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70 Because Poe wrote on(4) (70/89)



〈 70화 〉70 Because Poe wrote on(4)
"…와우."

폭발에 휘말린 건물을 체셔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절로 장관이라는 표현이 튀어나올 만한 광경이었다.

'끝났군.'

체셔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콜린이 말하기로는 게임 도중 폭발이 일어난다면 1분 내로 승패는 결정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길바닥에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는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콜린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도망칠 이유가 없고, 실패했다면 도망쳐도 소용이 없다.

"암만 힘들어도 길바닥에 앉냐? 교양 없기는."

그대로 잠시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뒤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면 그 자리에는 흑발의 소녀가 서있었다. 애초에 체셔 주변에서 이 따위 언동을 할 사람이야 백설밖에 없긴 했다.

"…머리에 그건 뭐야?"
"아, 이거?"

옷이 잔뜩 그을린 데다 화상으로 가득한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폭발의 중심에서 모자 장수를 끌어들이는 미끼 역할을 했으니까.

다만 머리통에 꽂혀 있는 저 나이프는 뭐란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는 액세서리에 눈이 휘둥그레져 있으니 백설은 별 거 아니라는 듯 나이프를 뽑아내었다. 막혀있던 피가 순식간에 솟아올랐다.

"카지노 앞에서 조금 놀렸더니 냅다 던져버리지 뭐야."

그러더니 흡 하는 소리를 내며 배에 힘을 준다.

이내 그녀의 피부 아래쪽에서 땡그랑하고 무언가 찌그러진 금속이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칼뿐이 아니라 총까지 맞고 왔던 모양이다.

"그 말은……."
"쥐새끼를 잡았다는 소리지."

그러나 방금 그녀의 말은 모자 장수를 카지노에 몰아넣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약간의 기대를 담아 입을 열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설은 킥킥 웃었다.

"그래. 성공했나. 성공했단 말이지……."

체셔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백설을 따라 웃었다.

드디어. 드디어 모자 장수에게  방 먹여줄 수가 있었다.

체셔가 이번 일에 협력하기로  가장 이유는 물론 그가 길잡이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길을 잃고 있던 마치 헤어의 길을 안내해주기로 했고, 길잡이로서의 본성은 포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가 전부라고는 할 수 없었다.

길잡이는 본능적으로 길을 잃은 자들을 느낄 있다.

그리고, 체셔는 수도 없이 많은 미아가 생겨난 그 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체셔라는 사내에게 있어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이후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체셔는 분노를 금할  없었다.

자기권력을 위해 재앙을 일으켰던 모자 장수의 역겨움에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비윤리에도 정도가 있다.

이번 일은 단순히 마치 헤어 한 사람의 복수가 아니었다.

그날 체셔가 보호하기로 결심한 부점 길드의 시민들을 위한 복수이기도 했다.

"드디어!"

체셔는 기쁜 나머지 웃다가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다.

이번에는 백설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딱히체셔에게 공감하거나 이해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한 번 지적했는데도 흙먼지에서 뒹구는 꼴을 보면 말해봐야 소용없다고 여겼을 뿐이다.

"그보다… 무슨 수로 함정을 판 거지?"

그렇게 잠시 승리를 만끽하다 체셔는 문득 질문했다.

"알고 있을  알았는데.  시안이라는 은발 여자가 소란을 피우며 시선을 끌었기에 어디든 함정을 설치할  있는 상황이 되었고, 함정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100% 확신할  있는 자기 부하가 지키고 있는 카지노……."
"아니, 그 부분이 아니라."

그것도 모르냐는 듯 설명하려는 백설의 말을끊고 콜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다.

거의 확실히 패배할 걸 알면서도 콜린이 유디트와 게임을 하러 갔던 것도 '유디트가 부점 길드의 참모보다 훨씬 우수하다'라는 이미지를 심어두기 위함이었다는 것까지 전해들었다.

"내 말은 처음의, 폭발하는 쪽 함정을 이야기하는 거야. 모자 장수가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함정을 파기엔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았는데."

체셔의 의문은 그것이었다.

그가 알기로 사실 카지노 감금 계획은 플랜B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시행할 플랜A가 바로백설이 몸을 던져 끌어들인 폭발 함정이었다.

