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0화 〉80 공기의 딸(3) (80/89)



〈 80화 〉80 공기의 딸(3)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그것은 그야말로 상식적인 조언이었다.

하지만 이는 애매한 표현이기도 했다.

때와장소를 어느 정도로, 어떻게 가려야 하는것일까?

거기에 대한 답은 아마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후아앗…♥]

…하지만 적어도, 남의 집에서 자위를 하는 건 분명히 때와 장소를 분간하지 못했다고 확신할  있었다.

도청 아이템 너머로 들려오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콜린은 이마를 짚었다.

아니, 차라리 그저 타인의 자택이라고만 하면 나은 상황이었다.

"어… 그러니까 도청기를 설치한 게 어디랬지?"
"…바로 위층이요."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은 일단 비공식일지언정 사절이었고, 이곳은 주인이 바뀐지 얼마 되지는 않았다 해도 궁전이었으니까.

'미치겠네.'

그야말로 상상 이상의 미치광이라는 말 외에는 해줄 수가 없었다. 루살카의 똘끼에는 오로지 감탄만 나왔다.

사실 도청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이쪽을 엿먹이기 위해 이러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미저  정도였다.

곁에 앉아있던 시안도 넋이 나간 모습이지 않은가.

"뭐, 일단 계속해보죠."
"어?  상황에?"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콜린은 마음을 다잡고 화제를 돌렸다.

정확하게는 본래의 화제로 되돌아온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의 말에 시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콜린이 도청 장치를 작동시킨  그녀를 교육하기 위해서이긴 했다.

소리만 듣고 상황을 분석해보라는 과제를 내준 것이다.

다만 하필이면  순간 자위행위가 벌어지고 있을 줄이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법이라고 해두죠."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상황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문제는 없겠거니와 싶어서 콜린은 시안을 바라보았다.

"꼴이 이런데 대체 어떻게 집중을 하란 거야……."
"어떤 상황에도 집중할  있어야죠."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목표하는 커트라인은 너무 높은 거 아냐?"

이런 때도 집중해서 머리를 굴리라니.시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흘겼다.

"아니, 그렇지만 딸치고 있다는 말고는 그다지……."
"그래도 생각을 멈추면 안 돼요."
"애초에 내가  다른 여자가 지 보지 쑤셔대는  분석해야 하는데?!"

…콜린조차 말문이 막힐 정도의 정론이었다.

"나 지금 뭔가 자괴감 들거든? 이거 엄청 심란한  알아…?"
"으음, 역시 처음부터 이런 건 너무 과했나요……."

콜린은 어쩔  없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읏…♥ 콜린 님…♥]

"……."
"……."

우연찮게 '반찬'의 정체를 알게 되어버린 건 그 순간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어… 축하해?"
"고맙… 아니, 축하할 것도 고마워할 것도 아닌데요."

몹시 어색한 목소리로 시안이 입을 연다. 콜린은 거기에 한숨을 쉬며 답했다.

"뭐… 생각해보면 조금 전에 다짜고짜 청혼을 하긴 했죠."
"첫눈에 반했나보지."
"그러려나요?"

콜린은 그 말을 적당히 흘려넘겼다.

정말로 '첫눈'일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콜린을 이 세계로부른 집단에 그녀가 속해있다면, 그의 존재를 이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합당한 전개를 떠올려보자면 콜린이 기억하고 있지 않은 어린 시절, 모종의 이유로 그녀와 헤어졌다가 이번에 찾아내게 된 것이리라.

'잠깐만. 첫눈에 반한 게 아니면 더 위험한 거 아닌가?'

예전의 콜린을 알고 있었기에 청혼을 했다? 그때의 그는 기억도 남지 않은 수준의 어린애였는데?

콜린은 마음속으로 제발 그녀가 범죄적인 취향을 갖고 있지 않기를 기도했다.

"아무튼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분석해보죠."
"…아예 안 하면 안 될까?"

그리고는 다시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콜린이었다.

이 소리를 계속 듣고 있어야 한다는 말에 시안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콜린은 무시했다.

자고로 사자는 새끼를 절벽에 밀어서 기르는 법이다.

물론 그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건 콜린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가 아니라 속에 담긴 의미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일단분석하기 전에 정보부터 모아야죠. 소리에 집중해주세요."
"젠장… 대체  이렇게 성능이 좋은 거야…?"

이상하리만치 좋은 음질에 시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 도청이 목적이었으니 성능이 좋은  당연했다.

"최대한의 정보를 모아서 정리하는 거예요. 무슨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  확실히 파악할 수 있도록."
"그거야… 당연히 신음 소리에… 물소리랑 부스럭거리는 소리 정도겠지."
"주기를 신경 써주세요. 주기가 일치하는 소리는 있나요?"

시안이 말한 세 가지 요소. 조금 적은  같지만 이런 식의 분석이 처음이라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대강의 상황을 인식하고서 콜린은 질문했다.

