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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52 수수리 사바하(2) (52/89)



〈 52화 〉52 수수리 사바하(2)
방에 들어서자 가볍게 목덜미를 붙잡혔다.

안젤리나는 부드럽게 콜린을 끌어안고서 입을 맞춘다.

"너무 성급하신 거 아니에요?"
"…글쎄."

콜린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자, 안젤리나는 조금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어쩐지 불안해보여요."
"들켰어?"

뒤이은 콜린의 말에 안젤리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적어도 이 소년에게 감정을 숨기는건 의미 없는 짓이었다.

물론 딱히 의도하고 있던  아니었다. 그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을 뿐.

"네말이 맞아. 불안해."
"뭐가요?"
"나는 그저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하고."

그녀의 말에 콜린은 잠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아마 우연이겠지만 난쟁이들하고 똑같은 고민이 나오기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도구'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관계 자체가 싫다는 건 아냐. 나는 너도 좋아하고, 레니 언니도 좋아하니까."
"레니 씨를 향한 '좋음'은 단순한 호의인가요? 아니면 성애적인?"
"굳이 하나를 정하라면… 후자 쪽이……."

안젤리나는 말을 어물거렸다.

하긴 같은 성별에 대해 그런 기분을 품고 있다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내 입장에서야 좋은 일이지만.'

콜린은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글을 떠올렸다. 여자가 BL을 보는 이유에는 여럿이 있으나 남자가 GL을 보는 이유는 '와 뷰지가 두 개!'라는  문장으로 종결된다는 내용이었다.

적어도 후자에 있어서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게……."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가려는 안젤리나였다.

"읍?!"

하지만 콜린은 그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고 끌어당겨 다시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배시시 웃었다.

"저는 안젤리나 씨도 좋아해요."

안젤리나가 품고 있는 불안은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콜린과 레니 사이에 끼인 자신의 입장에 대한 조바심이었다.

어쩌면 자신은 그저 두 사람의 플레이를 위한 수단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리라.

만약 그렇다면 꼭 그 자리에 있는 게 안젤리나일 필요는 없다. 협조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든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연인 관계가 되긴 했지만 그마저도 플레이의 연장선에 불과하지 않은가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만약에 레니 씨가 없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해요."

물론 지금처럼 급격한 관계 발전은 없었겠지만. 콜린은 장난스러운 웃음과 함께 그리 덧붙였다.

그리고 그 순간 안젤리나는 콜린을 꼬옥 끌어안았다.

콜린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다정한 미소로 그녀를 안고 토닥여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방금은 충분히 안젤리나를 휘어잡을 수 있었다.

콜린에게 버려지지 않기 위해, 도구로서의 효용성을 증명하기 위해 무슨 말이든 듣게 되도록 유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수단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그래 봐야 그다지 즐겁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콜린은 그저 그녀를 끌어안은 채 뺨에 입을 맞추어줄 뿐이었다.

휘청. 잠깐의 침묵이 있은 후 시야가 빙그르 돌았다.

푹신한 침대의 감촉이 등에 전해져왔다. 조명과의 각도 탓에 살짝 그늘이 진 안젤리나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침대에 밀어 넘어뜨려진 것이었다. 위에 올라탄 그녀를 바라보며 콜린은 싱긋 웃었다.

"콜린… 벗길게."
"마음대로 해주세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조금은 투박한 손길이 그의 옷자락으로 향한다. 처음이 아님에도 역시 긴장했는지 헛손질이 몇 번 이어졌다.

"도망 안 가요. 그러니까 조금 차분하게."
"응. 미안해."

콜린은 팔을 살짝 들어 안젤리나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살짝 쓴웃음을 짓는 그녀였다.

"어때요?"
"…다시 봐도 예뻐."

어느덧  사람은 살갗을 드러내고 완전한 알몸이 되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콜린을 벗기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렸던 주제에 자기 차례가 되니 훌렁훌렁 벗어던지는 안젤리나였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를 품고 싶다는 그녀의 조급한 욕망이 반영된 것만 같아서 콜린은 마음속으로 쿡쿡 웃었다.

쪽. 콜린의목덜미에 안젤리나는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살갗 위에 혀를 기게 하며 천천히 내려갔다.

"으음……."
"괜찮아?"
"네에, 기분 좋아요."

금세 가슴팍까지 내려간 그녀는 조심스럽게 유두를 혀끝으로 살살 간질였다.

그러다 콜린의 반응이 신경 쓰이는지 시선을 힐끔 위로 올려 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의 반응이 나쁘지 않자 이내 입술만으로 살짝 물어도 본다.

"아……."

무심코 호흡이 새어나왔다. 비록 이런 애무를 처음받아보는 건 아니었지만 여전히 묘한 기분이었다.

간질간질한 쾌감이 천천히 신체 안쪽에 무언가 멍우리를 만들어내는 것만같았다.

야릇한 그 기분에 어느새 페니스가 팽팽하게 부풀어올랐다.

"안젤리나 씨."
"으응… 콜린."

안젤리나는 손을 아래로 내려 그의 양물을 쥐었다.

