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공략 (1)
울음에 가까운 애원이 슈리엘의 귀를 끈적이게 핥자, 그에 호응하듯 두 눈이 붉게 빛났다. 나는 감출 생각도 없이, 아니 오히려 보라는 듯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다리 사이로 흐른 투명한 물줄기가 흐르다 못해 고이기 시작했다.
"유, 진."
"…히끅."
평범한 이라면 겁에 질려 주저앉을 정도로 분노에 찬 목소리. 하지만 내겐 몽마의 속삭임과 다름없는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흥분이 더해진다. 자꾸만 상상이 갔다. 슈리엘에게 두들겨 맞으며 강간당하는 내 모습이. 자제심은 허물어져 최소한의 도덕조차 남기지 못했다.
"유진.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하지?"
그는 눈을 붉게 빛내며 물었다. 너무했고, 잔인했다. 어떻게 이런 걸 다시 말하란 말인가. 나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말하기를 주저했다. 허벅지를 비비며, 발가락을 꼼지락대며 침묵을 유지한다. 이건 다 저 검은 풀 때문이야. 다만 부정하며 속으로 도리질 쳐도 욕망의 근원은 변하지 않았다.
슈리엘은 그때와 다르게 인내심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래선 안 됐다. 눈이 붉게 빛나면 폭력성이 늘어난다고 했잖아. 그때처럼 목 조르면서 덮치란 말이야. 타는 속을 달래며 슈리엘을 올려다봤다.
그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기만 했다. 나는 그 비정한 눈을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급한 쪽은 나라는 걸.
"너무, 해요…."
침묵을 유지할수록 몸은 점점 달아올랐다. 눈에 물기까지 머금으며 부탁해도 통하질 않자, 나는 말 대신 행동으로 나섰다.
발치까지 기어가 발에 몸을 기댄다. 그는 내가 발목에 달라붙었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걸로는 부족한 걸까. 오기가 생긴 나는 그를 흥분케 만들겠다 마음먹었다. 내가 자존심까지 버리면서 이렇게까지 애원하는데, 한 번쯤은 도와줄 수 있잖아.
평소라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음란한 행동들과 앙탈. 나는 그의 발등에 치부를 대고 부비적대며 자위했다. 분홍빛으로 꽉 다문 균열이 발등을 스칠 때마다 다리 사이로 물을 뿜어내, 슈리엘의 다리는 어느새 흥건해져 있었다.
"하윽, 하앙…."
음탕한 신음이 퍼진다. 자위는 신음의 세기만큼이나 격렬했다. 설탕처럼 달콤한 그의 체취를 맡으며, 그의 냄새를 조금이라도 더 맡기 위해 허벅지에 얼굴까지 처박으며 자위에 열중했다. 이렇게까지 하면 흥분한 그가 덮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슈리엘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수록 초조해졌다.
"하힛, 흐그윽!"
결국 먼저 가버린 건 나였다. 종아리를 꽉 쥐며 몸을 부르르 떤 나는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양의 애액을 뿜어댔다. 음욕에 물든 표정으로 헬레레하며, 심지어는 칠칠치 못하게 침까지 질질 흘리며 필사적으로 그를 유혹했다.
나는 깊어지는 절정 속에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하고 말이다.
"그게 다인가?"
그가 입을 열기 전까진.
"녜, 녜헤?"
"그게 다냐고 물었다."
살기조차 없는 가벼운 물음이었지만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게 다라면? 이걸로 끝인 건가? 약에 취해 암컷이 돼버린 몸은 이 사실에 끔찍이 반응했다. 약 기운…. 빌어먹을 약 기운 같으니라고. 나는 그가 반응해주지 않자 울먹이기까지 했다.
"아니, 아니에요. 더 잘할 수 이써여…."
"어떻게?"
"그, 그게. 그러니까아…."
직접 입으로 말해라. 돌고 돌아 제자리였다. 슈리엘은 귀족이었다. 사람 다루는 데에 도가 튼 족속들. 왜인지 내겐 맥을 추리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도도하고 선을 그을 줄 아는 마법사 유진이 아니었다.
"우으… 이, 입으로 하셔두 대고… 아니며는, 마, 막 때리면서 그, 그거 하셔두 대여…."
약에 취한, 저속하고 추잡한, 음란한 암컷.
"흐음…."
슈리엘은 무심한 눈동자로 몇 분을 고민했다.
