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루셸리니 (8)
"흐야아아으…! …으븝?!"
"조용히 해라. 누가 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리 울부짖는 것이냐."
"헤그읏…."
슈리엘은 내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신음을 억제했다. 너 때문이잖아, 라고 말하려던 내 필사적인노력은, 그의 손가락만 열심히 핥는 꼴만 되어 그의 흥분만 돋구었다. 일부러 약한 곳만 찔러대면서 내 탓인 양 말하다니. 열불이 올랐다. 그는 침 범벅인 혓바닥을 만지작거리며 더 깊숙이 자지를 꽂아넣었다. 허용 범위를 벗어난 사이즈의 거근은 한 번 사정했음에도 그 크기와 단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한 번 허리를 올려칠 때마다 눈앞이 하얘지는 현상을 겪어야 했다. 세상이 점멸한다. 분명 엉덩이로 하는 플레이는 처음일 텐데 왜 이렇게 능숙한 건지. 어디를 찔러야 내가 자지러지는지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문득, 나 말고 다른 여자랑도 해본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능숙할 리가 없었다. 아니면 그에게 섹스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거라든지. 하긴 그도 귀족이니 원할 때 여자를… 아, 으. 부끄러우니까 이런 생각은 하지 말자.
그냥, 어지럽고 숨이 차는. 이 기분을 만끽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헤힛, 흐히…."
생각하기를 포기한 나는 약간 멍청한 얼굴을 지었다. 집무실? 야외 플레이? 앞으로의 계획? 머리를 차지하고 있던 잡생각들은, 배려라곤 하나도 없는. 그저 찌르고 싸지를 뿐인 난폭한 교미에 모두 날아가 사라졌다. 슈리엘은 내가 이런 얼빠진 표정을 지을 때면 기세를 놓치지 않고 더욱 몰아붙였다. 숨이 찬다. 나를 들고 박는 것도 모자라 손가락으로 혓바닥까지 괴롭히니 호흡 곤란이 왔다. 물기에 젖은 미로 정원의 풀밭이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난다. 전부 내 애액이었다. 엉덩이를 푹, 푹 하고 찌르면 그에 반응하듯 보짓물이 나와버린다.
전에는 이렇게 쉽게 가버리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지, 나는 평소보다 두세 배는 더 쉽게 가버렸다. 슈리엘과 몸만 닿아도 아랫배가 움찔거리는 수준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재구축을 하지 않아서다. 재구축은 몸을 회복하는 게 아니니까. 엄밀히 말하면 몸을 되돌리는 것이다. 기억만을 남기고 처음으로 되돌린다. 머리는 기억하지만, 몸은 기억하지 못했다. 그게 재구축이다.
하지만.
자궁을 재구축하지 않은 채로 몇 주나 이런 변태 같은 생활을 이어갔다. 아이가 걱정된다면서, 괴물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슈리엘의 자지에 계속해서 처박혔다. 그 결과, 몸이 기억해버렸다. 커다란자지가 앙다문 보지에 입을 맞추면, 추잡하게 애액을 흘리며 빨리 들어오라 손짓한다. 질벽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부드럽게 풀어진다.
"하힉, 흐긱, 헤으…."
쉽게 말하면 조교 당했다. 입술도, 혓바닥도, 보지도, 엉덩이도. 내 몸은 슈리엘의 전용 오나홀로바뀌어 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에 넣어진 손가락을 쪽쪽 빨며 그의 몸에 매달렸다. 기분 좋아.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힘을 고백하겠다는 결심은 쾌락에 묻혀버렸다. 하아. 이건 나중에 집무실 가서 이야기하자.
그때, 슈리엘이 손을 땠다. 쪽쪽이마냥 빨고 있던 손가락이 빠지자 막혀있던 신음과 늘어진 침이 폭발할 기세로 터져 나왔다. 목 울림대가 진동한다.
"헤그으으읏….!!"
"하아… 유진. 괜찮겠지?"
"헤, 헤윽, 헤, 흐?"
열심히 허리를 흔들던 슈리엘은 침이 잔뜩 뭍은 손가락을 머리칼에 닦으며 말했다. 뭐가 괜찮다는 걸까. 사정? 이미 한 번 엉덩이 안에 부어 넣었으면서 왜?
-꽈아악!
"헤큭, 흐기으끄윽…."
새삼스럽게 왜 물어보나 했더니 다른 것이었다.
