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정신 통제자, 그리고 마인드 능력자]
"으아아악!"
"크억!"
"크에에에에엑-!!"
반역자들과 뒤섞인 악마들에게 납탄을 선사하며 전진하던 검은 안개 연대원들과 피터 일행은 문득 놈들의 저항이 거세졌음을 느꼈다. 프레드릭 요네 선장을 사살하기 위해 움직였던 그들은 선장실로 도달할 수록 점점 복도는 시뻘겋게 변하고 주위는 보라색 촉수들이 자라나는, 마굴로 변해가고 있음을 금방 알아챘다.
고도의 과학 기술과 연방의 우주 함선 제조 기술이 혼합해 만들어진 이 거대한 함선의 내부는,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더럽혀져 있었다. 인간의 내장과 피, 기이한 문양들은 기본이요, 벽이나 바닥에서는 썩어가는 손들이 그들을 낚아채기 위해 몸을 비틀어대고 있었으니, 피터는 이곳이 지옥이라고 생각했다.
"억!"
"겐!"
"대장!! 도와줘요-!"
피터의 뒷편에서 지원 사격을 하며 달리던 겐이 복도의 벽에 달린 수십 개의 손들에 의해 붙잡혔다. 손들은 겐의 온몸을 꽉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리고는 점점 그를 벽 속으로 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튼튼한 철판으로 만들어진 벽이 꾸물거리며 아가리를 쩌억 벌려댔다.
"젠장...!"
피터는 하나 남은 오른손으로 겐의 발을 붙잡았다. 그러나 이미 겐의 상체는 완전히 벽으로 빨려들어간 상태였다. 겐의 발이 경련하며 흔들렸다.
"놔! 이 병신아!"
"놔야해! 너도 죽고싶어?"
반역자들에게 납탄을 선물하던 검은 안개 연대원들이 피터를 보고 깜짝 놀라며 달려왔다. 그들은 재빨리 피터를 붙잡고 잡아당겼다.
"테니! 정화 수류탄으로 끝내버려!"
테니라고 불리운 병사는 피터를 잡아댕겨 벽에서 떨어트리고는 회색으로 은은히 빛나는 수류탄 하나를 꺼냈다. 그는 아직또 꾸물거리며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벽속으로 회색의 수류탄을 집어 던졌다. 곧이어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벽에 있던 손이 축 늘어지며 매말라갔다.
"처리 완료! 빨리 가!"
벽속의 악마들을 처리한 병사가 소리쳤다. 피터는 죽어있는 악마들의 손들처럼 축 늘어진 겐의 발을 보고 그의 죽음을 실감했다. 피터는 큭,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글라디오를 뽑아들었다.
"큭..!"
"빨리 빨리 움직여! 곧 선장실이다!!"
시스 대위는 저 앞에 보이는 선장실 게이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시스는 자신 옆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병사에게 점착 폭탄을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제스! 점착 폭탄."
"여깄습니다."
제스가 동그란 야구공에 빨판이 달린 것처럼 생긴 폭탄을 건넸다. 그들은 각각 은은한 하얀색으로 발광하고 있었다. 시스는 수류탄을 던지듯 점착 폭탄 하나를 게이트로 던졌다. 점착 폭탄을 휘잉 날라가더니 게이트에 붙고 삐빅 소리를 냈다.
"하나 더 간다."
시스는 마지막 남은 점착 폭탄을 게이트로 던졌다. 게이트 하단부에 붙은 점착 폭탄도 삐빅 소리를 냈다.
"3, 2, 1!"
제스는 점착 폭탄이 붙은 것을 확인하고 모두가 들리게 큰 목소리로 숫자를 셌다. 3초 후, 점착 폭탄은 푸쉭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하며 게이트를 깨끗하게 파괴시켰다.
"진입! 진입하자!"
시스는 파괴된 선장실의 게이트를 향해 총을 쏘았다. 반역자 여럿이 게이트에서 뛰쳐 나오다 그의 총탄에 절명했다.
"--!!"
시스 대위와 걷던 제스가 기겁하며 동공이 확장되었다. 시스는 불길함을 느낀채 앞을 쳐다보았다.
"제길! *정신 통제자다!"
(*정신 통제자: 10~20대 초반 여성의 생김새를 가진 악마. 자신 주위의 인간의 정신을 조종하여 타락시키거나 노예로 만든다.)
"뭐라고?"
