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47 하투샤의 점토판(2)
깊게 잠든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흐릿한 시야가 천천히 초점을 맞춰간다.
"정신이 들어?"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아직도 조금 정신이 몽롱하여 리온은 눈을 손으로 덮었다.
"여기는?"
"너희들 진지야."
잠시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옆을 둘러보면 레니 테세오가 의자에 앉아 그녀를바라보고 있었다.
더욱 주변을 확인해보니 익숙한 천막이 보였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까마귀 길드의 병사들이 조금 떨어진곳에 쳐둔 천막이었다.
"포로를 본인들 진영에 놔둬도 괜찮은 건가?"
"마땅한 시설이 없었을 뿐이야."
자그마치 오백 명이다. 물론 전투 중에 그 수가 줄기야 했겠지만, 적어도 펠레이라라는 작은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인원은 아니었다.
아군이었다면 양해를 구하고 민가를 빌릴 수도 있었겠지만, 조금 전까지 이쪽을 침략하려 했던 군대를 누가 받아주고 싶겠는가.
포로가 도망칠 가능성이 몹시 높았음에도 이게 그나마 나은 방법이었던 것이다.
"내가 쓰러져있던 동안 도망친 녀석들은 얼마나 있지?"
"세 명 정도."
"…생각보다 적군."
그런 상황이었기에 리온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회라면 분명히 있었을 텐데도 이 정도 도주율을 보인다는 건 포로 대우가 어지간한 게 아니라는 소리였다. 좋은 의미로 말이다.
"무슨 수를 쓴 거지?"
"간단해. 까마귀 길드와 동맹을 맺었거든."
"맙소사. 그게 대체 무슨 의미야…?"
아주 잠깐 리온의 뇌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치고받고 싸우던 두 길드가 갑자기 동맹을 맺는다?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엄밀히는 그쪽이 우리 휘하에 들어오는 식이 되었지만."
"그래도 역시 이해가 안 되는데."
비록 그들이 완패를 당하긴 했지만 고작 한 번의 전투였을 뿐이다.
정말 따서 갚으면 된다는 마인드로 모든 힘을 끌어모아 공격한 것이라면 모를까, 아직 까마귀 길드에게는 부점 길드를 압도할 여력이 있었을 터다.
"따로 군대를 보내 트위들디를 생포했어."
"…하, 그랬던 거로구만."
뒤이은 설명을 듣고서야 리온은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항복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는 건 사실이었기에 헛웃음이 나왔다.
이번에 기상천외한 전략을 들고 나와서 그렇지 실제 세력만 보면 부점 길드 쪽이 훨씬 밀린다.
그런 상황에서 별동대를 또 나눌 생각을 하다니.
리온은 예전에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고사를 떠올렸다.
'위위구조(圍魏救趙)… 아니, 조금 다른가.'
옛 제나라는 위나라에게 공격받는 조나라를 구하기 위해 원군을 보내지 않고 오히려 위나라의 수도를 공격했다.
깜짝 놀란 위나라는 공격을 멈추고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제나라는 급히 돌아가는 위군을 습격해 크게 피해를 주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것과도 또 달랐다.
뒤통수를 후려 병사들을 후퇴하게 한 게 아니라, 본진은 본진대로 막아내고 승리를 거머쥐었으니 말이다.
굳이 말하자면 몹시 기이한 형태의 망치와 모루라고 할 수 있겠다.
…모루와 망치로 동시에 후려팬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전략과 차이가 있긴 했다.
아무튼 쉽게 할 수있는 도박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도박에 성공했고, 합당한 배당을 받아갔다.
"별동대를 나눌 정도면 그 소년을 여간 신뢰하는 게 아닌 모양인데."
"엄밀히는 별동대라기보다 아라크네 길드의 동맹군이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보통 그럴 땐 수비하는 쪽을 구원하러 온다만…?"
하지만 그러면서도 리온은 내심 납득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격. 그런 걸 할 수 있는 녀석이라면야 본진을 맡기는 게 가능하겠지.
