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공항 쟁탈전 5] (86/131)



〈 86화 〉[공항 쟁탈전 5]

"크아아아아!"


"흐하하하하-!"

괴성과 공포스러우리만큼 호탕한 웃음을 내지르며 달려오는 데모니오들을 보고, 공항 주위를 수비하던 병사들이 겁에 질려 조금씩 물러섰다. 공항에 먼저 침투해 아군을 학살하던 데모니오 분대 하나는 이미 보병 연대의 집중 사격과 중화기에 가루가 되어버린지 오래였지만, 피해는 막심했다.


그리고 병사들은 지금 자신들에게 달려오는 악마와 데모니오들을 보며, 또 다시 엄청난 희생을 치룰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우, 우아아.."

겁에 질린 어느 병사가 뒷걸음질치며 총을 버렸다. 다른 병사들도 그를 바라보며 심각하리만큼 동요하고 있었다. 연대 지휘관은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는 병사를 한심하다는듯이 째려보고서 자신의 권총을 꺼내 병사의 머리통을 쏘았다. 모든 병사가 연대 지휘관의 태도에 충격을 먹고 굳어버렸다.


"전 대원들은 들어라! 두려워하지마라! 우리는 벌써 벨라토르들도 여럿 쓰러트렸다고! 저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두 벌집으로 만들어버려! 사격! 사격!"

공항 건물 주위에 있는 수십개의 엄폐물과 간이 진지에서 수만발의 총탄이 일제히 뿜어져 나왔다. 그중에는 소총 하단부에 달린 유탄이나 레이져 응축기를 쏘아대는 자들도 있었다. 데모니오들이 갖고 있는 무기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하고 작은 탄환들이, 달려오는 그들의 갑주 사방에서 스파크를 튀기기 시작했다.


"붉은 지옥에게 영광을! 사악한 자들에게 영광을-!"


그러나 데모니오들은 그들의 총탄을 간지러운 비를 맞는 것처럼 달려와, 가까이 근접했다. 유일한 이점이었던 원거리 공격을 잃어버린 병사들은 데모니오 벨라토르들이 가하는 학살의 제물이 되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이이잉-!]

"히아아아악!!"

데모니오의 손목에 달려있는 전기톱날이 회전하며 어느 불쌍한 병사를 산채로 갈아버렸다. 피떡과 뒤엉킨 살점이 엄폐물과 그의 동료들에게로 마구 튀어댔다. 자신들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갈려버린 동료를 보고,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총기를 난사했다.


"나, 케세우스의 이름으로. 너희들은 모두 목을 내놓아야할 것이다!"


케세우스는 자신에게 검을 뽑고 달려드는 병사 2명을 짓이겨버린 채, 굳건한 표정으로 권총을 쏘아대고 있는 연대 지휘관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케세우스의 다른 손에는 불경한 기운이 감도는 *생명력 강탈자가 서슬퍼런 빛을 흘리었다.
(*케세우스의 검.)


"연대 지휘관이라는 자들은 역시 겁이 없더군! 우리의 길을 같이 따라걸었으면 좋았을 것을."


수십개의 연방 보병 연대를 직접 손으로 쳐부수어본 케세우스는 지금껏 항복하거나 공포에 울부짖는 연대 지휘관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 잡혀서 어떻게든 권총을 장전하려는 연대 지휘관을 보고 피식 웃었다.

"네 무기가 내게 피해를 끼칠수나 있다고 생각하나? 정말로?"

"그것은 해보아야 아는 것이겠지-!"


권총을 재장전한 연대 지휘관이 케세우스의 헬멧 눈구멍에 총탄을 정확히 박아넣었다. 비록 헬멧의 눈구멍은 파괴되거나 총알에 뚫리지 않았지만, 유리에 금이 가게는 만들었다. 그리고 이 금은 케세우스의 시야를 약간 가릴정도의 불편함을 주고 있었다.

"이 자식이..!"

케세우스는 자신의 검을 연대 지휘관의 배에 깊숙히 찔러넣었다. 생명력 강탈자가 필멸자의 몸을 파고들며 풍족한 생명력을 탐욕스럽게 흡수하기 시작했다.

"어어억.."


"흥!"


