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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악마와 검은 소와 마법사 (3) (22/193)



〈 22화 〉악마와 검은 소와 마법사 (3)

브리도니아의 여기사, 아그네스는 지독한 두통 속에서 정신을 각성했다.

머리가 아픈 걸로 끝나지 않았다.

도저히 열리지 않는 눈. 무거운 몸. 팔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체내에 있는 마나는 증발이라도 한 건지 아무리 끌어 올려도 오러가 나오지 않았다.

혼란스러웠다.

이 끔찍한 두통은 뭐고, 오러는 왜 나오지 않을까. 아그네스는 두통에 실눈조차 뜨기 힘든 상황 속에서 지난 일들을 필사적으로 되뇌었다.

분명, 주군의 명을 받고 하크나르 산맥으로 향했다. 칠월에 눈이 내리는 기현상 때문에 아이스 트롤들이 난폭해진 까닭이다. 신속하게 섬멸하지 않으면 인가로 내려와 아녀자와 농가를 해친다.

여기까진 아무 이상 없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어딘지도 모를 곳에 내던져졌다는 건, 필히 누군가에게 패배했다는 뜻.

'내가, 내가. 트롤 따위에게, 졌다, 고?'

하크나르 산맥의 최고위 포식자는 아이스 트롤이었으니 자연스레 트롤에게 패배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기사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있을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고작 트롤에게 패배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수십 분을 넘게 부글거렸다.

'……잠깐.'

그런데 성을 내고 있자니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차분하게 생각하고 나니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트롤에게 패배한 것이 맞나? 그렇다기엔 너무나도 이상하다.'

이상했다.

트롤과 싸운 기억은 있다. 하지만 패배한 기억은 없다. 무엇보다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안 났다. 술을 진탕 마셔 기억이 끊긴 듯한 괴현상에, 아그네스는 몸서리를 치며 부들거렸다.


'…어찌 됐든, 살아나가야겠지.'


아그네스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  안의 마나를 극한까지 끌어 올렸다. 일종의 운기조식이었다. 호흡을 통해 기를 순환시키고, 불안정한 마나의 흐름을 안정시킨다.

그녀는 불안정한 몸 상태를 단순 컨디션 난조라 생각했다.

"으음…."

눈을 뜬다.

아그네스는 자신을 가둔  누군지는 몰라도, 꼭 사지를 잘라 개먹이로 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인 건 트롤도, 정체 모를 누군가도 아니었다.

'저, 저건 대체.'

추잡한 물소리를 내고 있는 거대한 소.

―찌걱… 찌걱…


그리고 그 아래에 깔린 작은 체구의 소녀.


"므, 무어시냐?!"


그녀는 순간 환상을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 * *

알몸으로 정액 웅덩이에 고개를 처박고, 엉덩이를 높게 치켜든다.

부정할  없는 암캐의 자세.


미노타우로스가 억지로 만든 자세라 해도… 이런 가축 같은 자세를 하고 있으면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마저 정복당한 기분이라  나쁘진 않았다. 머리는 약이라도 맞은 듯 몽롱했고, 입에서는 음란하고 천박한 웃음이 연신 새어나왔다.

"헤흐… 히…."


마약맞은 창녀처럼 실실 웃고 있자, 거대한 외침이 귀를 강타했다.

―넣는다!!!


여저히 귀가 터질 것 같은 성량이었다. 미노타는 좁은 질구에 귀두를 맞춘 뒤, 양 발목을 손잡이처럼 잡아당겨 삽입에 힘을 더했다.

-꾸우욱!!

휴식 없이 시작된 두 번째 삽입.
겨우 다물어졌던 음부는 또다시 한계까지 벌어졌다.


"헤끅, 흑…!"


다만 첫 삽입처럼 살을 찢으며 들어가진 않았다. 질 내에 남은 정액이 윤활제 역할을 한 것도 있고, 몸이 학습이라도 했는지 미노타의 거근이 들어오자 확장을 시도한 것이다. 강인한 씨를 받기 위한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물론 아픈  똑같았다. 체급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아프지 않을 리가 있나. 마나 베리어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지도 모른다.

