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 엄마도 나이를 먹었으면, 나잇값을 하라니까?
둘의 캣파이트에 내가 낄 곳은 없었다.
그냥 얌전히 자리를 지키며 입을 다물고 있든가, 또 아니면 조용히 식탁을 벗어나는 선택지밖에 없다.
"…근데, 방금 무슨 뜻이니?"
"못 들었어?"
"아니, 그러니까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지금 묻고 있는 거잖아."
"말 그대론데? 엄마도 나이를 먹었으면, 나잇값을 하라니까?"
하지만, 자리를 피하기에는 너무나도 흥미진진했다.
그것도 저 둘의 아들이자 오빠인 나를 사이에 두고, 모녀라는 사람들이 저렇듯 저급한 말만을 골라 싸우는 것은 내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그야말로 원초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지금 나이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할 말이 없으니까, 그래서 트집이라도 잡는 거니?"
"아니, 엄마. 지금 엄마라는 사람이, 자기 아들이랑 그런다는 게 안 쪽팔려?"
"하, 쪽팔릴 게 어딨어?"
"…그러니까, 내가 지금 나잇값을 못 한다는 거 아니야. 남자친구가 갖고 싶으면 또래에서 찾아야지, 지금 아들이랑 무슨 짓거리야 그게. 엄마 친구들이 알면 뭐라고 그럴 거 같아? 미쳤냐고, 노망났다고 할걸?"
절대 '딸'이 '엄마'에게 할만한 말은 아니었다.
"그러는 넌? 너는 네 오빠랑 그러는 게 지금 말이나 돼서 하는 소리야?"
"엄마. 나는 피임도 꼬박꼬박 하고, 오빠도 내가 좋아서 그러는 거거든?"
"아들도 내가 좋다던데?"
"그건 그냥 하는 소리겠지."
"그건 너도 똑같은 거 아닐까?"
둘의 신경전이 오가다가, 결국에는 두 쌍의 눈이 나를 향한다.
"…아!"
나는 멍하니 구경만 하다 놀라서 몸을 움찔거렸다.
"오빠가 뭐라도 말이라도 좀 해."
"아들, 계속 그렇게 듣고만 있을 거야?"
얼른 내 편을 들라는 듯한 각각의 눈빛이 내게 쏟아진다.
"아, 저기… 어…."
이럴 때는 남자가 우유부단할 게 아니다.
일단 둘 다 눕히고 싸울 생각도 들지 못할 만큼, 그리고 정신을 못 차릴 때까지 따먹어서 자지로 혼내 줄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텅텅 비어버린 불알에, 이미 한계를 맞이한 현실이 눈 앞을 가린다.
그리고 이에 정력 증진이 다시금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어? 박서현, 입맛 없다더니… 네가 역시 아침을 거를 리가 없지."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부엌에 들어서는 '누나'에, 이 난리를 피우던 곳이 부엌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엄마, 이거 들고 나가면 돼? 그리고 나, 오늘 일찍 온다?"
"…으, 응."
이 난장판에 '누나'까지 불러 들이면 어떻게 될까 싶었는데, 다행히 '엄마'는 별 다른 소리를 하지 않았다.
"…야, 박한솔."
"아, 어."
그리고 그런 '누나'가 나를 불렀다.
"밥 다 먹었지? 네가 하나 들고 내려와. 나 혼자서 어떻게 이걸 다 들고 가. 옷 버리면 네가 책임질 거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누나' 혼자 핑곗거리를 만들더니, 그리고 얌전히 잘 묶어져 있는 쓰레기 봉투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흐, 알았어."
"…웃기는. 엄마, 나 간다?"
"아… 어, 응. 근데, 아들은—"
"나, 늦어. 박한솔, 빨리."
'엄마'가 무슨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중간에 그걸 잘라먹은 '누나'가 내 팔을 잡아 끌었다.
"…아, 응."
뜨거워진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 차라리 내가 자리를 비우는 것도 방법인 듯했다.
재밌는 구경거리를 놓치게 되어 그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둘이 지금만 이럴 분위기도 아니었으며… 곧 '이모'까지 깨어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이제는 슬슬 끝낼 때가 오기는 했다.