"애초에 정교한 함정도 아니었다만. 그저 바닥에 잔뜩화약을 깔고 문에 부시(firesteel)을 달아뒀을 뿐이야."
"잠깐. 모자 장수가 고작 그런 함정에 걸렸다고?"

콜린의 말에 따르면 시간을 멈춘 동안에는 시야가 흐릿해진다. 바닥에 깔린 화약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적장의 목을 노리기에는 너무 조잡하지 않은가?

"흐아암… 콜린 님 말을 들어보면 고작 이 따위 능력으로 잘난  하고 있었다 싶을 정도였는걸?"

그럼에도 백설은 따분하다는 듯 길게 하품을 할 뿐이었다.

"잠시 되짚어볼까. 시간을 멈추면 시야가 불안정해지는 이유는?"
"빛이 정지하니까. 빛이 아니라 눈 쪽이 움직여서 시각적 정보를 받아들인다 해도 아무래도 평상시에 비하면 왜곡이 있을 수밖에 없지."
"그 부분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데 말야……."

백설은 팔짱을 끼고는 드러누운 체셔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시간 정지 중에 뭔가 움직인다면?"
"음?"
"콜린 님이 말하셨는데, 엄밀하게 시각이라는 건 물체에 부딪혀 반사된 빛이 망막에 상으로 맺히는 거라고 하더라."
"어… 뭐?"

체셔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건 백설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나도 잘은 몰라. 아무튼 시간 정지 중에 무언가 움직인다면 모자 장수가 인지할  없다는 게 콜린 님 설명이었어."

물체에 반사된 빛을 눈이 받아들임으로써 시각을 인식한다.

만약 물체에 반사되었다가 정지된 빛을 눈이 움직여 받아들여도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빛들은 모두 정지 직전의 정보만을 담고 있다.

문을 닫은 상태로 시간을 멈췄다면, 설령 도중에 문을 열더라도 그의 시야에서는 항상 문이 닫혀있는 상태로 보이게 된다.

함정도 항상 작동 직전의 꽁꽁 숨겨둔 상태를 유지한다는 소리다.

더욱이 새로운 빛이 그 물체에 반사되지 않으므로 한 번 보았던 장면을다시 볼 수도 없다.

즉, 시간을 멈춘 도중에는 유심히관찰한다는 행위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정도면 함정에 빠뜨려달라고 시위하는 꼴이라는 거지. 아무튼 그 정도로만 알아두라더라."

뭐, 사실 백설은 이제 와서 그 부분을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여겼다.

사냥감을 함정에 빠뜨렸는데 함정의 구조가 대수랴?

지금부터 그녀가 해야 할 의무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휴식을 취하는 것뿐이었다.

다만, 아무래도 그 휴식은 그다지 길지 않을 것 같았다.

이내 시야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체셔와 백설, 두 사람이 이렇게 멀쩡히 있는데 아공간이 무너질 상황이라면 이는 분명 모자 장수의 기권이리라.

그래. 완전히 승리가 확정된 것이다.

백설은 활짝 웃었다.

"이런 미친 저게 뭐야?!"

…하늘을 뒤덮은 시꺼먼 안개를 보기 전까지는.


×

굳이 따지자면  존재는 까마귀를 떠올리게 했다.

10미터를 넘는 거대한 까마귀.

그러나 날개 대신 흉측한 발톱 달린 팔이 모두 두  붙어있었고, 부리에서는 악취 나는 액체를 흘리고 있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커다란 벌집을 그대로 박아놓은 것만 같은 그 눈동자의 존재가 가장 역겨움을 불러오고 있었다.

그 이름은 검은 죽음이요, 페스트라.

콜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메스꺼움을 느꼈다.

"아… 도망쳐야……."

그러나 무너져내리지 않은  곁에 더 심각한 상태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완전히 절망에 빠진 한나의 존재는 오히려 콜린에게 약간의 침착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자신의 누나를 살짝 끌어안아 안심시키면서도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예상을 못 했는데요……."

지금의 상황은 명백히 모자 장수의 동귀어진이었다.

계약을 이용했는지, 아니면 다른 수단을 사용했는지는 몰라도 그는 언제든 봉인해둔 괴물을 세상에 풀  있는 준비를 해두었던 것이다.