"으긋…."

뱃거죽은 삽입된 형태 그대로 늘어나 미노타우로스의 성기와 딱 맞는 모습을 취했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저속할지는 몰라도, 지금의 나는 미노타의 자지 케이스고, 좆집이었다.


―그오오오……!


미노타는 질내에 삽입한 상태로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현자타임으로 추측된다.
하기야 그만큼 사정했으면 더 안 나올 법도 하다.


그렇게 찰나의 여유를 즐기고 있자니, 전혀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렸다.


"므, 무어시냐?!"

앙칼진 목소리, 먼지가 쌓여 더러워졌어도 빛을 발하는 금색 단발, 수십 년은 단련한 듯한 강인한 육체.

브리도니아가家의 여기사가 일어났다.

'어떻게 일어난 거지?'


가올리스의 마법진은 계속해서 생명체의 마나를 뒤흔든다. 어지간한 정신력이 아니고서야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생각해본 가능성은 셋이다.

마법진을 버텨낼 정도로 강인한 정신을 가졌거나, 물리적인 힘으로 마법진이 파괴되었거나, 시전자의 정신이 흐트러졌거나.


첫번째와 두번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가올리스의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린데…

'산맥에 가올리스를 위협할 존재가 있던가? 설마, 내가 놓친 게 있―'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부르르륵!!!!


"햐으윽?!"


또, 또야.

또 싸고 있어.

마주침은 잠시일 뿐, 거센 사정으로 힘이 빠져버린 나는 다시 정액 웅덩이에 머리를 처박았다. 정액들이 세차게 들어오며 배를 부풀린다. 느낌상 첫 번째보다 많이 싼  같았다. 나는 얼빠진 신음을 내며 경련했다.


여기사가 소리친다.

"괘, 괜찮은가?!"


여기사는 대노를 하며 미노타우로스에게 다가갔다. 손끝에 맺힌 푸른 잔상은 그녀가 손에 오러를 둘렀음을 알려주었다.

"내가 구해주겠다!!"


나는 무어라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구멍에 들러붙은 정액이 발성을 막았다. 위험했다. 미노타우로스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오러를 둘러도 승산이 확실하지 않다. 아마 높은 확률로 여기사가 죽겠지.

―암컷!!!!! 건방지다!!!!!


미노타는 삽입한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뭐?
그대로 일어난다고?

진공 상태처럼  달라붙은 미노타의 성기는 내 작은 몸을 그대로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지금 '들박' 당하고 있다는 소리다. 나는 몸이 붕 뜨는 감각을 느끼며 헛구역질을 했다.

"으히, 긱?! 에흑?!"


여기사는 입술을 푸르르 떨며 당황했다. 어린 소녀가 임산부처럼 배를 부풀리며 몬스터 자지에 꽂혀있는 것이다. 그녀는 주먹을 휘두르기를 주저했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인간은, 같은 인간을 아낀다.

모든 인간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미노타우로스는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았다. 지하 미궁에서 모험가 파티를 수도 없이 도륙 낸 경험으로 터득한 몬스터의 지혜였다.

덕분에 나만 죽을 맛이었다.

―인간!! 죽어라!!!

선공은 미노타우로스였다.

공격을 망설인 여기사는 제대로 된 방어 자세를 준비하지 못했다. 그녀는 급한 대로 몸에 오러를 두르곤 양팔을 교차해 공격을 막았다.

-콰앙!

"커헉!"

굉음과 함께 벽에 부딪힌 여기사는 그대로  늘어졌다.
죽지는 않았다.
기절이었다.


여기사를 일격에 보내버린 미노타우로스는 가소롭다는  콧김을 내뿜었다.


―암컷!!! 꼴 좋다!!!!

명백한 승리. 당연하지만 승자는 패자의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미노타우로스가 여기사에게 행한 권리는 '무시'였다. 흥분 속에서도 가올리스의 명령을 잊지 않은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여기사를 죽이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뒀다.

―금발 암컷!! 적발 암컷보다 약하다!!!


