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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공략 (3) (59/193)



〈 59화 〉공략 (3)

'시선을 빼앗긴다' 라는 말은 오로지 나를 위한 말이었다. 파티 무대 위에서 아름답게 춤추며, 때로는 전장에서 몬스터의 머리를 자르며. 범인은 감히 흉내 내지 못하는 기교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렇게 세상에 주인공으로서 군림한다. 그게 나, 슈리엘 루셸리니가 사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건방지게도… 나의 시선을 빼앗은 자가 있었다.

인적이라곤  묻은 몬스터와 도적밖에 없는 위험한 행상길. 그곳에 맨몸으로 홀연히 나타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 칼버드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모험가라곤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깔끔한 옷차림의 소녀였다.

모험가 유진.

모험가라는 말을 듣자 인상이 팍 구겨지긴 했으나 고작  정도로 내 시선을 돌리기엔 충분하지 못했다. 솔직히, 모험가라 했을 때 거짓말인  알았거든. 그 예법,  외모, 그 옷차림. 무엇하나 '모험가'라는 이미지와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굳이 대답을 요구하진 않았다. 여자의 비밀을 파고드는 게 썩 좋지만은 않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은 바가 있기에. 그리고 모르는 건 모르는 것으로 남겨야 할 때가 있었다. 정확한 정체를 모르는 게 더 흥미가 가기도 했고.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시작하면 비밀을 벗겨내는 재미가 덜했다.

헌데, 참 얄궂게도. 손을 뻗으면 한 발자국 물러나 미소 짓는다. 그 걸음을 따라 전진하면 딱 잘라 선을 긋는다. 그녀는 무르익지 않은 소녀를 연기하다가도, 불리할 때면 교활한 뱀의 혀를 흉내 내 상황을 모면한다. 그녀는 가시 달린 장미였다.

보면 볼수록 빠져들고 함부로 고개를 돌리면 잔상처럼 남으니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시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

'가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 게 얼마 만이었을까.


아직은 철이 들지 않은 과거, 장남인 형을 시기할 때도 이렇게 속이 들끓은 적이 없었다. 마음 같아선 그녀를 내 곁에 두고 지저귀게 하고 싶었다. 아, 나만의 파랑새. 온전히 내 손 안에 두어 벗어나지 못하도록 묶어놓고 싶었다. 그녀는 내게 늘 완벽함만 보여주니 곧 이상향으로 다가왔다.


그런 그녀가.


…그런 그녀가.


"하으, 흐으. 조하여. 더, 더…."

이토록 쉽게 무너질 줄 누가 알았던가. 절벽 위에 핀 꽃처럼, 꺾을 수 없어 눈에만 담아야 했던 그녀가. 이렇게 추잡한 물을 흘리며 앙앙거릴  누가 알았던가.

―꽈아악…

"하힉, 힉?! 이, 이거… 주, 주거…"

나는 그녀를 강간했다.


변명은 하지 않겠다.

이는 재고의 여지 없는 사실이었으니.

그때 내 뇌리를 스친 한마디는 '처음이 나라서 다행이다' 였다. 그녀의 인간성을 짓밟으며, 처참하게 강간하고 나서 든 생각이 이거란 말이다. 실로 쓰레기 같은 생각이었다. 나는 변해버렸다.


죽고 싶었다. 변해버린 나를 죽이고, 죽음 이후 더러운 강간마가 아닌 '슈리엘 루셸리니'로 기억되고 싶었다. 얼굴에 철판을 깔기엔 네게 쏟은 죄가 너무 깊구나. 나 미궁에 가지런히 누워, 내 업보에 잠겨 그대로 잠드리라.

그러나 너는  죽음을 바라지 않았다.


'죽음조차 이기적이다.' 죽음은 면죄부가 아니라는 일침과 함께 던진 비릿한 미소.

정말이지. 살아서 갚으라니. 이런 일을 저질러놓고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 대행자로서도, 백작가의 일원으로서도. 심지어 인간으로서도 맡은 바를 행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 난 두렵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네게 손을 댈지 몰라 두렵다.

네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을 때마다 괴로웠다. 너를 등지고 밤잠 이루는 내가 너무 혐오스러웠다.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내색조차 하지 않는 네 얼굴을 볼 때마다 속이 타들어갔다. 괜찮다고. 어쩔  없었다고. 탓하지 않겠다고. 내게 미소 지으며 타이르는 모든 목소리가.

내겐 저주처럼 들리는구나.


그런데…


그런데 왜.


"까흑, 흐이익…"

목이 졸리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냐.


기시감을 느낀 건  번째 침식 때부터였다. 그녀는 내가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때면, 일부러 나를 자극하는 말을 꺼내 감정의 폭주를 유도하곤 했다. 그때는 그저, 정신을 빨리 돌려놓기 위함이라고만 생각했다. 괜히 참았다가 완전히 미쳐 날뛰기라도 하면 큰일 나니.

