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사격 훈련]
다음 날, 역시나 훈련병들에게는 훈련이 계속되고 있었다. 4개의 소대가 1개의 중대가 되어 총 5개의 중대가 로스토크 제 2 훈련소에서 사격, 생존, 격투, 체력 등 여러가지를 단련하고 있던 것이다. 그 중 피터가 속한 1중대는 막사 뒤 편의 거대나무 숲으로 이동해 사격 훈련 전 총기 훈련에 열중이었다.
"사격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히 너희들의 새 친구를 소개해 줘야겠지?"
훈련 교관은 훈련병 두명에게 손짓해 자신 앞쪽의 커다란 보급상자를 열게했다. 훈련병 두명이 쭈뼛쭈뼛 상자를 열자, 32정의 소총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흠흠. 일단은 소총을 한 정씩가져가라. 아직 탄창은 꽂혀있지 않으니 격발 걱정은 하지말고. 탄약은 조금 있다 사로에서 나눠 줄 예정이다."
훈련 교관은 훈련병들에게 총기를 나눠주곤 자신의 총기를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 처럼 들었다. 그는 총기에 손가락질을 하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 총기의 이름은 SK-2. 연방군이 지금껏 써온 SK-0, SK-1 소총의 상위 호환이다.
연방군이 발전을 거듭했다는 증거지. 그리고 이것은 조정간이다. 안전, 단발, 점사, 연사 기능이 전부 탑재되어 있다. 탄창에는 240발까지 적재 되고, 총열은 한번에 3000발을 넘게 사격해도 녹지 않지. 탄약 적재량이 장난 아니고, 전장에서는 대부분 연사를 애용하기 때문에, 총기 내부엔 반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부품도 탑재되어 있다. 거기에 총기 내구도도 상당히 튼튼해. 거기 훈련병, 나한테 발차기를 해봐."
"저 말입니까?"
"그래, 너. 어제 훈련받느라 솔직히 좆같았지? 그 마음을 담아서 발차길 해봐."
지명을 받은 훈련병은 머뭇머뭇했지만 훈련 교관의 어서하라는 명령에 군홧발을 휘둘렀다. 그것에 맞춰 훈련 교관은 소총으로 훈련병의 군홧발을 막았고, 날카로운 군화의 스파이크도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타악하는 큰 금속 소리가 나며, 훈련병은 뒤로 넘어졌다. 소총에는 전혀 기스도 나 있지 않았다.
"보이나? 근접 격투 중에도 상대가 인간이라면 충분히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우주에 사는 괴물놈들이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자, 이제 간단한 설명은 끝났으니 2명 씩 조를 맞춰 사로에 서라. 단발 사격 훈련은 탄약이 30발 밖에 들지 않은 탄창을 쓸 것이다."
훈련병들은 서먹서먹한 사이었지만 2명 씩 조를 맞췄다. 피터는 에리와, 코리는 다른 훈련병과 조를 맞추었다. 훈련병들이 사로에 서자, 훈련 교관 휘하의 병사들이 탄창을 배부하기 시작햇다.
"사로에 섯! 화기 장전! 조정간 단발! 사격 준비!"
조를 맞춘 훈련병들은 1명이 사격을 하고 다른 1명은 사격이 끝난 훈련병의 총기 약실과 탄창을 점검하는 일을 했다. 피터의 경우는 에리가 먼저 사격하고 피터가 점검을 해준 뒤, 교대하기로 했다.
"격발!"
뜨겁게 가열된 총탄들이 공기를 찢고 불태우며날아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사로에 서 있는 표적판들은 알 수 없는 금속의 재질들이었지만 두어발 만에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고, 때문에 표적판들은 계속해서 올라와야만 했다. 몇 분 후, 훈련병들의 탄약은 동이 났고 다른 훈련병과 교대할 시간이 왔다. 피터는 에리의 총기를 점검하고 약실을 확인했다. 확실히 비어있었다. 그는 에리에게 교대를 부탁했고 에리는 사로에서 슬쩍 비켜났다.
"좋아, 다시 탄약 배부 해."
"예!"
