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뒷골목 신드롬 (2)
소녀는 말했다.
"마약. 마약을 사러 왔어."
"마약?"
마약을 사러 왔다고.
`마약… 마약이라.`
로건은 다시 한 번 소녀의 몸을 훑어봤다.
풀려버린 눈, 떨리는 목소리.
마지막으로 가만있질 못하는 몸….
"큭큭…."
소녀의 꼬락서니를 보자 천박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거, 누가 봐도 중증 마약중독자잖아? 잘 보니 그년들하고도 많이 달랐다. 뭐라고 해야 할까. 흑장미 년들은 조금 더 건방지고, 남자를 정액 탱크 보듯 대한다. 저렇게 안절부절못하며 풀린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단 말이다. 잘 구슬리면 따먹을 수도 있겠는데? 게다가 몸도 깨끗하고… 그놈들이 원하는 `상품` 조건에도 부합한다.
다시 크크, 하고 경박하게 웃은 로건은 장도를 품에 집어넣고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고객님께선 뭘 원하시나?"
능글맞은 웃음으로 대했지만 곱게 돌려보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고객을 죽이는 건 뒷골목의 금기지만… 그냥 돌려보내기엔 너무 아깝다. 그리고 죽인다고는 안 했잖아? 맛만 살짝 보겠다 이거야. 또 한창 항쟁 중인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흑장미도, 귀족도 아닌 마약중독자 하나 겁탈한다고 보스가 신경 쓸 이유도, 여유도 없다.
"고객님께서!! 물건을 원하시나 봐?!!"
로건은 주위 시선을 의식하며 크게 소리쳤다.
유진의 아름다운 외형에 욕정 한 수컷은 비단 로건만은 아니었기에 조바심이 난 것이다. 이런다고 안 건들 새끼들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고객`이라고 인식시켜 놓으면 좆을 집어넣기는 한다.
"따라와. 참는 건 좋지 않으니까. 크크."
무엇보다 먼저 따먹을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저 멍청한 새끼들이 소녀를 범할 즈음엔 이미 허벌 보지가 되어있을 거다. 쫄깃하고 싱싱한 보지를 범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한 로건은 소녀의 팔목을 붙잡고 반강제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소녀를 음탕한 눈으로 바라보는 수컷 새끼들을 내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소녀와 로건은 뒷골목 중에서도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조직원들 사이에서 일명 강간존이라 불리는 곳에 도착했다.
사방이 건물 벽에 막혀 빛 한 점 들지 않았고, 워낙에 깊숙한 곳이라 목이 쉬어라 소리 질러도 아무도 못 들을 것 같았다. 확실히 사람 하나 강간하고 죽여도 묻힐 법한 장소였다.
로건은 주머니에 꿍쳐둔 주사기 몇 개를 꺼내 들었다.
"이건 초르포피아 줄기를 갈아 만든 거고… 요 파란 건 카룬치 열매 농축액을 쓴 놈이다. 뭐로 할래?"
하나같이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었지만, 질은 좋지 않았다. 말 그대로 꿍쳐둔 것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아무 길거리 딜러한테 마약을 달라 해도 저것보단 좋은 걸 내놓을 거다.
"……."
소녀의 얼굴이 썩어들어간다.
`호오. 불량품인 걸 알아챈 건가?`
로건도 자기가 내놓은 게 얼마나 쓰레기인지를 안다.
손에 든 주사기는 마약 제조 과정에서 흘러나온 불량품으로, 정상적으로 제조된 마약보다 5배는 더 강한 성능을 발휘한다.
강하면 좋은 거 아니냐 묻는 사람도 있으나, 실상은 그 반대다. 오히려 강해서 문제였다. 평범한 사람이 이걸 맞는다면 곧바로 폐인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의 구매 능력이 상실된다는 소리고, 쉽게 말하면 돈벌이가 안 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지속적인 수익을 내고 싶어하는 카르텔 입장에선 `불량품` 취급을 받았다. 오랜 시간 마약을 즐기고 싶어하는 고객에게도 맞지 않았고, 수익성도 없어 카르텔에게도 좋지 않으니 불량품들이 버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걸 꿍쳐둔 이유는 쓸 데가 많기 때문.
사람 하나를 폐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약물을 어디에 쓰냐 묻는다면….
가령, 눈앞의 소녀에게 놓아 말 잘 듣는 인형으로 만들어 버린다든가.
그러곤 구멍이란 구멍은 다 쑤셔서 개처럼 따먹는다던가….
하나같이 다 쓰레기 같은 이유였지만 그래서 더욱 좋았다.
로건같은 불한당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아이템.
"……."
……사실, 유진의 표정이 썩은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정말 마약만 팔고 끝내버리는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고통을 즐길 수 있나 싶어 한껏 기대했던 유진은 순순히 마약을 꺼내 드는 로건의 모습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마약의 질과 상태? 그딴 건 알지도 못한다.
