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74 분홍빛 눈(1) (74/89)



〈 74화 〉74 분홍빛 눈(1)

마치 헤어가 제후의 자리를 이었다.

현실적인 면에서 봤을 때, 사람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셈이었다.

그러한 권력을 얻은 그녀가 제일먼저 행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따르자면 '의외로 권력을 잡아도 변치 않는 사람이 있다'라는 듯 했다.

"이제, 제발 좀……."

이상할 정도로 한적한 카지노.

그 녹색의 테이블 위에 있던 유디트는 얼굴을 붉히며 눈앞에 있는 상대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쪼그려 앉아 다리를 양쪽으로 활짝 벌린  상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수치스러워서 죽을 것만 같았는데 지금의 상황을 살펴보면 한술 더 떴다.

평소에는 단정하게 묶어두었던 흑발은 풀어헤쳤고  위에 검은색의 토끼 귀가 솟아있다.

물론 진짜 귀는 아니고 그러한 형태의 머리띠를 썼을 뿐이었다.

복장에 대해서는 스타킹과 구두 정도를 제외하면 몸에 달라붙는 검은빛 레오타드 정도가 전부였다.

안 그래도 나름풍만한 가슴이  바깥으로 흘러넘쳤는데, 윗가슴을 가리는 천은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아래쪽도 깊게 파인, 이른바 하이레그라고 해야 할 모양새였다.

요컨대 바니걸이었다.

"그러게 누가 우리 콜린 괴롭히래요?"

그런 복장을 입고 있는 유디트를 바라보고 히죽히죽 웃더니 마치는 곁에 앉은 소년의 팔을 살짝 끌어안는다.

모든 일의 발단은 이전에 유디트가 콜린과 승부를 하면서 그를 희롱했던 것이었다.

아니, 실제로 삽입까지 이뤄졌으니 이전에 콜린이 살던 세계를 기준으로 하면 희롱이니 추행이니 하는 단계를 넘어 폭행으로 분류되는 단계였다.

물론 콜린도 즐기긴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방적으로 깔아뭉개지던 상황이었으니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기 마련이었다.

그때는 모자장수를 방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아둔하게 행동해야 했기에 더욱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때마침 마치가 제후가 되며 엄청난 뒷배도 생겼겠다 소소한 복수를 해주려고 했던  지금에 이른다.

"조금 더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보세요. 자, 콜린한테  더 다가와서."
"큭……."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반드시 되갚아주겠다 벼르고 있었던  물론 아니었다.

다만 문득 떠오른 이야기를 무심코 마치 앞에서 꺼낸 순간 그녀의 눈빛이 변하더니 콜린의 어깨를 꽉 붙잡고 이건 반드시 해야 한다며 주장해온 것이었다.

콜린은 그저 카지노라는 단어에서 연상해낸 바니걸의 이야기를 잠시 했을 뿐이었는데 마치가 순식간에 거기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본래는 적당히 마치를 빽으로 약간 압력을 넣으려던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일개 카지노 관리인인 유디트 입장에선 저항하기 어려웠을 텐데, 아예 제후 본인이 신나서 일을 추진했으니 말 그대로 까라는 대로 까는 수밖에 없었으리라.

마치는 웃으며 손을 아래로 뻗어 콜린의 페니스를 쥐고 문질러대었다.

"그러니까 대체 왜 나도……."

그리고 곁에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레니가 중얼거렸다.

그녀도 파란색의바니걸 차림을 한 채 서있었다.

가슴은 작은 편에 속했지만 빈약하다기보단 슬렌더라는 말에 딱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신체에 달라붙은 옷감이 완만한 곡선을 드러내고 있어 유디트의 천박한 모습과 다르게 살짝 우아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헌데 유디트는 그렇다 쳐도 자신은 대체  이러고 있는가. 레니는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당연하지만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건 아니고, 하도 어이가 없다는 것에 가까웠을 테지만 말이다.

"왜요. 예쁘기만 한데."
"그래요.  자신을 가지라고요, 언니."
"아니, 여자가 되어서 이런 옷을 입는 건 좀……."

그녀의 모습에 콜린과 안젤리나가 찬사를 보냈지만 여전히 부끄러운지 귓불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안젤리나가 여기 있는 시점에서 알  있겠지만, 레니까지 이 일에 휘말리게 된 최대 원흉은 바로 그녀였다.

바니걸이라는 복장의 기원은 플레이보이 클럽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세계에는 플레이보이라는 기업이 없다.

사람 생각이라는 게 거기서 거기이니만큼 이쪽에서도 같은 발상에 도달한 변태신사가 존재할 가능성이 없진 않았지만, 여러모로살펴보았을 때 이러한 복장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아무튼 그런 상황이니 바니걸을 입히려면 자연스럽게 복장을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다만 콜린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그런  가능할만한 인물은 아라크네 정도밖에 없었다.