거기에는 레니 역시 쓴웃음을 지었다.
콜린의 사고과정이 이따금씩 비상식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은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만 하더라도 그랬다. 난쟁이를 시야에서 소환할 수 있단 얘기를 듣고 '그럼 하늘에서도 소환되겠네?'라며 항공폭격을 해버리던 그의 모습은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사실상 까마귀 길드는 군사전략에서 밀린 게 아니라 그저 자연재해에 휩쓸린 것이 아닐까.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해버리고 만다.
"뭐, 아무렴 좋아. 윗사람끼리 결정난 거라면 나야 따르는 수밖에 없지."
이내 리온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레니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파악하기 힘든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 나를 살린 거지?"
다만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었으리라고 레니는 확신했다.
"마지막의 그 공격… 정말로 깔끔했지. 살아오며 이렇게나 간결하고 정확한 공격은 처음 봤어."
레니가 입을 다문 채 침묵하자 리온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만약 그 공격으로 나를 죽였다면, 나는 정말로 기쁘게 죽을 수 있었다. 무인으로서 누구나 부러워할 그런 죽음을 맞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레니는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물론 레니에게는 그럴 실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허나 분명 리온은 말했을 터다.힘조절 없이 전력으로, 자신을죽일 기세로 공격하라고.
그것을 무시했다는 건 자신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만일 리온이 조금이라도 더 다혈질이었다면 곧장 침상을 박차고 레니에게 덤벼들었으리라.
"…베려고 했어."
"싸우다가 새삼스레 같잖은 동정심이라도 든 건가?"
살짝비꼬듯 말했지만 레니는 고개를 저었다.
"테세우스의 무기가 뭔지 알아?"
"아마도 몽둥이였던가."
아버지를 찾아 여정을 떠난 테세우스는 페리프테스라는 살인마와 마주쳤다.
그리고 그를 죽인 뒤 그의 몽둥이를 빼앗아 무기로 삼았다. 종교적인 의미로 말하자면, 이른바 첫 소출인 셈이다.
"그리고 이전에 말했듯, 나도 일단은 가문의 피가 흘러."
"…그런 거였나."
"그래. 아주 잠깐 당황한 사이, 몸이 먼저 움직여버렸다."
무의식적으로 검을 둔기처럼 사용해 공격하고 말았던 것이다. 레니는 그리 말하며 허탈한 듯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건 내 힘이 아니야."
남이 수십 년 수련해온 것을 가볍게 뛰어넘어버린다. 레니 테세오라는 여자가 둔기를 들면 그렇게 되고야 만다.
그것이 그녀가 검을 쓰는 이유였다.
"…오해해서 미안하다."
"아니,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어."
그 이야기를 듣고서 리온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런 사정이 있었다고 하니 어쩐지 조금 숙연해진다.
"가문을 나온 것도 역시 그 이유 때문이었나?"
"아니, 그건 여동생이랑 약혼 관련된 일이 꼬여서."
"뭣."
그리고 그 분위기는 순식간에 산산조각났다.
"그 레니 테세오에게 그런 뒷이야기가 있었단 말이야?! 당장 설명해봐!"
"가, 갑자기 뭐야?!"
"젠장! 자고로 치정극이 제일 재미있는 법이라고!"
"남 가정사를 오락용으로 쓰지 말아줬으면 한다만!"
레니는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봐! 얘기는 해주고 가라고!"
"뇌에 충격이 닿았을 수도 있다! 푹 쉬어라!"
그녀는 결국 그리 말하고서 잽싸게 천막 밖으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
"아직도 일해?"
콜린이 의자에 앉아 있으면 한나가 뒤에서 살짝 껴안아왔다.
살포시 풍겨오는 그녀의 체취에 콜린은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쳤다.
"오늘 막 싸움이 끝난 참이잖아."
"아니, 뭐… 그거 관련해서 좀 생각하고 있었어."
