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63 정직한 하인(3)
입술이 바싹 말라왔다.
이런 곳에서는 그냥 물도 와인잔에 담아주는 건가 하는 생각에 잠기면서도 콜린은 목을 축였다.
탁. 텅 비어버린 와인잔이 테이블에 내려놓아진다.
"계속하도록 하죠."
눈앞에 있는 여성은 아주 여유로운 자태로 미소를 지었다.
금빛의 모노클 너머로 비친 눈동자에는 희미한 조소가 감돌고 있었다.
'뭐, 그럴 법도 하지.'
콜린은 카드 뭉치에 손을 뻗어 제일 위에 있는 카드를 집었다.
여성, 유디트 역시 그를 따라 카드를 한 장 가져왔다.
테이블을 쭉 훑듯이 카드가 이동하고, 서로의 카드를 이마까지 들어올린다.
소경의 허세(Blind man's bluff). 콜린의 기억 속에서 제일 보편적인 표현으로는 인디언 포커.
족보가 없이 오로지 숫자의 고저만을 놓고 승부하니만큼 포커 계통 중에서는 가장 간단한 게임일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을 말하자면 자신의 카드는 보지 못하며, 상대의 것만을 볼 수 있다는 점.
콜린은 호흡을 길게 들이켰다.
"죽겠습니다."
"…콜린."
한숨을 쉬며 카드를 내려놓자 등 뒤에서 레니의 탄식이 들려왔다.
방금 전의 기권으로 칩의 개수는 55:5가 된 참이었다. 물론 콜린이 5였다.
뒤를돌아보진 않았지만 레니는 분명 염려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
그가 상대하고 있는 유디트가 아마도 타짜일 것이라는 추측은 이미 콜린에게서 들었다.
하지만 무의식중에서는 그 콜린이라면 어떻게든 난관을 타파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마는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레니는 칩의 차이를 보고서 침을 삼켰다.
그야말로 참패라고 해도 좋을 결과였다.
아직 게임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면 도박수를 던졌다가 죽거나, 천천히 말라 죽거나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뒤이어 그녀가 품은 감정은 두려움에 가까운 것이었다.
콜린을 이렇게나 털어먹고 있는 유디트는 대체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단 말인가.
'으음… 역시 이렇게 되나…….'
다만 레니의 그 평가는 몹시 과장된 것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유디트가 굉장한 게 아니라, 콜린이 그녀의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은 쪽이었지만 말이다.
레니에게 이야기하면 분명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사실 콜린의 포커 실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에 비교했을 때 뛰어난 수준이라는 건 사실이다.
상대의 심리를 읽어내고 유도하는 것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던 콜린이었다.
하지만 그가 독심술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의 카드가 정확히 어떤지 무슨 수로 알아낸다는 말인가?
스트레이트가 손에 들려있을 때의 미소와 플러시가 손에 들려있을 때의 미소를 구분할 수 있는 재주 따위는 없었다.
물론 상대의 카드가 전반적으로 높은지 낮은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승률은 높아진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확률의 이야기. 조금만 운이 좋은 사람만 상대해도 그다지 기대는 걸지 않는 게 좋은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그가 상대하고 있는 건 타짜. 그런 행운에 속하는 영역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사기꾼이었다.
콜린은 혀를 찼다.
그래도 아주 조금 정도는 희망을 품었던 그였다.
승부는 정정당당할 필요가 있다며 유디트가 손기술을 쓰지 않을 가능성이 완전히 제로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리가 없지.'
결과는 이 꼴이지만 말이다.
일단 카드를 섞은 건 콜린이었지만 수작이라면얼마든지 부릴 수 있었다.
심지어 저기 있는 카드 뭉치가 통째로 뒤바뀌었을 가능성마저존재했으니 오죽할까.
타짜는 이성이나 전략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동등한 수준의 기술을 갖고서 현장검거를 하거나, 아예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는 것밖에는 수가 없는 것이다.
"…죽겠습니다."
다시금 이마 위로 들어올린 카드.
유디트의 패가 가장 높은 에이스라는 걸 확인한 순간 콜린은 카드를 내던졌다.
포커페이스니 블러핑이니 하는 말을 하지만 거기에도 정도가 있다.