케세우스는 죽어가는 연대 지휘관을 아무렇게나 내던진 뒤에 짓밟아 두개골을 으깨버렸다. 그는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그의 형제자매와 악마들을 보며 그것을 더욱 가속화하는 함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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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명의 벨라토르 중대원이 폐허가 된 공항 건물의 전방을 걷고 있었다. 수백, 수천명의 연방 보병이 커다란 엄폐물과 잔해, 간이 진지에서 그들을 맞이하고 있어야 했지만 그들을 맞이하는건 참혹하게 죽은 시신들과 불타오르는 잔해들이었다. 그리고  잔해들 사이를 악몽에서나 볼법한 기괴한 짐승들이 거닐고 있었다.


"생존자는 없는건가."

테리우스는 자신의 중대에게 멈추라는 지시를 내려, 사방을 살폈다. 공항 전방은 두꺼운 어둠이 깔려 반신의 초월적인 시선으로도 꿰뚫기 어려웠다. 아마도 마인드 - 에너지적인 어둠이 깔린 것이 분명해보였다. 거기에 테리우스와 그의 중대원들이 두껍게 깔린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알아챘을 무렵에는 이미 그들의 주위로 악마들과 불경한 데모니오들이 무기를 들고 둘러싼 상황이었다.

"형제자매들이여. 전투를 준비하라. 곧 어둠이 밝혀질거니까."

"..."

부중대장의 중후한 목소리가 내리는 지시에 39명의 라이징 해머 중대원들은 서로를 보호하며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와 자신들의 형제자매를 공격한다면, 그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전열을 가다듬었다.


잠시 긴장스러운 침묵이 감돌았다. 감싼 자와, 방어하고 있는 자들 모두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벨라토르든, 데모니오 벨라토르든 그들의 피와 유전자에는 적의 공격을 받아치는 기술이 있었음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비록 뒤틀리고 악마에게 영혼을 거래한 형제자매들이었을지라도.


"크아아악! 못참겠군-! 붉은 지옥에게 영광을! 어린 양들에게 저주와 고통을!"

앞서 있었던 전투의 영향일까. 흥분과 떨림을 참지 못한 어느 나이트 크롤러 하나가 자신의 창을 앞세우고 어둠속에서 튀어나왔다. 그의 치명적인 공격에, 라이징 해머 4 중대의 부중대장은 놀라운 속도로 그의 창을 붙잡아 부러트리고는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기, 기에에엑."

나이트 크롤러의 머리가 목에서 자유로워지며 땅바닥을 굴렀다. 테리우스는 목이 사라진 자리를 더듬거리는 악마의 육신을 발로 걷어차버리고는, 하늘을 향해 코발트 권총을 쏘았다.


[투캉!]

권총의 총성이 어둠 속을 뚫으며 널리 퍼졌다. 그 소리에 맞춰 공항 건물에서 눈이  것 같은 조명탄 수십발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특수 제작되어 강한 빛을 내는 조명탄들은 마인드 - 에너지가 담긴 어둠조차도 널리 몰아내버릴 수 있었고, 어둠이 드러나자 추악함과 뒤틀림을 가진 존재들 또한 드러났다.


테리우스는 그런 그들을 보며 자신의 형제자매들에게 교전을 시작하는 대대의 구호를 외쳤다.


"우리는 망치요! 우리는 그 끝에 담긴 번개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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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우주. 20명의 연방 우주군과 과학자들이 거주하는, 주위 우주의 정보를 연방에게로 전송하는 인공 위성이 반짝이는 불빛을 내며 떠 있었다. 그리고  인공 위성 뒤편으로  멀리 전쟁의 소용돌이가 격하게 벌어지는 고르페우스 구역이 비춰졌다.


창밖에서 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빛나는 우주를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던 미셸에게, 폴로스가 다가와 물었다.


"하루종일 우주만 보면 지겹지도 않냐?"

"음. 그렇지는 않은데.."


"레빈이 녹화실로 모두 올라오래. 무슨 문제가 생겼다나?"

"무슨 문제?"

"몰라. 일단 같이 가보자고."

20명의 연방 우주군은 인공 위성 내부의 녹화실로 모였다. 인공 위성이 가진 모든 녹화용 카메라와 정보 수집용 기기들이 바쁘게 무언가를 스크린 위에 띄워대며, 경고를 해대고 있었다. 이 인공 위성의 관리자인 멜렌은 그들에게 상황이 심각하다며 스크린을 조그만 지팡이로 가리켰다.


"봐라. 녹화용 비디오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는데.. 정보 수집용 기기가 이렇게 난리다. 뭔가가 우리쪽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소리야."


"..."

"뭡니까?"


"예상이 안되는걸."

