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루셸리니 (2) (67/193)



〈 67화 〉루셸리니 (2)

슈리엘과 질펀하게 목조르기 강간 섹스를 즐긴 뒤, 굉장히 개운해진 나는 평상시보다 유순해진 태도로 사람들을 대했다. 사소한 것들에도 웃으며 반응해주고, 슈리엘과 대화할 때도 퉁명스럽게 비꼬지 않고 제대로 어울려주었다. 쌓여있던 욕구가 해소되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맑아진 기분이다. 이는 겉으로도 드러날 정도였다. 온종일 내려가 우울한 인상을 주던 입꼬리는 웬일로 평평한 직선을 이루었으며, 죽은 물고기같이 탁한 눈은… 음. 이건 안 바뀌었네. 그래도 빛이 돌아 전보단 나아 보였다.

루셸리니 령까지 이틀. 나는 그동안 피학욕망이 쌓일 때마다 남몰래 슈리엘을 졸라 둘만의 비밀스러운 시간을 가졌다. 옆에 언제 어디서든, 죽기 직전까지 진심으로 몰아붙이는 존재가 있는데 욕구가 쌓일 리 없지. 그리고… 이상한 취미가 생겼다. 조금 가학적인 취미려나. 난폭한 정사 후 제정신을 찾은 슈리엘을 구경하는 맛이 쏠쏠했다. 허둥지둥 당황하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속에서 이상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끓었다.


칼버드는 부쩍 가까워진 우리의 관계에 검집만 두드리며 한숨만 쉬었다. 처음에 철벽을   무색해질 정도로 내 성격이 사근사근해진 탓이다.


분명, '모험가 따위가 주제도 모르고 백작가의 핏줄과 어울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리라. 다만 전처럼 날  대할 수 없었다. 공로가 있기 때문. 슈리엘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결과, 대행자 구원은 내 업적이 되었다. 어설프게 처리된 감이 있었지만 어쨌든. 대외적인 이유는 그랬다.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모험가 따위에게 이런  공로는 과분했다. 나도 슈리엘의 말을 들으며 반신반의할 정도였으니. 내가? 아무리 결정적 일격을 날렸다고 해도 이렇게 즉흥적으로 치하해도 되는 건가? 절차 같은 게 없었다.


"도, 도련님… 하긋… 고, 곧… 도착입니다… 이제 그만, 자중을…."
"아쉬워서 멈출 수 있어야지."

나는  이유를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절차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주변인에게 내가 '대단한 사람'임을 각인시키기만 하면 되었다. 예를 들어 칼버드라든지.


슈리엘은 칼버드의 암묵적 허락이 내려오자 보란 듯 나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음란한 냄새가 마차 밖으로 새어나갈 정도로 음욕에 물든다. 보다 못한 칼버드가 마부 옆으로 자리를 옮길 정도였다. 마부 옆에 앉은 칼버드가 우울한 얼굴로 한숨만 퍽퍽 쉬니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햐응, 으응…."

으음… 이런 것도 괜찮네…. 마차 안이라 목조르기나 팔꺾기 같은 난폭한 짓은  수 없다만, 강제로 희롱당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자극이 되어 뇌를 달구었다. 물리적 힘이 아닌 권력의 힘. 싫다고 내색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계급의 차이. 성노예처럼 다뤄져도 거스를 수 없다. 확실히, 이런 식으로 당하는 건 다른 맛이 있었다. 그냥 처맞고 강간당하는 것과는 다른 자극이.

"헤, 히으읏…?!"
"그러면서도 몸은 솔직하지 않나? 이렇게 침까지 질질 흘리면서…"
"졔, 졔셩… 햐읏, 윽."
"내가 닦아주지. 입 벌려라."
"헤읍… 츄읍…."


혀와 혀가 섞이니 닦아주긴커녕 침만 더 흐른다.

날 무릎 위에 인형처럼 올려놓은 슈리엘은 속옷만 벗기곤 그대로 자지를 처박았다. 대면좌위. 마차가 돌부리에 걸려 덜컹거릴 때마다 깊숙한 곳을 찌르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가 허리를 흔들지 않아도 마차가 알아서 위아래로 움직여준다. 나는 조그마한 진동에도 조수를 뿜으며 앙앙댔다. 허리를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 걸까, 나와 달리 여유가 가득한 슈리엘은 유두를 꼬집거나 클리토리스를 튕기는 등 짓궂은 장난을 하기도 했다. 축축하게 젖은 마차 시트는 장난의 결과물이다.


하아… 또 시트 갈아 끼워야겠네.

