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83 빛나는 가축떼(1)
농후한 향기가 방 가득 풍겼다.
"흐으윽…♥"
철퍽이는 소리는 단순히 물에 젖은 탓은 아니었다.
남성과 여성의 교합. 그 결과물로서 뒤섞인 체액이 찌걱찌걱 소리를 내었다.
길게 기른 은빛의 머리칼이 침대 시트 여기저기에 흐트러진다.
피부는 군데군데 붉게 달아올랐고, 그 얼굴은 육욕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끄흣…?!"
그녀 위에 올라탄 사내는 그 여성, 시안을 끌어안은 채 허리를 내질렀다.
페니스가 이미 정액으로 범벅이 된 음부에 파고들며 쯔걱 소리를 내었다.
"아흐읏…♥ 아……♥"
울컥울컥. 또다시 사정이 이어지고 시안은 상대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서 파들파들 떨었다.
안쪽에 새로운정액이 들이부어지며 고여있던 정액을 밀어낸다.
거품이 인 백탁액이 결합부를 통해 꿀렁꿀렁 새어나왔다.
몰려드는 쾌락에 뻣뻣하게 굳었던 다리에서 점차 힘이 빠져나가고 스르르 아래로 떨어진다.
"아… 콜린……."
이내 허리를 물리자 끈적한 소리를 내며 페니스가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귀두가 질내를 반대로 훑으며 긁어대는 감촉에 오슬오슬한 쾌감을 느끼며 시안은 짧게 탄식했다.
"수고했어요, 시안 씨."
이어서콜린은 그녀의 옆에 누워 시선을 향했다.
지친 몸에 쾌락을 때려박아 야릇하게 풀려있는 시안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배시시 웃더니 은발을 살짝 쓰다듬었다.
"하아… 이대로 자면 찝찝하잖아……."
시안은 잠깐 정도 그 손길을 받아들이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그렇게 말하며 침대 위에서 네 발로 걸어간 시안은 콜린의 사타구니까지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흐읏… 시안 씨…?"
"우으음… 츄릅……."
그녀는 콜린의 허벅지에 묻은 체엑을 혀로 날름날름 핥아먹는가 싶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서 불알을 삼켰다.
가장 취약한 부분을 입에 머금고 혀로 이리저리 굴려가며 쪽쪽 빨아댄다. 그 섬칫한 쾌감에 콜린은 다리를 움찔거렸다.
"츄읍… 가만히 이써……."
뒤이어 시안은 입을 떼어내곤 페니스를 밑동에서부터 핥아올리기 시작했다.
놓치는 곳이 없도록 꼼꼼하고 끈적하게 쓸어올린다.
"아으으음…♥"
그리고는 또다시 쩌억 입을 벌린다. 끈적한 침이 투명하게 번들거리며 음란함을 더해갔다.
시안은 방해가 되지 않도록 머리칼을 살짝 쓸어넘긴 뒤 입술로 귀두를 물었다.
그 상태로 천천히 머리를 내려 페니스를 삼켜간다.
구강 특유의, 한없이 체온에 가까울 열기가 자지를 휘감아온다.
당연하지만 자극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안은 눈을 살짝 치켜뜨고 콜린의 반응을 확인한 뒤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뿌리 끝까지 삼킨 페니스를 쪼오옥 빨아들이며 기교 있게 혀를 빙글빙글 돌렸다.
사정 직후의 페니스 이곳저곳을 닦아대며 남아있는 정액의 맛을 즐긴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시안은 자지 밑둥을 감싸고 있던 입술에 꽈악 힘을 주었다.
동시에 볼이 살짝 들어갈 정도로 페니스를 강하게 빨았다.
그 압력을 유지한 채 천천히 머리를 뒤로 물리자 쯔붑쯔붑 품위없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렇게 해가며 귀두가 겨우 바깥에 드러난 순간에는 샴페인이라도 딴 것처럼 퐁 하는 소리가 났다.
"하… 시안 씨. 저……."
"또 싸고 싶어졌어? 청소만 해주려고 했는데──."
이윽고 마주친 콜린의 눈동자에서는 어떠한 욕망이 느껴졌다.
그가 이 끓어오르는 열기의 해소를 바라고 있었다.
자신을 요구하는 듯한 그 시선에 시안은 희열을 느끼며 콜린의 페니스에 천천히 손을 뻗었다.
손가락을 휘감듯 양손으로 여전한 그것을 가볍게 쥐었다.
이어서 위아래로 빠르게 용두질을 해가며 양쪽 손을 반대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렸다.
질내에서는 맛볼 수 없는 움직임으로 능수능란하게 상대를 사정으로 이끈다.
"어때?"
"…좋아요, 엄청."
그렇게 페니스를 슥슥문질러대고 있으니 귀두 끝에서부터 또다시 투명한 쿠퍼액이 몽글몽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우음… 모처럼 청소했는데에… 헤음, 또 흘리면 끝이 없잖아… 츄릅……."