최대로 레이즈를 해봐야 칩이 다섯뿐인데 무슨 득을 보겠다고 외줄을 건너겠는가.
남은 칩은 넷. 말라죽는 것까지 네 판.
콜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오늘따라 운이 안 따라주시는 모양이군요."
"그쪽이 너무 운이 좋은 게 아닐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가볍게 비아냥거려도 보았지만 타격은 없는 듯 했다.
어차피 패배를 눈앞에 두고 개가 짖는 거나 다름없다고 여기고 있겠지. 콜린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거 아십니까?"
그러나 갑자기 유디트가 화제를 돌렸을 때에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임의 규칙을 계약으로맺을 때, 칩의 양도를 제한하지 않았다는 걸 말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요."
콜린은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그녀의 말은 분명 사실이었다.
물론 그라고 해서 그런 사실을 놓쳤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딱히 그 틈을 이용할 수단도 이유도 없었기에 제쳐두었던 것이었다.
어째서 지금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가?
가능성이라면 하나뿐이었다. 유디트는 머지않아 거래를 요청할 것이다.
"칩 15개 까지는 양도해드릴 수 있습니다."
열다섯 개.
처음에 각자가 가지고 시작했던 칩의 개수가 30이었으니 그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거의 사실상 게임을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렇다면 그 값을 지불하여 유디트가 사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유디트 씨?"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리고 거기에 추측을 거듭하기도 전에 해답이 내밀어졌다.
테이블 아래로 뻗어온 유디트의 발이 콜린의 허벅지를 건드렸다.
구두에 감싸여 있던 발에서는 후끈한 온기가 느껴졌다.
거슬거슬한 감촉의 스타킹이 바지에 쓸리며 소리를 내었다.
"당신. 이게 무슨……."
"…레니 씨, 가만히 있어주세요."
레니 역시도 그 움직임을 알아차린 탓에 불만을 토해내려 했으나 콜린은 팔을 들어 그녀를제지했다.
"조금 전까지는 카드가 너무 안 붙어서 그랬어요. 몇 번 연속으로 저쪽에 높은 카드가 갔으니까 이제는 분명히…!"
유디트는 무심코 웃음소리를 흘리고 말았다. 전형적인 도박사의 오류였다.
아니, 설령 그의 주장이 옳다 치더라도 유디트가 그러지 않게 만들 것이다. 카드를 바꿔치는 것쯤은 간단하기 그지없는 작업이었으니까.
유디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콜린의감촉을 즐겼다.
"음? 어쩐지 단단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생리현상이에요. 자극이 들어오니까 어쩔 수 없이……."
"일단 그렇다는 걸로 해둡시다."
그녀는 키득거리며 발을 꼼지락거렸다.
발. 그것도 스타킹을 신은 발로 유디트는 부드럽게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요염하면서도 교태로운 그녀의 발놀림에 콜린의 하반신이 순식간에 드러났다.
"꽤나 훌륭한 크기군요."
"할 거면 빨리 끝… 윽."
스타킹의 감촉이 약한 귀두 쪽에 전해져와서콜린은 무심코 몸을 움찔거렸다.
페니스에서 울컥울컥 쏟아지는 투명한 액체가 유디트의 스타킹을 적셨다.
그녀는 불쾌함 따위는 없다는 듯 오히려 그것을 콜린의 페니스에 골고루 바른다.
이것은 콜린으로서도 처음 느껴보는 쾌감이었기에 그녀가 이끄는 대로 반응해버리고 만다.
그 모습에 유디트는 능글맞은 웃음으로 칩을 콜린 쪽에 밀었다.
"자, 그러면 계속해볼까요?"
"이… 이대로?"
"아무 문제도 없잖아요?"
정말 발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교묘한 움직임이었다.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손으로도 이만큼 기분 좋게 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유디트는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게임을 재개했다.
"어쩌시겠나요?"
"으윽… 레, 레이즈… 2개."
페니스를 살살 간질이듯이 더듬는가 하면, 때로는 한발로 기둥을 고정한 뒤 귀두를 괴롭히기도 했다.
"자, 잠깐……."
"아. 이번에도 제 승리로군요."
요도구 쪽에 발가락을 딱 붙이고서 빙글빙글 돌리자 콜린의 양물이 움찔거리며 쿠퍼액을 잔뜩 토해내었다.