거기에 호응하듯이 콜린도 손을 뻗어 안젤리나의 비부를 살살 문질러대었다.

자세가 조금 불편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비스듬히 그에게 올라타 있던 안젤리나가 몸을 돌렸다.

그러자 서로마주보고 누운 채 하반신을 애무해주는 형태가 되었다.

"으음… 츄읍… 츄읏……."

서로의 물건이 조금씩젖어가는 것을 손으로 느끼며  사람은 다시금 입을 맞추었다.

추잡하지만 격렬하지 않도록,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으로 혀를 얽어간다.

둘은 한참 혀를 섞다가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안젤리나는 다시금 콜린 위로 올라타 페니스를 살짝 잡아당겼다.

축축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이 귀두 끝에 맞닿았다.

안젤리나는 잠시 호흡을 들이킨 뒤, 그대로 곧장 허리를 내렸다.

"후읏……."

쯔걱.

단숨에 콜린의 페니스가 그녀의 질내에 삽입된다. 신체 안쪽을 헤집는 그 아릿한 감각에 절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러나 고작  정도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그녀의 신체는 더욱 큰 쾌락을 요구했다.

안젤리나는 그 요구에 저항하지 않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하앗… 콜린……♥"

엉덩이를 치켜들듯 주르륵 뽑아내곤 철썩 소리가 날 정도로 세차게 허리를 내린다.

익숙하지 않아서 뻣뻣하게 전신을 들썩이던 이전과는 다르게 허리와 골반만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격렬한 말 위에서 균형을 잡듯 무게중심을 아래로   매끄러운 허리놀림을 이어나간다.

"흐으, 콜린♥ 좋아…?
"네, 기분 좋아요……."

안 그래도 나름 운동을 하여 하체가 탄탄하게 잡혀있던 안젤리나였다. 이미 끈적하고 음란하게 꽉 조여오는 그녀의 신체였는데 거기에 기교까지 더해지니 저릿저릿한 쾌감이 마구 터져나왔다.

콜린은 아래에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로데오를 하는 것만 같은 움직임이었다.

저번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아무래도안젤리나는 승마술 역시 어느 정도 익히고 있는 듯 했다.

마차를 소환하는 능력이지만 말만 타고 다니기도 하는 모양이다.

다만 그런 걸 깊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그녀는 몸을 숙여 다시금 입을 맞춰왔다. 그러면서도 허리의 움직임은 멎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상체로 콜린을 끌어안고는 더욱 격해졌다.

"츄릅… 앗♥ 안쪽에서 꿈틀거렷…♥ 쌀 거 같아…?"
"후우, 네, 이제 슬슬……."
"같이 가자. 같이…♥"

팡팡팡팡!

콜린에 대답을 듣고서 그녀는 또다시 키스를 해왔다.

그의 입 속에 있는 침을 전부 먹어치우겠다는 듯이 쥬르르릇 격렬히 빨아들인다. 거기에 맞춰 피스톤질 역시 더욱 빨라졌다.

"앗♥ 아앗♥ 콜린♥ 사랑해…♥"
"윽… 저도요……."

그리고 두 사람은 전신을 완전히 밀착한  동시에 절정에 이르렀다.

머리끝까지 한 차례 전류가 세차게 내달린 후에 자궁에 쏟아지는 정액의 감촉이 뒤따른다.

연이어 솟구치는 쾌감에 질내가 움찔움찔 조여들며 요도에 남아있는 정액을 쥐어짜내었다.

"후아아……♥"

몇 번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고서야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있던 팔에서 힘을 풀었다.

그리고는 또 눈을 마주치고 동공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안젤리나, 씨……."
"우응♥ 흐으읏♥ 더 해도 괜찮지♥"

조금 더. 조금만 더.

서로가 바라본 서로의 모습은 그리 외치고 있었다.

콜린과 안젤리나 어느 쪽도 자신의 본능을 거부하지 않고서 움직임을 재개했다.

안젤리나는 빙글빙글허리를 돌리며 안쪽에 파고든 페니스를 희롱해갔다.

찐득한 정액에 절여진 질벽이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다양한 쾌감을 선사했다.

"으흣♥ 잠깐… 갑자기 움직이면…♥"

조금 지치긴 했어도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흔드는 안젤리나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콜린 역시 그녀에게 당하고만 있을  없다는 듯이 허리를 쳐올린 탓에 깜짝 놀라 휘청이고 만다.

"흐앗♥ 앗♥ 잠깐만♥"

콜린의 대물이 안쪽을푹푹 찔러오자 안젤리나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쾌감에 젖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몸을 흠칫흠칫 떨었다.

그러다가 양손을 침대에 맞대고 균형을 되찾고는 다리로 그의 허리를 꾸욱 붙잡았다.

이어서 체중을 실어 콜린의 몸을 짓누르듯 고정시킨다.

"하아… 으♥ 느닷없이 그러면 당황스럽잖아……."

당연하지만 신체적 능력으로는 안젤리나가 훨씬 위였다. 마운트 포지션에서 이렇게 눌러버리면 콜린으로선 옴짝달싹도  수 없었다.