자신에게 누런 이빨을 들이대며 달려들던, 아이만한 악마의 목을 베어버린 피터가 당황했다. 그는 글라디오에 묻은 시꺼먼 피를 더럽다는 듯이 털어내고 검집에 꽂은 후 시스에게 물었다.
"저 허옇디 흰 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람은 누구야?"
"정신 통제자다! 켄지! 보옌에게 빨리 지원을 요청해!"
"으으윽..으으..."
"켄지?"
켄지라고 불린 검은 안개 연대원이 이마를 짚으며 무릎을 꿇었다. 그는 고통스러운듯 자신의 머리를 연신 흔들어댔다.
"시, 시작됐나..!"
"이봐! 왜 그래?"
"아직 버틸 수 있을때 그년을 처리해야 해!"
피터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시스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시스는 뒤를 돌더니 자신의 소총을 드레스를 입은 여성에게 겨누었다.
시스는 자신의 소총 조준기에 눈을 대고는 정신 통제자의 머리로 조준했다. 빤짝거리는 붉은 점이 정신 통제자의 머리통에서 흔들렸다. 그 순간, 정신 통제자의 장발에 가려졌던 노란 눈이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허억."
시스는 방아쇠를 당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자신이 들고 있던 총은 그저 먼지가 되어 함선 복도에 뿌려졌을 뿐이었다. 정신 통제자는 그에게 서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젠장!"
글라디오를 뽑아들은 시스였지만 그의 글라디오도 바람에 쓸려 없어지는 모래처럼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는 환상에서 깨어나기를 바라며 자신의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큿.."
"대..위님... 놈은 *미테클라세 단계의...악..마.."
(*미테클라세: 마인드 능력자의 중상급 단계.)
켄지처럼 정신 통제자의 염동력과 내면의 속삭임에 고통을 받으며 땅바닥에서 신음하던 제스가 힘겹게 말을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정신을 차린 시스는 자신의 손에 들린 소총을 바라보았다. 소총도, 글라디오도 전혀 파괴되지 않고 멀쩡했다. 정신 통제자도 그에게 한발짝도 걸어온 것이 아니었다.
"나, 나는 처음부터... 조준도 하지 못했던 것-"
시스는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정신 통제자가 사출한 염력에 의해 저만치 날아가 굴렀다. 그가 아무리 악마들의 속삭임과 타락에 어느정도 저항할 수 있는 인류 보안부의 병사였을지라도, 정신 통제자가 보여주는 환상에는 저항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갑자기 뒤로 날아갔어-?!"
피터는 자신 옆으로 쭈욱 날아간 시스를 돌아보았다. 그는 벽에 강하게 쳐박혔다가 쿵하며 앞으로 엎어졌다.
"제스! 대위님!"
어느 병사가 글라디오를 뽑아든 채 정신 통제자에게 돌진했다. 그는 아까 전, 피터를 구하고 수류탄을 던진 테니라는 병사였다.
정신 통제자는 자신에게 돌진하는 테니를 보고 손가락을 뻗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십자 표시를 긋더니, 주먹을 쥐었다.
"-?!"
그러자 복도와 천장, 바닥 사방에서 함선의 철판이 촉수처럼 솟아오르며 테니를 붙잡아 땅바닥으로 짓눌렀다. 철의 촉수들은 그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찍어누르고는 들어올리더니 벽에 쳐 박아 움직임을 멎게했다.
"크아아아..악.."
"망할."
피터는 무력화된 테니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의 검은 안개 연대원들은 정신 통제자에게 저항하며 정신차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다들 타락에만 빠지지 않았을 뿐 움직이지 못하는 무력화 상태임은 확실했다.
"야... 도.. 망가야.."
레이크도 피터에게 손을 뻗다가 땅바닥에 툭 떨구고는 기절했다.
"피..터! 빨리 후퇴해야해...!"
에리는 정신 통제자의 공격에 이를 악물고 소총을 지팡이 삼아 일어서고 있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오직 피터를 향한 걱정과 사랑으로 고통을 견뎌내며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던 것이었다.
"에, 에리."
"나..는 여기까지 인 것..같.."
소총을 짚고 있던 그녀의 팔이 일순간 흔들렸다. 그녀는 중심을 잃은 채 휘청거렸다. 피터는 쓰러지는 그녀의 손을 번개같이 붙잡아 땅바닥에 슬며시 눕히었다. 피터가 에리의 바이져를 통해 얼굴을 살짝 확인하니, 그녀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황이었다.
"..."
"?"