`그냥 죽이고 다른 놈 찾아갈까….`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다른 놈을 찾아갈 뿐.
소녀가 자신의 목숨을 두고 저울질을 하는 줄도 모르고 싱글벙글 웃던 로건은 손에 주사기를 들고 소녀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부딪히는 거리. 손에 힘을 주자 주삿바늘 끝에서 새파란 액체가 찔끔 새어 나왔다. 퍼런 액체는 유진의 뺨을 적셨고, 그대로 흘러내려 가 발등에 떨어졌다.
로건은 소녀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이거 갖고 싶어?"
"……."
"흐흐…."
깔끔한 복장과 마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상판대기… 어디서 굴러먹다 온 년인지는 모르겠다만 참 불쌍한 새끼라고, 로건은 생각했다.
우연히 마약을 접하고 중독된 거겠지. 그래서일까. 눈앞의 소녀가 무척 고깝게 보였다. 도시에서 배만 존나게 불리다, 그것마저 지겨워진 나머지 마약까지 손을 댄 거냐고. 뒷골목 특유의 피해망상이 발동한 로건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꼴에 마약 좀 놔봤다고 구별은 할 줄 아나 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던 유진은 무감정하게 말했다.
"`그거밖에` 없어?"
정말 `그거밖에` 없느냐고.
정말 마약만 팔고 끝낼 거냐고.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다.
로건은 소녀의 말이 무지에서 비롯한 거로 생각하곤 크게 웃었다.
"크큭… 크하하하!!!"
순진했다.
너무 순진했다.
굳이 으슥한 곳까지 끌고 와서 이런 질 떨어지는 마약을 보여주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근데 어쩌냐."
당연히 그거밖에 없잖아.
"너한테 팔 건 이거밖에 없는데."
-꽈아악!!
"케으흑?!"
예고도 없이 소녀의 목을 움켜쥔 로건은 실실 쪼개며 주사기를 들이댔다.
"가만있어 씨발련아. 잘못 놔서 뒤지기 싫으면."
갑자기 목을 움켜쥐어진 소녀는 숨을 쉬기 위해 까치발을 들었다. 하지만 로건의 우악스러운 손아귀는 작은 숨구멍 하나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토끼처럼 눈을 커다랗게 뜨고 로건을 올려다본 소녀는 끅끅대며 발버둥 쳤다.
"그럼…."
로건은 주사기를 들고 소녀의 몸을 이리저리 훑었다.
자아. 어디에 놓을까.
팔에 놓을까 했지만, 정맥을 찾기가 귀찮았다.
"목에다 놓는다? 불만 없지?"
"케흐… 에흑…."
마침 압박에 혈관들이 튀어나왔으니 저기가 좋겠다.
"평생 겪을 쾌락을 한 번에 겪게 해주지."
목 혈관에 주사기를 놓은 로건은 손가락에 천천히 힘을 주었다.
"아으… 헤?
쭈우욱… 시퍼런 액체가 유진의 혈관을 타고 흘러들어 간다.
"케헤헤…."
천박하게 웃으며 손을 놓는다.
바닥에 쓰러진 소녀는 침을 질질 흘리며 발작을 했다.
로건은 그 모습을 1초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떼지 않았다.
"흐흐…."
이 아리따운 소녀의 얼굴이 어떻게 망가질지 너무나 기대되었다.
* * *
처음에는, 정말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대충 마약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저 새끼들이 아무리 병신쪼다라도, 어린 소녀가 마약을 사러 왔다는데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예상은 적중했다. 로건은 내 목을 움켜쥐더니 예고도 없이 주사기를 꽂아넣었고, 나는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 몸에 흐르는 마나가 마약을 밀어내 온전한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환상세계의 연기처럼 어지간히 쌔지 않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그런데….
"아으… 헤?"
…효과가 좀 강했다.
근육이 수축하고 풀리기를 반복한다.
직접 투여받은 목 근육은 더 심했다.
숨쉬기가 힘들어진 나는 온몸을 비틀며 끅끅댔다.
"헤, 헤흐…"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쾌락이 날 찾아왔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잠식되어버릴 만큼 커다란 쾌락의 파도가 날 덮쳤다.
행복했다. 이게 행복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몸의 급격한 변화에 코피가 주륵 흐르고 침이 줄줄 샌다.
`저, 전에 써봤던 마약은 이렇지 않았는데…`
차마 말하기 부끄럽지만, 온갖 자극을 찾아다니는 도중 마약까지 손을 댄 적이 있다. 하지만 내 몸은 마약을 받지 못했다. 조금 전에 설명했듯 체내 마나 함유량이 너무 높아서 듣질 않은 거다. 딱 두 번밖에 시도하지 않았지만 더이상의 흥미를 찾지 못한 나는 그대로 포기해버렸다.
그런데.
이건 정말로….