모든 걸 그가 다 설명해주면 교육의 효과가 없지 않겠는가. 적어도 스스로 생각할 기회는 줘야 한다.

"없… 는 것 같은데?"
"현상을 파악했으면 다음으로는  이유를 생각해봐요."
"전혀 모르겠는데?"

하지만 시안은 그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생각도 안 해보고 말하면 어째요?"
"아니, 진짜 모르겠단 말이야!"

콜린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가진 정보를 최대한 조합하여 깊게 생각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른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시안은 '어차피 더 생각해봐야 답이 나오지도 않을 거다'라며 곧바로 지레짐작하고는 사고를 관둬버렸다.

적어도콜린이 지향하는 것에 있어서 이러한 태도는 올바르지 않았다.

"시안 씨. 당장 옷 벗으세요."
"어, 응…?! 갑자기?!"
"안 들리시나요?"
"……."


느닷없는 콜린의 명령에 몹시 당황하는 시안이었다.

그러나 다시금 콜린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시선을 맞추자 고개를 떨구더니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시안은 전신에서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딱히 누군가가  법한 장소는 아니었다.

그러나그렇다고 아무도 오지 않는다 장담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시야 끝에 있는 저 문은 잠겨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 짙은 긴장감과 배덕적인 오싹함 속에서 시안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럼 이제 자위하세요."
"콜린…?"
"싫으세요?"

콜린은 그녀의 얼굴에다가와서는 귓가에 속삭였다.

그의 섬뜩하면서도 달콤한 목소리에 시안은 다리를 움츠렸다.

하지만 그것은 머지않아 천천히 양쪽으로 벌어진다.

시안은 천천히 훤히 드러난 자신의 비부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아랫도리가 천천히 젖어오는 것이 느겨졌다.

"흐읏……."
"자, 천천히. 들리죠? 저 소리에 맞춰서."

이윽고 소년이 시안의 손목을 붙잡았다.

피부를 타고 전해지는 온기와 약간의 압력. 그가 이끄는 대로 시안은 비부 속으로 천천히 손가락을 집어넣고 움직였다.

가벼운 현기증과 함게 심장이 쿵쿵 뛴다.

"하아……."

손가락을 움직일 때면 목 안쪽에서부터 교성이 새어나왔다.

귀를 적시는 물소리는 과연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다만 유일하게 불만이 있다면 너무나 감질나는 속도였다는 점이었다.

신체가 달아오르기만 할  정말로 갈증을 채워주지는 않았다.

"시안 씨."
"흐읏… 아?"

그러다가 문득 콜린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조금 뒤늦게 반응했다.

몸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답을 맞추시면 갈 있게 해드릴게요."

그러면서 아예 시안의 손을 잡아끌어 음부에서 떼어놓는다.

이어서 그는 투명한 액체로 번들거리는 손가락을 핥았다.

그저 손가락에 불과함에도 시안은 휘감기는 혀의 감촉에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하읏… 그, 그러니까……."

하지만 그 눈동자는 혼란에 요동치고 있었다.

대체 콜린이 바라는 답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녀의 욕망이 강제로 사고를 진행시킨다.

본래라면 진작에 관두고도 남았을 상황이었지만 어떻게든  욕정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집착이 어떻게든 뇌를 채찍질했다.

그가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힌트 정도는 제시했으리라.

서로 겹치지 않는 소리의 주기.

시안은 어떻게든 생각에 박차를 가했다.

"……."

그리고 어느 결론에 도달한 시안은 아주 잠깐 머뭇거렸다.

이어서침을 꿀꺽 삼킨 뒤,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그의 손을 살짝 떼어내었다.

"하으……."

시안은 손을 다시 음부로 가져갔다.

그러나 조금과 다른 점은 다른 손을 가슴으로 가져가 스스로의 유두를 살살 간질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읏."

시안은 살짝 눈치를 보며 콜린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그는 싱긋 미소를 지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정답에 도달했던 모양이었다.

찌걱이는 소리와 교성의 주기가 겹치지 않는다.

전자가 비부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일으킨 소리임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신음소리는 그와 어긋나 있는가.

이는 달리 말하자면 또 하나의 자극이 존재한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것에 대헤 당장 시안이 떠올릴  있던 건 오로지 가슴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부스럭거리는 소리와도 차이가 있던  감안하면 의복이 아니라 침대시트가 스치는 소리일 것이다.

옷을 차려입고 가슴을 애무하는데 옷깃 소리가 나지 않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도청기 너머의 상대는 지금 알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시안은 자신이 도출해낸 결론을 콜린에게 과시하듯 재현한 것이었다.

"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안의 팔은 다시 붙들리고 말았다.

설마 자신이 틀렸던 것일까?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그런 불안함이 묻어나왔다.

