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73 노란 가발
콜린은 적어도 그가 시도해볼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의 발버둥을 치려 노력했다.
적당히 살펴보고 가능성이 낮다 생각하면 포기해버리는, 그런 나약한 마음을 갖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한 콜린은 매번 이른바 '최선의 결과'를 목표로 행동했다.
물론 항상 그게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호랑이를 그리려 해야 고양이 정도는 그릴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포탈을 통해 건너가 안젤리나를 데려온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마틸다를 구할 방법이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콜린은 제단에 쓰러진 존재를 바라보았다.
사람만한 크기의 짐승이었지만 복슬복슬한털이 쥐보다는 햄스터나 친칠라를 떠올리게 해 오히려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 털을 가볍게 쓰다듬으면 온기가 느껴졌다. 잘 살펴보면 여전히 숨을 쉬는지 몸이 부풀고 오므라들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더 이상 깨어날 수는 없다.
카티와 체셔, 두 길잡이는 모두 마틸다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그리 말했다.
마틸다의 영혼은 페스트를 겨우 묶어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페스트를 모자 장수가 강제로 끄집어내는 과정에서 영혼이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다.
마틸다를 다시금 깨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두 가지.
다시금 생명의 불을 붙일 연료와, 깨진 혼을 보충할 또 다른 영혼이었다.
전자는 모자 장수에게서 그 에너지를 뽑아내면 된다.
그를 이용해먹으려던 콜린이 모자 장수를 죽이는 데 결국 동의했던 이유 역시 이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또 하나의 영혼이 필요하다는 부분이었다. 혼의 값은 오로지 혼으로만 치를 수 있다.
마치는 아무리 동생을 위해서라도 무고한 사람을 죽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범죄자의 영혼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연료로만 삼을 모자 장수의 영혼과는 달랐다.
두 번재 영혼은 마틸다의 것과 융합하여 새로운 생명을 이루게 된다는 모양이었다.
이는 곧 그 사람의 의식과 인격 역시 어느 정도 섞여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길잡이인 카티가 그리 말하는 것이라면 아마 사실이리라고 여겼다.
즉 모든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무고하지도 극악하지도 않은 영혼을 사용해야 했고, 바꿔말하자면 현재의 육체에 불만이 있는 선량한 인물 정도가 아니면 안 되었다.
대체 그런 존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마치 헤어는 동생을 되살리겠냐는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콜린은 그녀의 거절을 다시금 거절했다.
적합한영혼이 때마침 그의 손에 들려있었으니까.
"마치 누나. 이거라면 어때요?"
모자 장수의 죽음, 그리고 페스트의 폭주.
그 모든 일이 마무리된 다음날, 콜린의 부름에 따라 마치는 어느 방을 찾아왔다.
두 개의 제단이 놓여있던 방.
그러나 그 중에 하나는 비어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커다란 쥐가 한 마리 누워있었다.
마틸다라는 이름의 암컷 쥐. 일찍이 모자 장수의 비열한 계략에 당해 영영 잠에 빠져버린 안타까운 존재였고, 마치의 의동생이나 다름없는 아이였다.
"…그렇군요. 그거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마치는 콜린의 손에 들려있는 것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것은 검은 책이었다.
물론 단순한 책이 아니라 값진 아이템일 뿐더러, 콜린이 하도 들고다닌 탓인지 영혼까지 깃든 도깨비였다.
"본인의 동의는 있었나요?"
"물론이에요."
마치는 마지막까지 분명히 하려는 듯 질문했다.
그녀의 모습에 콜린은 미소와 함께 답해주었다.
혹시나이렇게 해줄 수 있겠느냐고 질문했을 때 기뻐서 방방 뛰던 책의 모습을 그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영혼이 섞인다'라고 하는 것에 큰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콜린으로서는 그렇게까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의 존재부터가 전생과 현생의 기억이 뒤섞이더라도 가치관이 정상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괜찮은 거군요."
그런 콜린의 당당한 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마치는 눈을 살짝 감았다.
정말 모든 게 해결된 것이다.
포기했던 마틸다조차 아무 문제도 없이 다시 되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고마워요. 콜린."
오로지 그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해주었던 소년의 이름을 부르는 것 외에는 말이다.
"정말로… 정말 고마워요."