피터는 에리를 조심히 눕힌 후 뒤를 돌아 정신 통제자에게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갔다. 정신 통제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널 죽이게 된다면, 지금 쓰러진 사람들이 정신을 되찾을 수 있겠지."
"-.."
정신 통제자는 비웃듯 미소를 지었다. 악마치고는 인간과 똑같이 생겼기에, 꽤나 봐줄만한 미모에서 나오는 미소였다. 비늘같이 창백한 피부, 찰랑거리는 흑발, 살랑거리는 하얀 드레스. 샛노란 눈과 언뜻 보이는 가슴골에 그려진 기이한 문양들이 아니었다면 악마가 아니라 어느 행성의 아가씨라고 해도 믿을만한 외모였다.
"맞나?"
"...히히."
피터의 재차 되묻는 말에 정신 통제자는 해보라는 듯 웃음 소리를 냈다. 피터는 느릿하게 걷던 걸음을 조금씩 빠르게 걷다가, 마침내 달리며 검을 역수로 쥐었다.
정신 통제자는 지금 만난 남자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마인드 능력에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남자. 동료들과 '사랑하는 것으로 보이는' 여자가 쓰러지자 분노에 가득 찬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하찮았다. 저런 의지를 짓밟는 것이야말로 지옥 군세의 쾌락이리라.
피터는 검을 역수로 쥔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왼팔이 없는 상태로는 검을 깊숙히 찔러넣을 수 없으니, 역수로 쥐어 내려찍고 베어버리려는 생각이었다.
"...?"
정신 통제자는 피터에게 자신의 염동력과 속삭임이 잘 먹히지 않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지만, 지금은 무언가 달랐다. 분명 저 남자에게만 염동력과 정신의 속삭임을 조금 더 강하게 쬐고 있는데도 그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달려오고 있었으니.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의아함을 가지며 능력을 더욱 더 강하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윽."
남자가 멈춰섰다. 점점 그녀의 능력이 먹혀가는 것으로 보였다. 정신 통제자는 멈춰 선 남자를 보며 역시 그럼 그렇다는 듯이 그를 비웃었다. 이제 그의 의지를 밖으로 꺼내어 찬찬히 짓밟은 뒤, 노예로 만들어 그의 동료들을 처리한다면 그녀에겐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었다.
"-?"
남자의 발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녀의 샛노란 눈은 충격에 번쩍 떠지며 그의 행동을 담고 있었다.
"--?!"
그는 천천히, 느리지만 아주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외팔의 사내는 멈춘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녀에게로 걸어왔던 것처럼. 그의 하나 남은 팔에서는 글라디오가 굳건히 쥐어져 있었다. 그의 글라디오에 묻은 검은 피가 정신 통제자의 눈에 정확히 들어왔다. 동족의 피. 동족의 죽음. 자신의..죽음. 그녀가 그에게 가졌던 의아함은 점점 공포로 뒤바뀌었다.
피터는 정신 통제자의 공격에 잠시 주춤했다. 그는 몸이 굳어지며 달콤한 미래를 속삭이는 악마의 더러운 귓속말이 뇌로 흘러들어옴을 느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속삭임과 피터의 몸을 감싸던 염동력은 금방 사방으로 흩뿌려져 힘을 잃었다. 피터는 어찌되었든 움직이면 됐다고 생각했다.
그는 천천히 정신 통제제에게로 걸어갔다. 어차피 저 빌어먹을 악마년은 자신을 막을 수 없음을, 그는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는 적잖게 당황한 정신 통제자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섰다. 정신 통제자는 안절부절 못하며 뒷걸음질 치다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떨었다.
정신 통제자는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에 공포를 느꼈다. 그 상황에서도 몰아치는 알 수없는 쾌락과 흥분은, 그녀의 죽음이 다가오자 악마의 본능이 내뿜는 방어기제나 다름 없었다.
이 남자에게는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 이 남자는 제압할 수 없다. 이 외팔의 남자에게 나는 죽는다... 정신 통제자는 속으로 몇천번을 되뇌었다. 그녀는 죽기 직전, 마침내 그의 능력을 간파할 수 있었다.
"(이, 이 남자는.. 능력 무효화를-)"
피터는 역수로 쥔 글라디오를 정신 통제자의 복부로 찔러넣었다. 글라디오는 연약한 정신 통제자의 복부를 뚫고는 뒷편으로 뚫고 나오더니, 함선의 장갑을 뚫고 정신 통제자를 벽에 박아버렸다.
"끼야아아-"
"시끄럽다."