교대 된 훈련병들이 사격을 시작하기 전, 훈련 교관은 그들의 뒤를 걸으며 간단한 설명을 읊어 댔다. 역시나 총기에 대한 설명이었다.
"SK-2의 총탄은 열화 플루토늄으로 만들어진다. 이 총탄은 순간적으로 피격된 대상에게 8000도가 넘는 열기를 선사하지. 고속회전하는 총탄은 피격된 대상을 뚫어버림과 동시에 열기를 이용해 내부를 헤집어버린다. 그렇게 파고들은 총탄은 가열된 열을 이용해 새끼 손가락만한 폭발을 일으키지. 너무나 작은 폭발이지만, 그 폭발의 위력은 2천년대의 고대인류가 쓰던 고위력 폭탄의 파괴력과 맞먹는다. 단 한 발로 맨몸의 인간을 절명시켜버릴 수 있는 위력이지."
훈련 교관은 크흠 하며 헛기침을 했다.
"이제 너희들이 집고 있는 무기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감이 좀 잡히나? 좋아, 그렇다면 다시 사격 훈련을 재개하겠다. 화기 장전! 조정간 단발! 사격 준비!"
훈련병들의 장전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사격 준비를 하는 훈련병들은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다. 위력적인 소총인 줄은 알았지만, 단 한발로 사람을 절명케하는 위력이라니.
"격발!"
또 다시 총격음이 숲을 흔들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표적판들은 산산이 부수어져 흙 위를 굴렀다. 표적판을 맞추지 못한 훈련병들 때문에 총탄 몇 발이 저 너머로 날아가 나무에 박혀 나무를 쓰러트리는 일도 있었다.하지만 피터는 침착하게 올라오는 표적지들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처음에는 가슴팍과 배 같은 부분에 맞히는 일이 과반수였지만, 10발 쯤 넘어서 적응된 그는 머리만을 노리기 위해 힘썼다.
이윽고 사격음이 전부 멈추자, 훈련 교관은 파괴된 표적지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는 병사들을 시켜 사로에 있는 모든 훈련병에게 240발이 든 탄창을 나눠주게 했다. 사격 훈련이 끝난 줄 알았지만 다시금 탄약을 배부받자, 훈련병들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받은 탄창은 방금 전에 받았던 탄창들보다 확실히 무겁고 묵직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에게 지금 나누어 준 것은 240발들이의 탄창이다. 너희들이 전장에 나가게 된다면 이 정도의 탄약이든 탄창을 지급받을 것이다. 이번엔 사로에 한 명씩 서라. 조정간은 연사로 맞추고."
32명의 훈련병들이 각 사로에 일렬로 섰다. 그들은 총기를 꽉 부여잡고 긴장하고 있었다. 긴장한 훈련병들에 의해 조정간을 틱틱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조정간 연사! 사격 준비!"
훈련 교관은 훈련병들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올라올 표적지들에게 조금의 미안함을 느끼며 말했다.
"격발!"
그 순간 수백, 수천의 총격음이 울려 퍼졌다. 표적지들은 촘촘한 화망에 노출되어 순식간에 파괴되어 버렸다. 표적지를 부숴버리고도 멀리 날아간 총탄들은 나무에 박혀 폭발했고, 나무들은 퍽퍽 꺾이며 넘어졌다. 사로에서는 계속해서 탄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훈련병들은 손과 몸 전체에서 느껴지는 총기의 반동에 전율하고 있었다. 240발의 넉넉하디 넉넉한탄약은 멀지 않아 동났고, 훈련병 대부분은 아직도 난사의 전율에 취해 방아쇠를 틱틱 눌러대며 몸을 경직시켰다.
"자! 끝! 오늘의 사격 훈련은 여기서 끝이다. 총기를 사로에[ 조심히 내려놓고 나와. 다들 난생 처음으로 SK-2 소총을 만나본 경험은 어땠지?"
훈련병들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좋았습니다!"
"좋아! 내일은 총기 부착물에 대한 지식을 전수받고 훈련할 것이다. 메리, 에코. 너희는 이 훈련병 1중대를 데리고 로케스 녀석에게 가. 나는 다음에 올 훈련병들을 대기하고 있겠다."
"알겠습니다."