혹은, 내가 마음에 든 것일 수도 있고.

미노타는 들박 상태 그대로  허리채를 쥐었다. 그는 덩치만큼이나 손도 컸다. 등허리와 풍선처럼 부푼 배를 한 손으로 감쌀 정도였다. 동시에 두려움이 급습했다. 이 소대가리가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대충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꽈아악!!!

"끄후우웁…!"


들고 박는 것도 모자라, 오나홀처럼 쥐고 앞뒤로 흔든다.


미노타의 거근은 한번 허리를 튕길 때마다 자궁구를 쿵, 쿵! 하고 두드렸다. 찌붑, 찌붑하는 음란한 소리와 함께 배가 팽창하고 수축하기를 반복했고, 압력을 이기지 못한 정액들은 아래로 새어나갔다.


"에으… 흐…"


배려따위 없는 난폭한 자위행위는, 눈물샘이 마르고 목이 쉴 때까지 이어졌다.

―암컷!! 기분 좋다!!!


그리고, 마침내 끝이 찾아왔다.

-뿌즈즙…

추잡한 소리를 내며 자지를 빼낸 그는, 바닥에 벗어둔 천을 집어 하반신을 가렸다.


정말, 끝이었다.

"흐……."

음부는 자지를 빼냈음에도 크게 벌려져 닫힐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균열 사이로 정액이 끊임없이 새어나온다. 바닥에 고인 정액의 양만 봐도 수십리터는 되는 거 같았다. 이것들이 정말 내 배에 들어갔다고? 여성의 몸은, 정말로 신기하고 신기했다. 아니면 내 몸이 피학자위에 맞춰 변화한 것일 수도 있고.


행위를 마친 미노타우로스는 나를 그대로 집어던…

……지지 않았다.



―적발 암컷!! 마음에 든다!!!!

나를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은 미노타우로스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난폭한 소대가리가 이럴 리 없었다.


멍하니 부서진 쇠창살을 바라보기를 몇 분.


"으, 아?"

내 의문은 미노타우로스가 돌아왔을 때 해소되었다.


―너!! 안 죽인다!! 계속 내 장난감 한다!!!

손에 들린 천 쪼가리와 딱딱한  두덩이. 정황상 나 쓰고 먹으라고 가져온  같았다. 나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 미노타를 올려다본다.


'어라…?'


그의 눈은 흥분과 쾌락.

그리고 소유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가올리스 님한테!! 부탁한다!! 너!! 살린다!!!!

미노타우로스는 발소리를 쿵쿵 울리며 돌아갔다. 방금처럼 뭔갈 들고 돌아올까 싶어 십여 분 정도 기다렸지만, 서리 굴은 고요했다.


'이게 무슨…'

시발.

이새끼 지금 나한테 호감 품은 거야?






* * *

여러 일이 폭풍같이 지나가고 서리 동굴은 평화(?)를 되찾았다. 트롤들은 제 자리를 지킨 채 나와 여기사를 감시했고, 미친 흑우는 더 등장하지 않았다.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기사가 눈을 떴다는 정도.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저 소는 무엇이고, 여긴 또 어디느냐? 그, 그리고 너는 분명…."

나는 일어나자마자 이것저것 물어보려 하는 여기사가 몹시 귀찮았다. 지금은 생각할 것이 많았다. 약해진 마법진, 그리고 미노타우로스의 호의.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이용하여 모두를 탈출시켜야 했다.

물론 나 혼자 탈출할 수 있지만 뭐… 겸사겸사다. 실패하면 실패하는 거고. 성공하면 성공하는 거고.

"빵, 드세요."


입막음용으로 미노타가 건넨 빵을 여기사에게 준다.
어차피 나는 밥 안먹고도 살 수 있다.

"아, 음. 고맙다…."

그녀도 배는 고픈지 먹을 걸 넘기자 곧바로 조용해졌다.


나는 손바닥 위에 빛의 구체를 하나 만들었다.


'섬세한 컨트롤이 가능해졌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법진의 힘이 전보다 더욱 약해졌다.


'이 정도면 그것도 가능할 지도…'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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