요즘 뒤따라오는 병사들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희롱이 시작된 후, 슈리엘은 휴식 시간이 되면 시트를 갈아 끼우기 위해 병사들을 부른다. 당연히, 마차 안에선 음란한  냄새가 나는 데다가 시트까지 젖어있으니 오해를 안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젠장. 그때 보기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지 말았어야 했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부인.
-…뭐라고요?

나보고 부인이란다. 저놈들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대체…. 나는 곧바로 따졌다. 하지만 슈리엘은 능청만 떨며 말을 흘리기 급급했다. 나쁜 놈. 이러다 유진이 아니라 유진 루셸리니가 되겠다. 그는 내가 눈에 독기를 머금고 나서야 사과했다. 오해는 풀지 못해 상황은 그대로였지만. 이런 상황을 노린 것 같아 괘씸해진 나는 특단의 조치를…

"…슬슬 버티기 힘드니 싸겠다."
"햐, 햐아앙…."


-부르륵!


…하기도 전에 처박혀 질내사정 당하니 뭘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뭍고 몸을 고정시켰다. 위아래로 진한 수컷 냄새가 풍긴다. 갈 곳 잃은 왼팔은 슈리엘의 허리를 감싸 떨어지기 싫다며 힘을 주었다. 또다시, 애액과 정액으로 마차 안이 더럽혀진다.

엉덩이를 붙잡아 단단히 처박은 그는 그 상태로 20초나 넘게 사정을 이어갔다. 뜨겁고, 끈적이는 정액이 질벽을 긁으며 자궁을 두드린다. 좁은 보짓구멍은 사정이 끝났음에도 슈리엘의 자지를 꽈악 조이며 정액을 흘리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것이다.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슈리엘의 명령을.

"하아아…."
"헤으, 헤윽…."

너머로 칼버드의 한숨이 들린다. 그는 마부에게 무어라 속삭인 후, 뒤로 고개를 돌렸다. 좁은 창 사이로 칼버드의 얼굴이 보인다. 그의 눈동자 속엔 암컷 같은 얼굴로 녹아내린 내 모습이 비쳤다.


"일은 다 끝나셨습니까?"
"…덕분에."
"하아… '그것' 때문에 일부러 마차를 돌려야 했습니다. 다 도착했는데 멈추긴커녕 더 격렬해지니… 이제 루셸리니 령입니다. 슬슬 준비하시지요."
"흐. 배려에 감사하지."

-찌븝!


"하, 하으윽…!"
"…빼는 것도, 힘들, 군."


슈리엘은 내가 자지를 놓을 생각을 하지 않자, 허리를 붙잡아 몸채로 들어야 했다. 분홍빛 속살이 딸려오며 자지를 당긴다. 그는 끝까지 자지를 붙잡는 욕심쟁이 보지를 보면서 장난스레 속삭였다. 발정 난 암캐년. 얼굴이 빨갛게 물든다. 눈물까지 찔끔 흘릴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그렇지만, 몸은 솔직해서… 이런 저급한 매도에도 애액을 흘리며 흥분했다.

뽁. 천박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날 들어 올린 슈리엘은 다리 사이로 흐르는 정액의 양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자기 사정량에 감탄하면 어쩌자는 건지. 그는 내 등을 토닥이며 뺨을 간질였다.

"유진. 이제 정신 차리도록."
"녜에헤…."


머리칼을 한 움큼 쥐어 눈물을 닦아준다. 아니, 그거  머리카락인데… 하아. 모르겠다. 그냥 가지고 놀라지. 후들거리는 몸에 겨우겨우 힘을 주어 정액을 긁어낸다. 팔이 하나라 그런지 정액을 빼는 것도 고역이었다.


"…유진."
"왜, 그러… 하윽, …십니까."
"좋은 생각이 났다."

슈리엘은 열심히 정액을 빼내는 모습을 보자 좋은 생각이 났다며 나를 끌어안았다. 보통 그가 '좋은 생각'이 났다고 하면 백이면 백 이상한 것이었기에 반쯤 포기한 채로 그에게 안겼다. 근처에 나뒹굴던 속옷을 집어, 내게 보여준 슈리엘은…

"그대로 입어라."
"…으, 예?"

그대로. 입으란다.


"아직… 다 빼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하는 말이다."
"……."

나보고 발정  암캐, 구제불능 변태년이라고 매도한 놈이 맞나.
슈리엘은 나보다 더한 변태였다.


"…알겠습니다."

…싫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리고 그때처럼 잔뜩 싸지르고 정액 마개를 끼운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 정도면 평범한  아닐까.


"흐읏…."

