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악마와 검은 소와 마법사 (4)
악마에겐 정말 어울리지 않는 단어지만, 대부분의 악마는 순수했다. 다르게 말하면 무지했고, 나쁘게 말하면 멍청했다.
그들에게 인간이란 자신을 닮은 야생동물에 불과했다. 말을 할 줄 아는 똑똑한 강아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인간에게 죽은 악마가 있다면, 그저 재수가 없는 것이리라. 중무장한 모험가가 늑대에게 물려 죽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인간을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그래서인지 악마들의 욕망은 태초의 것과 매우 닮아있다. 대지를 불사르는 화염, 시간마저 얼려버리는 혹한, 사람을 무지에 빠트리는 어둠 등…. 문제는 유아가 제 욕망을 숨길 줄 모르듯, 태초의 욕망을 마구 발산해대는 것이다. 그들의 손짓 한 번에 사람들이 불타 죽고 농부들이 목을 맨다.
이유야 간단했다.
재밌으니까.
그들은, 악마였다.
물론 악마들이라고 인간에게 완전히 흥미를 못 느끼는 건 아니다. 아주 드물게, 인간들의 생활에 관심을 둘 때가 있다. 인간들이 개, 고양이의 행동에 관심을 두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혹한의 악마 가올리스는 유진과 미노타우로스의 영문 모를 행위에 몹시 관심이 갔다.
'저, 저런 게 들어간다고?'
몬스터들이 인간을 간살하는 건 수도 없이 봐왔다. 대부분의 인간은 울며불며 애원하다, 결국에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죽는다. 아니면 자살하거나. 그게 강간이었다. 그 잔인하기만 한 행위에 가올리스가 관심을 보일 리 없었다.
그런데 저건 무엇일까. 적발의 인간은 말도 안 되는 크기의 물건을 다리 사이에 넣고선, 무척이나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절대 고통에 빠진 얼굴이 아니었다.
'…왜지?'
저런 인간은 처음이었다.
자연스레 흥미가 돋았다.
악마들이 인간을 야생동물 취급한다 해도, 자신들과 똑같이 생겼음을 부정하진 않는다. 인간들은 뿔만 달리지 않았을 뿐이지 생김새는 악마와 같았으니까. 그 뿔이 달리지 않은 게 악마들 사이에선 크게 작용했지만 아무튼.
본래라면 미노타우로스를 시켜 산맥 최정상 얼음 코어에 산 제물을 바쳤어야 했지만, 뒤로 미뤘다. 지하 감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미노타우로스와 인간의 행위는 끝을 모르고 계속됐다. 갈라진 틈새 사이로 기둥만 한 물건을 넣으면, 새끼를 밴 인간처럼 배가 부풀어 오른다. 추잡하고, 저속했다. 그럼에도 가올리스는 링크를 끊지 못했다.
다시 말하지만, 악마는 제 욕망을 숨길 줄 모른다.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한다. 참지 않는다. 무엇이든 가능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참을 이유도 없었다.
세 시간이나 저속한 행위를 관람한 가올리스는 문득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수백 년을 살았지만 많은 종류의 인간을 만나지는 못했다. 딱 두 종류였다. 자신의 손에 죽을 인간이거나, 자신을 죽이러 온 인간이거나. 당연히 섹스하는 인간 따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가올리스는 성에 무지했다. 없다시피 한 성욕과 더불어 알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저런 걸 집어넣으면, 정말로 기분이 좋을까.
하지만 저런 물건을 다리 사이에 집어넣기엔 겁이 났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음부를 매만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자위라든지 그런 게 아니다. 그녀는 자위가 뭔지도 몰랐다. 그저, 확인해보는 것뿐이었다.
'여기에 저런 걸 집어넣는다고?'
바지를 내리고, 속옷을 벗는다. 땅딸막한 키와 어울리지 않는 풍만한 골반 사이로 앙다문 치부가 드러났다. 몰려드는 시선. 엿보는 트롤들이 있으면 대가리를 얼려 깨부순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고요 속에서, 가올리스는 음부를 벌리곤 한 번 쓰윽 훑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만한 물건이 들어갈 거라곤 생각이 들지 않았다.
'으음, 으음…?'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음부를 매만지고 있자니 간질간질하고, 불만족스러운 기분이 드는 게 아닌가. 이 묘한 기분이 어째서 일어나는지 궁금했던 가올리스는 계속해서 음부를 매만졌다.