그 기다림이 내겐 영겁과 같아, 그의 결정을 조금이라도 확고히 하기 위해 탱글거리는 가슴을 다리에 가져다 댔다. 수컷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몸을 움직인다. 살과 살이 맞닿은 것만으로 아찔한 쾌감이 몰려왔다. 결과적으로 만족한 건 나뿐이었지만―
"좋다."
"햐읏?!"
―그런 내 노력이 성과가 있었는지, 고대하고 고대하던 긍정적 사인이 떨어졌다. 나는 이 유모를 성취감을 느끼며 또 한 번 절정했다.
"처음은 입으로 하지. 내려라. 단, 손은 쓰지 마라."
주어 없이 내리라는 소리에 얼빠진 얼굴을 하며 슈리엘을 바라봤지만 더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그 상태로 가만히 고민하자 속뜻을 알 수 있었다.
"녜헤엣…."
몸을 일으켜 슈리엘의 허리춤에 얼굴을 가져다 댄다. 미궁 공략으로 더럽혀진 바지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바지춤을 물곤 그대로 내렸다.
"우븝…."
쉽지는 않았다. 바지를 입만 써서 내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이번 경험으로 깨달았다. 아니, 애초에 이런 걸 알 상황이 있겠느냐마는. 어쨌든. 나는 바지에 묻은 얼룩들을 묻어버릴 정도로 많은 침이 떨어트리고 나서야 겨우 바지를 내릴 수 있었다.
-툭.
그렇게 속옷을 마저 내렸을 때. 기다랗고 커다란 고기 막대기가 이마를 강타했다. 이마에 맞닿은 슈리엘의 자지는 불처럼 뜨거웠다. 나는 황홀한 표정으로 자지를 올려다봤다.
"다, 다해서여…. 하극?!"
그는 말없이 내 머리채를 쥐어 잡았다. 나는 속으로 환호하며 슈리엘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헤브읍?!"
머리 양끝을 손잡이처럼 잡아당기며 흉악한 자지를 입속에 처넣었다. 나는 이가 닿지 않게 최대한 입을 벌려 자지를 받아들였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혀가 자지를 감싼다. 슈리엘은 미끈거리는 감촉에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그 작은 떨림이, 성공적으로 수컷을 만족하게 한 것 같아 묘한 기쁨이 몰려들었다. 이 음란한 몸뚱이는 목구멍 깊숙이 자지가 들어옴과 동시에 강하게 절정하며 애액을 뿜었다.
"케, 케흐븝…."
손잡이로 써도 된다고, 장난감처럼 다뤄도 된다고 내가 말했던가. 슈리엘은 내가 내뱉은 말들을 잊지 않았는지 착실히 따라주었다. 첫 구강삽입부터 딥쓰롯. 머리칼을 꽉 쥐어 당긴 탓에 머리를 내뺄 수도 없다. 숨이 막힌다. 코로 숨을 쉬기엔 목구멍이 막혔을뿐더러 여유조차 없었다.
"큭. 몸 하나하나가 창녀 같군."
"으븝, 끄흡…."
빼고, 넣고. 목구멍을 오나홀 취급하듯 허리를 왕복한다. 목 피부 아래로 자지의 형상이 드리워질 정도로 커다란 크기의 자지가 들락날락하니 눈앞이 아찔해졌다. 금방이라도 토가 나올 것 같았으나 눈앞의 수컷을 실망케 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이를 막았다.
"큭!"
피스톤질부터 내 몸을 다루는 것까지. 무엇하나 제멋대로이지 않은 게 없는 그는 사정마저 제멋대로였다.
-부르륵…!
"흐끄읍…."
외마디 외침과 함께 시작된 사정. 목구멍 깊숙이 처박힌 자지 끝에서 희멀건 한 액체가 쏟아졌다. 삼키지도 못하고, 목구멍을 통해 그대로 내려오는 정액들로 위가 가득 찬다. 나는 눈을 까뒤집고 노란 액체를 주르륵 흘렸다. 정말로, 긴 사정이었다. 자칫하면 익사하는 게 아닐 정도로 말이다. 배가 약간이나마 볼록해진 느낌까지 들었다.
"프하으…."
쿵. 사정이 끝나자마자 쓰러진 나는 정액을 토해내며 애액과 정액으로 웅덩이진 바닥에 드러누웠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다섯 번은 더 기절하고 남을 거다.
"벌써 드러눕나? 한심하군. 고작 그 정도 각오로 내게 애원한 건가?"