의심의 시작.


왜 아무렇지도 않을까. 사지가 뒤틀리는 상처를 입어놓고도 어떻게 그리 멀쩡히 움직일까. 왜 그녀가 만든 빛의 구체는 꺼지지 않을까.  회복 스크롤이 줄지 않을까. 정신 침식에만 신경 쓰다 보니 놓친 것들이 많았다. 수상한 정보들이 한 번 머리에 들어오자 의심은 겉잡을  없이 커졌다.

나를 기만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순간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그녀는 마법사였다. 무언가의 목적을 가지고 실리로만 움직이는 자들.


어렴풋 의심은 진즉에 하고 있었다. 허나 의심이 확신이 되기까지는 감히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각오가 필요했다. 정신 침식에 완전히 잡아먹힌 건 아닌지. 혹여 내가 미쳐버린  아닌지. 그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고의 바닷속에서 며칠을 고뇌했다.


그도 그럴게, 이 가설은 그녀가 '이런 상황'을 원하고 있다는 걸 전제를 깔고 있었으니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고통을 자처하는 인간이 어디 있느냔 말이다.

…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유진이 약에 취했을 때 내뱉은 말들이 잊히지 않았다. 팔을 꺾고 눈을 뽑아달라느니, 마구잡이로 때려도 된다느니. 죽을 때까지 가지고 놀아도 된다느니. 그 말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거다.

―꾸우우욱….


제정신으로 그녀의 목을 조를 때까지만 해도 엄청난 저항감이 전신을 뒤덮었다. 사과하지 못할 망정 목을 조르는 거냐고. 내가 악마와 뭐가 다르냐고. 자괴감과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들왔다.


……

…어쩌면 내심, 그녀가 고통에 울부짖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다면. 망설이지 않고 내 목에 칼을 꽂아넣을 수 있을 테니.

"그거… 흐힉, 조, 조아…"


하지만. 내 실낱같은 소망은. 목이 졸리면서 교태를 부리는 그녀를 보았을 때. 먼지가 되어 스러졌다.


차라리 이 모든  거짓말이었다면. 이 지경까지 와 놓고서 망설이는 건 내가 아직은 아직 인간이란 뜻일까. 아니야. 저년도 좋다고 했잖아. 범하고 싶은  아니었어? 닥쳐. 불가피한 일이었어. 정말로? 환영이 내게 속삭인다. 산산이 조각 난 죄책감의 빈자리는 다른 무언가들이 들어와 탐욕스럽게 영역을 넓혀갔다.

"……."

환상은 깨어졌다. 내게 남은 건 암퇘지처럼 울부짖는 천박한 창녀 하나가 다였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날 위로하며 다독여주었던 그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제는 영원히 보지 못할 허울뿐인 허상.

너를 기억하는 모든 것들을 끊어낸다. 기억을 끊고, 새로운 너를 받아들이겠다. 변해버린 나를 받아들이겠다. 더는 욕망에 저항하지 않겠다. 내면의 욕망을 흡수하자 한결 개운해진 기분이 들었다.


"유진."
"네, 네헤."

자지에 처박힌 채, 뒤돌아 땅을 짚고 있는 그녀는 가축과 다름없었다. 더럽게 침이나 질질 흘리며 엉덩이를 살랑이는 모습은 좋게 봐줘도 창녀였다.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신비로움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음란하고 저속한 서큐버스의 몸뚱어리만 남아  유혹했다.

―짜악!

"꺄흑?!"

 힘을 담아 엉덩이를 때린다. 제정신이라 조금 망설여졌지만 좋다고 투명 끈적한 애액을 뿜어대는 유진을 보자 금세 경멸로 바뀌었다. 개처럼 엎드린 그녀의 골반을 붙잡고 허리를 흔든다. 고통에 흥분하는 천박한 보지는 엉덩이를 때릴수록 더욱 강하게 조여왔다.

"목이 졸리고, 치욕스럽게 강간당하면서 미소 짓는 인간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제, 제성하, 하으, 합니, 다앗…."
"가축도 너처럼 앙앙대진 않을 거다."

여기서부터는 새로운 시도이자 실험이었다. 그녀가 고통에 흥분하는  알았으니, 이제는 '어디까지' 반응하는지 알아야  차례였다. 살기를 담아 쏘아붙인다. 연기였지만, 실제와 다름없는 살기였다. 온갖 난전을 겪은 내게 이 정도쯤이야 별것도 아니었다.

―스릉.

"히, 히끅."