"고생은 다른 사람들이 다 했는데요 뭘."
그러나콜린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그저 마치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한 방법을 내어줬을 뿐이었다.
이 길을 걷기로 한 건 그녀였고, 그걸 위해 발버둥쳐온 것도 다른 사람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름 즐겁기도 했고 말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한동안 꽤나 재미있었다.
전생에서 이 정도로 머리를 굴리는 싸움은 경험해본 적도 없었으니 말이다.
"재미있어요?"
"머리 쓰는 건 나름 좋아하거든요."
"…으음,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요."
이건 이해하지 못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콜린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그저 자신이 약간 괴짜스러운 면이 있기 때문이리라.
"……저기요, 콜린. 어디 한 번 해볼래요?"
"어… 네?"
그런 상황이었기에 문득 마치가 꺼낸 이야기에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도 나름 여자니까 권력욕 정도는 있다고요?"
그러다가 쿡쿡 웃으며 '물론 성욕이 최우선이지만'하고 덧붙인다.
이내 그녀의 머리 위에 스르륵 하고 은빛의 왕관이 떠오른다.
믿고 있던 신하에게 쿠데타를 한 방 얻어맞은 뒤 모든 걸 내려놓고 쉬고 싶었던 하얀 여왕은 마치에게 제후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물론 단순히 그런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으리라. 콜린은 그리 생각했다.
마치 헤어에 대한 세간의 소문은 어떠했는가?
그녀는 괴물이 폭주한 틈을 타 제후의 자리를 찬탈하고자 하얀 여왕을 습격했다.
그러나 모자 장수가 아슬아슬하게 마치의 계획을 저지한 탓에 제후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허나 제후는 그때의 일로 병이 들고 말았으며, 결국 어쩔 수 없이 모자 장수가 제후 대리로서 나라를 이끌게 되었다.
…실제로는 그 반대에가까웠지만 적어도 알려진 것에 따르면 그러했다.
물론 하얀 여왕이 깨어난 이상 마치의 명예는 회복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피해자라고 알려졌던 장본인이 진실을 공표한다면 결국에는 어떻게든 해결될 일이었다.
다만 아무래도 그녀는 '조금 더 빠른 방법'을 쓰기로 했던 모양이었다.
마치가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며 페스트에게서 사람들을 구하는 동안 당연하게도 시선이 모여들었으리라.
콜린이라도 도시에 거대 괴수가 나타나고, 그걸 누군가가 쓰러뜨리려고 나타나는 히어로 영화 같은 전개가 이어진다면 무심코 구경하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그리고 그렇게 시선이 모인 가운데 모든 일을 해결하고, 여왕이 직접 대관식을 거행한다.
정치적인 쇼라는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효과를 거뒀음에는 틀림없다.
마치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해지는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제후라는 어마무시한 권력을 얻었으니 좋은 게 좋은 것이지 않겠는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데 그런 마치가 말을 이었다.
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
허나 추측이라면 충분히 해볼 수 있었다.
최근 일이 재미있었다는 콜린의 말, 그리고 자신도 권력욕 정도는 있다는 그녀의 표현.
마치는 그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를 노려보지 않겠느냐고.
"실은 모자 장수 혼자서 페스트를 깨울 방법을 찾아냈을 것 같진 않아요."
그녀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마치의 말은 분명히 틀리지 않았다.
그 괴물의 위험함은 콜린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녀석을 툭 하면 풀려날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아닐것이다.
그렇다면 모자 장수에게는 협력자가 있었다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것도 다른 제후들이나 혹은 그에 준하는 수준의 협력자가.
"그럼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모자 장수는 응징했고, 동생도 되찾았다.
뿐만 아니라 예상에 없던 제후의 자리까지 이렇게 손에 넣었다.
이 정도면 마치도 적당히 만족하고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러니 복수라는 것은 이제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 콜린의 모습을 바라본 순간, 마치는 충동에 휩싸이고 말았던 것이다.
그가즐거워한다면 이 세상을 가져다바치지 못할 것은또 뭐란 말인가?
자신의 심경변화가 조금 우스워서 마치는 킥킥 웃었다.
남자에게 홀려서 그 말대로 휘둘리는 제후라. 폭군은 아니어도 암군이라는 말은 결코 피하지 못하겠거니 싶다.