-꾸우욱!!
"우겍, 으욱…!"
대자로 꼴사납게 쓰러진 내게 다가온 슈리엘은 비난과 함께 발을 들어 올렸고, 그대로 배를 짓밟았다. 자비 없이 가해진 압력에 배에 가득 차 있던 정액이 역류하며 바닥을 더럽혔다.
"끄흡, 흐끄윽…."
뭉툭한 부츠 굽이 살을 짓누르자 배꼽을 중심으로 검은 발자국이 새겨졌다. 우윳빛으로 빛나는 새하얀 피부와 대비되는 색깔의 더러운 발자국이었다. 아랫배에 새겨진 그 거멓고 더러운 발자국이, 그의 소유가 됐다는 낙인 같아서. 그래서 무척이나 배덕적이라서. 몇 번인지 모를 정도의 연속 절정이 이어졌다.
"헤윽, 헥…."
"쯧. 이토록 저속한 계집인 줄 알았다면, 네게 접근하지도 않았을 거다. 영광으로 알아라."
"가, 감사함미다…."
"뒤돌아 엎드려라."
"네, 녜헷…."
슈리엘의 명령대로 뒤돌아 엎드린다. 그러나, 말 그대로의 의미로 엎드리지 않았다. 슈리엘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았던 나는 그가 원하는 모습을 취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상체를 바닥에 밀착하고, 허리를 쭉 빼 엉덩이를 치켜든다. 같은 날 같은 이에게 강간당한 보지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꽉 다물어진 복숭앗빛 보지가 슈리엘을 유혹했다.
-짜악!
"꺄흑?!"
엉덩이를 때리는 찰진 소리. 자세가 무너진다. 그 탓에 정액웅덩이에 얼굴을 처박았다. 뒤돌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나는 갑작스런 스팽킹에 눈물을 머금으며 울먹였다.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명령했다.
"다시."
다시, 엉덩이를 치켜든다.
-짜악!
"아흑?!"
"다시."
두 번, 세 번, 네 번. 슈리엘이 만족할 때까지 엉덩이를 치켜든다. 무언가 불만족스러운 게 있다면 가차 없이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고작 엉덩이 맞는 걸로 자세가 무너지냐 책망할 수도 있겠지만, 슈리엘은 오려 나이트였다. 그가 봐주지도 않고 사정없이 엉덩이를 때리는데 어떻게 버틴단 말인가.
"다시."
"하, 하으으…."
심술을 부리는 슈리엘도 미웠지만 맞을 때마다 흥분하는 몸이 더 미웠다. 인정사정없이 전력을 다해 엉덩이를 때리는 그 끔찍한 고통이 정신을 각성시키는 듯하여, 더 큰 신음을 내며 자지러졌다. 그렇게 열두 번이나 자세를 고쳤을 때, 슈리엘은 엉덩이를 때리기를 멈췄다. 그가 단순 스팽킹에 질린 것인지 내 자세가 완벽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전자가 아닐까.
"뭐, 이쯤이면 됐겠지."
그리 말한 슈리엘은 내 목에 무언가를 걸었다. 사냥용 올가미였다. 목에 딱 맞춰 조인 올가미는 마치 개목걸이 같았다. 슈리엘은 목줄을 채우면서 사악하게 웃었다.
"개새끼가 따로 없군. 그래. 좋은 생각이 났다."
"네, 헤에?"
"짖어라. 어찌 개새끼가 인간 말을 한단 말인가."
"에, 으? 그, 그런 건…."
"싫다면 이걸로 끝이다."
끄, 끝? 안 돼. 제발. 입술이 바짝 말랐다. 나는 자존심도, 반쯤 남은 정신도 모두 갖다 버리고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와, 왈…!"
"크흐, 크하하하하!!"
날 비웃는 웃음소리가 너무나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차라리 정액 웅덩이에 코를 박고 죽는 게 나을 정도의 수치심이 밀려왔다. 아무리 약에 취했다 해도 이게 맞는 걸까. 돌이킬 수 없는 게 아닐까. 여러 후회들이 밀려왔다. 슈리엘은 정말 개새끼를 대하는 듯 내 머리를 헝클며 쓰다듬었다.
"헤, 헤헤…."
그 손길이 왜인지 너무나 포근해서. 나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정수리를 넘어 뺨까지. 뺨을 넘어 턱 밑까지 어루만진 그는 크게 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래. 말 잘듣는 개는 상을 받아야지."