물론 콜린이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진 않았다.

그렇기에 일부러 너무 조이지 않게 여유를 주지 않았는가.

권력에서 내려오고 자신이 했던 일을 공표하라는 것. 오로지 그뿐이었다.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세계라면 충분히 다른 곳에서 재기할  있는 기회가있던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모자 장수는 콜린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권력의 망자였던 모양이다.

설마 고작 이 정도 일 때문에 함께 죽자는 카드를 꺼낼 줄은 어떻게 예상했겠는가.

"일단, 콜린. 한나를 데리고 물러나세요."
"…마치 씨는요?"
"어떻게든 제압해볼게요."

이내 콜린은 마치와 눈이 마주쳤다.

제압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건 콜린도 알고 있었다.

저 괴물, 페스트는 불사의 존재다.

백설처럼 형식적인 불사도 아니고 문자 그대로의 불멸. 제후조차 죽일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저 봉인해뒀을 뿐이었다.

"콜린. 다른 사람을 보호하면서는 못 싸워요.저 괴물에게 상처를 입는 순간 즉사라고요."

그리 말하는 마치의 눈동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어보였다.

그녀는  머리가 좋은 편이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자신이 희생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확신을 한 것이겠지.

"돕겠습니다. 마치 씨."

레니 역시 어느새 칼을 뽑아들고는 마치의 곁에 섰다.

하지만 부점 길드의 최대 전력이던 두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콜린은 본능적으로 승산이라는 것이 없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에 사람들이 마치의 동생을 반강제로 괴물을 담는 그릇으로 삼았다는  듣고 그들을 비난했던 콜린이었지만, 저런 괴물을 마주하고 있으면 누구라도 희생시키고 싶어질 만 했다.

 정도로 페스트의 존재 자체가 공포를 내뿜고 있었다.

"봉인… 어떻게든 다시 봉인할 방법은……."

콜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무심코 중얼거렸다.

이대로 마치와 레니를 희생시켜 살아남는 수밖에 없단 말인가?

"무리에요, 콜린. 그러려면 일단 적합한 그릇이 있어야 한다고요."
"…쥐, 말이죠."
"그래요."

콜린은 생각에 잠긴다.

마치의 동생, 마틸다의 기원은 아마도 매드 티 파티의 일원인 겨울잠쥐(dormouse)였으리라.

쥐의 권능을 가진 존재라면 일부나마 페스트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있어요. 있는데……."

콜린은 이내 해답에도달했다.

"마치 누나. 하나만 가정해볼게요. 쥐에서 기인한 존재를 지금 당장 소환할  있는 권능이 생긴다면 봉인이 가능할 것 같아요?"
"역시 무리일 거예요.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막 받은 권능을 정도로 정교하게 다룰 수 있을  같지는 않아요."
"즉, 본인을 데려와야하는 건가요… 젠장."

그래. 그게 문제였다.

계약을 통해 당장에 필요한 권능을 받아오는 것까지는 가능하다. 그런데 그걸 제대로 쓸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실상 유일한 방법은 적합한 권능을 가진 본인을 여기로 데려오는 수밖에 없다.

"…잠깐, 콜린. 방금 뭐라고요?"

하지만 이내 고민에 빠져있던 콜린의 귓가에 또다시 마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별 생각 없이 넘겼던 말을 다시 곱씹어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쥐의 권능을 가진 사람을 알고 있다는 듯이 들리는데요?"
"어? 네. 일단 그렇긴 한데요… 거리가……."

뒤이어 마치의 눈이 크게 뜨였다.

평소에는 대부분 미소를 짓고 지내던 그녀의 눈이 저만큼 커진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은 콜린이었다.

"거리는 상관없어요! 여왕님이 포탈을 열  있으니까…!"
"뭐? 잠깐. 뭐요?!"

한 번에 너무 많이 정보가 들어온 탓에 콜린은 이마를 짚으며 되물었다.

'아니, 이상할 것도 없나…….'

잘 생각해보면 아공간까지 만들어낼  있는 하얀 여왕이다. 순간이동 정도면 충분히 할  있지 않겠는가.