"흐으, 흐?!"
그러던 순간, 정체 모를 감각이 몇 배는 더 강해져서 다가왔다. 가올리스는 몸을 움찔하고 떨며 놀랐다. 자기도 모르게 음핵을 건든 것이다. 그녀는 이 기분을 또 느끼고 싶어 다시 한 번 음부를 매만졌지만, 위치가 어긋나 방금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없었다.
'왜, 왜 안 되지?'
그녀는 주저앉은 상태로 자위 비슷한 행위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하읏… 으응…"
수십초가 지나고, 그녀는 자극이 심한 특정 부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만지고, 비비고, 쓰다듬는다. 악마 생 첫 클리자위였다.
몸이 달아오른다. 심장이 크게 뛰며, 입에선 뜨거운 숨이 새어나온다. 혹한의 악마라는 이명과 다르게 그녀의 몸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따듯하고 뜨거운 것이라면 질색을 하는 그녀였지만, 이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하으, 흑?!"
계속된 자극의 여파는 음핵뿐만 아니라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첫번째로 반응한 건 가슴이었다. 유두는 발기되어 티셔츠 면 위로 연분홍색의 작고 예쁜 꼭지를 드리웠다. 그리고 이건, 브래지어를 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올리스는 몸을 비틀 때마다 꼭지가 쓸리는 감각에 또 한 번 흠칫했다. 그녀의 가슴은 수박만 했기에 당연히 쓸림도 많았다.
티셔츠 밑으로 손을 집어넣고 가슴을 쥔다. 손이 작아 다 감싸지는 못했지만 유륜을 가릴 정도는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유두를 꼬집었다. 가려운 걸 긁는 듯한 본능적인 손길이었다.
"아읏, 응…."
허벅지 사이로 투명하고 미적지근한 액체가 흐른다.
얼음 코어에 산 제물을 바친다는 계획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악마의 욕망은 어린아이의 소유욕과 비슷해서, 한 번 열중하면 다른 건 머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 손으로는 커다란 유방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클리토리스를 자극한다. 흐르는 애액은 바닥에 닿자마자 얼어붙어, 투명한 얼음 방울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왜, 왜 기분 좋지?'
악마가 성욕이 없는 건 무지에서 비롯된 일. 그 파멸적인 쾌락을 알아버린 이상 가올리스가 취할 행동은 안 봐도 뻔했다. 그녀는 마법진에 마나를 흘려보내는 것도 잊고 끊임없이 자위에 집중했다.
"하응, 아으응…."
더 강한 자극을 찾아서.
만지고 비트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던 가올리스는 둔탁한 모서리에 가랑이를 대고 압박 자위를 시작했다. 그녀는 음핵을 짓누르는 쾌감에 침까지 흘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올리스는 자신의 가슴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비교적 자유로워진 손을 이용해 커다란 가슴을 들어 올리곤, 입에 가져다 댔다. 어지간한 크기로는 불가능한 체위였지만 그녀의 가슴은 한마디로 '압도적인' 크기였기에 별 어려움 없이 가능했다.
고개를 숙이고 입에 유두를 물린다. 그러곤 잘근잘근 씹어댔다. 손가락으로 꼬집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의 쾌락이 전신을 지배했다. 바닥은 밟고 미끄러지는 게 걱정될 정도로 많은 얼음 구슬이 굴러다녔다.
전부, 그녀의 애액이었다.
"하아, 하으윽."
절정은 했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다.
절정이 끝났음에도 계속해서 자위를 시도했으니까.
성기가 부어 따가울 만도 했지만 튼튼한 악마의 육체가 고작 자위 따위로 상한다니 어불성설이다. 가올리스는 몇 시간이 넘도록 자위만 했다.
원숭이에게 자위를 가르치면 밥도 안 먹고 자위만 하다 죽는다고 누군가 말했던가. 사실 여부를 떠나 딱 그 꼴이었다.
그녀는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버렸다.
-쿵, 쿵.
커다란 발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커다란 소의 존재도 모른 채.
―주인이여!!!!!!
귀가 터질 정도의 외침이었지만, 가올리스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주인!!! 부탁할 게 있다!!!
미노타우로스는 유진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암컷이라면 삽입도 하기 전에 쇼크로 죽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자신과의 교미를 버텨낼 정도로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유진 본체의 강함이 아닌 마나 베리어로 일시적으로나마 강화된 육체였지만…
알 바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다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일 뿐.