"싫으셨나요?"
"아니, 그건 아니고 오히려 너무 기분 좋은  너무 갑자기 몰려와서……."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당황스러움과 여자로서의 자존심 탓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리라.

이쪽의 여자 입장에선 남자에게 휘둘리는  조금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기는 것일까.

최근엔 하도 강렬한 쾌감으로 찍어누르는 일이 많다보니 그런 가치관 차이를 생각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 함께 움직이자."

그래도 엄청 기분 좋기는 했는지 아예 움직이지 말라곤 하지 않는 안젤리나였다.

그리 말하고서 조심스럽게 꽉 조인 허벅지에 힘을 푸는 그녀의 모습에 콜린은 살포시 웃었다.

"으응…♥ 그래, 일단 조금 천천히…♥"

이내 두 사람은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젤리나가 엉덩이를 들어올릴 때 콜린도 페니스를 살짝 뽑아내고, 그녀의 보지가 페니스를 쑤욱 집어삼킬 때 그 역시 허리를 밀어넣었다.

두 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다 보니 역시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안젤리나가 워낙 감각이 좋은 탓인지 금세 서로에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이거… 후읏♥ 흐앙♥ 생각보다 좋아아♥"
"흐읏, 안젤리나 씨… 하아……."
"콜린, 콜리인…♥"

그리고 어느새 둘은 온힘을 다해 서로를 범하고 있었다.

퍽퍽 소리가  정도로 격한 피스톤질에 침대도 삐걱이는 소리를 내었다.

정액과 애액으로 질척하게 범벅이  음란한 구멍은 사방에서 페니스를 조여오고,콜린의 물건은 그 저항을 헤치고서 질벽을 마구 긁어대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 거기에 각자의 체중과 침대의 탄력까지 더해져 짐승과도 같이 격한 교미를 이루어낸다.

하지만 단지 쾌락을 생산할 뿐인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콜린과 안젤리나는 달뜬 숨을몰아쉬며 서로를 바라보다 또다시 입을 맞추었다.

"으으읏─♥"

쌓이고 쌓여가던쾌감이 마침내 터져나왔다. 안젤리나는 다시금 허벅지로 그의 몸을 고정시킨 채 엉덩이를 쑤욱 내렸다.

그러나 이번은 조금 전과 다르게 오로지 콜린의 것을 조금이라도 내보내지 않겠다는 추잡한 목적 때문이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도록 그를 꽉 끌어안은  안젤리나는 질내에 왈칵 쏟아지는 정액의 감촉을 맛보았다.

그리고 절정의 여운에 신체를 파르르 떤다.

"푸하앗…♥ 후앗…♥ 아……♥"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안젤리나는 키스를 멈추고 얼굴을 들어올렸다. 절정 탓에 턱끝까지 차올랐던 숨을 몰아쉬며 그녀는 몸에서 힘을 풀었다.

서로의 신체에 조금 틈이 생기며 꽉 막혀있던 안젤리나의 음부에서 정액이 페니스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풀썩. 안젤리나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콜린… 사랑해."

지친 목소리로 안젤리나는 속삭였다. 물론 조용히 말하고자   아니라 정말 힘이 쭉 풀려버린 탓이리라.

콜린은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러다 잠시 뒤 자신의 무게 때문에 콜린이 힘들어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안젤리나는 몸을 살짝 굴려 침대에 누웠다.

어쩌다보니 처음처럼 서로 마주하고 누운 자세가 되어버린다.

질내에서는 아직도 꿈틀거리는 페니스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러나 뽑아낼 틈도 없이 나른함이 몰려왔다.

아무리 자신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차라고 할지라도이동의 피로는 무시할  없는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 또 이렇게 격하게 운동을 했으니 어찌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안젤리나는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콜린에게 팔을 휘감아 꼬옥안았다.

콜린은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오히려 품에 파고들었다. 그의 향기와 온기가 느껴졌다.

"맞다. 안젤리나 씨. 그 통신 아이템 이제 양산 시작했어요."
"그래? 다행이다. 이제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겠네."
"그… 안젤리나 씨는 어때요? 제가 다른 여자랑 하는 거."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는지 콜린이 나지막이 질문했다.

"글쎄. 모르겠네."
"질투는 안 하세요?"
"없지야 않지. 근데 그렇게 치면 나보다 레니 언니가 먼저 아냐?"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한 표정의 콜린이었다.

이 소년 참모도 모르는 게 있구나 싶어 그녀는 피식 웃었다.

"뭐랄까… 독점욕 이상으로, 네가 즐거웠으면 좋겠어."

말하면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안젤리나는 본심을 말했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연애감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묘하네요. 첫 만남이저를 보쌈해서 덮치려 했던 거였던 안젤리나 씨가 그런 말을 하니까."
"그 일은 좀 잊어주라…?"

그야말로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던 때의 일이었기에 떠올리기만 해도 수치스러웠다.

아주 옛날 흑역사를 떠올려도 이불을 걷어차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인데, 그녀는 몇 달도 되지 않았으니 더욱 그러했다.

그 모습에 콜린은 쿡쿡 웃고서는 안젤리나를 더욱 끌어안았다.

이내 두 사람은 조용히 부드러운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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