물론 오로지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무릇 여자로 태어나 어찌 천하를 호령하는 군주의 꿈을 꾸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예 거리가 먼 천상계의 이야기라면 몰라도, 이렇게 기회가 떨어졌는데 아무런 욕심도 들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제아무리 방탕한데다 명예를 내팽개친 마치라고 해도, 한 번 그런 생각을 떠올리면 절로 가슴이 웅장해지고야 만다.
'…그렇다고 마냥 전쟁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러다가 마치는 문득 침착함을 되찾고 고개를 내저었다.
세상을 발 아래에 두고 싶다는 웅대한 야망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렇다고 세계정복을 하겠다며 마구 전쟁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야 정말로 폭군이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을 하면 사람이 죽는다'라는 최소한의 상식이 없지는 않았다.
"갈 수 있는 데까지, 무리하지 않고서 함께 가보죠."
그렇기에 마치는 절충안을 내놓고서 곁에 있던 콜린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의 손을 끌어당겨 손가락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콜린은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애정행각은 다 끝나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 죄송해요."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카티는 결국한 마디 내뱉었다.
그러나 이내 마치의 모습에 한숨을 쉬며 시선을 돌렸다.
여태껏 얼마나 고생했을지 생각해보면 차라리 저렇게라도 밝게 있는 게 낫다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여튼 이제 시작할 거니까 이쪽으로 와."
이어서 노파는 손을 까딱거리며 마치를 불렀다.
"에이, 그래도 저 제후까지 됐는데 조금 대우는 해줘요."
"나는 하타한테도 이랬다."
"그 녀석은 제후 대리고요."
"쥬브한테도 이랬는데?"
그렇게까지 말하자 마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는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어차피 진심으로 예의를 갖추라고 말한 것도 아니었다.
공적인 자리에서야 예를 지키는 게 맞다 해도, 사적으로 대할 땐 웃어른에 예전 상사, 거기에 선대 제후의 친구다.
오히려 하루아침에 정말 직위를 휘두르며 막나가면 그야말로 상식이 있는 건지 의심을 해야 할 판이니 말이다.
"어떻게 하면 돼요?"
"일단 다가와서, 제후관 꺼내고, 손 대고 있어."
그녀를 흘끔 바라보더니 카티는 말을 이었다.
굳이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왕관 자체에 뭔가 특수한 힘이 있는 것 같다고 콜린은 생각했다.
"──윌리엄 신부님, 늙으셨군요."
마치가 부드러운 털 속에 손을 파묻고 잠시 그 온기를 느끼고 있으니 곁에서 무언가 중얼거리는 카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 하는 게 맞나요? 연세도 드셨건만."
시인지 주문인지 알지 못할 내용을, 카티는 눈을 감은 채 연신 읊어나갔다.
그러자 이후 해야 할 일을 깨달았는지 콜린의 손에 들려있던 검은 책이 포르르 날아올라 제단에 누운 마틸다 위에 내려앉았다.
"맙소사, 무슨 비결이… 헤이어. 손 떼지 말고 있어라. …무슨 비결이 있나요?"
이내 바닥에서부터 시꺼먼 액체가 스며나오더니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천천히 흘러와서는 중력을 거스르며 제단 위로 오르더니, 눈을 감고 있는 쥐를 뒤덮기 시작했다.
마치의 손목까지도 휘감아오는 그 점액에 깜짝놀라 몸을 흠칫거린 그녀였지만, 이내 카티가 턱짓까지 하며 주의해오는 통에 어쩔 수 없이 그대로 견디기로 했다.
"벌써 세 번이나 물음에 답해줬으니, 그쯤이면 되었지."
그 액체는 조금 더 솟아올라서는 흡사 먹이를 찾는 뱀처럼 두리번거리다가 근처에 있던 책을 꿀꺽 집어삼켰다.
뒤이어 위에서부터 굳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마치의 손을 집어삼킨 채 커다란 검은색 알이 되었다.
"그만 가지 않으면 걷어차겠어… 하나도 맞지 않는군.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어!"
그리고 마침내 카티는 침묵에 잠겼다.
이쪽 세계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아직 완전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콜린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카티의 '주문'이 끝났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손을 떼도 좋아."
"…안 빠지는데요?"
