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조그만 도움]
"...어디였더라."
어둑어둑한 참호 내부를 살피던 하겐이 피터가 있었던 방을 곰곰히 떠올려보았다. 지하에 있던, 회의실처럼 생긴 방. 아드라말렉의 명령을 받아 잠시 들러보았었으니 충분히 길을 찾아가는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 거기로 가보면 되겠군."
다른쪽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슬쩍 쳐다본 하겐이 곧바로 발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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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펠과 함께하는 검은 안개 연대원들은, 솔리드 전선의 어두운 지하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이곳에서 비교적 오랜 시간을 보냈던 앙펠과는 다르게 제스를 비롯한 검은 안개 연대원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단단히 여려있었다.
"쉬잇. 여기서부턴 다들 조용히 하라고. 이 전선을 이끄는 악마놈이 바로 주위에 있으니까."
선두에서 어둠을 헤쳐나가던 앙펠이 그의 글라디오를 들어 멈추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사실입니까? 놈의 이름은 뭐죠?"
제스도 앙펠의 제스쳐를 보고 자신의 대원들을 잠시 뒤로 무르게 한뒤,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앙펠은 지난 일을 떠올리는 듯 잠시 마른 침을 삼켰다.
"...*우피르. 그놈은 끝까지 저항하던 내 부하 녀석들을 먹어치우고, 게걸스레 피를 빨아댔지. 좆같은 놈."
(*뱀파이어의 이명.)
"더럽게 위험한 놈이겠군요."
"그래. 난 놈을 겪고도 살아남았지만, 너희들은 어쩔지 모르겠군. 잘 들어. 놈은 채찍을 휘두르며 거기에 희생된 불쌍한 자들의 피를 빨아재끼지. 내 병사들 태반이 그렇게 죽었다. 뭐, 옛날 이야기는 됐고-"
앙펠이 어두운 벽을 더듬는듯 하더니 그대로 미끄러졌다. 그의 왼손에 찰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잡혔다.
"?"
제스를 비롯, 50명이 넘는 대원들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되었다. 뒤쪽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대원들도 불길함을 감지하고 총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 이건..."
앙펠의 손에는 두근거리는 인간의 심장이 있었다. 새차게 쿵쾅거리는 심장은 막 사람의 몸에서 꺼냈었는지, 붉은 핏빛을 띠고 있었다.
"심장이잖아?!"
제스가 큰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래. 이런 심장 같은게... 심장?!"
심장을 들고 잠시 멍하니 있던 앙펠이 심장을 툭 떨어트렸다.
"어?"
"망할, 이리와요! 앙펠!"
제스는 당황한 앙펠을 잡아당겨 자신의 대원들쪽으로 밀쳤다. 곧이어 검은 안개 연대원들의 후레쉬 라이트가 어두운 지하 터널 여러곳을 밝혔다.
후레쉬 라이트들은 앙펠이 더듬었던 벽을 비추었고, 후레쉬 라이트가 벽에 묻어있는 어둠을 걷어내자 벽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게 다 뭐야?"
어느 대원이 당황하며 말을 떨었다. 온갖 초자연적인 현상들과 끔찍한 광경을 봐온 인류 보안부의 대원들일지라도 기겁하게 만들만한 것들이었다.
심장! 앙펠이 더듬었던 심장과 같은 것들 수백개가 벽에 박혀있었다. 벽에 박혀 있는 심장들은 전부 굵은 핏줄로 연결되어 어디론가 계속해서 피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살아있어, 강하게 쿵쾅거리며 피를 펌프질했고, 그럴때마다 벽과 땅으로 시뻘건 피들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제스는 앙펠이 더듬었던 벽으로 자신의 후레쉬를 비쳤고, 그 벽에는 심장이 있어야할 자리가 비어있었다. 아마도 앙펠이 벽을 더듬으며 심장을 뽑아내고 말았으리라.
"아, 앙펠씨. 지금 상황은 어째야만 좋은지 아나요?"
"...내가 보기엔 우린 이미 우피르의 함정에 걸려든 것 같구만. 씨발, 멍청하게도 못알아채다니."
"제길, 다들 경계 태세 강화하고 아군 오사를 조심해! 언제 어디서 놈이 덮쳐올지 모른다!"
