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6화 > 는 무조건 아들... 아니, 딸은 존나 싫어
"……아니, 진짜 임신이라고…?"
"……."
"……."
'누나' 얼굴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자리한다.
그리고 내 얼굴과 '엄마'의 배를 번갈아 쳐다본다.
"…너무 그렇게 쳐다보면 민망한데…."
'엄마'는 쑥스럽다는 듯이 자기 아랫배를 손으로 가린다.
"하, 하하…."
'누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고 그건 '여동생'이나 '이모'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근데, 뭐, 다 좋아… 좋은데… 언니랑 박한솔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면… 걘 족보가 어떻게 되는 건데…?"
특히나 족보에 민감하던 '이모'는 곧바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따라 중얼거리는 '여동생'은 좀처럼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조카. 아닌데… 그냥 동생…? 아……."
지나가는 말로 조카이자 동생이라느니 하던 농담을 하던 때가 언젠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자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졌다.
"……조카가 맞지 않나… 지금 나이 차이에 막둥이는 좀 심했잖아…."
띠를 두 바퀴나 돌려야 한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동생이라니… 절대로 평범한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근데… 그렇다고 조카라고 부르기에는 또 조금 그런데…."
"…난 이러나 저러나 조카는 조칸데…."
'이모'마저도 말을 아끼고 있었고 '엄마'의 임신 소식보다도 족보에 관심이 더 많은 듯하다.
"그런 게 중요한가…?"
"야! 그럼 이게 안 중요해?"
발끈하는 '누나'가 인상을 와락- 구긴다.
"너 때문에 완전 개족보잖아 지금."
"아… 나 때문인가…."
"그럼 너 때문인지, 누구 때문인데?"
"……."
나로서는 달리 할말이 없었다.
듣고보니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까.
"…호칭 같은 것도 미리 안 정해두면 나중에 진짜 큰일난다니까?"
"아, 응. 그, 그럴 것 같네."
그렇게 여자들은 호칭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는데, 아이의 엄마와 아빠 중에 누구를 기준으로 삼을지에 대해서 끝없는 대화가 오갔다.
"…근데, 이거 의미가 없지 않나…."
"그렇긴 해. 어차피 개 족보라서, 어차피 또 꼬이네…."
누군가에는 딸이, 누구에게는 조카 혹은 동생이 된다.
"생각해보니까, 동생이 맞는 거 같은데… 조카라고 부르는 것도 좀 웃긴데… 나중에 우리가 낳으면, 그땐 또 애들끼리 어떡해."
"어… 너무 복잡하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인 거 같은데…."
"…나, 때문이라고?"
"엄마가 엄마니까, 지금 이렇게 호칭 정하기가 어렵잖아."
"…그건 너희도 똑같지 않니?"
"그래도 좀 다르지."
내가 볼 때는 똑같았다.
이런 고민을 안 해봤던 것도 아니고 어차피 제대로 정할 수도 없으니까, 그냥 대충 편하게 부르는 게 어떤가 싶었다.
"아… 근데, 엄마가 첫 번쨀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내가 더 많이 한 거 같은데…."
셋의 부러워하는 듯한 시선이 '엄마'를 잠깐 향하고 그 다음은 일제히 내게로 쏟아진다.
"……왜?"
"아니, 엄마를 참 좋아한다 싶었는데… 설마 임신까지 시킬 줄은 몰랐지."
"하…… 새삼스럽게?"
"새삼스러운 건 새삼스러운 거고. 놀라운 건 놀라운 거고."
"…그런가."
언제고 일어날 일이었기에 나는 놀라울 게 없었다.
다만, 생각보다 훨씬 더 얼떨떨할 뿐이었다.
"임신 초기에는 엄청 조심해야 한다던데, 그러니까 엄마는 오늘부터 혼자 자."
"…그래도 조심하면?"
"아! 됐다고… 임신했으면 됐지, 참 욕심도 많아요."
셋은 '엄마'를 바라보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셋의 얼굴을 마주한 '엄마'는 쑥스러운 얼굴로 머리를 긁적인다.
"…알았어. 조심할게…."
"박한솔."
"아, 어, 어."
다시금 내게로 화제가 전환된다.
그리고 입꼬리를 씰룩이는 '누나'가 내게 작게 속삭인다.
"너도 더 노력해야겠지?"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지금 말하는 저 노력이 어떤 건지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셋의 시선은 조용히 내 아랫도리로 향했다.
"…근데, 그… 너무 갑자기… 다 임신하고 그러면… 학교도 학굔데… 너무 정신없지 않을까…?"
지극히 이성적인 생각이며 판단이다.
"어제도 안에 존나 싸질렀으면서, 지금은 잘도 그런 말이 나온다…?"
그거야 이렇듯 임신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누군가가 임신했다는 사실에 손발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물론 이게 단순히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다.
나야 바라던 바였지만,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을 뿐이다.
"아, 그래도… 계획이라는 걸 세우고?"
"이게 계획이잖아. 제일 먼저 임신하는 거. 아, 근데… 이제 2등이네."
"아……."
"그리고 애들끼리 나이 차이 많이 나면 별로잖아."
"…그런가…."
'누나'의 진심이 듬뿍 담긴 그 말에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한다.
"아… 나도 임신… 나도 임신해보고 싶어…."