허나 설령 복장을 만든다고 쳐도 아라크네 길드와는 거리가  있기에 운송수단을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하얀 여왕이 포탈을  수 있다곤 해도, 대체 어떻게 한참 고생하신 어르신에게 자신의 성적 윤택함을 위해 권능을 써달라는 부탁을 수 있겠는가.

…사실 어엿한 길드 하나를 이끄는 사람에게 바니걸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시점에서 조금 부끄러운 일이긴 했다.

하지만 그런 감상을 품은 건 콜린뿐이었고, 마치에게는 충분히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허용 범위였던 모양이다.

아라크네 쪽도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품성을 눈치챈 것인지 남성용으로 개조해서 팔아도 되겠냐는 답이 돌아왔다.

상업 쪽으로 여러 끈이 이어져있는 트위들 자매의 까마귀 길드에도 연결시켜주겠다는 약속까지를 대가로 결국 그녀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아무튼 생산은 그런 식으로 해결 되었으니, 운송에 있어 제일 나은 방법은 안젤리나가 아라크네 길드까지 마차로 왕복하는 정도였다.

덧붙여 이전에도 하루하고 한나절 정도면 왕복할 수 있는 기동력의 해골마였는데, 지금은 어째선지 아예 살이 붙어 백마가 되었을 뿐더러 힘도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만한 괴물을 일부나마 흡수했으니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이만큼이나 지금 상황에 적합한 수단이 없었기에 콜린이 그녀에게 부탁을 했더니 안젤리나는 또 하나의 제안을 해왔다.

…그것이 지금 레니 테세오가 바니걸이 되어있는 이유였다.

일단 눈호강 측면에서도 콜린은 나쁠 게 없었고,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안젤리나였다.

보통 신데렐라 이야기를 하면 호박이 마차로 변했다는 부분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마차를 구했다고 쳐도 말은 어쩔 것이고 마부는 어쩔 것인가? 당연히지만 신데렐라가 마술(馬術)에 능할 리도 없었다.

요정은 단순히 마차를 만들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쥐를 말로, 도마뱀을 하인으로 변신시켜 그녀의 행차에 도움을 주었다.

이는 즉 그녀의 권능은 쥐에서도 기원을 갖고 있다는 의미였고, 그 덕분에 페스트의 권능을 일부나마 품고 있을 수 있었다.

마틸다 때와 다르게 본인이 아니라 말에게 권능이 있는 것이니 신체적 부담도 거의 없다는 점은 더욱 좋았다.

아무튼 간에 결론만 말하자면 콜린 입장에선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레니의 동의는 받지 않았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난 뒤 보고가 있었을 뿐이다.

이쪽 여성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정말 괜찮은 복장인가 조금 고민되긴 했지만 결국 레니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입어주었다.

"히잇?!"

콜린은 옆에 서있던 레니의 엉덩이를 꽈악 쥐었다.

깜짝 놀라며 움찔거리긴 했지만 밀어내진 않았다.

'확실히 조금 마조끼가 있단 말이지…….'

아무렴 자기파괴의 극한에 이르른 성벽까지 가지고 있는 레니였으니 오죽할까.

옷을 내밀었을 때 수치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희미하게 기대감이 묻어나오던 눈빛을 콜린은 놓치지 않았다.

지금만 해도 아랫도리에 짙은 남색으로 변해버린 부분이 보일 정도였다. 무엇에 젖은 것일지는 생각해볼 필요도 없었다.

"으…?"

그러다가 아래쪽에서 몰려오는 쾌감에 콜린은 무심코 신음을 흘렸다.

그쪽으로 시선을 향했더니 레니가 그의 페니스를입에 물고 있었다.

이쪽도 조금 신경을 써달라는 의사 표명이리라.

잠시 입에서 빼내어 쪽쪽 과장스러운 소리를 내어가며 페니스에 키스를 하는가 싶으면 다시 뿌리 끝까지 삼켜버린다.

한 군데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듯한 애무에 콜린은 무의식중에 그녀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츄읍… 콜린……."

이어서 콜린의 입술에도 따스하고 말랑말랑한 감촉이 닿는다.

이번에는 레니 쪽에서 신경이 멀어지니 질세라 그녀가 입을 맞춰온 것이었다.

레니는 콜린과 입을 맞추더니 끈적하게 혀를 섞었다.

"후읏…?!"

한참을 그러다가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는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려 뒤쪽을 바라본다.

"레니 언니, 츄릅… 가만히 있어요……."

콜린은 의자에 앉아 있고 레니는 그 옆에 서있다보니, 자연스레 허리를 꽤 굽혀 엉덩이를 뒤로 내민 채 입을 맞추는 형태가 된다.