목에 칼을 들이대자 질주름이 경련하며 자지를 조이기 시작했다. 물은 또 어찌나 많이 뿜어대는지, 발치가 애액으로 물든다. 천박한 년 같으니라고. 이런 상황에서조차 흥분하는 거냐.


"…유진."
"네, 네흐에…."
"네게 선택권을 주겠다."
"으, 으에?"
"내가 널 동등한 인격체로 대할지, 아니면 그저 가축으로 대할지."
"……."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

"전자를 선택한다면 평소처럼 미궁을 공략할 것이다. 하지만 후자를 고른다면, 너는 그 순간부터 장난감으로 전락한다."
"쟈, 쟝남감…?"
"그래. 지금처럼."


-꾸욱.

"히, 햐으윽…!"

허리를 치대며 가장 깊숙한 곳을 휘젓는다. 본래라면 닿을 수 없는 곳까지 도달한 자지는 자궁을 짓누르며 고통을 안겨주었다. 꾸욱, 꾸욱 하고 누를 때마다 눈을 까뒤집고 경련하는 게 보기 몹시 흉했지만 내겐 그마저도 기만으로 보였다. 이렇게 보지를 조이며 홍수처럼 물을 흘리는데 누가 고통스럽다고 생각할까.


여자와의 관계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박아도 박아도 헐거워지거나 찢어지지 않는 보지는 처음이었다. 살결은 또 어찌나 부드러운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탄력을 잃지 않는다. 풍기는 향은  어떨까. 달콤했다. 몸 전체가 수컷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음란한 몸뚱이였다.


"히극, 힉, 흐윽!"
"선택해라."
"에흑, 흐, 저, 전…."


그녀는 땅에 얼굴을 처박고 고민했다. 장난감이 되느냐 마느냐, 라는 어처구니가 없는 선택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다. 상상 이상으로 구제불능인 여자였다. 본심이 저런 줄도 모르고 순진하게 죄책감 따위나 가졌던 내게 너무나 화가 나,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치대는 속도를 높였다.

"히기이, 익?!"

찰팍, 찰팍. 한 번 찌를 때마다 조수를 뿜으며 경련한다. 대답은 언젠가 들을 수 있겠지. 나는 칼을 거두고 그녀의 몸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빨딱 선 유두를 손톱 끝으로 긁자, 유진은 보지를 한층 더 강하게 조이며 절정했다. 정말 장난감 같았다.


"선택, 해라."
"하윽, 흐극…"

슬슬 사정감이 몰려왔다. 나는 입을  다물고 눈앞의 암컷을 함락시킬 각오로 몸에 힘을 주었다. 배를 뚫을 기세로 자지를 찔러댄다. 엄청난 크기에 배가 볼록 튀어나오며 배덕감을 더해주었다. 유진은 혀를 쭉 내밀곤, 흐르는 타액만큼이나 애액도 추잡하게 흘려댔다.


-부르륵…!


나는 자지를 끝까지 욱여넣곤 그대로 굳어버렸다.  상태로 정액을 쏟아붓는다. 꿀렁꿀렁 흐르는 끈덕진 정액이 유진의 자궁을 세차게 두드렸다. 사정은 수십 초간 이어졌다. 내가 봐도 놀랄 만큼의 양이었다. 정액은 진공 상태처럼 꽉 조이는 보지 덕에 단  방울도 흘러나오지 못했다.


정적.

사정 후의 여운은 그것의 수십 배나 되었다. 나와 유진은 몸을 결합한 채 몇 분만 숨을 헐떡였다.


"후우…."

찌브븝, 지금 이 순간에도 조여오는 탓에 자지를 내빼기도 쉽지 않았다. 몸에 힘이 풀릴 뻔할 것을 가까스로 참고 겨우겨우 자지를 빼내자 뽁, 하고 음란한 소리가 났다. 대체, 얼마나 조여댔으면 이런 저속한 소리가 날까. 그녀는 나와 달리 견디기 벅찼는지 내게 떨어지자마자 애액으로 엉망이  바닥에 픽 쓰러졌다. 자기가 얼마나 음란해 보이는지 알고는 있는 걸까.

"후, 후으에…"


이제. 대답을 들을 차례였다.

"선택해라."


-툭.


신을 벗지도 않고 머리에 발을 올린다. 흙과 정액, 애액으로 엉망이 된 부츠를 유진의 머리칼에 슥슥 비비며 닦아냈다. 붉은 머리칼이 오물들로 더럽혀진다. 그녀는 이게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으며 다시 한 번 절정했다. 나는 경멸을 넘어 혐오의 시선을 보내며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언제까지 절정만 할 셈이냐. 천박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대답하지 않겠다면 이 자리에서 널 죽이겠다."
"하, 하게여. 대, 대답."
"말해라."
"저, 저느은…"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겁박하지 않았어도.


대답은, 똑같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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