"으음, 조금 아까운 결과네요."
멀쩡할 때진행했어도 완패에 가깝게 밀리던 그였으니,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 제대로 풀릴 리 없었다.
콜린이 보유한 칩은 순식간에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 진짜로 나올 것 같……."
"저런. 그건 조금 곤란합니다."
"읏…?!"
그리고 콜린의 사정감이 한계까지 치고 올라왔을 무렵, 유디트의 움직임이 뚝 하고 멎어버렸다.
"어째서…?"
"생각해봤더니 슬슬 게임도 끝나가니 집중하실 수 있게 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사정 직전에 멈춘 그녀에게 불만의 시선을 보내니 유디트는 샐쭉 웃었다. 그녀의 한쪽 눈을 가린 모노클이 조명에 살짝 번득였다.
"만약 게임이 더 길어진다 싶으면 계속 해드려도될 것 같습니다만."
"그, 그러면……."
"다시 칩을 돌려드리기엔 저도 뭔가 받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상은 했지만 발로 애무하는 정도론 만족하지 않겠다는 듯 했다.
'그 다음'을 요구하는 유디트의 모습에 콜린은 레니를 흘끔 바라보았다.
"……."
레니는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자면 슬픔에 젖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희미한 성적 흥분에서 나오는 표정임을 콜린은 알고 있었다.
"레니 씨. 이건 길드를 위해 이겨야 하는 게임이니까요… 아시겠죠?"
콜린은 변명하듯이 레니에게 그리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작게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그러면 그러기로 합의된 거지요?"
두 사람을 바라보던 유디트는 킥킥 웃더니 발바닥 사이에 페니스를 끼우고서 위아래로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천이 살갗에 스치는 소리와 함께 찌걱찌걱 물소리가 울려퍼진다.
"윽……."
이미 한 차례 한계에 다다랐던콜린이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정에 이르고 만다.
세차게 쏟아진 정액에 한순간 놀란 표정을 지은 유디트였지만 이내 만면에 웃음을 띠고 발바닥으로 그 탁류를 받아내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레니와 눈이 마주쳤다.
"흐음… 다리가 좀 아프군요."
유디트는 피식 웃더니 테이블 위에 다리를 턱 올리고 불량한 자세로 의자에 기댄다.
그녀는 어느새 검은색 힐을 신고 있었다. 그러나 발바닥과 구두 사이에는 끈적한 백탁액이 질척하게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레니를 도발하기라도 하듯이 힘주어 꾹꾹 눌러대며 희뿌연 정액을 짓밟았다.
철퍽철퍽 소리와 함께 정액이 몇 방울 정도 테이블에 튀었다.
"아, 조금 길어질 것 같으니 레니 테세오 님은 잠시 나가서 기다려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미소를 지었으나 명백한 조소에 가까웠다.
하지만 레니는 그녀의 도발보다도, 그녀의 다리를 보고 다시금 흥분한 콜린의 페니스가 움찔거리는 게 더욱 가슴이 아파왔다.
물론 그 이상으로 흥분감이 전신을 지배해버렸지만.
"코, 콜린… 그러면 밖에서 기다릴게……."
레니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콜린의고개가 스르르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조금이라도 그가 싫어한다면, 거부해준다면… 레니는 당장이라도 그를 위해 날뛰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콜린의 눈동자에는 명백한 만족감이 깃들어 있었다.
레니에 대한 애정과 함께, 그녀가 이런 것에 흥분해준다는 기쁨이 담긴 시선에서 애써 눈을 돌렸다.
그녀는 방을 나갔고, 이내 문이 쾅 하고 문이 닫힌다.
조심스럽게 닫았는데도, 어째서 이렇게 머릿속에는 크게도 울리는지 알 수없었다.
이내 안쪽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교합 소리도, 어째선지 크게 들리는 것만 같았다.
×
"후으… 앗…♥"
찌걱이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살갗이 맞부딪힌다.
테이블 위에 소년이 누워있고, 또다시 그 위에서 여성이 허리를 흔든다.
모노클은 이미 벗어다 한쪽에 치워둔 상태였다.