대책도 없는 말들이 그 뒤를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그 누구 하나 진심이 아닌 사람이 없어서 내 등 뒤를 따라서 땀이 주르륵- 흐른다.
"그래도 한 명 줄어서 좋은데?"
'엄마'의 임신에 대한 '이모'의 짧은 감상이 이어지고 나는 셋에게 붙잡혀 옷가지들이 하나둘 벗겨지기 시작했다.
*
"…이름 짓기가 엄청 어렵네…."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잖아."
"…둘 다 미리 지어놓으면?"
"아… 그래도 어려운데…."
시스템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럼 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지금의 타이밍에 무조건 딸이라고 못을 박는 것도 웃긴 것 같아 그냥 가만히 있었다.
"엄마는 아들이랑 딸 중에서 누가 좋아?"
"으음… 아들 닮은 아들도 좋고… 딸도 좋은데… 그래도 딸은 좀…."
'엄마'는 그렇게 말끝을 흐렸고 둘러앉은 셋은 왠지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하고 있었다.
"…왜?"
딸임이 확실한 상황에서 모두가 딸을 반기지 않는 지금의 분위기가 조금 난감하다.
그리고 지금은 시작일 뿐, 앞으로 태어나게 될 모든 아이들 또한 아마 딸일 것이다.
"흐응… 이게, 말로 설명하긴 좀 그런데… 아무튼, 딸은 아니었음 좋겠어…."
이렇다 할 확실한 설명도 아니다.
그냥 딸은 좀 그렇다는 설명이 전부라서,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딸을 싫어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야… 네가 생각을 해봐."
"…어떤 생각?"
그걸 정말 모르겠냐는 듯이 '이모'가 내 얼굴을 잠시간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이모'의 팔뚝을 툭- 툭- 건드리는 '여동생'까지.
"아, 왜."
"…뭘 또 설명까지 하려고 해…."
"됐어, 알 건 알아야지."
"아… 나는 모르겠다…."
기를 쓰고 말리려던 '여동생'이지만, '이모'의 계속되는 고집에 두손 두발을 모두 들어버렸고 나도 다른 가족들이 왜 딸이 별로라는 건지 알게 되었다.
"후우…… 네가 여자만 보이면 다 달려드는데, 그게 딸이라고 다를 거 같아?"
"…뭐라는 거야 지금."
우리가 개소리하는 거 같지? 근데, 우리가 볼 때 넌 그러고도 남는 다니까?"
"하아… 자꾸 뭐라는 거야…."
'이모'의 말에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말 같지도 않은 말에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차라리 아들이 나아. 하아… 딸이면, 후우…."
'이모'의 깊어지는 한숨.
그리고 그 옆에 '누나'와 '여동생' 또한 비슷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인다.
"……도대체 나를 뭘로 보고…."
"아니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아닐 것 같지…?"
'이모'는 아주 당연하다는 얼굴을 했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하아… 미치겠네."
아무리 그래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딸을 가지고 이런 생각들을 하는 가족들을 보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우리가 더 미치겠거든?"
"아, 됐어… 무슨 농담도 아니고. 아니, 농담도 그런 농담이 어딨어."
나는 아주 정색하며 인상을 찌푸렸고 '이모'는 내 이런 반응에 잠깐 움찔거리는가 싶었지만, 여전히 같은 얼굴로… 또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아무튼, 나는 무조건 아들… 아니, 딸은 존나 싫어."
아주 정색을 하고 말하는 '이모'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나머지 셋의 반응 또한 비슷한 듯했다.
"후우… 됐어.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
계속 입을 열어봤자 마이너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얼른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지만.
"누구 마음대로 그, 꺄, 꺄아아~"
언제까지고 이어질 듯한 '이모'의 잔소리 비슷한 무언가.
나는 그래서 얼른 '이모'의 손목을 붙잡아 내게 당겨버린다.
"그만하자고 했지, 어?"
"아, 아앙… 미안, 자, 잘못했어!"
내 품에 쏙- 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얼마 없는 젖가슴을 내게 붙잡혀서는 몸을 배배 꼬았다.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
"으, 응! 이제 정말 그만할게, 으, 응?!"
내가 꾸준히 만져준 덕분인 건지 제법 살집이 잡힌다.
물론 몽우리에 가까워서 말랑거리는 젖가슴가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만 하더라도 분명 장족의 발전이었다.
"쓰읍, 하아아…."
"아, 가, 간지러어… 나, 흐, 하으!"
'이모'는 아주 곡소리를 지르며 내 품에서 장난감처럼 매만져진다.
"이래서 아기 젖이나 제대로 물리겠어?"
"아, 아악! 아파! 아, 아파아!!"
옷 위로 선명히 느껴지는 유두는 어느새 딱딱해진다.
그리고 펄떡이는 힘 또한 계속 커지며 내게 벗어날 궁리만 한다.
"이, 이제 그만! 아, 자, 잘못해써어!"
뒤늦은 '이모'의 사과 또한 귀에 들리지 않는다.
나는 그저 손에 쥔 '이모'의 젖가슴을 놓고싶지 않았을 뿐이니까.
스윽- 스윽- 스윽-
"하, 하아... 흐응, 하, 하으...."
계속 가빠지는 숨소리가 방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런 '이모'가 바라는 대로, 또 씹구멍 안에 좆물을 가득 채울 궁리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