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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화 〉[연방 이능력병단 2] (67/131)



〈 67화 〉[연방 이능력병단 2]

피터와 제렌 대령은 차가운 테스트실에서 나와 연방 이능력병단 기지의 복도를 걸었다. 복도에는 파란색 군복과 남청색 방탄복을 입은 자들이 제각기 떠들어대고 있었는데, 개중에는 약간 튀는 흑갈색의 방탄복을 입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저 녀석들은 왜 색깔이 다른겁니까?"

피터는 제렌 대령에게 예의를 갖추며 갈색 방탄복의 병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제렌은 그런 병사들을 슬쩍 보더니 저게 바로 연방 이능력병단의 자랑들이라며, 그들을 치켜세웠다.

"저자들이 바로 이능력병단의 자랑들이야. 저 방탄복은 마인드 능력병이라는 것을 뜻하는 거고. 그들이 없었다면, 연방은 조금  살기 힘들어졌겠지."


"그렇습니까."


"자, 그렇다면 이제 소위 자네가 5일  생활할 방을 알려줘야겠지."

거주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긴 제렌은 어느 방의 게이트 패널을 두들겼다. 그러자 방의 문이 열리고 방청소를 하던 워크 비들이 쪼르르 튀어나왔다.


"워크 비들이 방청소를 마쳤나보군. 새 손님이 오신다고해서, 꽤나 열심히 했나봐."

엄지 손가락으로  안을 가리킨 제렌이 씩 웃었다.

"앞으로 30분 후에 자네를 테스트실로 인도할 병사들이 도착할 것이네. 짧은 시간이지만 조금 쉬어두는게 좋을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제렌은 방의 문을 닫고는 병사들과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피터는 꽤 넓직한 방에 홀로 남게 되었다. 그는 일단 방 주위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있던 메탄 007 기지보다는 훨씬 시설이 좋은것을 느꼈다.

"...이렇게 넓은 방을 혼자 쓰게 해 준다니. 복지가 엄~청나네."

피터는 또한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정리된 쿠키 상자와 *멜크 한잔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마 아까의 워크 비들이 이 방에 새로올 주인을 위해 차려놓은 것이리라.
(*멜크: 연방의 다리 6개 달린 소에서 뽑아낸 우유)

"상당히 바삭한데. 워크 비가 요리도   알았나? 그러고보니 멜크도 정말 오랜만이야."

쿠키를 멜크에 살짝 적셔 베어물던 피터는 이번에  벽면에 훤히 드러나 있는 우주를 보았다. 메탄 007 궤도 기지보다 넓고, 볼 것도 많은 우주였다. 창밖에는 거대한 연방군의 함선이 열을 맞추어 우주를 항해하고 있었고, 우주 공간에 반짝이는 빛을 내며 떠 있는 궤도 기지들도 보였다.


거대한 연방군 함대가 지나가며, 저 멀리 은하계의 경계에서 보이던 궤도 기지를 가렸다. 피터는 자신이  쳐다보던 궤도 기지가 가려지자 곧 다른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은 뭘하고 있을까."

코리, 에리, 하겐, 칼리브레, 팔런, 마리. 아마 그의 수많은 동료들은 그의 행방을 궁금해 하고 있을것이 분명했다. 특히 에리는 더...

"뭐, 그래도 5일 동안만 참으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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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 007 병사 거주 구역의 어두운 방. 그 어두운  한가운데에는 의자에 앉아 심하게 고민하고 있는 마리가 있었다.

"(대체.. 대체 어디있는거지? 피터.. 소위님이  보여. 대체 어디에??)"

그녀는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손가락을 깨물어대며 피터의 행방을 자신에게 직접 묻다가, 이윽고 마음속의 누군가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너는 알지? 너는 알잖아. 당장 말해. 어디 계신거야? 빨리 말해.)"

"진정해. 그는 멀리 가지 않았어."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검은 목소리는 그녀를 차분히 달랬다.


"(너는 항상 그 말 뿐이야. 정말 너를 믿고 마음을 열면 그 분을 가질 수 있는거야? 대답해. 대답하라고.)"


"그는 5일 후에 돌아올거야. 너는 그 남자를 가질  있을거고. 나의 말을 들어봐..."

검은 목소리가 마리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어, 마..리? 어제부터  자꾸 혼자서 아무 말도 안하고 그러고 있는거니..?"

마리와 같은 생활관에서 생활하는 줄리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러나 마리는 줄리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것처럼 무시하고 있었다.


"마리? 괜찮아?"


"..."

"얘."

"응?"

마리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뒤돌았다. 줄리는 그녀의 미소가 어딘가 불안했지만 적어도 마음은 놓였다.

"어디 아프니? 어제부터 계속 그렇게 있어서.."

"아냐, 나는 괜찮아. 신경쓰지마. 지금 잠깐 생각할게 있어서 그랬어. 근데 왜 부른거니?"

"으, 응. 그게 곧 저녁 시간이니 식당에 가자고 하려고 그랬지."

"음, 난 오늘 괜찮으니까 다른 동기들이랑 가 줘. 알겠지?"


"알았어."

줄리가 생활관 밖으로 나갔다. 마리는 그녀가 방에서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얼굴의 미소를 풀었다. 그녀는 다시 음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피묻은 손가락을 노려보았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하면 소위님을 가질  있지? 너는 알잖아. 빨리 대답하라고!)"


그녀는 검은 목소리를 다그쳤다.


"그렇게 다그치지 않아도 곧 알게 될거야. 너는 그를 충분히 가질  있으니, 걱정하지 마."