"으읏……♥"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허리를 흔들다가 유디트는 그를 끌어안은 채 어깨를 살짝 떨었다.
질내에 쏟아지는정액의 감촉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하아… 좋았습니다……."
쯔걱. 유디트가허리를 들어올리자 페니스가 뽑혀나오며 음란한 소리를 내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아래의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삽입하고서 연달아 세 번의 사정. 발로 한 차례 뽑아줬던 걸 감안해보면 꽤나 건강한신체임에는 틀림없었다.
테이블 구석에 널부러진 것은 칩. 그러나 명백하게 한쪽에 몰려있었다.
게임은 한참 전에 콜린의 패배로 끝난 지 오래였다.
"결과는 유감이에요. 하지만 기분 좋았으니까 괜찮죠?"
유디트는 비릿한 웃음과 함께 테이블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옷을 추스르고는 방을 떠났다.
사타구니가 욱신거리는지 걸으면서도 조금 비틀거리긴 했지만 말이다.
"힘들면 조금 쉬다가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콜린!"
그리고 그녀와 엇갈리듯 레니가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 표정에서는 콜린을 염려하는 감정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괜찮아요.다른 건 몰라도 정력만큼은 좋으니까."
레니의 얼굴을 지켜보다가 콜린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누운 상태로 그녀의 옷깃을 살짝 끌어당기곤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듯 콜린의 페니스는 아직 팽팽하게 하늘로 치솟은 상태였다.
레니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눈을피했다.
"…진 거지?"
이내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레니 테세오라는 여자는 결코 눈치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금 전 밖으로 나가는 유디트의 표정을 보고도 상황을 판가름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도 않았다.
콜린은 패배하고 만 것이었다.
그런 치욕까지 감수하면서…….
'…치욕이었던 거 맞지?'
그 부분에는 레니도 조금 고개가 갸웃거려지긴 했지만 아무튼 패배는 패배였다.
'어떻게'라는 카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얻어야 하는 카드라고 생각했는데…….
"뭐, 그렇게 쉽게는 뺏기지 않는다는 거죠."
이쪽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모자 장수도 이것을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다.
"어차피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거의 안 했어요."
"그냥 솔직하게 말해줘. 걱정 끼치기 싫어서 괜히 그러는 거지?"
"아니, 진짜로 그랬는데요……."
레니의 반응에 콜린은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혹시 다들 제가 카드를따올 거라 생각하고 있으려나요?"
"…아니었어?"
"그야 할 수 있으면 최고라고는 생각했는데요."
어쩌면 '이 부분은 콜린이 맡기로 했으니 어차피 성공한 셈 쳐도 되겠지'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에 쓴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일단 저는 만능이 아니거든요? 아무리 최근 승승장구를 했다고 해도."
당연하지만 그도 인간이다.
약간이라도 가망이 있으면 그걸 뚫을 수 있는 길을 찾아낸다. 그게 콜린이라는 인물이라고는 해도, 역시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법이었다.
때로는 이번처럼 폭력적일 정도로 압도적인 상대도 있기 마련이다.
"애초에이기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존재하잖아요."
개미가 아무리 계책을 써봐야 코끼리를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카드 게임에서 타짜를 상대하는 좋은 방법 따위는 없다. 그냥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는 게 최선일 뿐.
콜린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까요?"
그리 말하며 벽에 걸려있던 유디트의 옷으로 질척해진 하반신을 닦아내었다.
꽤 비싼 옷처럼 보이긴 한데 자신을 범했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콜린은 그리 생각하며 옷을 휙 집어던진 뒤 바지를 추슬렀다.
이어서 고개를 돌려 레니를 바라보더니, 싱긋 미소를 짓는 그였다.
"계속 고민해야죠. 어떻게 패배할 것인지."
그 모습은 결코 게임에서진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조금 전 유디트의 표정을 보며 콜린의 패배를 짐작했던 레니였다.
그러나 만약 먼저 나온 게 콜린이었다면 그녀는 상황을 반대로 추측했으리라. 그 정도로 당당한 표정이었다.
"이보 전진을 할 수 있다면 일보 후퇴 정도는 나쁘지 않잖아요?"
“…….”
아무리 봐도 저 표정은 이백 보쯤은 전진할 생각으로 가득한 얼굴이라고, 레니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