목에 힘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세게 쥔다. 피가 통하지 않아 시뻘게진 얼굴은 추하게 일그러졌다. 감정의 소모가 아닌 물리적 압박으로 달아오른 얼굴에선 눈물이 찔끔 새어 나왔다. 의식이 혼미해진다. 심장이 터질 듯이 박동한다. 죽기 직전의 경직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자지를 조였다. 슈리엘은 꽉 조여오는 구멍에 만족하며 마무리를 가했다. 사정. 뜨거운 액체가 직장을 타오르며 안을 채워간다. 슈리엘은 내가 죽지 않게 힘 조절을 하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안에 털어 넣었다.
"헤힉, 히흐긋…."
손을 놓는다. 나는 숨이 트이자 황홀한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붉게 물든 얼굴이 점차 원상태로 돌아오자 쁘직, 하는 추잡한 소리와 함께 자지를 빼냈다. 듣기만 해도 수치심을 자극하는 소리. 얼마나 싸질렀는지 감도 안 오는 정액은 끝을 모르고 흘러내렸다.
"헤우으… 후으…."
* * *
백작저 2층.
슈리엘의 집무실.
"밖에서 그렇게 싸지르니 좋았습니까?"
"무척. 앞으로 사정할 때는 목을 졸라야겠어."
"아니, 그걸 말하는게 아니라… 하아…"
현재 시각 새벽 3시. 우리가 이렇게 때늦은 시간에 만난 이유는 하이라크가 이때가 돼서야 잠이 들기 때문이다. 참 늦게도 잔다. 이렇게 자고 6시에 일어난다 했는데, 어떻게 저리 멀쩡하게 지내는지 모르겠다. 오러 나이트는 다 저런 건가. 아무튼, 각설하고. 저택은 고요했다. 야간조에 속한 하녀들만이 저택을 어슬렁거릴 뿐이고, 그마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시간 속에서, 나는 집무실에 딸린 책상에 걸터앉아 슈리엘과 마주 보았다. 감히 귀족이 집무하는 책상에 앉다니 건방지기 짝이 없었지만, 서로 물고 빨고 할 짓 못할 짓까지 전부 한 사이라 별문제는 되지 않았다. 오히려, 허벅지를 만질 수 있다며 좋아하던데 뭘.
"그래서, 이 늦은 밤에 왜 부르신 겁니까."
나는 허벅지를 쓰다듬는 슈리엘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 양반은 칼버드가 없으면 막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 노인네가 왜 그렇게 눈치를 줬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이놈도 구제불능 변태였구나. 태어날 아이가 변태로 자라는 게 아닐지 걱정이 들었다. 그런 거, 절대 용납 못 하지.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는 못 키운다.
"너도 놓쳤던 악마를 쫒는다 했지 않았나?"
절망뿐인 육아 계획을 뒤로하고 본론에 들어간다. 슈리엘은 서랍에서 멋들어진 서류 봉투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봉투의 뒷면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정십자 문양이 박혀 있었다. 참고로 도금이 아니라 진짜 금이었다. 본 적 있다. 성물 전개를 한 셰멜의 눈동자에 박혀 있던 정십자. 성황청인가. 정십자를 심볼로 쓰는 기관은 그곳밖에 없었다.
"그럼 정보를 공유해야겠지."
그걸 굳이 이 늦은 새벽에? 식사전에 말해도 됐잖아. 라는 의문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시 내려간다. 정보 공유'만' 하려고 날 부르진 않았겠지. 굳이 하이라크가 잠든 시간에 부른 이유는 조금 노골적이라 예상이 갔다. 내 몸을 가지고 놀 생각이 대부분이었을 거다. 참지 못한 슈리엘이 밖에서 싸지르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소된 모양이었지만, 허벅지를 주무르는 손을 보니 전부 해소되지는 않았나 보다.
나는 허벅지를 넘어 엄한 곳까지 건드리려는 손길을 무시하고 봉투를 열었다. 염동력. 마나를 이용해 끈을 푼다. 간단한 기술이지만 제 몸처럼 사용하기엔 중상급 마법사도 힘들어하는 기술이었다. 슈리엘의 얼굴에 감탄이 서린다. 안 그래도 힘을 밝힐 생각이었다. 이제 숨길 필요는 없겠지.
"이건…?"
"놓쳤던악마 놈들. 과거에 한 번 수배됐던 놈들이었어."
서류 봉투엔 네 장의 종이가 담겨있었다. 종이를 허공에 촤르륵 펼쳐 읽기 시작한다. 네 장중 두 장은 놓친 악마들의 정보였다. 쌍둥이 악마 포르딜, 코르딜. 악마 중에서도 매우 드물게쌍둥이 형태를 한 악마로, 힘이 나눠지지 않고 각자 독립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이라 한다.