스팽킹으로 퉁퉁 부어버린 엉덩이를 붙잡는다. 나는 헛숨을 들이키며 눈을 질끈 감았다. 보이지는 않지만 강렬하게 느껴지는 슈리엘의 자지. 길이만으로는 미노타우로스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흉악 자지가 지금 바로. 엉덩이를 향해 돌진했다.
-찌걱!
"하으으윽?!"
한 번 뚫어서 그런지 전처럼 찢어지게 아프지는 않았다. 크기가 크기인지라 아프기는 했지만, 익숙해진 삽입이었다. 이는 슈리엘도 마찬가지였는지 조금 김빠진 소리를 냈다. 나는 혹여 그가 질려 자지를 빼내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보지를 조여댔다. 슈리엘은 이 필사적임이 퍽 우스웠는지 허리를 치대다 말고 올가미를 쭉 하고 당겼다.
"켁, 케흑?!"
"이게 더 조이는군. 내가 사정할 때까지만 고생 좀 해줘야겠다."
"사, 사려… 주…."
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새파래진다. 좁은 보지를 왕복하는 자지를 느낄 새도 없이 세상이 흐릿해졌다. 죽음 직전에 분비되는 막대한 양의 엔도르핀이 머리를 더럽힌다. 최고조까지 달아오른 몸은 슈리엘의 자지를 터트릴 기세로 쥐어짰고-
"크으윽!"
-부르르릇…!
사정했다.
아랫배 전체를 덮는 따스한 감각과 함께 따듯하고 끈덕진 정액들이 자궁을 가득 채웠다. 슈리엘은 사정으로 몸이 풀린 것인지 사정과 동시에 올가미 줄을 손에서 놓아버렸다.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난 나는 그대로 고개를 처박고 숨을 몰아쉬었다.
"헤, 헤윽. 헤으으…."
"젠장…."
슈리엘은 삽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정한 것이 자못 창피했는지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붉히며 올가미 줄을 다잡았다. 나는 올라가는 올가미 줄을 보자 천박하게 애액을 뿜으며 절정했다. 죽음 끝에서 느낀 그 쾌감이 잊히지 않아서. 이런 쾌감을 또 느낄 수 있다는 게 기뻐서.
"건방진 년이…."
올가미에 힘이 더해진다.
"제송해여. 제성, 제성합니, 다."
나는 어느 때보다 진심인 미소를 지으며 목숨을 구걸했다.
* * *
꿈에서 깨 환상을 잃어버린 자의 말로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도련, 님. 제발. 잊어, 주세요."
나는 배가 부풀 정도로 자궁을 가득 채운 정액을 빼내며 쥐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기억이 났다. 슈리엘에게 매달려 사랑을 속삭인 것도. 앙탈을 부린 것도. 그리고 개처럼 짖으며 치부를 벌렸던 것도. 전부 다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약 기운 탓이라 변명하기엔 본심이 과할 정도로 섞여 있었다.
이게 정말 나라고?
말도, 안 돼.
"으으…."
"…미안하다."
나는 이번에도 자살을 시도하려는 슈리엘을 막아야 했다. 전과 차이점이 있다면, 나도 자살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괴로워할수록 그의 정신 침식 속도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간다는 걸 이번 사태로 배웠기에 내색할 수는 없었다. 나는 무표정을 연기하며 그를 위로했다. 말뿐인 위로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지.
"이미 일어난 일에 책임을 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고작 약에 취했다고 길거리 창부마냥 다리를 벌린 제가 혐오스러울 뿐입니다."
"…"
네 탓이 아니라고. 다 뭣도 모르고 풀을 태운 내 잘못이라고. 세뇌에 가깝게 슈리엘을 설득하고 나서야 그는 진정됨을 보였다. 그는 내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자 인지 부조화가 온 듯하였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당연히 그 부조화를 바로 잡을 생각은 없었다. 잘못됐음을 지적할 사람도 없었고.
슈리엘은 머리를 긁적이며 내게 물었다.
"약에 취했을 때 말이다. 혹시, 그 검은 풀에 이상한 효과가 있었는가?"
"…무엇 말이죠?"
"자기를 때려달라거나, 하는 그런 소리 말이다. 혹시 풀에 자기파멸적 행동을 유도하는…."
아 그거 말인가.
"그건 제 본심—."
그건 내 본심…
"…본심?"
아.
말이 헛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