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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생존 훈련 종료, 격투 훈련 시작] (11/131)



〈 11화 〉[생존 훈련 종료, 격투 훈련 시작]

"여, 피터! 에리! 야! 인나! 임마들아. 뭐 아직까지 자고 있는거야."


코리가 피터의 볼을 투닥닥 때리며 깨웠다. 그는 피터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에리도 흔들어댔다.


"일어나. 무전 신호가 왔는데, 빨리 복귀하랜다. 우리가 만든 은신처는 다 때려 부숴놓고."

"으응?"


"아직 잠이 덜 깼냐.  다 이거 먹고 정신차려."

비몽사몽한 에리와 피터를 깨운 코리는 나무에 걸어 놓았던 훈제 고깃덩이를 그들의 손에 하나씩 쥐어주었다. 코리는 상냥하게도 수통을 건네주는 것도 잊지않았다.

"이것도 마셔.  마르겠다."

피터는 시원한 수통의 물을 들이키곤 고깃덩이를 크게 한  씹었다.

"음. 맛있네. 근데 코리는  먹어?"

"난 이미 먹었지.  해먹도 걸레짝으로 만들어놔서 해체했고. 너희들 것도 해야 한다고. 은신처를 완전히 허물고 복귀하라는 명령이니까."

"오케이. 알았다. 알았어."

해먹에서 풀썩 내린 피터는 비몽사몽한 에리를 잡아 끌었다. 일어나자마자 군장을 착용하고 방탄복 뒷쪽에 장착된 FST를 꺼낸 피터는 해먹을 조심조심 해체했다. 코리는 덩굴로 만든 밧줄을 배에 걸고 나무 중간에 떨어짐 방지용으로 걸쳐놓은 그물을 FST로 쓱쓱 걷어내고 있었다. 에리는 나무에서 내려와 기지개를  피며 주위를 살폈다. 그녀는 어제 병사들이 확인차 왔던 길을 훑어보았다.

"음. 형광 팔찌같은게 있네?"


그때 코리가 밧줄을 길게 늘어뜨리며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는 길의 풀이나 나무마다 걸려있는 형광의 끈을 보며 에리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거 어제 확인차 왔던 병사들이 표식을 남겨둔 거래. 오늘 아침 무전에서  표식을 따라서 복귀하래더라."

"그렇구나."

코리에 이어서 피터도 나무에서 밍기적 밍기적 내려왔다. 그의 손에는 완전히 해체되어 걸레짝이  해먹과 덩굴들이 있었다.


"나도 할 일 끝. 이제 집합 장소로 복귀하면 되겠다. 이건 풀숲에다가 버려야지."

몇 십분 후, 이 섬에  첫 날처럼 완전 군장과 장비들을 챙긴 채 집합 장소에 도착한 피터 일행은 하겐을 비롯한 다른 훈련병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들도꽤나 고생했는지 하룻밤만에야윈 녀석들도 있었다.


"오! 하겐. 너희는 잘 지냈어? 루크, 루이도? 어, 거기는 칼리브레였나?"


코리가 반갑게 하겐 일행과 인사했다. 하겐과 그의 친구들도 웃으며 동료를 맞이했다.

"왔네. 피터. 코리. 그쪽은 캐, 아니 에리."

"흠."

에리가 하겐을 보며 헛기침을 했다. 하겐은 무안한 듯 베시시 웃었다.
"어쨌든 피터 쪽은 잘 견뎌낸 것 같네?"

"뭐. 그렇지. 카바니를 사냥하다가 크게 다쳤지만. 재생 스프레이덕에 지금은 다 나았어.  쪽은 어때?"

피터가 하겐에게 물었다.


"우리야, 꽤나 고생했지. 우리는 참호 비슷한 구덩이를 파서 위를덮고 잤는데, 2명 씩 나눠서 잤어. 나랑 루이, 로크랑 칼리브레끼리. 어휴, 근데 루이가 엄청 달라붙어서 힘들었던 거 있지?"