그것을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시안은 페니스 가까이 얼굴을 대고 요도구를 할짝할짝 날름거렸다.
민감한 곳을 혀끝이 날름거리고 콕콕찔러대는 그 감촉에 사정감이 더욱 북받혀오른다.
"시안 씨… 저 이제……."
"하으음……."
콜린의 말을 듣고서 시안은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손바닥에 전해져오는 맥동으로도 사정의 전조를 파악한 시안이었다.
그녀는 귀두 끝부분만을 입에 물고서 강하게 빨아들이며 손을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한 방울도 새어나가게 두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앙 다문 채, 금세 입 안에 터져나오는 정액의 탁류를 쪽쪽 소리를 내어가며 들이마신다.
마지막으로 아직 요도구에 남아있을지 모를 정액을 쭈욱 빨아내고서야 시안은 미소와 함께 페니스를 놓아주었다.
"…잘 먹었어."
뺨을 붉힌 채 시안은 다시 콜린의 옆에 풀썩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그를 끌어안아 가슴에 파묻고서 조용히 소년의 숨결을 즐기는 것이었다.
×
"변명이 있으면 어디 말해봐."
밝은 백금발을허리 아래까지 늘어뜨린 미녀.
아름다운 얼굴 조형과 굴곡 있는 몸매.
미(美)의 모범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그 모습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러나 단순히 평범한 존재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은 그러한 미모가 아니었다.
이마 양쪽에서 시커먼 황소의 뿔이 큼지막하게 솟아있던 탓이다.
뿐만 아니라 그 전신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분노와 죽음의 분위기 때문에 눈앞의 상대는 그녀의 미에 감탄할 여유도 없었다.
푸른 기운이 도는 흑발의 여성.
만약 이 자리에 콜린이 있었다면 그녀의 존재를 분명 기억할 수 있었으리라.
그녀는 지난 번 까마귀 길드와 부점 길드가 맞붙을 때 '개인 용병'이라는 가면을 쓰고 전투에 개입했던 인물이었다.
"…면목이 없도다, 베누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그녀는 패배하고 말았다.
그나마 포로로 붙잡히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던 건 불행 중 다행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행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세력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고! 그걸… 고작 그 전투 한 번을 못 이겨서 전부 말아먹다니!"
백금발의 여성, 베누스라 불렸던 그녀가 얼마나 '권위'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는 이곳의 풍경만 봐도 명명백백했다.
그야말로 왕이나 황제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만 같은 화려하고 웅장한 알현실.
장식된 중앙의 길을 쭉 따라 걸어가면, 그 끝에 위치한 황금 옥좌는 척 보기에도 값비싼 재보로 장식되어 있었다.
아무렴 제후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정도면 몹시 높은 자리라는 건 사실이지만, 여기저기를 황금과 보석으로 꾸며둔 광경은 역시 조금 과하다는 생각을 품게 되어버린다.
"상대가… 비겁했을 뿐이니라."
"비겁! 비겁! 아주 말이 많네!"
변명을 해보라고 했던 주제에 그 대답이 불만이었는지 분노를 표출하며 잔을 집어던지는 베누스였다.
유리잔은 흑발 여성의 이마에 부딪힌 순간 아주 약간금이 갔지만, 이내 그대로 신체를 통과해서는 융단이 깔린 바닥에서 산산조각난다.
"비겁해? 치졸하다고? 그건 그냥 네가 아둔한 거야! 아니꼬우면 너도 비겁한 수를 쓰면 될 거 아냐!"
물론 그녀의 분노도 아예 느닷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내린 명령이 무엇이었는가?
비밀리에 타국의 정치에 개입하여, 추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들라는 것이었지 않은가.
만약에 이 이야기가 퍼진다면 매우 규탄을 받을것이다.
그런 일을 하는 도중이었는데 비겁이니 뭐니 따지고 있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란에 개입했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지만, 그녀는 비공식적으로 행동하는 이른바 요원에 가까운 존재였다.
비밀요원이 상대의 비겁한 수에 넘어가서 일을 말아먹었다고 변명하면 어쩌자는 말인가?
"……."
흑발의 여성은 입을 다물었다.
그 이상으로 변명할 말은 찾지 못했다.
실제로 이번 일에는 조금뿐이지만 자신이 방심한 책임도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던 탓이다.
까놓고 말해서 이번 임무가 기밀이 아니었더라도 이런 일을 당당하게보고할 수있었을까?
한 손으로는 세지 못할 정도로 많은 권능을 보유하고 있던 그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탈 털리고 돌아왔다는 점은 단순히 운이 나빴다는 말만으로는설명할 수 없었다.
"무슨 상황까지 벌어졌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네가 그것만 똑바로 성공했어도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라고!"
베누스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물건의 존재를 떠올리며 다시금 소리쳤다.
고급진 종이로 포장된 검은색 편지.
거기 찍혀있는 인장은 태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아무런 미사여구 없이, 오로지 조촐한 태양의 문양만으로 자신을 소개할 존재는 하나뿐이었다.