훈련 교관의 명령에 부리나케 튀어나온 완전 군장을 한 병사 2명은 훈련병들을 3줄로 세워 어디론가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훈련병들은 병사들의 지시에 따랐지만, 방금 전까지의 전율을 잊지 못하고 다리를 떨며 걷거나, 아래턱이 달달 떨리는 훈련병들도 있었다.
사격 훈련 교관은 생존 훈련을 받으러 떠나는 그들의 행렬을 보며 씩 웃었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훈련병들의 대열 앞에 서 있는 병사 2명에게 다른 병사들이 달려와 수군수군 대화를 나누더니, 대열을 멈춰 세웠다. 아까 에코라고 불렸던 병사 한 명은 훈련병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 뒤 왜 멈추었는지 설명하기시작했다.
"잠시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아직 섬으로 갈 배가 오지 않았거든요. 다들 자리에 앉아 휴식해도 좋습니다."
에코는 훈련병들에게 잠시 쉬라고 말한 뒤 다른 병사 몇 명과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코리도 쉬라는 허락을 받았기에 피터와 에리에게 다가가잡담을 나누었다.
"피터, 오늘 사격 훈련 쩔지 않았냐? 와, 나는 아까 240발을 다 쏠 때 쾌감까지 느껴지더라니까."
"아 그거? 장난 아니었지. 그렇게 강력한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가면, 괴물들도 함부로 못 덤빌 거 같더라."
"둘 다 어린애처럼 신났네."
"크크. 그럼 너는 재미없었다는 거야? 에리는 맨날 우리 엄마인척 한다니까."
"누가 니 엄마래는 거야? 상당히 기분 나쁘네!"
"이봐, 너희들 어디 출신이야?"
"?"
갑작스런 질문에 3명 모두 뒤를 돌아보았다. 질문을 한 이는 같은 소대의 훈련병들이었다. 그들도 이미 어느정도 친해져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참이었다.
"아, 내 소개가 늦었네. 나는 하겐이야. 로스터 하겐. 이쪽은 내 고향 친구들이고. 얘는 로크, 이 못생긴 여자애는 루이, 얘는 칼리브레."
"안녕."
"안녕!"
"누구보고 못 생겼데?"
"반가워."
루이라고 불린 여자애는 씩씩 거리며 하겐의 볼을 잡아당겼다.
"아야야. 아야야. 미안해~"
"재밌는 녀석들이잖아? 피터, 에리, 너희도 자기소개 해 줘야지. 예의에 어긋난다고. 나는 코리야. 코리 맥코이. 이 녀석은 피터 메이슨, 그리고 얘는..."
"그 친구는 이름이 뭔데?"
"에리 캐트. 푸하하하!"
웃음을 참던 코리는 하하 웃었다. 바로 에리의 주먹이 날아와 꽥 소리를 내버리고 말았지만.
"하하하. 너희들도 고향 친구들인가 보네. 잘 지내보자고. 친구, 아니 전우들아."
하겐과 그의 동료들은 피터 일행에게 손을 내밀었다. 피터 일행도 서로를 한 번 쳐다보고 어깨를 으쓱한 뒤 그들의 손을 잡았다. 피터 일행은 한 명이 부족해 코리가 두 명의 손을 잡아야 했지만 말이다. 훈련병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에, 담배를 피며 잡담을 나누던 병사들의 무전기가 울렸다. 에코는 담배를 짓밟아 끈 뒤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여기는 에코 소헨. 무슨 일입니까?"
"파힐 섬으로 갈 배가 준비 되었으니까, 걔네들 끌고 빨리 승선해. 로케스 교관님이 기다리고 있댄다."
"알겠습니다. 이동하겠습니다. 통신 종료."
에코는 무전기를 끄고 쉬고 있는 훈련병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훈련병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휴식 시간은 끝입니다. 선착장으로 이동할 겁니다. 대열을 잘 맞춰 따라오십쇼."
그리고 에코는 뒤돌아서 휴식하고 있는 병사들에게도 말했다.
"메리랑 에디슨은 훈련병 대열 뒤쪽으로, 맥시는 내 옆에, 나머지는 대열 가운데에 맞춰서 와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