"조금 더 힘을 줘서 빼라. 저 덩어리는 네가 온 힘을 다해도 안 부서질 테니 안심하고."
카티의 말에 그녀 쪽을 바라보며 되물은마치였지만, 이내 잔뜩 힘을 줘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자 금세 쑤욱 팔을 뽑아내는 마치였다.
"…생각보다 신성한 느낌은 없네요."
두 사람을 지켜보다가 콜린은 감상을 뱉었다.
"그러면 뭐냐. 성서 구절이라도 읊어주길 원했던 게냐?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줄 수는 있지. 달리다굼(Ταλιθα κουμ)!"
그러나 카티는 대체 뭘 기대했냐는 듯이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람을 되살리는 게 아니다. 상처 입은 영혼을 약간 정도 고쳐주는 작업일 뿐이야. 병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다를 바가 없지."
신성함이 아니라 기술의 영역이라고, 카티는 덧붙였다.
"물론 연료도 재료도 타인의 영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선 규탄받는 기술이다만."
당연하지만 몇 사람을 죽여서 한 사람을고쳐주는 일이 칭찬받을 일은 잘 없으리라.
억지로 예시를 떠올려봐도 영웅을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신을 희생하는 정도였을까.
콜린은 대강 납득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까득.
그리고 다음 순간 들려온 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제단에 올라있던 검은 덩어리가 한쪽에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쩌적, 쩌적… 시커먼 알이 천천히 벌어진다.
균열이 절반에 이르렀을 즈음, 단숨에 덩어리 전체에 거미줄과도 같은 금이 가더니 순식간에 사방으로 깨지며 터져나갔다.
콜린에게도 그 파편이 날아왔기에 움찔거리며 한 걸음 물러선 콜린이었다.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기까지 했지만, 의외로 아무런 통증이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솜사탕에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해야 했을까.
이내 그 검은빛 파편들은 연기처럼 파스스 흩어져 사라졌다.
"…마틸다."
그리고 그 중심에있던 존재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당연하게도 마치였다.
제단 위에서는 커다란 쥐가 천천히 눈을 뜨더니 주위를 연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쥐의 이름을 조용히 중얼거리고서 마치는 한 걸음씩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마틸다!"
"으겍?!"
그러다가 단숨에 가속을 붙이며 달려들더니 꽈악 끌어안는 것이다.
…너무 강하게 끌어안았는지 비명을 내지르는 마틸다였지만 말이다.
"미안해. 제가 미안했어요……."
"뒤통수 맞은 사람이 사과하면 어째……."
이내 마틸다는 한숨을 내쉬더니 언니의 등을 톡톡 두들겨주었다.
'등을 두드리려고 한 거 맞지…?'
다만 그렇게 확신할 수 없던 것은, 특유의 짧은 팔 때문에 어깨를 토닥토닥 하는 정도에 그친 탓이었다.
"주인 혼자 너무 외로워보인다. 주인도 이쪽으로 와."
"…나?"
그러면서 다른 짧은 팔로는 콜린을 가리키더니 까딱까딱 흔든다.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그 호칭에 조금 의아해하며 콜린은 스스로를 가리키며 되물었다.
"기본적으로 살아온 시간 때문에 마틸다로서의 기억이 대부분이지만, 주인에 대해서는 실상 첫 만남이니까."
요컨대 주 인격은 마틸다의 것이지만 콜린에 대한 이미지는 '검은 책'일 때의 것에 의존한다는 소리겠지.
콜린은 대충 이해하고서 제단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마틸다를 끌어안고 있던 마치의 갈색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었다. 새삼스럽지만 이쪽 머리털도 꽤 복슬복슬한 느낌이다.
"고생했어요, 마치 누나."
마치는 엉엉 울지도 않고, 그저 조금 애틋한 표정으로 마틸다를 끌어안고만 있을 뿐이었다.
콜린은 다시 뒤로 물러나서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눈치 하나는 좋구나."
"칭찬 감사합니다."
그러자 뒤에서 카티의목소리가 들려왔다.
콜린은 자매 상봉의 장면에서눈을 떼지 않으며 그녀의 말에 반응해주었다.
지금은 잠시 재회를 즐기게 놔두는 게 좋겠다. 콜린은 그리 생각하며 다시 침묵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