제스가 한손을 들어올려 지시를 내렸다. 60명의 검은 안개 연대원들이 경계 태세를 갖추며 어두운 지하 터널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
"..."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적의 공격에, 모든 대원들이 돌처럼 차갑게 굳은 채 대비하고 있었다. 어두운 지하 터널은 그들의 마음도 모르는지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만이 불어오고 있었다.
[휘-이잉...]
"..!"
앙펠의 코끝에 피비린내 나는 바람이 스쳐지나가자, 그의 안색이 뒤바뀌었다. 그는 목청이 터져나갈듯 크게 외치며 제스의 뒷덜미를 붙잡아 뒤로 동시에 나자빠졌다.
"으왁-"
"온다!!!"
넘어진 제스와 앙펠의 앞으로, 날카로운 집게가 달린 채찍이 쐐액하며 날아들었다. 채찍 끝에 달린 4개의 칼날 집게가 대원들의 후레쉬 라이트에 비춰져 반짝였다.
"어아악-"
칼날 집게가 달린 채찍은 그대로 어느 대원의 가슴팍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꽂혔다. 그 대원은 황급히 그 집게를 뽑아내려고 했으나 곧이어 채찍이 팽팽해지더니 그대로 그의 가슴팍에서 벗어났다.
"어억..."
칼날이 가슴팍에서 빠져나간 대원은 그대로 고꾸라져 절명해버렸다. 그의 위로, 팽팽하게 움직이는 채찍 끝에는 막 뽑아낸 뜨거운 심장이 쿵쾅대고 있었다. 심장은 그대로 채찍과 함께 어둠속으로 사라지더니 무언가를 씹어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제, 젠장. 놈이다."
앙펠이 제스를 일으켜세우며 어둠속을 응시했다.
"우피르다."
앙펠의 말을 비웃으며, 어둠속에서 날카로운 이빨들을 가진 나이트 크롤러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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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쯤이었던 것 같은데."
브로취른 전선의 지하 터널을 걷던 하겐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하 터널 내부는 지상의 전선들에 비하면 충분히 밝았지만, 악마나 타락자들이 곳곳에서 몸을 비틀고 추악한 짓거리들을 벌이고 있음을 다를 바가 없었다. 하겐은 그런 자들이 그의 눈에 띌때마다 불쾌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 이상의 관심은 주지 않았다.
"여, 거기 잘생긴 오빠. 뭐 찾아?"
짧은 단발 머리를 한 *텐타시온 하나가 두리번 거리는 하겐을 보며 나긋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하겐에게도 악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포로나 지성체에게 고문과 쾌락을 선사하며, 타락을 유도하는 여성체의 악마들.)
하겐은 자신을 부르는 악마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더이상 악마와 엮이긴 귀찮고,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텐타시온은 하겐에게 살랑거리며 다가와 가슴팍에 손가락을 그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좀 말해보지~?"
하겐은 자신을 슬쩍 유혹하는 악마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무서운 표정으로 을러댔다.
"꺼져. 지금 바쁘니까. 악마라면 이제 지긋지긋해."
"그래? 난 왠지 당신이 마음에 들어할만한 정보를 좀 갖고 있을 것 같은데~?"
"...난 아무 말도 안했는데. 지랄났군."
"당신, 퍼플 윙님이 데리고 있는 남자를 찾지?"
하겐을 올려다보며 눈가를 감싸고 있는 붕대를 꿈틀거리는 텐타시온이 싱긋 미소지었다. 하겐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텐타시온 같은 악마년들은 다 저렇게 눈가를 붕대로 감싸고 있나 생각했다.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았나 싶겠지~? 사실은 당신, 아~까전에 퍼플 윙님이 데리고 있는 남자와 대화하는걸 봤거든. 옆에 조그만 여자 하나 끼고 있었잖아. 맞지? 히히."
"...그래. 난 그 남자를 찾고 있다. 분명히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갔었는데, 다시 찾으려니 도저히 모르겠어. 방의 위치가 바뀌기라도 한건지.."
"헤헤~ 그럴만도 하지. 퍼플 윙님이 지금은 방해 받고 싶지 않다면서 그 방에 들어가신 다음 숨겨버렸거든. 엄청 찾기 힘들걸?"
"뭐냐. 그럼 네년도 모른다는거 아냐? 비켜. 도움도 안되는 녀석이었군."
텐타시온을 옆으로 거칠게 밀친 뒤 다시 터널을 걸어갔다. 텐타시온은 그런 하겐을 분하다는 듯 쳐다보더니 그에게로 달려가 손목을 잡았다.