"--!, ----!!"
처음 느껴보는 가공할만한 고통에 정신 통제자는 함선 내부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마인드 능력이 담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글라디오를 정신 통제자의 복부에 깊숙이 찔러넣은 피터는 검을 잠시 놓은 뒤 오른손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윽고 글라디오의 칼날과 손잡이로 악마의 검은 피가 흘렀다. 검은 피는 곧 글라디오를 적시고는 땅바닥에 톡톡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정신 통제자는 절명하고 말았다.
"...끝인가."
피터는 악마의 복부에 박힌 검을 빼내어 질척한 검은 피를 털어냈다. 그가 정신 통제자의 얼굴을 바라보자, 찰랑거리는 검은 흑발 사이로 고통의 표정을 지은 채 죽은 어느 여성의 얼굴이 있었다. 벽에 기대어 서 있던 정신 통제자의 시신은 앞으로 털썩 고꾸라지며 피터의 발치에 얼굴을 묻었다.
"우으욱!"
피터는 왜인지 자신이 사람을 죽인 것만 같아, 솟아오는 구역질을 간신히 참았다.
"아, 아무리 악마래지만... 사람이랑 너무 똑같이 생겼잖아..."
"해..냈군."
"?"
피터가 뒤를 보니 정신 통제자의 공격에 의해 정신을 잃고 고통에 신음하던 병사들이 일어서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들 중 몇몇은 아직도 고통과 속삭임이 가시지 않는 듯 얼굴을 흔들어대며 떨쳐내고 있었다.
"내가 정신 통제자라는 악마를 죽였다. 이제 다들 괜찮은거, 맞아?"
"그래, 모두 괜찮지. 너를 빼면 말이야."
정신을 차린 시스가 그에게 소총을 겨누었다. 다른 검은 안개 연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에리와 레이크는 갑작스런 그들의 행동에 당황하며 그들을 말렸다.
"잠깐, 나는 너희를 구했어!"
"이, 이봐. 이게 뭔 짓이야? 그는 우리를 도왔다고! 우리를 살렸단 말야!"
"맞아, 피터는 우리를 구했다고!"
"구하고, 살린 건 맞겠지.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있다."
시스는 피터에게 계속해서 총을 겨누며 어느 기계를 그의 발치에 던졌다.
"네놈이 정신 통제자의 능력에 당하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이다. 안 그런가? 악마를 자주 봐 온 우리도 저 정신 통제자 녀석에게 고생했는데, 일개 병사가 그 공격을 버텨냈다? 네놈에게 다른 악마가 깃들었다고도 추측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그저 이 자식의 공격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이야! 비록 녀석이 내게 온 능력을 쏟아부었을 때는 잠깐의 속삭임을 느끼긴 했지만.. 곧 없어졌다고?!"
"...네놈에게 준 기계를 관자놀이에 대라. 그리고 초록색 버튼을 눌러."
"뭐?"
"어서!"
"젠장.."
피터는 시스가 던진 기기를 관자놀이에 댔다. 그가 버튼을 누르자 삐리릭하는 기계음이 울려퍼지더니 맑고 청아한 인공지능의 음성이 튀어나왔다.
"정신 오염 지수, 0.003%. 매우 안전 구간입니다."
"매, 매우 안전 구간이라는데."
"...다들 총 내려."
시스의 명령에 검은 안개 연대원들이 총구를 내렸다. 시스는 피터에게 직접 다가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미안하다. 가끔 인간을 속이기 위해서 악마들이 짜고 치는 경우가 있어. 네가 그런 것인줄 알았다."
"이봐, 너희들을 구해준 은인에게 갑자기 총구를 들이대다니. 가정 교육이 엉망이군? 이딴 기기가 내 행동보다 정확하다는거야?"
"이 정신 오염 지수 테스트기는 고도로 진화된 인공지능이 판별하는 것이기에, 정확한 오염 지수만을 판단해서 내려준다. 게다가 이 인공지능을 관장하는 서버가 어느 안전한 곳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오류가 일어날 확률은 10조분의 1에 수렴하지."
"짜증나게 설명하지마. 대충 알겠으니까."
피터는 질린다는 듯 시스에게 손사래를 쳤다. 그런 그는 아까 전 시스의 점착 폭탄으로 파괴된 선장실의 게이트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정신 통제잔지 뭔지하는 족같은 것도 저 곳에서 나왔으니, 저 안에 프레드릭이 있다는 건 거의 확실하겠지."
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