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대삼림 (5)
―마녀 같은 년.
하이라크가 내게 내린 평가. 그는 내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며 등을 돌렸다. 사족은 붙이지 않았다. 분명 잘렸을 터인데 멀쩡한 오른팔이나, 과하게 커진 가슴은 안중에도 없었다. 나와 상종하기 싫다는 의지가 팍팍 느껴진다고 할까. 확실한 건 그것이 '내가 평민이라서' 따위의 상투적인 이유는아니었다.
저주받은 골동품을 보는 듯한 불안한 눈동자. 돌아서는 하이라크를 응시한다. 멀쩡한 사람을 괴물 보듯 보니 기분이 나빴지만, 관심을 꺼준다 하니 나로선 좋았다.
"그럼, 갈까요. 도련님."
"에스코트는?"
"…부디."
마기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꺼내지 않기로 했다. 슈리엘 본인도 싫어하는 듯했고, 악마의 마나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몸을 바꾼다 해도 몸에 남은 마기는 그대로. 그러니 성황청에 도착할 때까지는 입을 닫고 있는 게 좋아 보였다.
먼저 탑승한 슈리엘의 손을 잡고 마차에 올라선다. 마차는 전에 쓰던 것과는 다른 마차였다. 크기는 줄어들었고, 전체적으로 날렵해 보이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딱 두 명 들어가면 넉넉하게 탈 수 있을 정도의 아담한 마차. 동부의 잘 닦인 길을 가로지르기에 적합한 마차였다. 칼버드가 마부 옆으로 위치를 옮긴 건 딱히 우리 때문은 아니었나 보다.
백작가의 마차는 늘 그랬듯 최상품이었다. 마도 공학이 접목된 마차 시트는 엉덩이를 푹신하게 감싸 탑승감을 높여주었고, 이름 모를 고위 몬스터 가죽으로 박음질한 등받이는 기댄 등을 부드럽게 밀어냈다.
―출발합니다!
그렇게 편안함을 만끽하고 있자 마부의 외침이 들려왔다. 마차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우리 뒤로는 '뒤처리'를 위한 병사들이 세네명 탑승한 마차가 한 대 따라왔다.
그들을 보자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정액과 애액투성이인 시트를 갈아 끼우는 병사들의 시선. 그때는 진짜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 슈리엘은 갑자기 얼굴을 붉히는 날 보더니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품속에서 시계를 꺼내며 중얼거렸다.
"대충 하루면 도착하겠군. 중간에 있는 돌밭만 무사히 지나간다면 말이야."
"돌밭이요?"
"까다로운 몬스터가 있어서 말이지. 부식성 침을 뱉는 멍청한 닭대가리들이다. 고기 맛이 좋아 사냥터로 내버려두고 있지만… 운이 나쁘면 마차 바퀴가 망가질 위험이 있어."
부식성 침을 뱉는 닭이라.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지만 지나간다 하니 언젠간 볼 수 있겠지. 그리고 망가져도 내가 고쳐버리면 그만이다. 망가지기 전에 보호막을 두르는 방법도있고. 딱히 심각한 걱정은 들지 않았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칼버드나 슈리엘 선에서 정리되겠지.
'그럼… 명상이나 좀 해볼까….'
계획을 다듬을 필요가 있었던 나는 등을 기대고 명상을 시작했다.
* * *
명상하겠다고 속으로 선언한 지 삼십 분.
"헤엑, 헤으…."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라. 그런 음란한 가슴을 달고선 아무 짓도 안 하다니… 괘씸할 정도야."
"흐긋, 네, 네엣…."
귀축 같은 슈리엘이 내 몸을 건드리라곤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충분하다 못해 거진 확정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탑승 삼십 분만에 옷을 찢어버릴 줄은 몰랐다. 하지만. 원할 때 범하거나 때려도 된다고 말한 건 나였기에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었다.
나는 자지에 처박힌 채 슈리엘을 꼭 끌어안았다. 풍만한 가슴이 짓눌리며 압박감을 준다. 그는 허리를 올려쳐 자궁 깊숙한 곳을 찌르는 동시에, 솟아오른 유두를 꼬집어 절정을 유도했다.
살을 꼬집는 고통에 질내가 수축한다. 슈리엘 전용이 되어버린 맞춤형 보지는 추잡하게 물을 흘리며 조임을 더했다. 안쪽을 휘젓던 자지는 음란하게 조여오는 보지에 반응하며 더욱 커다래졌다.
"아, 안에는 안대헤…."