시안의 반응을 바라보며 콜린은 쿡쿡 웃었다.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나름 열심히 했는데 오답을 낸 경우라 해서 혼낼 생각 따위는 애초에 콜린에게 없었다.

"지금은 조금만 참고, 오늘 밤에 제 방으로 오세요."
"……!"

그는 그저 거의 끌어안듯 그녀에게 다가가 속삭일 뿐이었다.

귀를 간질이는 숨결에 시안의 몸이 뻣뻣하게 굳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알겠죠?"
"…응."
"옷 입어요. 감기 걸리겠다."

이내 콜린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뒤로 물러나서는 능글맞게 웃었다.

멀어지는 그를 바라보며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가 앞으로 어디에 갈 생각인지는 예상이 갔다.

"……."

시안은 그저 상대에게 묵념할 뿐이었다.

자위하는 도중에 급습당한다는, 수치스러워서 견딜 수 없는 상황을 겪을 상대에게 말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애초에 여기서 그러는 게 문제인 거 아냐…?"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긴 했으나, 남들이 올지도 모르는 곳에서 헐벗은  있던  자신도 마찬가지였다는  기억해낸다.

갑자기 부끄러움이 몰려와서 조용히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하는 시안이었다.


×

"흐읏?!"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뒤이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를자각하게 된다.

'내가 진짜 미쳤지?!'

직전까지 알몸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루살카였다.

다만 문제는 여기가 자택의 침실이 아니라 손님으로 묵는 객실이었다는 점이다.

 주인은 친한 지인조차 아니다. 신참이긴 해도 일단 일국의 제후였던 것이다.

반대로 어떻게 그런상황인데 자위를 할 생각을 떠올렸느냐 싶어진다.

그러나 약간의 변명 내지는 핑계를 대자면 루살카라는 여자가 원래부터 조금 충동적인 인물이었던 것도 있지만, 최근 도통 잠을 자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한 나라의 수장이 바뀌는 건 오로지 그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정치적이든 무엇이든 당연히 주변에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능은 몰라도 재능만큼은 있는 루살카가 휘말리지 않을  없었다.

그나마 소환자인 콜린을 만나러 간다는 명분으로 겨우 업무의 산에서 빠져나온 참이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비행 도중에 깜빡 졸아서 추락까지   했겠는가.

조금 전까지의 그녀는 반쯤 제정신이아니었던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나머지 절반 정도는 그냥 루살카가 이상한 게 맞다는 소리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들어갑니다?"
"……!"

아무튼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있을상황은 아니었다.

삐그덕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급히 옷에 손을 뻗었지만 도로 입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적어도 보이지 않게 이불 아래에 던져넣은 뒤 루살카는 그 안쪽에 쏘옥 숨었다.

얼굴만을 드러내고 이불이 걷히지 않게 손으로 꽉 잡고 누운 상태가 된다. 흡사 당장이라도 수면을 취할 것만 같은 자세였다.

"어… 얼굴이 붉으신데 혹시 어디 아프신가요?"
"아? 그? 네! 조금… 열이 있네요!"

안쪽에 들어온 콜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걱정의 원인이 자신이라고는 전혀 알아차리지도 못한 것 같았다.

"괜찮으세요? 의사라도 불러드릴까요?"
"그, 그게……."

루살카의 두뇌가 재빨리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인생 최고로 뇌를 혹사시키는 상황이었다.

"네. 그, 그래주시겠어요?"

그리고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서 속으로 환호했다.

의사를 부르려면 일단 이 장소를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잠깐 정도는 이 방에 홀로 남겨지는 시간이 올 테고, 그 사이에 옷을 챙겨입으면 된다.

너무나도 완벽한 계획에 루살카는 자신에게 감탄했다.

"……응?"

그리고 루살카는 이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의자를 가져와 침대 근처에 앉는 콜린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손에는 손거울이 하나 들려있었다.

"손님 분이 좀 아프신 것 같은데 객실에 의사를 불러줄래?"
[네에, 알겠어요──.]

콜린은 손거울에 대고 무어라 말하더니 미소를 지은 채 다시 루살카에게 시선을 보냈다.

"저, 저기. 방금 그건……."
"통신용 아이템이에요."
"…그, 그렇군요?"

그제야 루살카는 이전에 보고서에서 보았던내용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반 제후 대리 연합은 통신 장비의 양산을 통해 결속을 다지고 있다는 보고를 말이다.

'어라, 잠깐 이렇게 되면…?'

그리고 상황을 깨닫곤 기겁하는루살카였다.

"의사 분이 오실 때까지 간병해드릴게요."

이번 만큼 자신의 추측이 빗나가길 바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콜린이 생글생글 웃으며 쐐기를 박아버렸다.

"……히끅."

이제 어쩌면 좋단 말인가. 루살카는 몰려오는 공포에 딸꾹질을 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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