"아마 궁전 어딘가에 여왕님과 마틸다가 잠들어 있는 장소가 있을 거예요."
"잠깐만요. 그랬다간 마치 누나 동생은……."
"그 아이가 품고 있던 짐승이 튀어나왔어요. 어차피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상태가 아닐 거예요."

마치는 입술을 깨물더니 말을 이었다. 콜린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차마 그녀 앞에서 말하진 못했던 내용이었다.

"괜찮아요, 콜린."

콜린은 입을 다물었다.마치가 그렇게 결심했다면, 더 이상 그가 관여할 영역은 아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야?!"
"콜린 님!"

백설과 체셔가 급히 이쪽으로 달려온 것은 그 즈음의 일이었다.

"영주님, 마침 잘 왔어요. 저랑 어디 좀 가죠."
"어? 잠깐만… 일단 설명을……."
"그럴 시간 없어요. 그리고 백설. 너는 여기 남아서 마치 누나랑레니  도와주고."

여왕에게 걸려있는 봉인을 풀기 위해선 아마 길잡이의 힘이 필요할 거다. 은신 능력까지 있는 체셔니 동행해도 문제되지 않을 터였다.

또한 불사의 권능을 갖고 있는 백설은 아마 남은 사람들에게 아마도  도움이  거다.

"마치 누나. 다시 난쟁이들 넘겨드릴 테니까  다치게 조심해요."
"생채기 하나 없이 돌아갈 테니 걱정 말라고요."

애초에 생채기가 나면 죽지 않는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위로였다.

"레니도… 제발 다치지 마요."
"…여기는 믿고 맡겨."

그렇게 레니에게까지 인사를 마치고서 콜린은 주저앉은 한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누나. 은신 아이템 지금 갖고 있지?"

난쟁이의 은신 아이템은 현재 한나에게 넘겨준 상태였다.

사냥꾼의 기술을 살려 체셔와 함께 화약이 있던 창고를 털었던  그녀였던 탓이다.

그날 회의 시간에 지쳐서 쓰러져있던 것도 그래서였다.

"안 돼… 콜린. 가면……."
"안 가면 다 죽을 수도 있어."
"그럼, 적어도 내가……."

한나는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풀썩 쓰러지고 만다.

"그 모습으로 어딜 가겠다고."

한나는 저 괴물의 존재에 트라우마가 자극된 게 틀림없었다.

정신질환도 병이다. 단순히 의지로 극복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콜린은 그녀를 살짝 안아주었다.

"절대 죽어.적어도 오늘은 아무도 안 죽을 거야."
"콜린……."

콜린은 힘이 빠진 그녀의 손에서 펜던트를 하나 받아들었다. 녹슬고 깨진 조각이 낡은 체인에 매달려있었다.

퀴네에의 조각. 불완전하지만 일단 은폐 효과가 있는 아이템이었다.

"영주님, 가요!"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후를 깨워야 한다는 거지?!"

이어서 콜린은 펜던트를 목에 감고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체셔도 여전히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무엇을 해야 할지 눈치챈듯 그를 뒤따랐다.

"최단 경로로  거야! 오랜만에 길잡이의 진가를 보여줄 테니 잘 따라와!"

아니, 더욱 가속하더니 콜린을 앞질렀다.

꽤 통통해보이는 체셔였음에도 엄청난 속도였다.

이전에도 그의 신체 능력을 실감할기회는 여럿 있었지만, 이만큼 날렵한 모습을 보이는  처음이 아니었을까.

콜린은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하며 달려가는 것이었다.

괜히 뒤를 돌아보느라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다.

그녀들이라면 분명 괜찮을 거다.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일을 끝마치는 게 그녀들을 돕는 일일 테니까.

소년은 이를 악물고 체셔를 따라 달리며 품에서 작은 손거울을 하나 꺼내들었다.

[…콜린?]
"안젤리나 씨! 길게 설명할 시간은 없으니까 당장 외출 준비부터 하면서 잘 들어요!"

거울 너머에서 들려오는 신데렐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콜린은 침을 삼켰다.

 수 있는 재료는 어떻게든 끌어모았다. 이제 남은 건 요리하는 것뿐이었다.

적어도 냄비를 엎지르지만은 않도록 기도하는  지금 당장수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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