나는 '누나'가 건네는 봉투에 손가락을 걸고, 먼저 앞서가는 '누나'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신발을 신던 '누나'가 내게 선심쓰는 목소리로 묻는다.
"…나, 고맙지?"
"갑자기 뭐가 고마워."
"뭐야, 엄마랑 서현이랑 양쪽에서 아주 잔소리를 하는 거 같길래, 그래서 일부러 도와줬더니."
"아…."
하기사 그 난리통에 밖으로 목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요한 것은 모두 쏘옥- 빼놓고, 마지막 말만 들은 듯했다.
"하, 그냥 놔둘걸 그랬네."
"아니, 존나 고마운데?"
나는 먼저 현관을 나서는 '누나'의 뒤를 슬리퍼 바람으로 따라붙었다.
"아흣! 아, 안 떨어져!?"
뒤에서 몸을 좀 붙였다고 난리를 친다.
"왜? 엉덩이가 아직도 아파?"
"…시끄러. 내가 분명히 밖에서는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어깨에 두른 팔을 내리며, 종종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늘 일찍 와?"
"…어."
"으흠, 그렇구나."
띠잉— 하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방금 좆같은 상상했지?"
"나? 내가 뭘."
"막 너랑 하고싶어서, 그래서 내가 일찍 오고 그런 줄 알았다는 표정이잖아, 지금."
"흐, 아닌데? 왜 혼자 갑자기 소설을 쓰고 그래? 그렇게 나랑 또 하고 싶어?"
"…뭐라는 거야. 좆같은 상상 하지 말라니까아…."
"아, 알았어. 빨리 타기나 해."
나는 멍하니 서서 혼자 중얼대는 '누나'를 뒤에서 밀었을 뿐이다.
"야아! 바, 밖에서 진짜 미쳐가지고오…."
"아, 진짜 뭐라는 거야. 누나는 머리에 그런 생각밖에 없지?"
"……."
'누나'는 얼른 엘리베이터 위로 오르더니, 그리고 저기 구석으로 가서 선다.
"오늘도 내가 방으로 갈 거니까, 얌전히 준비하고 있어라?"
"…봐. 아닌 척했으면서, 또, 또, 이러잖아."
"흐흐, 시작은 누나가 먼저 했잖아? 그리고 방으로만 간다고 했는데, 왜 또 혼자 난리야, 응?"
"…됐어, 시끄러, 너랑 말 안 해."
띠잉—
한 번에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활짝- 열린다.
탁- 탁- 탁-
그리고 '누나'가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디디며 밖으로 나간다.
"누나, 같이 가."
"알아서 와!"
나보다 다리도 짧으면서, 바삐도 발을 움직였다.
나는 '누나'를 금방 따라잡을 수도 있었지만, 다리에 한 몸처럼 달라붙은 청바지의 뒤태를 감상하며 천천히 걸었다.
특히나 씰룩이는 엉덩이 밑으로 작게 벌어진 허벅지 틈새가 보인다.
저 사이에 자지를 박아 넣는 상상을 하며 괜히 아랫도리를 손으로 주물러 본다.
그리고 한참을 먼저 걷던 '누나' 갑자기 걸음을 우뚝- 멈춰섰다.
또 홱- 하니 뒤를 돌아 나를 노려봤다.
"…뒤에서 자꾸 그만 쳐다보고, 빨리 안 와…?"
"흐, 알아서 오라며."
"그냥 지금 빨리 오라고 했다?"
가방으로 엉덩이를 가린 '누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찌푸린 인상도 예뻐 보이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우리는 발을 맞춰 걸었다.
내 옆에 조금 멀찍히 떨어져 있었지만, '누나'는 내 옆에서 바쁘게 보폭을 맞춘다.
"하아, 야… 천천히, 어? 천천히 좀 가자, 응?"
"빨리 걸으라더니, 왜 자꾸 이랬다 저랬다야."
"…하아, 돼써어어… 너, 존나 짜증나. 빨리 버리고 집에나 들어가버려."
'누나'와 함께 분리수거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저번의 기억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누나, 기억나?"