이를 꽉 물고 교성을 참는다. 아직 사정감은 차오르지도 않았으나, 이러다간 말도 못하고 질내사정 당할 것 같아 미리 말했다. 질내사정 한다고 애가 죽는 건 아니지만… 그때처럼 베리어의 크기를 키워버리기라도 한다면 또 배불뚝이가 돼버린다.
그럼 정액을 빼내야 하는데, 그 많은 양의 정액을 다 마차 안에서 빼낼 순 없으니 필연적으로 밖에서 빼내야 했다. 나는 만삭 임산부의 몸으로 병사들을 볼 자신이 나지 않았다. 또 무슨 소리를 들을까 두려웠다.
"정말?"
"하긱, 흐기잇?!"
그러나. 슈리엘이 허리를 올려칠 때마다. 그 커다랗고 기다란 자지가 자궁구를 꾸욱꾸욱 누를 때마다.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며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질 속 깊숙이 꽂힌 슈리엘의 자지는 내가 페이스를 되찾을 때마다 쿵, 쿵 하고 찍어대 쾌락밖에 모르는 바보로 만들었다.
그는 나를 너무 잘 알았다. 숨을 쉴 틈도 없이 허리를 치대면, 끝내 굴복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호흡 곤란이 가져다주는 몽롱함.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개처럼 헐떡였다. 그때, 누군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 감각이 느껴졌다. 슈리엘이었다.
머리를 쓰다듬고, 장난스레 가슴을 움켜쥔다. 그의 손가락은 몸 이곳저곳을 건들다 곧 입으로 이어져 혓바닥을 유린했다. 마치 애완동물… 아니, 장난감. 가축. 오나홀. 인간의 존엄성이라곤 찾아올 수 없는 취급이었지만, 나는 이러한 감정들조차 쾌락으로 바꾸어버렸다.
"다시 말해라. 정말로?"
"후에으…."
한껏 풀린 눈으로 슈리엘을 올려본다. 혓바닥을 집은 채 말하라고 하니 악질이 따로 없었다. 나는 말하기를포기하고 커다란 젖가슴을 이용해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유두 끝이 옷자락에 긁히며 짜릿한 쾌감을 가져다준다. 흡사 슈리엘의 몸을 이용해 자위하는 모습이었다.
"…음란하기는."
"헤웃, 후으…."
손이 떼지고, 입에 자유가 생긴다. 나는 잠시간 생긴 자유에 폐부 가득 숨을 들이켰다. 물론 이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미끈거리는 혀의 감촉. 턱을 들어 얼굴을 올린 슈리엘은 그대로 혀를 집어넣어 자신의 타액을 잔뜩 집어넣었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내가 키스를 정상적으로 받아들일 리 없었고, 넘어가지 못한 침들이 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상관없었다. 그는 이런 내 모습조차 귀엽다며 좋아해 줄 테니.
이 모든 움직임에 내 의지는 없다. 무엇이든 능동적으로 해낼 수 있는 나는, 역으로 수동성에서 쾌락을찾았다.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의지에 반하는 말과 행동. 누군가 나를 강제하려 들고, 자기 뜻대로 복종시키려 할 때. 나는 그를 따르는 것으로 지고의 쾌락을 느꼈다.
"푸하으…."
"하아… 마지막으로 묻겠다. 정말로?"
슈리엘은 허리를 붙잡고 물건을 천천히 휘저었다. 자지로 꽉 찬 속살은 그 부드러운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애액을 찍찍 싸댔다. 그의 바지가 애액으로 흥건해진다. 나는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곤 열락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안헤… 싸쥬, 세혀…"
그런 말을 하면.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잖아.
―찌걱!
"히기이잇―?!"
대답을들은 슈리엘은 씨익 웃으며, 내 몸을 위로 아래로 들었다 놨다 했다. 허리를 붙잡아 위로 올리면 쯔즈즉 소리를 내며 속살이 삐져나오다가도, 다시 아래로 놓으면 쿵. 소리를 내며 질벽을 긁는다. 허리를 움직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격렬했다. 내 작은 체구는 오나홀로 사용하기 더없이 좋았다.
혀가 나오고 눈이 뒤집힌다. 피스톤질 한 번 한 번에 배가 슈리엘의 자지 모양대로 튀어나왔다. 허나 찢어지는일은 없었다.내 몸은 슈리엘에 자지에 맞춰, 개조에 가깝게 변했으므로.
―쿵! 붙잡은 몸을 내려 물건을 거칠게 처박은 슈리엘은, 자지 모양으로 툭 튀어나온 배를 살살 쓰다듬은 뒤, 나를 마차 시트에 눕혔다.
"중간 지점에 도착하면 그대로 내려라. 정액은 빼내지 말고. 알겠나?"
"네, 네헤에… 흐으윽?!"