그런 와중에 안젤리나가 아래쪽 옷감을 젖히고 레니의 음부를 핥아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깜짝 놀라며 몸을 돌려 피하려고 했던 레니였지만 이윽고 콜린에게 붙잡힌 탓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그저 아래쪽에서 전류처럼 올라오는 쾌감에 흠칫흠칫 떨며 그와 타액을 섞어나갈 뿐이었다.

남녀 네 사람이 서로 얽히며 서로를 애무해나간다.

그 모습을 유디트는 수치스러운 자세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복장에, 이런 상황인 것만으로도 치욕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저들에게는 배경 정도의 취급만 받고 있을 뿐이었다.

'젠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촉촉해지기 시작하는 자신의 음부에 그녀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눈앞에서 저런 음란한 교류를 보여주고 있는데 일절 흥분하지 말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설령 그렇다 해도 치욕스러운  치욕스러운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그녀를 콜린은 잠깐 흘겨보다가 천천히 올라오는 사정감에 손가락을 움찔거렸다.

"우읍…! 후으읍… 으음……."

한참 마치가 애무하고 있던 탓도 있었기에 굳이 참을 생각 없이 콜린은 사정했다.

마치의 입 안에 진한 정액이 울컥울컥 쏟아진다.

하지만 물러날 생각 따위는 없다는 양 오히려 얼굴을 그의 배에 딱 붙이고 뿌리 끝까지 집어삼킨다.

그녀의 목이 꿈틀거리며 식도로 넘어가는 정액의 존재를 알렸다.

"후아아… 끅."

페니스의 움찔거림이 잦아든 다음에야 마치는 마지막으로 요도에 조금 남아있는 정액을 쪼옥 빨아들이곤 입을 떼었다.

아직 구강 여기저기에 정액이 들러붙은 채 마치는 조그맣게 귀여운 트름을 했다.

그러고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 배시시 웃다가 몸을 일으켰다.

"……?"

이어서 마치는 가볍게 폴짝 뛰어서는 테이블 위에 엉덩이부터 털썩 주저앉는다.

갑자기 근처에 다가온 그녀의 모습에 유디트가 조금 당황한 얼굴로 마치를 바라보았다.

"우읏?!"
"베에… 얌전히 받으세요……."

이내 마치는 유디트의 어깨에 팔을 두르더니 그녀의 얼굴 바로 위에서 입을 벌려 남아있던 정액을 흘려내었다.

찐득한 정액이 주욱 아래로 늘어지며 유디트의 입술에 닿았다.

"읏?! 쿨럭… 으윽…!"

그 기이한 감각에 깜짝 놀라서─혹은 마치의 침이 섞여 있어서─ 뒤로 몸을 빼려던 유디트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마치 헤어가 도망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

유디트의 어깨를 붙잡은 팔에 더욱 힘을 주어 그대로 고정시킨다.

안 그래도 쪼그린 상태로 다리를 쫙 벌린 불안정한 자세였는데, 움직이려고 했던 직후 상체를 붙들리니 제대로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유디트는 그대로 꽈당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의도한 것은결코 아니겠지만 다리를 M자로 활짝 열고 상대를 유혹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우읏… 잠깐… 마치 헤어 님……."
"후후후! 가만히 있으세요!"

마치 역시 그 자세를 알아차리고 음흉한 표정이 되어서는,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양쪽 허벅지를  붙잡아 눌렀다.

본인 딴에는 있는 힘껏 저항하는 것 같은 유디트였지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콜린. 슬슬 콜린도 올라오세요."

이어서 마치는 히죽거리며 콜린을 테이블 위로 부르더니, 아래쪽옷감을 옆으로 치우고 사타구니를 덮고 있던 스타킹을 잡아뜯었다.

뚜둑 소리가 나며 유디트의 부드러운 살결이 드러난다.

"흐윽……."

마지막으로 속옷까지 젖힌 뒤 손가락으로 그녀의 균열을 살살 문질러댄다.

"마치 씨. 그러지 마세요."

하지만 이내콜린은 고개를 내저었다.

콜린의 이 행동에는 유디트조차 화들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다른 누군가라면 몰라도 콜린이 이런 상황에 저런 행동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 콜린을 희롱했던 그녀였다.

복수의 기회가 왔다면 얼마든지 하지 않겠는가.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했다가 유디트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콜린도 남자이지 않은가.

여자라면 혐오감과 성욕이 별개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화나게 한 상대를 범해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욕구를 품곤 하는 게 그녀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자가 그런 생각을 품는 경우는, 적어도 유디트가 알기로는 드물었다.

까놓고 생각해서 남자가 여자를 벌하기 위해 범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지금의 상황이 하도 맛이  상황인지라 순간 판단력이 흐려지고야 말았다.

유디트는 겨우 상식을 되찾을  있었다.

"그것보단 뒤에서 하는  구도가 좋지 않을까요?"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역시 콜린은 뭘 좀 안다니까요."
"……네?"

물론, 상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존재였다는 시점에서 전제부터 틀려먹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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