"그렇게 말해도 나아지는게 없잖아!"


내내 마음속으로 검은 목소리에게 말을 걸던 마리가 분노하며 크게 소리쳤다. 그녀가 벌떡 일어나며 테이블을 쾅 친 덕에, 테이블에 있던 커피잔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깨져버렸다.

"..아니야. 마리."

"뭐?!"


"우리의 든든한 아군이 이미 네 동료로 있으니까 말이야... 그가 우리를 도와줄거야. 그도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저당잡힌 인간이니까. 크크크."


"...우리? 저당?"

"아니야. 아니야. 마리는 알  없어. 언젠가 알게 될거니까. 지금 알아봤자.."

검은 목소리는 변명하듯 속삭였다. 마리는 왜인지 검은 목소리가 말한 '우리'가 자신과 검은 목소리를 뜻하는 것이 아닌  같았다. 더 거대한, 더 어두운,  욕심있는 자들.

마리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만 가질 수 있다면. 그녀는 선망의 대상이자 자신에게 새로운 감정을 알게해  그를 가질 수만 있다면 연방과도 척을 지고 말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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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벌써 왔나. 아직 쿠키 1봉지도 다 못 먹었는데.."


문이 열리고 남청색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걸어들어왔다.

"제렌 대령이 내려주신 휴식 시간은 이제 끝입니다.  테스트 시작했으니,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물어보기 좀 그렇지만, 무슨 테스트를 하는지는 알려줄 수 있겠나?"


피터는 멜크 한 컵을 쭈욱 들이키고는 그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병사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여기서 말씀드려봤자 이해하시지 못하실 겁니다. 테스트실에 입장해서, 연구원들의 설명을 듣는게  쉬울것이니까요."


"...알겠다. 그럼 이동하지."


피터는 의자에서 스윽 일어나며 그들의 인도에 따랐다. 그들은 피터에게 간단히 목례를 하고는 그를 테스트실이 잔뜩 있는 연구 단지로 이끌었다. 피터는 연구 단지로 향하며 복도에 있는 벨라토르 대원도 보게 되었다.

"벨라토르가 여기에 있어..?"


"네, 마인드 능력병들이 폭주하게 되어 능력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면, 저희같은 일반 보병으로는 제압이나 처리가 불가능해질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병사가 벨라토르의 곁을 지나가면서 그에게 경례를 건넸다. 벨라토르는 인자한 반신의 미소를 지으며 그의 경례를 받아주었다.

"저런 분들이 있는것이지요. 벨라토르는 기본적으로 마인드 능력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기도 하고, 웬만한 능력자들은 벨라토르 군단원들을 상대하기 버거우니까요. 저희 기지 말고도 연방 이능력병단 기지라면, 저런 벨라토르 중대 몇개가 항상 상주하고 있답니다."


"그렇구나."


"이제 다 왔습니다. 이 문으로 들어가시면 게이트들이 열릴 겁니다. 2겹의 게이트를 통과하시고, 테스트를 준비해 주십시오."

"알겠어."

"네."

병사의 말을 들은 피터가 움직였다. 그는 문으로 들어가 두꺼운 게이트가 열리기를 잠시 기다렸다. 곧이어 양쪽으로 문이 열려 피터가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방 안은 처음엔 매우 어두웠지만, 투쿵하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의 불이 환하게 켜졌다. 불이 환하게 방 안을 밝히니 상당히 넓은 공간이 드러났다. 방 곳곳에는 부서진 기계들의 잔해나 누군가 흘린 피의 흔적이 상당수 남아 있었다.

"음, 많이 다칠 수 있는 곳인가?"


"소위, 준비는 됐겠지?"


"?"


방안의 스피커에서 제렌 대령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슨 준비 말입니까?"

"그건 자네의 능력으로 봐야지."

"네?"


피터의 뇌속으로 순간 다음 일어날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 들어왔다. 그의 바로 오른쪽 벽 속에서 기관포가 튀어나와 그를 향해 총탄을 발사하는, 그런 예지.


"헉!"

피터는 그런 예지를 보자마자 몸을 아래로 확 숙였다. 그가 몸을 숙인지 1초도 안 되어서 기관총의 포탄이 그의  위로 날아들었다.

"씨팔! 죽을뻔 했잖습니까!"

"흠. 앞으로 몇초나 몇분정도밖에 예지하지 못하는건가?"

"예지라니! 뭔가 오해가 있나본데, 나는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능력을 조금이라도 강화할 필요가 있겠군."


"예?"


제렌의 말의 끝나자마자 방의 벽들이 쉬익하며 연기를 뿜어댔다. 연기가 걷히자, 사람 한명이 지나다닐만한 문들 여러개가 생겨났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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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들을 소위와 맞붙게  생각이십니까?"

병사가 제렌에게 진심이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제렌은 확인하는 절차라며, 확실히 알게 될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만 덧붙였다.


"저자의 테스트 결과가 미래 예지와 이능력 무효화였어. 이능력 무효화면 정말 그런지 다시 한번 확인해볼 가치가 있다."

"이능력 무효화는 이미 훈의 공격을 견뎌낸 걸로 증명된 거 아닙니까."


"...피터 소위가 정말로 이능력에 완전한 영향을 받지 않는건지, 아니면 위력을 줄인다는건지. 알아야하니까."

제렌은 유리창에 붙어 피터를 관찰하던 연구원에게 손가락을 튕겼다. 연구원은 끄덕거리며 초록색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정말 이능력 무효화라면 고작 연방군에서 썩을 인재가 아니야. 그가 병사의 삶을 원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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