흐르는 정액을 무시하고 속옷을 입는다. 질척한 정액이 내려오다 말고 속옷에 걸려 다시 올라간다. 나는 이 일련의 행위에 이유모를 배덕감을 느꼈다. 페티쉬적 자극의 극한. 구멍이 뻐끔거릴 때마다 정액이 흘러나와 속옷을 더럽혔다. 슈리엘은 이런 나를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한량이 따로 없으십니다."
"칭찬인가?"
"……."

…참나.


"도와줄까?"
"됐습, 니다. 나갈 채비나 하세… 흐극. …요."
"하하… 눈물이  나오려 하는군."

그래. 실컷 웃어라.

나중에도 웃을  있는지 보자.








* * *

루셸리니 령에 도착하고 나서, 흐르는 정액을 감추기 위한  노력은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딴 것에 심력을 소모하기 싫었다. 병사 몇 명의 얼굴이 붉게 물든 걸 보아하니 눈치챈 것 같은데… 다 슈리엘 탓이지 내 탓이겠는가. 설명하기 귀찮다. 어떻게든 되겠지.


"…여기도 오랜만이야."
"공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내가 죽을 뻔한 게 한 두 번 이던가.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겠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입니다. 한  동안 실종되었는데 그냥 넘어가겠습니까."


동부, 루셸리니 령의 공기는 산산했다. 건물들도 시원시원한 도료를 많이 써서 그런지 보기에도 쾌적했고. 루셸리니는 카할리아 못지않게 아름다운 도시였다. 특히 종교가 묻어난 건축 스타일은 특유의 아름다움 자아냈다. 신의 자비를 형상화한 건물들. 보는 것만으로 성스러움이 절로 느껴졌다.

"…."
"유진?  말이 없지? 긴장이라도 했나?"
"…도시가 아름다워서 그렇습니다."
"그런가. 우리 가문의 자랑이긴 하지. 루셸리니 령은 과거…"

나는 슈리엘의 말을 대충 넘기며 흘려들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하늘 높이 솟아있는 뾰족한 탑. 그리고 그 꼭대기에 당당히 세워져 있는 거대한 황금색 종. 나는 종을 보자마자 저곳에 내가 원하는 게 있으리라 확신 지었다. 제국에서 하늘 높이 종을 세우는 건물은  없었으니까.

"…그날의 전투  황실에서 유의미한 입지를 다는데 성공―"
"도련님."

자기 가문의 이력을 장황하게 설명하던 슈리엘은 말이 끊기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흠. 말해라."
"잠시 자리를 비우려 합니다."
"…왜?"
"개인적인 일입니다."
"…."

걷기를 멈춘다. 백작저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자리를 비운다니? 슈리엘은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그의 눈빛엔 미약한 불안감이 서려 있어, 무슨 생각을 담고 있는지 뻔히 보였다.

"한 시간이면 됩니다. 다시 돌아올 테니…"
"안 된다."


그리 말한 슈리엘은 깜짝 놀라더니 눈만 껌뻑였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일까. 칼버드는 흥미롭다는 듯 내게 시선을 돌렸다. 목구멍 아래로  넘어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그래. 이대로 영원히 떠날까 불안하겠지. 바보 같기는. 아직은 그럴 생각 없다. 그러니 안심해라.


남은 왼팔로 그의 어깨를 잡아 내린다. 그는 아무런 저항 없이 몸을 낮추었고, 곧 정면으로 눈이 맞았다. 호숫가처럼 맑았던 눈동자는 사정없이 흔들려 더러운 진흙탕을 생각케 했다. 어찌나 심하게 흔들리는지,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치지도 않았다.

"슈리엘."
"…."
"제가 떠날까 두렵나요?"
"…조금은."

너무 가까워졌나. 그런 후회도 들었지만 이미 늦은  같다. 칼버드 말을 들을  그랬어. 역시 노인들 말 틀린 거 하나 없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미소는 슈리엘의 가슴에 녹아들었고, 흔들리는 눈동자를 멈추게 하였다. 나는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  선물을 사러 가는 거니까…."
"…선물?"
"네. 선물이요."
"약속. 해라."
"…새끼손가락이라도 걸어드릴까요."


피식. 슈리엘은 진정이 됐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뒤돌아섰다.

"…집착하는 것도 꼴불견이겠지."
"잘 아시는군요."
"하! 빨리 다녀오기나 해라. 어차피 오늘 만찬을 대접하긴 글렀으니."

슈리엘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오히려  머물다 오라고 했다. 손에 손수건을 쥐여준다. 루셸리니 가의 인장이 새겨진 손수건이었다.

"저택에 들어오려거든 보초에게 손수건을 보여주면 될 것이다. 그리고, 영지 어디서든 그걸 내밀면 상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요긴하게 쓰도록."
"…감사, 합니다."


그는 추하게 감시를 붙이진 않았다.

나는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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