"내가 언제?! 추워서 그랬던 거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보이지? 밤에는 그렇게 달라붙더니 지금은 도도한 척 하는거. 재밌는 친구지."
피터는 하겐의 말에 자신의 전날 밤을 생각했다. 자신한테도 달라붙던 이가 있긴 했었다.


"으으. 무슨 느낌인지 잘 알겠어. 나는 알지."

훈련병들이 모여 담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에코는 로케스 교관에게 다음 일정을 지도 받고 있었다. 로케스는 훈련병들이 모두 돌아왔냐고 그에게 물었고 에코는 모든 훈련병이 주어진 표식을 잘 따라 와 모였다고 대답했다. 로케스는 흡족해하며 이 생존 훈련은 그만두어도 좋겠다며, 에코에게 훈련병들을 맞기겠다고 말했다.


"훈련병들이 전부 모였습니다. 배도 막 정박지에서 대기 중이라고 연락이 왔구요."
"그런가. 실전 훈련은 이정도만 해도 괜찮겠군. 이론이 중요한데. 뭐, 이론은 나중에 로스토크 훈련소로 돌아가서 내가 해줘도 되고 말이야. 아무튼 다음 훈련병들의 지도를 부탁하네. 에코. 그럼."


"넵. 교관님."

에코는 로케스에게 짧게 경례를 했다. 로케스는 싱긋 웃으며 그에게 손을 흔들고는 풀숲으로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던 에코는 그가 사라지자 뒤돌아 훈련병들을 두 줄로 세웠다.

"자, 실전 생존 훈련은 이걸로 끝입니다. 아마 나중에는 이론 교육을 받겠지요.다음 훈련은 격투술입니다. 배가 마침 정박했다고 했으니, 이동합시다."

"넵!"

에코는 앞장서서 훈련병들을 이끌었다. 나머지 병사들도 소총을 쥐고 대열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훈련병들의 대열 사이에서, 잠시 곰곰히 생각하던 피터가 자신 바로 옆에서 걷는 병사에게 조용히 질문했다.

"저, 1중대 4소대 훈련병 피터 메이슨. 한 가지 질문 해도 됩니까?"


병사는 피터의 말에 소총을 뒤로 메고 무슨 일이냐고 대답했다. 피터는 아까 풀슾으로 사라진 로케스 교관에 대한 질문을 가볍게 던졌다. 로케스 교관이 풀숲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에코만이 지켜봤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로케스 생존 훈련 교관님은 어디로 가신 겁니까?"

피터의 질문에 병사는 턱을 문질렀다. 기억을 떠올리려는  보였다.

"잘은 기억이  나지만, 로케스 교관님과 다른 생존 훈련 교관들은 섬의 중심에 있는 큰 생활관에서 생활하신다고 들었어. 아마 생활관으로 복귀하신 거겠지. 질문에 답이 됐을라 모르겠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피터는 자신의 궁금증을 대강 해결해  그 병사에게 꾸벅 목례를 했다. 병사는 얕게 미소 짓곤 다시 소총을 쥐어 들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훈련병의 대열은 자신들이 타고 왔던 배들 앞에서 멈췄다. 에코는 앞에서 훈련병들을 지도하며 배에 승선시키기 시작했다.
"서둘러 승선하세요. 거기 훈련병, 그렇게 걸으면 바다에 빠집니다. 자력으로올라올 용기가 있는 겁니까?"


훈련병들이 전부 승선하자,에코와 지도하던 병사들도 배에 몸을 실었다. 배는 잠시 기우뚱 하더니 파도를 가르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승선한 훈련병들은 생존 훈련 처음의 모습과는 별 다를 바가 없었으나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하루만에 서로 말이 트여 대화하는 이들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은신처를 다 만들었다니까?"

"이야,  코리라고 했지? 거짓말 치는  아냐?"

"무슨 소리~"

코리는 역시나 다른 훈련병들과 말을 트고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하고 있었다. 피터는 지나치게 활발한 그와는 다르게 에리와 조곤조곤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있잖냐 에리. 저 깊은 바닷속에는 어제 본 거대한 동물보다 더 거대한 동물이 있겠지?"