그만한 암컷은 찾기 힘들다. 파괴 욕구를 해소하며 성욕까지 풀 수 있는 암컷이라니? 놓쳐서는 안 될 기회였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되었다.
유진을 살리기 위해 팔다리 한 짝 버릴 각오까지 하고 가올리스에게 달려간 미노타우로스는, 눈앞의 광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라 그대로 얼어붙었다.
―주, 주인?!
자신의 가슴을 입에 물고 모서리 자위를 하는 가올리스의 모습은 어느 남성이라도 몇 초 만에 홀릴 법한 음란한 자태를 자아내고 있었다.
미노타우로스는 정말 불경하게도 그 모습에 '발기' 해버렸다. 유진과의 정사로 해소되었던 성욕이 다시 끓기 시작했다.
"으응, 응?"
눈이 마주친다.
가올리스의 안색은 원래 창백했지만, 눈앞의 소를 보자 더욱 창백해졌다.
들켜버렸다. 이 추잡하고 저속한, 인간 따위나 할 법한 일을 자신의 권속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그것도 치부와 가슴을 모두 드러낸 상태로! 게다가 천 위에 커다랗게 솟은 막대기는 권속이 자신에게 흥분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 이이익!!!"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힌 가올리스는 미노타우로스의 몸을 얼려버리고 저 멀리 날려버렸다.
―그오오오!!!!!
"들어올 거면 노크를 하고 오란 말이야!!! 이 멍청한 소대가리야!!!"
미노타우로스는 억울했다.
이곳은 실내도 아니었고, 노크할 문도 없었다!
무식하게 높은 마법 저항력 덕분에 몸이 얼어 부서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주인에게 공격당한 충격은 사라지지 않고 잔류했다. 미노타는 억울한 마음을 꾹꾹 눌러담고, 주인이 자신을 부르기만을 기다렸다.
"드, 들어와!!"
고개를 돌린다.
짧은 가죽 핫팬츠와 브라 없는 커다란 티셔츠. 푸른 머리칼과 반대되는 붉은 눈.
평소의 가올리스였다.
가올리스는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었다. 자꾸만 미노타우로스의 하반신에 눈이 갔다. 그는 발기를 풀지도 않고 다가왔다. 발기라는 것이 풀고 싶다고 풀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가올리스가 알 리 없었다.
자꾸만 생각이 난다.
붉은 머리 인간의 다리 사이로, 저 커다란 것이 들어가고 나온다. 그리고 사정한다. 소녀는 일그러진 미소를 짓곤 끈적한 백탁액을 모두 받아들인다. 더러웠고, 구역질이 났다. 그러나 성욕을 깨달은 지금 그것을 마냥 혐오스럽다고 할 수는 없었다.
'비비는 거 보다, 넣는 게… 더 기분 조, 좋으려나?'
미노타우로스는 자신의 하반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가올리스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적발 암컷!!! 살리고 싶다!! 내 장난감으로 만든다!!!
나무가 흔들릴 정도로 큰 외침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또다시 상념에 빠져버려 듣지 못한 것이다.
'으음… 저렇게 커다란 게 내 사이로 들어간다고…."
미노타는 답답했다.
그래서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주인이여!!! 부탁한다!!!
가올리스는 그제야 미노타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아, 응?! 그, 그래! 네 마음대로 해!!"
솔직히 무엇을 부탁했는지 기억도 안 났지만, 소대가리가 원하는 것이라 해봤자 인간을 죽이고 트롤들을 찢어버리는 정도일 것이다.
가올리스는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고맙다!!! 적발 암컷!! 살린다!!!
미노타우로스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지하 감옥으로 내려갔다. 가올리스는 미노타의 등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
아직 말하고 싶은 게 있었다.
미노타가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 그녀는 소리쳤다.
"야 소대가리!!"
발소리가 멈춘다.
―왜 그런가 주인!!!
가올리스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그, 그거. 또 할 거야?"
붉은 머리 소녀와의 난폭한 정사는 머릿속에 끈질기게 남아 정신을 갉아먹었다. 다시 보게 된다면 오늘처럼 대충 보고 끝내지 않을 거다. 그리 다짐한 가올리스는 미노타의 대답을 기다렸다.
―당연하다!! 적발 암컷!! 내 장난감이다!!!
가올리스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녀는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도 모른 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