걱정해주는 한나의 모습에 콜린은 피식 웃고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끌어안았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글쎄? 그다지 그런 생각은 없었는데."
이건 한나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말이 아니라 진실이었다.
지구에 있을 적의 노동량과 비교해보면 이건 거의 취미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두뇌노동은 좋아하는 편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니, 한나 관점에서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까.'
본래 '콜린'의 노동량에 비교해보면 하루아침에 훌쩍 뛰어오른 수준이니 걱정할만도 했다.
"하아… 솔직히 보고 있으면 엄청 불안해진다고,"
"뭐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
이내 한나는 맞은편에 앉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콜린이 되묻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양팔을 쫙 펼치며 과장스럽게 말해온다.
"친선전에 나갔던 건 그렇다 쳐. 그 뒤에 바로 제후의 감찰관이랑 싸우질 않나. 이번에는전쟁까지 났잖아……."
솔직히 말해서 최근의 나날은 너무나도 밀도가 높았다.
레니나 마치와 같은 사람들과 다르게 한나는 일개 사냥꾼이다. 그저 이따금 사냥에 나서 한동안 먹고 지내는 그런 소시민이었다.
콜린의 주변 인물들과 비교해보면 심지어는 시안보다도 정치와 떨어진 삶을 살아오던 게 바로 한나라는 여자였다.
"…불안해?"
"당연하지."
그녀의 마음을 짐작하여 물으니 한나는 즉답했다.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건 그 감정의 발현이었을까.
"벌써 불안해하면 안 되는데? 다음 목표는 제후 대리의 목이니까."
"방금 그 말로 더 불안해졌거든?"
뒤이어 한나는 또다시 길게 한숨을 쉬었다.
"콜린. 역시 너, 변했어."
"성장기라 그래."
"…변명하지 말고."
콜린은 그 말을 듣고서 표정을 살짝 굳혔다.
아무리 한나가 눈치 없는 여자라 해도 매일 얼굴을 보는 가족이었다. 알아채는 게 당연했다.
오히려 이제서야 알아차린 거라면 너무 늦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너는 콜린이 맞는 거지?"
"맞다고 생각해. 일단은."
사실, 숨기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한나를 속일 방법이야 수백 수천 가지도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콜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마도 본래 있던 '콜린'의 마음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스스로의 감정을 짐작해보았다.
콜린은 눈앞에 있는, 붉은 머리칼을 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단점은 잔뜩 늘어놓을 수 있다.
그러나,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는 그의 누나였고 가족이었다.
그녀는 자기 동생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 권리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기억이 섞였다고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해."
"…그때 동굴에 떨어졌을 때부터였지?"
"알고 있었어?"
"아니. 그저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변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서."
의외로 한나는 콜린의 말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누구 기억인데?"
"글쎄.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생의 기억이라고 해야 할까. 다른 세계의 기억이라서."
"전생이라……."
'어쩌면 반대일지도 모르고.'
콜린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동굴에서 의식을 잃은 그때 전생의 기억이 돌아온 것이라 판단했던 그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동굴에서 떨어지며 기억을 잃은 채 지구에서의 삶이 시작되었고, 깨어나며 다시 이곳에 돌아온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럼 정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구만. 콜린은 헛웃음과 함께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튼, 그 경험 탓에 가치관이 조금… 아니, 꽤 변하긴 했어도 나는 누나 동생이야."
"대체 무슨 경험을 하면 이렇게나 변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럼 저쪽 이야기나 해줄까?"
어차피 한동안 남아도는 게 시간일 예정이었다.
길드장끼리는 전후 처리에 시달리고 있겠지만 그런 자잘한 정치적 업무에는 손대지 않기로 했던 콜린이었다.
그들도 결코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치적 수완이 있었으니 걱정은 없다. 게다가 아무리 콜린이 머리가좋다 해도 정치 그 자체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콜린의 특기는 현재 상황과 목표가 주어졌을 때 거기로 가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직접 큰 그림을 그리는것보다는 남이 그리는 그림에 끼어들어 이용하는 쪽에 가까웠다.