"개쩔지?"
빡빡이의 말을 빌리자면, 개쩔었다. 맘 같아선 이런 물건을 찾아줘서 고맙다고 절이라도 하고 싶지만 몸이 움직이지가 않네.
"꼴리기는 또 존나 꼴리네. 큭큭."
로건은 엉망진창이 된 나를 그대로 들쳐업곤 벽에 기대어 앉혔다.
세상이 핑핑 돈다.
나는 차오르는 도취감을 만끽하며 빡빡이를 바라봤다.
빡빡이의 고간은 끝도 없이 솟아있었다.
빡빡이는 비열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아 꼬마야. 이름과 나이를 말해보렴?"
이름…?
내 이름이 뭐였더라…?
아 그래… 유진이라는 이름을 썼었지….
나는 풀려버린 혀를 열심히 굴리며 말했다.
"유, 유진이헤여…."
"나이는?"
"수, 스무샬…"
"…진짜냐?"
"녜헤에…."
뭐 아무래도 좋지, 라고 속삭인 빡빡이는 마약에 취해 헬렐레하는 날 내버려두고 자기 할 일을 시작했다.
스타킹과 가터벨트를 벗겨내고 치마를 내린다. 뒷골목에 흐르는 서늘한 바람이 다리 사이를 지나갔지만 약 기운에 달아오른 몸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빡빡이는 내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빠짐없이 주무르며 말랑말랑한 감촉을 즐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속옷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럼 처녀 감별식이 있겠습니다~"
"하그흣…?!"
쑤우욱. 좁은 보짓구멍 사이로 두툼한 손가락이 들어온다. 하윽, 하으읏, 하그윽. 질벽을 긁을 때마다 추잡한 신음이 울려 퍼졌다. 약 기운에 절여진 몸은 약간의 자극에도 절조 없이 애액을 뿜어냈고, 빡빡이의 손은 끈적한 애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키햐. 이거 완전 씹변태년이잖… 응?"
빡빡이는 질벽을 긁다 말고 미약하게 느껴지는 `막`의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흥분했다.
"뭐야, 너 진짜 처녀였냐?!"
"에으…?"
그냥 씹물 뽑을 겸 재미삼아 확인해 본 건데 진짜로 처녀막이 있을 줄이야! 로건은 소녀의 처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에 미치도록 흥분했다. 재구축으로 인해 다시 만들어진 처녀막이었지만 로건이 그 사실을 알 리는 만무. 지금 로건의 뇌에는 자지를 박고, 범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로건은 계속해서 주변을 의식했다.
혹여 사로잡은 암컷을 빼앗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벨트를 풀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또… 범해지는구나….`
양아치, 촉수… 미노타우로스에 이어 또다시 양아치.
이때가 오면 늘 그랬듯, 비참함이 전신을 좀먹는다.
"흐힛…."
나락까지 떨어진 내 모습에 자조한다.
나는 침을 흘리는 것도 모르고 실실 웃으며 빡빡이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고통을 꼭 강간 따위의 것으로 충족할 필요는 없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은근히 기대되는 그런 게 있더라. 성욕이라는 감정 자체에 매료된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성욕은 감정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풍부했으니까.
이른바 취향, 페티쉬라고 불리는 게 그런 것들이다.
`뭐… 알게 뭐야.`
그러나 지금은 그런 복잡한 것 따위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본능대로.
감정의 격류에 몸을 맡기면 되는 거다.
"씨발… 운이 이렇게 좋아도 되나?"
로건은 소녀를 처음으로 발견한 게 자신이었음을 되뇌며 속옷을 벗겼다. 그러곤 털 하나 없는 매끈한 보지 둔덕에 자지를 맞추었다. 로건이 신음한다. 굳게 닫힌 조갯살은 로건의 귀두 모양대로 벌려지며 분홍빛 속살을 드러냈다. 흐르는 애액 덕에 삽입에 어려움은 없었다.
"히으윽…!"
재구축. 미노타우로스에게 수십시간을 강간당해도, 팔다리가 잘린 채 오나홀처럼 사용당해도 늘 변함없이 `처음`으로 돌아가는 기술. 나는 상냠함이라곤 없는 `첫 경험의 고통`에 팔다리를 떨며 경련했다.
로건의 자지는 컸다.
후드남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컸다.
진심으로 박는다면 배가 튀어나오고 자궁구를 찌를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걸로 끝이야?
강도 높은 마약은 좋았으나 직접적인 고통보다는 덜했다.
첫경험의 고통조차 목이 졸리고 팔다리가 잘리는… 내장육부가 찌그러지는 고통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다.
내가 제정신으로 빡빡이의 자지를 받아들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저 박고, 싸기만 하는 평범한 정사라면 한참 부족했다.
좀 더 고통스럽고, 비인간적인 짓거리를 해도 괜찮으니까….
나는 애절한 눈으로 로건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