣고서 레니는  사람이 자신의 성벽을 자극해 발정시키려고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관계가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얼마나 추잡하고 음란한 굴욕이 그녀에게 찾아올 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흐윽♥"

찌걱찌걱.

한참 머뭇거리던 레니는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어 스스로 피스톤질을 했다.

저릿저릿한 쾌감이 내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멎을 듯한 감각이 찾아왔다.

레니 테세오는 스스로 일상을 내던지고야 말았던 것이다.

"하으읏…♥"

그리고 그 후회와 불안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 페니스의 열락에  녹은 듯 사라졌다.

×


레니와 안젤리나에게 안긴 다음날, 콜린은 영주 저택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마치 누나."

그리고 어느 방 앞에 서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인사를 건네었다.

그녀도 고개를 돌려 콜린을 바라보더니 손을 가볍게 들었다.

연갈색의 머리칼, 정수리에 솟은  쌍의 토끼 귀, 마치 헤어가  자리에 서있었다.

"콜린."

그녀는 방문에 등을 기대고 있었는데, 이전에 콜린도 마치에게 이끌려 그 방에서 범해진 전적이 있었다.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였으나 그 본질은 색을 탐하는 변태였다.

"백설은요?"
"안에 묶어뒀어요."

그리고 이번의 타깃으로 결정된  바로 전직 감찰관인 백설이었다.

그녀를 범하는 걸 기대하고 있는지 마치는 눈웃음을 지으며 입술을 핥았다.

백설에게는 참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마치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여자 쪽이 더 취향힌 듯도 보였다.

물론 콜린은 백설이 안쓰럽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자업자득이라는 표현이 그녀만큼 어울리는 사람도 없으리라.

"묶어두는 걸로 괜찮아요? 난쟁이들은?"

오히려 걱정하는 것은 이쪽이었다. 혹시나 백설이 구속을 빠져나가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괜찮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난쟁이는 눈에 보이는 위치에만 소환할 수 있다는 모양이에요."

백설과 제후 대리에게 시달린  그들, 부점 길드만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원한을 가진 길드는 결코 적지 않았고, 반(反) 제후 대리라는 기치 아래 협력을 하겠다 모여든 길드도 있었다.

개중에는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공유해준 경우도 물론 있었다. 백설에 대한 정보도 그런 식으로 얻은 것이었다.

아무튼 눈만 가려둔다면 난쟁이를 소환하는 걸 막을 수 있다니 다행이었다.

문제가 없다는  확인하고서 콜린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들어가죠?"

백설의 권능은 크게 셋으로 나눠볼  있었다.

불사, 난쟁이 소환, 통신용 아이템 제작.

어느 것이고유용한 권능이었다. 역시 감찰관이라는 자리를 아첨만으로 따내지는 않았으리라.

그런 그녀는 이쪽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콜린은 권력에게 싸움을 걸 작정이었다. 조금이라도 많은 힘이 필요했다.

마치도 그를 마주보며 웃더니 말 없이 등지고 있던 문을 열었다.

방 안에서는 약간 달콤한 냄새가 풍겼다.

"흐윽…♥"

방 가운데 이전 콜린이 쓴 적도 있는 마사지 침대가 놓여있고, 백설은  위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목과 발목에는 번득이는 금속이 달린 상태였다.

자세히 보니 얇은 철근 같은 걸 구부려 백설의 사지를 구속하는 형태로 침대에 박아놓았다.

"……."

콜린은 곁에 있는 마치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이 길드에서 저런 짓이 가능한괴력의 소유자는 레니와 마치뿐이었다.

그리고 레니는 어젯밤 그와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 참이었으므로 범인은 마치가 분명했다.

…저번에도 게임이 끝나자 마자 뻥 날려버린 것도 그렇고 백설이 상상 이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누, 누구야…?"

안대와 귀마개를 하고 있던 백설이었지만 그들이 다가가자 기척을 느끼고 살짝 고개를 돌렸다.

"풀어… 당장 풀어줘!"

뒤이어 소리를 치긴 했지만 어쩐지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보다는 조금 풀어진 목소리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자세히 보면 백설은 얇고 새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푹 젖어서 백설의 속살이 그대로 비쳤다.

"미약 로션인가요?"
"그래요. 콜린에게 썼던 것보다 훨씬 진한 거지만요."

어쩐지 기시감을 느끼고 콜린은 질문했다. 마치는 엄지를 치켜들며 자랑스럽다는  말했다.

그녀의 말도 당연한 것이, 콜린 때는 즐기는 게 목적이었고 지금은 망가뜨리고 조교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 강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기왕 미약을 바를 거면 맨살에 하는  낫지 않았을까요?"
"흠, 콜린도 아직 무르네요."

그러다가 의문이 들어 물어보면 마치는 키득키득 웃었다.

"아무리 미약 양이 많아도  번에 피부에 흡수되는 건 한계가 있죠. 잔뜩 부어봐야 대부분 흘러내린단 말이에요. 반면 옷을 적셔두면 장기간 지속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거든요."
"그… 렇군요?"

정말 이쪽에 관련해서는 누구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마치였다. 그 모습에 콜린은 살짝 감탄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장기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으면, 대체 언제부터 저런 거예요?"
"어디 보자… 열 시간을 조금 넘었으려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반항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대단한 집념이었다. 콜린은 백설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단순히 포섭만을 노린다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백설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적당히 대우해주기만 해도 바로 줄을갈아탈 게 뻔했다.

어차피 이번 실패로 제후 대리에게 찍힌 그녀니까, 이렇게 된  그냥 이쪽에 붙어서 꿀을 빨려고 했겠지.

하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줄을 갈아타는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이쪽을 언제든 배신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계속 승승장구만 하면 아주 충성스러운 부하로 남겠지만, 조금이라도 비틀거리는 순간 뒤통수에 칼을 꽂을 여자가 바로 백설이었다.

그녀에게는 완벽하게 목줄을 걸어둘 필요가 있었다.

"마치 누나. 이젠 어떻게 괴롭혀 볼까요?"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요……."

…뭐, 사실 그녀가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 이유의 절반 정도는 그냥 괘씸죄였지만 말이다.

마치의 말에 콜린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침대에서 움찔거리는 백설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악독한 모의를 이어나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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