19명의 사람들이 멜렌의 말에 각자 팔짱을 끼거나 관심을 보였다. 멜렌은 그들에게 아직은 밝혀진 것이 없다며, 엄청나게 거대한 에너지만이 반응된다고 답했다.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어. 하지만 엄청나게, 아주 엄청나게 거대한 에너지가 감지되더군. 내 생각엔..."

"내 생각엔?"

"내 생각엔 아마 티스 군단의 움직임을 우리가 감지한 것 같다."

"티스를?!"

"그럼 좀 심각한 상황 아니야?"


"...그렇지. 그래서 나는 오늘 아침 수집된 이 정보를 고르페우스 구역의 남아 있는 여러 궤도 기지들과 연방군 상부에 보고했어. 궤도 기지 측에서는 답장이 없었지만, 상부에서는 속히 이곳을 벗어나라고 명령하더군."


"흠."

"티스가 아니면요? 만약 위협적인 에너지가 아니었다면 어떻게하죠? 아직 이 주위에서 수집할 정보가 산더미같이 남은걸로 아는데..."


"어쩔 수 없어. 상부의 명령이니까. 그러니 다들 설치했던 정보 수집기기랑 녹화 기기 다 회수하라구. 몇시간 있다가 다른 곳으로 인공 위성의 뱃머리를 돌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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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지옥에 영광을! 사악한 자들에게 영광-"


함성을 지르며 도끼를 휘두르는 데모니오의 공격을 능숙하게 피한 테리우스는, 자신이 잡고 있는 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쥐고 팔을 대각선으로 끌어올렸다. 곧이어 데모니오의 복부와 가슴팍이 반듯한 대각선 모양으로 베어지며, 인조적인 장기와 피들이 물결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어어억.."

무릎 꿇은 데모니오의 머리를 손쉽게 참수한 테리우스는 검을 붕붕 돌려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의 주위에는 적 부중대장의 목을 갖기 위해 경계하고 있는 나이트 크롤러 두놈과 데모니오 3명이 이를 갈고 있었다. 테리우스는 그들에게 비웃는 듯한 웃음을 취하며, 한꺼번에 덤비라는 제스쳐를 지닌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크아-하하하하-!

이윽고 나이트 크롤러 한놈과 데모니오 하나가 동시에 덤벼들었다. 테리우스는 처음으로 덤벼든 데모니오의 머리통과 가슴팍에 코발트 권총으로 구멍을 뚫어주고는, 죽어가며 비틀거리는 그의 시신 뒤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곧바로 나이트 크롤러의 날카로운 검이 데모니오의 갑주와 살갗을 꿰뚫었으나 테리우스의 털끝 하나도 건들지 못하였다.


"흡!"

테리우스는 이미 죽어버린 데모니오의 시신을 나이트 크롤러를 향해 밀치고, 무거운 반신의 육신을 치워내느라 힘을 쓰던 나이트 크롤러는 그의 눈으로 날아오는 검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캬아아악!"


나이트 크롤러의 혀가 비명과 함께 낼름거리며 흔들렸을때, 테리우스는 그의 혀를 붙잡아 쥐고는 그대로 뽑아내어 버렸다. 나이트 크롤러는 아가리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검을 쥔 손을 아무렇게나 휘둘렀고 테리우스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커억?!"

테리우스는 당황하는 나이트 크롤러의 복부로 검을 찔러 넣었으며 그에 맞춰 나이트 크롤러의 복부에 달린 불경한 눈이 파열되며 더러운 체액을 흘렸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침을 튀기며 괴성을 질러대는 나이트 크롤러의 머리를 곧바로 코발트 권총으로 박살내어버렸다.


순식간에 두 불경한 자들이 땅에 드러누웠다. 그들을 처리하는데 있어, 테리우스는 반신이라는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보여주는 자였다.

"다음!"

그는 호탕하게 다음을 외치며 검에 묻은 검은 피들을 털어냈다. 다른 데모니오들은 그의 모습에 주춤거리며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4 중대의 부중대장은, 그들이 넘볼 수 없을만큼 강한 자였다.


"흥. 고작 나조차도 감당하지 못하고 반역을 저지른거냐? 고작!? 네놈들이 얼마나 한심한 새끼들인지는, 시궁창에 사는 *래틀스도 알겠군!"
(*래틀스: 어느 행성에서나 살고 있는, 30cm~2m에 달하는 야생 쥐.)

"뭐하나? 어서 덤벼보시지! 네놈들의 갑주와 무기들이 너희들보다 약한자만 학살해대라고 있는 것은 아닐텐데?"