―부르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액이 들어온다. 자궁을 뚫을 기세로 처박힌 자지는 그 크기만큼이나 뜨겁고 찐득한 정액을 쉴 새 없이 뿜어댔다. 사정 도중 자지를 빼내기는커녕 더깊숙이 처박은 슈리엘은 장정 수십초가 넘게 사정을 이어나갔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양에 허리를 활처럼 휘며 절정했다. 애액이 찍, 하고 나와 시트를 더럽힌다. 인간 세 명분의 정액을 혼자서 싸지를 수 있다니. 괴물이 따로 없었다. 그런 괴물의 정액이 꿀렁거리며자궁을 가득 채워갔다.
"후아으―…"
또. 안에 싸버렸어. 사정 직후에서야 이성이 돌아온 나는 후회하며 한탄했다.
"준비한 게 있으니 잠시 그대로 있어라."
뭘 준비해…? 풀린 눈을 돌려 슈리엘을보려 했지만, 바보 같은 보지는 슈리엘의 자지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슈리엘은 정사를 끝내기 위해 거칠게 허리를 빼야했고, 나는 그 질벽을 긁는 쾌감에 자지러지고 말았다.
결국, 그가 자지를 완전히 내뺄 때까지 준비한 것을 보지 못했다. 그것으로 모자라, 배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정액을 밀어내려는 아이의 노력. 나는 눈을 감고 배가 부푸는감각을 만끽했다.
"햐우으… 또, 또… 배가아…."
슈리엘은 부푼 배를 보자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얼굴을 찌푸렸다. 스르륵. 금속이 끌리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들린다. 나는 뜬금없는 금속음에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설마 그때처럼 팔다리를 자르는 건 아니겠지. 마차 안인데? 분명, 눈을 봤을 땐 제정신이었는데.
"슈리헤엘…?"
하지만 걱정과 달리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목에 무언가가 채워졌을 뿐이다.
―철컥.
크고 단단한, 아무리 당겨도 풀어지지 않는 금속제 목걸이. 슈리엘은 내게 목줄을 채웠다.
"널 볼 때마다 한 번쯤은 채워보고 싶었던 거다. 하….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구나. 앞으로 마차에 탈 때마다 준비해둬야겠어."
"이, 이건…?"
슈리엘은 목줄에 이어진 사슬을 손에 두르더니, 뒤로 확 당겼다.
―휙!
"까흑?!"
목이 졸린다. 나는 숨을 쉬지 못해 바동거렸다. 목줄은 점점 작아지며목을 압박했다. 바동거릴수록 조임이 강해진다. 슈리엘은 기분 나쁘게 웃으며 손을 놓았다.
조임이 약해진다. 나는 숨을 들이켜며 목에 걸린 것을 천천히 분석했다. 그러자 곧, 기억이 났다. 이건 지하감옥 따위에서나 쓰던 구속구다. 벗어날수록 조임이 강해지는 목줄. 갑자기 왜 이런 걸 채우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목줄을 바라보는 내 눈엔 음욕이 깃들어 있었다.
"도착할 때까지 그 상태로 있어라."
"우으…."
"대답은?"
"…네헤."
땅딸막한 미소녀가 커다란 배를부여잡으며, 다리 사이로 정액을 흘리는 것도 충분히 배덕적인데. 노예나 범죄자가 쓰는 목줄까지 채워져 있다니? 이, 이런 모습을 남들한테 보인다고…? 아예 작정하고 날 괴롭힐 생각이구나. 아니면, 다른 병사들에게 나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생각이라든지. 이런 꼴로 밖을 나서는 내 모습을 상상하자 벌써부터 몸이 달아올랐다.
* * *
반나절이 지나고, 어둑한 새벽에 진입했을 때. 우리는 슈리엘이 말한 돌밭에 도착했다. 부식성 침을 뱉는 닭대가리들이 다수 서식한 돌밭.
마부는 닭들이 생각보다 많아 더 전진하긴 무리가 있다며, 잠시 날이 밝을 때까지 휴식을 취하겠다 선언했다. 아마 세 시간쯤이면 되겠지. 병사들은 그사이에 주변을 돌아다니는 닭들을 잡아 수를 줄이면 되겠고.
밖을 바라본다. 마부 둘은 돌부리에 앉아 연초를 피웠고, 뒤따라온 병사 셋은 칼을 휘두르며 몸을 풀고 있었다. 뒤 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유일하게 알고 있던 칼버드만이 눈을 감은 채 그대로였다.
"우으…."
"안 내릴 생각인가?"
"아, 아니에요. 내려갈게요."
…나가면 바로 들킬 텐데.
잘그락 거리는 쇠사슬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