"잠깐! 날 이렇게 내치다니. 벌 받을걸?"
"꺼지라니까. 악마들은 내가 알고 있는 두 녀석으로도 족해."
하겐은 그렇게 말하며 타하리알과 마르시를 떠올렸다. 악마임에도, 동료로 삼을 수 있을만큼 좋은 녀석들이었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니까?!"
"...도움?"
하겐이 그녀의 말에 멈칫했다.
"그래! 도움. 아주 조그만.. 도움?"
"무슨 도움이지? 당장 말해."
"맨입으로?"
"하아..."
한손으로 이마를 짚은 하겐이 한숨을 내쉬었다. 악마라는 것들은 이렇게도 거래를 좋아하고 속셈도 많은지, 그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더럽게 귀찮은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뭘 해주면 그 남자를 찾는 걸 도와줄거지?"
"일단 날 이름으로 불러줘. 난 이블린이야."
"좋...아. 그 다음은?"
"나랑 친구가 되어주라."
"?"
"빨리. 그러면 도와줄게."
이블린이 얕게 미소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일반적인 악마들의 흉폭한 웃음이 아닌, 소악마적인 귀여움이 있었다.
"장난치지마라. 바쁘다고 했잖아."
어이없는 표정을 한 하겐이 그녀를 재차 밀치고 길을 나섰다. 그는 뭔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악마년 때문에,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을 하며 투덜댔다. 이블린은 그렇게 떠나가는 하겐의 뒤를 쫓으며 볼멘 소리를 내뱉었다.
"잠깐만~! 아니 진짜, 그게 어려워?!"
"...뭔 친구야?! 악마가 뭔 인간이랑 친구를 맺냐고. 정신병 있냐? 악마도 정신병에 걸리나보지?"
답답했던 하겐이 그녀에게 속사포처럼 쏟아내었다. 이블린은 악마답지않게 그의 말에 약간 상처받았지만, 이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 잠깐! 다 듣겠어. 보는 눈이 있다구?"
이블린은 자신들을 흘긋 쳐다보는 다른 악마와 타락자들의 시선을 몹시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하겐은 시큰둥하게 그녀에게 손인사를 하며 뒤로 돌았다.
"뭐 어쩌라고. 안 도와줄거면 말아라. 나 혼자서 찾아보면 되니."
"아, 진짜.."
이블린은 발을 동동 구르며 몹시 아쉬워했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 기회를 이리 쉽게도 놓칠 수는 없었다. 그녀는 하겐에게 다가가 자신이 한 수 굽혀주기로 했다.
"어, 어쩔 수 없네~~. 그럼 내가 먼저 도와 줄테니, 다 끝나면 나랑 친구하는거다? 응?"
"...생각해보고."
"좋았어! 그럼 날 따라오라고~."
이블린이 하겐의 손목을 붙잡으며 어딘가로 달렸다. 그녀의 발걸음은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처럼 경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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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씨부랄! 저 자식이 벌써 우릴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앙펠이 그의 글라디오를 제대로 고쳐 잡으며 어둠속에서 걸어나온 나이트 크롤러를 응시했다.
"다들 흩어져! 뭉쳐있다가 채찍에 맞으면 동시에 골로 간다!"
앙펠은 또 다시 쐐액하며 날아오는 채찍을 피하는 동시에 대원들에게 외쳤다.
"빌어먹을, 중화기 분대!!"
제스는 그녀의 덜컹거리는 헬멧을 붙잡으며 새로 배치된 중화기 분대들을 불렀다. 4개의 중화기 분대는 나이트 크롤러 하나정도야 순식간에 갈아버릴 수 있는 화력을 지닌 자들이었다.
고폭발 유탄과 아이기스 기관총을 장비한 중화기 분대원 서너명이 앞으로 달려나와 우피르를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곧이어 그들의 무기에서 주황색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드르르르르르륵-!]
[퐁-]
[콰앙!]
중화기 분대원 중 하나가 쏜 유탄이 우피르의 주위에서 폭발하며 지하 터널을 순간 밝게 비추었다. 우피르는 화염에 흽쌓였고, 그대로 죽은 것 같았다.
"죽였다. 내가 맞췄다고."
"잘했어. 이제 놈의 시신을 확인해야겠다."