물론 하려고만 하면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우수한 실적을 거둘 수 있겠으나 아무래도 진짜배기들에 비하면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괜히 참견해서 망치는 것보단 일단 방관하겠다는 게 콜린의 계획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당장에 행동방침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여유가 생긴다.
오늘 하루 정도는 한나와 진득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말해줘. 거기는 어땠는지."
"우선 뭐랄까… 권능이라는 게 없는 세상이었지. 영주님 말로는 원래 하나의 세계였는데 권능의 힘이라는 게 너무 압도적이다보니 갈라져서 살기로 했던 거래."
그것은 전해들은 게 전부여서 대충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권능에 의존하기보단 기술을 개발하는 식으로 발전한 세상이었고……."
콜린은 기억 속에 있는 도시들을 떠올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무엇보다 남자랑 여자의 가치관이 반대였지."
"반대?"
"완벽한 표현은 아니지만, 성욕이나 정조관념 같은 게 반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조금 전까지는 그저 신기하다는 듯 가만히 듣고 있던 한나의 눈꼬리가 살짝 떨렸다. 내색은 하지 않으려 했으나 조금 당황한 모양새였다.
"뭐, 남자가 좀 더 적극적이라거나… 그런 식이었지."
"설마… 그날부터 스킨십이 늘어났던 게……."
"그 음란한 몸뚱이를 따먹고 싶었어."
"…그, 그랬구나."
직설적으로 말했더니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에게 '음란한 몸뚱이'라는 표현을 들을 줄은 몰랐던 것이겠지.
"누나도 그랬잖아? 남동생 상대로 야한 생각 하던 거 다 들켰거든."
"……진짜?"
"이건 전생의 기억이 돌아오기 전에도 알고 있던 거야."
뒤이어 한나는 몹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눈동자가 좌우로 요동쳤다.
"그리 누나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던 애가 거리를 두면 이유가 있었을 거 아냐?"
"아니, 나는 사춘기가 와서 가족과 거리를 두려는 줄……."
콜린은 이마를 짚었다. 그야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말 이 정도로 눈치가 없었다는 걸 직접 듣는 건 좀 달랐다.
"까칠해지긴 했어도 가족 대우는 해줬으니까 들켰을 줄은 몰랐지……."
"아무리 그래도 가족이잖아."
그녀의 말에 콜린은 살포시 웃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만지작거렸다.
핏빛의 붉은 머리칼. 콜린과는 조금 다른 붉음이었다.
물론 실제 혈연이 아니었기에 머리색이 다른 건 그다지 이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한나의 이 머리는 염색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붉은 머리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생각보다많다.
현대에 와서는 해봐야 외모로 따돌림을 당하는 수준이지만─물론 이것도 결코작은 일은 아니다─ 조금만 옛날로 가도 영혼이 없다느니 악마의 아이라느니 하는 말이 있곤 했다.
오죽하면 그 가룟 유다가 붉은 머리였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그것은 이쪽 세상에서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자고로 아이만큼 순수하고 또 그렇기에 잔혹한 존재는 없는 법이다.
콜린은이 도시에 오기 전까지의 기억이 그다지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흐릿한 기억 가운데에서도 오직 한 가지만큼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돌아온 콜린의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붉게 물든 머리를 자랑하던 그 모습을. 이제는 자신도 똑같다며 끌어안아주던 그 온기를.
오로지 그 하나의 기억 때문에 콜린은 그녀를 역겨워하면서도 가족이 아니라는 생각은 단 한순간도 할 수가 없었다.
미소를 지으며 콜린은 그녀의 눈을 마주보았다.
"저기, 콜린……."
그 모습을 보더니 한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그러나 콜린은 피식 웃은 다음 그녀와 입술을 맞대었다.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은 그녀였으니 이내 익숙하게 혀를 섞어왔다.
"침실로 갈까?"
"…그래."
사실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서로가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