"…갑자기 목소리는 왜 깔고 지랄이야. 빨리 원래대로 안 해?"
'누나'는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치는데, 얼굴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누나도 그때 기억 나나 보다?"
"…뭐라는 거야. 나, 가, 간다. 너도 빨리 들어가."
'누나'가 휙- 하고 쓰레기를 던진다.
그리고 몸을 돌려서 왔던 방향으로 도망을 치려고 한다.
"아, 그쪽이 아니잖아."
나도 빈손이 된 몸으로 '누나'에게 따라 붙었다.
그리고 은은한 열기를 내는 그 작은 몸뚱어리를 품에 안는다.
"자, 이쪽이잖아."
그리고 몸을 돌려 세웠다.
"나, 느, 늦는다니까…?"
"그러니까, 빨리 하고, 빨리 가야지, 응?"
"…하기는 뭐, 뭘 한다는 거야아아!!"
'누나'가 내게 앙탈을 부린다.
그리고 작은 몸을 버둥거리며, 내 품을 빠져 나가려고 했다.
"읏차, 누나는 진짜 살 좀 쪄야겠다."
가뿐하게 들리는 '누나'를 안아, 그때 갔었던 구석진 곳으로 향한다.
"아… 진짜아… 빨리 놓으라고 했다 지금?"
"아, 알았다고. 조금만 더 들어가서 놔줄게."
학생과 직장인이 모두 빠져나간 아파트는 조용했다.
"누나가 저기서 막 질질 싸고 그랬었는데, 기억 나지?"
"…싸, 싸기는 뭘 쌌다는 거야아아… 하아, 진짜… 괜히 데리고 나와서, 나 진짜 늦으면 안 되는데…."
중얼중얼하는 '누나'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누나'는 바닥에 발을 딛고 서더니, 이제는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이제 도망 안 가네?"
"…네가 또 잡을 거잖아. 나 지금 뺄 힘도 없거든…?"
툴툴대며 내게 눈을 흘겼다.
그 모습도 너무 귀엽고 예뻐서, 지친 내 자지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흐음… 따뜻하다아…."
"…야아, 옷에 화장, 다 묻는다고오…."
품에 '누나'를 껴안았다.
무슨 난로처럼 뜨끈한 열을 뿜어내고 있었다.
"괜찮아. 빨래하면 돼."
"아니, 미친놈아아! 내 화장이 번진다니까!?"
"번져도 예뻐서 괜찮아."
"안 괜찮아아! 안 괜찮다고오!"
개미처럼 얇은 허리, 제법 탄탄한 엉덩이, 그리고 맞닿은 젖가슴은 쿵- 쿵- 세차게 뛰고 있었다.
"쪼옥, 쫍. 쪽쪽."
"으, 으읍… 하응, 흣… 쪽."
고개를 피하던 '누나'도 결국은 마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입맞춤을 한다.
"흐으, 쭈웁, 할짝할짝… 쪽."
입술에 반짝반짝 빛나는 틴트에서 달콤한 맛이 났다.
그리고 입술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달큰한 숨에 취한다.
"하아아…."
'누나' 엉덩이를 붙잡아서, 내 아랫도리에 밀어 붙였다.
단단한 복근에 자지가 문질러졌다.
"쪼오옥, 쫍."
"하응, 흐… 쪼오옥…."
홍시처럼 붉게 물들어가던 얼굴이 조금씩 멀어진다.
끈적한 침이 늘어지더니, 이내 툭- 하고 끊긴다.
"하아…."
마치 꿈속을 거닐던 기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흐, 침 다 묻었네."
'누나' 입가에 묻은 내 침을 손등으로 닦았다.
그리고 '누나' 엉덩이를 툭- 툭- 두드렸다.
"오늘 일찍 와. 알았지?"
"……아!"
'누나'가 눈을 크게 뜨고는 나를 올려다 본다.
"……끝이야…?"
"응?"
"…이러고 끝이냐고오…."
바쁘다던 '누나'가, 그렇게 도망을 치던 '누나'가, 꼭 소변이 마려운 강아지처럼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