태양왕. 흔히들 이르길, 전능하신 태양왕 전하.
그녀가 보내는 제후 회의의 초대장이었다.
이런 상황에 제후 회의가 소집될 이유는 하나뿐이다.
새로이 제후의 관을 쓰게 된 마치 헤어의 존재 때문이겠지.
이는 곧 제후의 승계를 태양왕이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베누스도 그녀의 대관식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이뤄졌다는 소식 정도는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은 보병번(寶甁藩)의 내란이 순식간에 끝나고 말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처럼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아름다운 계획이 박살나버린 것이다.
"짜증나는군……."
베누스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분노를 밖으로 마구 표출하다보니 어느새 허망한 기분만이 가슴에 남아있었다.
"타르타로스."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베누스는 다시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흑발의 여성, 타르타로스라고 불렸던 그녀는 무언가 불길함을 느끼고 주먹을 쥐었다.
"다시 보병번으로 가. 아직 내란의 여파가 완전히 정착되지는 못했을 거다."
내란은 반 제후 대리 파벌의 승리로 끝났다.
모자 장수에게 붙잡혀있던 하얀 여왕을 구해냈을 뿐더러, 그녀가 직접 선양을 했으니 정통성의 문제도 없다.
다만 이 세상 일이라는 것이 모두 명분과 윤리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건 아니다.
"혁명은 왕을 매다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지."
그건 오로지 혁명의 절반만 이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수의 혁명이 오로지 초기에 진압당했기에 끝나버린 게 아니었다.
자고로 혁명군에게 가장 큰 위기는 주인을 쫓아낸 다음, 그가 갖고 있던 파이를 어떻게 자를 것인가 의논하는 순간이었다.
내부 분란은 없을 수가 없다.
더욱이 지금이라면 아직 제후 대리, 모자 장수 파벌도 남아있을 시기다.
일부는 숙청을 두려워해서라도 끝까지 저항하겠지.
그러한 틈을 노린다면, 베누스에게도 아직 가망이 있었다.
"일부 세력을 포섭하고, 소문을 퍼뜨리든 어쩌든 알아서 안쪽에 불을 지펴라. 너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알겠노라."
"그나저나 내가 이전에 분명 말했을 텐데. 그 예의 없는 말투는 집어치우라고."
"……."
타르타로스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짜증이 몰려왔지만 이런 상황에서 내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허리를 굽혀 인사를 남긴 뒤 알현실을 떠났다.
쓸데없이 석조로 만들어진 묵직한 문에 비하면그녀의 손은 몹시도 작게 느껴졌다.
그러나 타르타로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여닫은 뒤 휘황찬란하게 장식된 복도를 걸어나갔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너무 밝았다. 이쪽의 취향은 아니었기에 조금 거슬리기까지 했다.
타르타로스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먹으로 벽을 쿵쿵 두들겼다.
"녹주. 나와라."
벽은 안쪽까지 꽉 채워진 상태인지 둔탁한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르타로스는 이내 벽에서부터 한 소년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머리에는 비둘기같은 날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아가씨. 어째서 그리 울상이신가요?"
"…어차피 다 듣고 있었다는 거, 알고 있도다."
"그래도 묻고 답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거랍니다. 그런 태도는 남자한테 미움받을지도 몰라요."
소년은 살짝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더니 싱글벙글 웃었다.
"그래서 어쩌실 건가요? 내려가시게요?"
"그럼 내려가지 않고 어쩌겠단 말이냐?"
타르타로스는 뭘 굳이 물어보냐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모습을 보더니 소년, 녹주는 재미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녹색의 작은 보석이 나타났다.
"자,여기 있어요. 이제 주의사항은 설명 안 드려도 괜찮죠?"
"그거라면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느니라."
타르타로스는 퉁명스럽게 그리 말하고는 녹색 보석을 탁 하고 빼앗아 입에 털어넣었다.
살짝 역겨운 냄새가 올라왔지만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꿀꺽 삼킨다.
"이만 가보거라."
"매정하시네요. 물건만 받고 끝이라니."
슬프다는 듯 우는 연기를 하다가 소년은 다시금 벽 너머로 스르르 사라져갔다.
그 모습을 보고 타르타로스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에 삼킨 그것은 낙하의 충격을 감소시켜주는 물건이었다.
저 소년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물건이 필요했는가?
"……."
타르타로스는 거대한 궁전을 빠져나가서, 또다시 도시를 걸어나갔다.
그 외곽에 도착했을 무렵, 그녀는 아래쪽을 바라볼 수 있었다.
아래. 그래, 지면보다도 아래쪽이다.
도시 아래는 허공만이 존재했다.
엄밀히는 더 아래에 있는 것이 구름 따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 뿐이겠지만 말이다.
요컨대 베누스의 궁전이 있는 이곳은 사실 천공섬이라고들 불리는 장소였던 것이다.
제발 여기를 왔다갔다 하는 사람의 마음도 생각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불평을 내뱉고서 타르타로스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허공에 발을 뻗었고, 그녀는 빠른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