테리우스의 당당하고 용맹한 모습에 데모니오들은 더욱 기세에 밀리고 있었다. 심지어 살아남은 나이트 크롤러 하나는 벌써 어둠속으로 몸을 숨긴지 오래였다. 두 데모니오가 잔뜩 긴장한 것을 본 테리우스는 그들에게 비웃음 담긴 웃음을 들려주었다. 자신에게 걸맞은 상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크흐.. 정말 뛰어난 무력이다. 우리가 원하는 인재로서 딱이군.."

케세우스가 어둠속에서 저벅저벅 걸어왔다. 그는 자신 옆에서 테리우스의 기세에 눌린 형제 하나를  밀쳐 넘어트리고는, 한심하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한심한 놈."


"오, 드디어 대가리가 오셨군?"


테리우스는 그의 검을 붕붕 돌렸다. 그의 두꺼운 *오르코드 검이 공기를 가르며 위협적인 소음을 냈다.
(*오르코드: 은하계 곳곳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금속. 강력한 내구성과 상당한 충격 흡수량을 지녔다.)


"내 말을 들어라. 연방의 개야. 너의 목에는 두꺼운 사슬과... 개목줄이 걸려있다는걸 아나?"

"뭐?"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케세우스를 보며, 테리우스가 어이없다는 말투로 답했다. 그러나 케세우스는 머뭇거림 없이 그의 헬멧 바이져를 열어 맨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케세우스 말리어스다. 연방에 새로운 자유를 가져올 자이며, 붉은 지옥에 영광을 선사할 자이다. 네놈의 이름은?"

"네놈의 질문에 대답해줄 이유는 없다. 나약한 자야."

"상관 없어. 어차피 네 이름은 네가 직접 말하게 될 터이니. 네놈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마. 우리와 함께 해라. 그렇게 되면 너는 더욱 강력해진 힘과.. 의무에서 해방될 것이다."


"..."


"정말 아름답지 않나? 붉은 지옥은 우리에게 가능성을 보여주었어. 무너져가는 연방이 아니라!"


"..."

"우리와 함께 하자. 제 몸도 지키지 못하는 나약한 이들을 짓밟고, 그들 위에 서는거다. 그렇게 한다면-"


"계속 해 봐라. 내가 네 말을 듣고 있는 것 같냐? 네놈의 검을 집고, 맞서기나 해라. 그럴 용기도 놈들에게 팔아먹은거냐?"

테리우스가 차갑게 케세우스를 비난했다.


"...."

케세우스는 그의 비난에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 그럼 네놈의 목을 가져가 포데스타님들을 위해 바치도록하지."

"지랄."

테리우스가 케세우스의 말에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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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중대의 네르갈은 악마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의 옆에서, 수많은 형제자매들과 등을 맞대며. 수십마리의 악마를 베어넘긴 네르갈이 마침내 어느 악마의 목과 쇄골을 베어버렸을 때 그는 자신이 쓰러트린 악마가 테리우스 부중대장이 쓰러트린 케제켈과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음을 깨달았다.

"뭐..지."

그는 쓰러진 악마의 시신과 주위에 널부러진, 자신이 쓰러트렸던 악마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들은 모두 케제켈과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외모들은 덧씌워진 가면처럼,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마치 네르갈이 케제켈의 시신에서 악마를 탐구하기 위한 욕구를 떨쳐내지 못한 것처럼.

"네르갈. 괜찮나?"

헤이네르가 그에게 다가와 상태를 물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헤이네르의 목소리를 들은 네르갈은 눈을 껌뻑이며 환상에서 깨어났다.

"오, 어. 괜찮아. 나는 괜찮아."

"그렇다면 집중해! 놈들이  다시 몰아칠거야."

"알겠어."

헤이네르가 검을 뽑고 악마들과 합을 나누기 위해 달려갔다. 네르갈은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응시하다, 문득 땅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피가 흥건한, 깊고 커다란 핏물의 웅덩이를.

"네르갈이여. 우리에 대해서 알고 싶나?"


"...넌 누구냐."


"우리에 대해서 알고 싶냐고 물었다. 너는 네 탐구욕을 채우고 싶어하지. 밑빠진 독처럼,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지식들을 말이야."


"..."

"네게 우리의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 네 육신을 다오. 그렇게 된다면... 너는 모든 필멸의 지식과 불멸의 지식을 습득하리니."

핏물이 진동하며 목소리가 사라졌다. 네르갈은 한없이, 자신에게 속삭인 핏물 웅덩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뒤로 악마들의 손길이 뻗어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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