"그렇겠지. 뭐. 바다는 크고 넓은데 깊기까지 하니까 말이야."

에코는 와글와글 떠드는 훈련병들을 바라보곤 몸을 돌려 조타실로 향했다.


"로스토크 훈련소는 아직도 멀었어?"

계기판을 두들기며 조종대를 느릿느릿 회전시키는 병사는 에코의 말에 돌아 보지도 앟고 대답했다.

"아니. 1분만 있으면 도착이야. 훈련병들 하선 준비하라고 해."


"갈  보다 올 때가 더 빠른 느낌이네. 원래 그랬나?"


"아니. 어제 파힐 섬에 갈 때는 파도가 좀 많이 쳐서, 배의 속도가 느렸어. 오늘은 파도가 많이 잔잔해서 빠른 거야."

"그렇군."


"이제 다 왔다. 저기 선착장 보이지?"

"응."


병사가 선착장을 손으로 가리키자 에코는 짧게 대답하며 조타실을 나갔다. 그는 훈련병들을 싣고 있는, 좌석이 많은 갑판으로 올라왔다.


"다들 하선 준비하십쇼. 선착장에 다 왔습니다."


"이제 내리나 봐. 이번엔 무슨 훈련이라고 했지? 씨팔. 씻고 싶다."

"휴~ 어쩌겠어."


배가 선착장에 닿아 멈추자, 훈련병들은 에코에게 들릴 듯 말 듯 한 마디씩 뱉으며 배에서 하선하기 시작했다.

"에코는 그들 보다 먼저 배에서 뛰어 내리듯 내려 훈련병들의 대열을 세웠다. 그는 역시 다른 병사들보다 재빠른 사람이었다.


"대열 맞춰서 서고, 출발합니다."


총의 안전장치를 걸고 어깨에 멘 그는 훈련병들의 앞에 서서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코와 병사들이 훈련병들을 인도한 곳은 로스토크 연방 훈련소 바로 옆의 거대한 격투장이었다. 에코가 훈련병들을 격투장으로 인도했을 때, 어느 중년의 남성이 오른손에 건틀릿을 차고 그들을 반겨왔다.

"반갑다. 훈련병들! 그런데... 자네는 많이 낯이 익군. 설마."


"네. 400기 수석 훈련병 에코 소헨입니다. 소위님이 바쁘셔서, 제가 일단 대타로 이들을 지도하는 중입니다. 이번 훈련병들이 졸업하면, 저는 이들의 분대장 중 한 명으로 선발된다고 하더군요."

"오. 자네라면 그럴만 하지. 그럼 자네 뒤쪽이 401기 훈련병들인가?"

"그렇습니다."

자신들을 인도한 병사가 중년의 남성과 신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던 훈련병들은 조그맣게 수군거렸다. 그 중에는 코리의 수군거림이 제일 컸다.


"야, 우리 401기 훈련병이었어? 난  지금들은 것 같냐."

"아마 말해줬을 텐데, 우리는 1일차부터 뭐 빠지게 구르느라  들었거나 잊어먹었을 수도 있어. 안 그래 에리?"

"그럴 수도. 근데 나도 401기라는  처음 듣는 얘기야. 우리가 401기였구나."

에코와 떠들던 교관은 껄껄 웃으며 훈련병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로케스 녀석과 하룻 밤을 버티고 왔으니, 오늘은이 훈터 격투 교관님과 함께하는 구나. 환영한다. 애송이들아!"

훈터 교관은 자신만만한 말투로 훈련병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다시 날렸다. 코리는 그 말에 조심스레 툴툴댔다.

"생존 훈련 때는 삐약이. 지금은 애송이로구만."

훈터 교관은 분명히 코리의 툴툴거림을 들었지만, 무시하고는 훈련병들을 싹 훑어보며 크게 외쳤다.

"전 훈련병! 군장이랑 방탄복  다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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