나머지 두 장을 읽는다. 그들은 쌍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명을 받았으나, 진짜 이명은 따로 있었다. 기사 학살자 포르딜. 마법 추방자 코르딜. 그들은 23년 전, '인간-수룡인 연합'과의 전투에서 정예 성기사 셋과 수룡인 1급전사 다섯의 목을 따버렸다고 한다. 일반 병사의 피해까지 합하면 60이 넘는 피해. 수룡인이 옅지만 용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걸 생각하면 무시 못 할 전력이었다.
최정예 전력이 한데 모인 전투인 만큼 손해만 입지는 않았다. 성기사 하나가 목숨이 끊어지기 전 각성이라도 했는지 결정타를 날렸다고 한다. 신의 힘을 잔뜩 담은 최후의 공격. 성기사의 공격은 코르딜의 눈을 태워버렸다. 그 후 연합 측이 승기를 잡았지만… 아쉽게도 죽이거나 봉인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쌍둥이는 도주를 택했다.
23년이 지난 지금, 탑을 세우려다 우리에게 발각된 거고.
하지만.
내 시선을 끄는 내용은 따로 있었다.
"마법 추방자?"
특이한 이명이었다. 혹한의 악마니, 분노의 악마니… 지금까지는 악마의 이명엔 상징적인 단어만 붙는 줄 알았다. 그런데 기사 학살자니, 마법 추방자니 하는 직관적인 이명이라니. 그중에서도 마법 추방자가 제일 신경 쓰였다. 탑 최정상 전투서 마법이 봉인된 이유로 추측된다. 슈리엘은 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 추방자 코르딜. 자연의 정기와 인간의 생명력을 대가로 성역을 세운다고 하더군."
악마 주제에 성역이라니. 천벌 받을 소리다. 슈리엘도 내 의견에 동의했는지 어이없는 소리를 내며 설명했다. 그들의영역 전개는 신성력이 마기로 대체되었을 뿐이지 인간들의 성역과 굉장히 흡사했다. 어디서 어떻게 그런 술식을 배웠는지는 성황청도 모른다.
"이기적인 능력이지. 마법으로 발현되는 마나를 모두 밖으로 튕겨내다니. 그놈 때문에 마법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어."
"범위에 제한은 있었습니까?"
"물론. 생각보다 좁았어."
"그럼 포위해서 말려 죽이면 될 텐데요."
슈리엘은 턱짓으로 허공에 떠오른 종이를 가리켰다. 나는 순순히 종이를 집어 글자를 눈에 담았다.
"당장 죽이지 않으면 안 됐었군요."
쌍둥이 악마는 땅의 정기를 흡수하고 불모지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잃은 땅만 세 개. 이른바 타임 어택의 강요다. 거기에 그놈들이 그당시 점거한 땅이 부화장이라 하니 수룡인들이 눈 돌아갈만 했다. 그들의 알은 태어나기까지 70년이 걸리니까.
"23년동안 뭘 하나 싶었더니, 카할리아에 와서 진을 쳤던 거였어."
"카할리아는 괜찮습니까?"
"아, 카할리아에 관해서 보여줄 게 있다."
속옷을 벗기기 직전까지 갔던 슈리엘의 손이 떨어진다. 그는 서랍속에서 작은 물병을 하나 꺼냈다. 짙은 푸른색의, 마나가 가득한 물이었다.
"마나 농축액인가요?"
딱 봐도 고급품이었다. 마나 함유량이 못해도 삼십 퍼센트는 넘어갈 거다. 인공적으로 만들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함유량. 선물인가? 하지만 마법사에겐 딱히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마법사보단 연금술사들이 좋아할 거다. 나는 필요 없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슈리엘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일축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병을 받아 들었다.
"…그럼?
"이건 그냥호숫가 물을 떠담은 거다."
"호수?"
"네가 생각하는 그 호수가 맞다. 카할리아의 대호수."
"…."
날 놀리는 건가. 그런 의문이 들 때였다.
"우리가 탑에서 내려온 직후, 호수가 파랗게 물들었다."
"…?"
설마. 나 때문인가.
코르딜의 능력은 마법 무효화가 아니었다. 그의 이명은 마법 '추방자'였다. 슈리엘이 말마따나. 그들의 성역은 마법으로 발현되는 모든 마나를 '튕겨내는' 것. 그렇다면. 내 모든 마나를 끌어다 쓴 대폭발의 마나가, 전부 대호수로 흘러갔다는 소리다.
"덕분에 물만 떠다 팔아도 지금까지의 손해를 모두 메꿀 정도라 하더군. 모험가가 몰린 탓에 관광객이 줄어 골치였는데, 한 방에 해결됐어."
"그거, 다행. 이네요."
이걸 말해야 하나.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