제스가 아직도 화염이 일렁이고 있는 곳을 슥 쳐다보았다. 그녀가 화염속에서 무언가 형체를 지닌 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 제스 옆에 서 있던 대원의 머리가 그대로 날아갔다.
[파삭-]
"망할! 아직 안 죽었잖아!"
앙펠은 그의 글라디오를 고쳐 잡으며 또 다시 날아올 우피르의 공격을 대비했다. 검은 안개 연대원들도 죽어버린 자신들의 동료를 뒤로 하며, 우피르의 잔혹한 공격에 맞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휘-익!]
[차악!]
채찍이 공기를 가르며 두 대원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허리가 두동강 나며 죽었다.
"중화기 분대! 계속해서 놈에게 갈기고, 나머지는 대형을 펼쳐서 교전해! 아군끼리 붙어있어봤자 좋을것 하나 없어!"
검은 안개 연대원들의 화력 투사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우피르는 그들의 공격에 타격을 입으면서도, 굉장히 쌩쌩해보였다. 마치 그 뛰어난 생명력을 어디에선가 받고 있는 것처럼.
"망할, 이렇게 가다간 좋을 것 하나 없어! 제스!"
벽의 파편이 떨어져 나온 곳으로 몸을 숨긴 앙펠이 제스에게 다그쳤다.
"알고 있어요!"
좁은 곳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유동적인 무기를 가진 적과 싸우는 것은 굉장히 불리한 것이었다. 지금도 검은 안개 연대원들은 우피르의 매서운 공격에 하나하나 쓰러져 가고 있었지만 놈은 타격이 없는듯 했다.
"흐하하하하하!! 네놈들에게, 종말을 선사해주마."
우피르가 채찍을 강하게 휘둘러 어느 대원을 꽁꽁 묶었다. 그가 채찍을 자신의 가슴쪽으로 잡아당기자, 채찍에 묶인 대원이 수십조각으로 찢어지며 피를 흩뿌렸다. 우피르는 그렇게 사방으로 튀는 피를 추악한 혀로 받아먹으며 기쁜 웃음을 지었다.
앙펠은 엄폐물 뒤에서 우피르의 행동을 자세히 쳐다보다가, 그의 등 뒤에 달린 굵은 핏줄을 보았다. 평소 그가 보아왔떤 우피르의 모습과는 달리 척추 부분에 힘줄을 연결하고 있는 우피르는 무언가 달라보이는게 당연했다.
그리고 앙펠은 그 굵은 힘줄들이 꿀럭거리며, 붉은 액체들을 우피르의 몸속으로 심어주는 것을 보았다. 그는 굵은 힘줄이 연결되어 있는곳을 눈으로 쭈욱 따라가 마침내 심장 수십개가 박혀 있는 벽까지 도달했다.
"아!"
"왜 그래요?"
"알았다. 저 놈이 저렇게 안 죽는 이유를 알았어."
"뭔데요? 빨리 말해요! 내 대원들이 다 뒤져나가게 생겼으니까!"
"제스, 저 놈 등짝에 달린 좆같은 힘줄 보이냐? 저 힘줄 내부에는 피가 흐르고 있을거다. 그리고 저 힘줄을 계속 눈으로 따라가 봐. 끝에.. 끝에 벽이 있잖아?"
"그래서요!"
"저 벽은 심장들이 박혀 있는 벽이잖냐!! 놈의 질긴 생명력은 바로 저 벽에서 나오는거였어. 저 벽에 있는 심장들을 다 파괴해!"
제스에게 크게 외친 앙펠이 그대로 엄폐물에서 달려나갔다. 우피르의 날카로운 채찍이 그의 왼쪽 어깨를 살짝 스쳤지만, 그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벽을 향해 그의 글라디오를 휘둘렀다.
[쉬이이이이익--]
벽에 있던 심장 두어개가 글라디오에 베어지면서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촤악 뿜어댔다. 앙펠의 눈가로 피가 튀겼지만, 앙펠은 눈을 부릅뜬 채 다음 심장을 글라디오로 찔렀다.
[쉬아아악-]
심장이 파열되며 또 다시 피를 뿜었다. 이상하게도 우피르는 벽에 있는 심장이 파괴되자 누가 공격하지 않았음에도 한쪽 다리를 잠시 비틀거렸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제스는 앙펠의 말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저 벽이, 저 저주받을 정도로 혐오스러운 벽이 바로 우피르의 본체나 마찬가지였으니-
"전 대원, 벽에 있는 심장들을 파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