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6화 (106/193)

  "말해봐라."

  슈리엘은 상의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속옷 끈을 풀었다.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유두를 꽉 꼬집더니, 클리토리스를 굴리던 반대쪽 손을 떼어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질구멍에 거칠게 집어넣었다. 꽉 다문 핑크빛 균열 사이로 굵은 손가락이 왕복한다. 나는 질벽이 긁히는 쾌감에 칠칠찮게 침까지 흘리며 말했다.

  "높은 곳에, 하으. 올라갈 거에요."

  "높은 곳?"

  이제 완전히 결심했다. 함께 악마를 처치한 공을 바탕으로 나름의 기반을 다질 것이다. 삼 개월 뒤 만날 딸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위치로 올라갈 것이다. 우선 한 분야의 정점에 도달하는 게 낫겠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런 위치로.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당연하게도 마법이었다.

  가장 첫 번째로 생각한 계획은 마탑에 가입해 내 실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른 마법사를 자주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 능력이 얼마나 사기적인지 잘 알았다. 본 실력의 50%만 발휘해도 고위 마법사로 대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50%까지 가지 않아도 됐다. 40%. 아니 30%만 발휘해도 그럭저럭 높은 지위를 딸 수 있을 정도다.

  "마탑. 하아으. 마탑에, 갈. 하익. 흐긋. 자, 잠시만."

  "고작 손가락 좀 쑤셨다고 말까지 더듬기는."

  "…마탑에 갈 거예요. 하아. 흐."

  "마탑에 가서?"

  "하익, 힉. 흐으아아…"

  …라고 말하려 했는데.

  음란한 몸뚱이는 고작 손가락 몇 번 좀 쑤셨다고 속옷과 옷을 적셔버렸다. 나는 몽롱한 얼굴로 숨을 쉬었다.

  "네가 지금 올라갈 곳은 내 다리 위 같은데."

  "하아으… 으븝. 츄읍…"

  내 턱을 들어 혀를 집어넣는다.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며 흥분감을 더해갔다. 슈리엘은 계속해서 혀를 섞더니, 수십 초가 지나서야 마침내 입을 거두었다. 그는 내 허리를 집더니 훅, 하고 들어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대답은?"

  "네, 네혜에…"

  마탑은 그 말대로, 마도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모이는 탑이다. 제국엔 총 네 개의 탑이 존재하고, 탑이 다루는 마법의 분야에 따라 적,청,흑,백의 색으로 나눠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적색 마탑은 압도적으로 인지도가 높았다.

  세상의 모든 불을 다룬다는 다소 광오한 표현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은 적색 마탑은, 모험가의 도시인 브리도니아에서 멀리 떨어져있지 않아 입문하기가 굉장히 쉬웠기 때문이었다. 모험 도중 마나를 각성해 마법에 뛰어드는 사람 또한 많아 인원도 네 개의 탑중 가장 많았다.

  반면, 다른 마탑들은 '접근성'이랄 게 많이 부족한 편이었다.

  물과 얼음을 다루는 청색 마탑은 수룡 루피나르가 잠들어있다는 남부 대해양 연안에 위치해 있고, 백색 마탑은 동부, 그것도 수도 탈레온에 인접해 있어 일반인이 쉽게 가기가 힘들었다.

  흑색 마탑은… 사실, 접근성은 이곳이 제일이고 적극적인 홍보와 더불어 대우도 가장 좋지만, 배운 것만으로도 최대 사형에 이르는 사술 '흑마법'과 이름이 겹치는 바람에 인식이 바닥을 기었다. 그 덕에 유입이 가장 적은 탑이기도 했다.

  내가 오르기로 한 탑은 적색 마탑이었다. 나 같이 연고도 없는 무근본 마법사가 몸을 담기엔 적색 마탑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옷자락 놓치지 않게 입에 잘 물어야지?"

  "하아, 하으으…."

  나는 능욕을 당하면서도 착실하게 계획을 짜고 있었다. 슈리엘의 다리 위에 올라타 대면좌위로 체위를 바꾼 뒤, 치맛자락을 입까지 올려 단단히 고정한다. 침이 질질 흐르며 옷자락이 축축해졌지만, 그보다 더 많은 애액이 시트를 적셨다.

  슈리엘은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발산이라도 하려는 요량인지 평소보다 더 난폭했다. 분명 심마가 해결되고 정신도 멀쩡할 터인데 자연스럽게 목을 움켜쥐는 등의 행동을 취한다. 아마 나와 함께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이러면 내가 슈리엘을 조교한 게 된 건가?

  …깊게 생각하지는 말자.

  약간 굴곡을 이룬 배, 그 위에 작게 패인 배꼽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슈리엘의 물건은 하늘 위로, 우뚝 선 채 배꼽과 맞닿아 있었다. 안까지 전해지는 불처럼 뜨거운 온도. 하아아, 하고 미약한 신음을 흘린 나는 떨리는 눈동자로 길이를 재봤다. 자지는 배꼽을 가볍게 넘겼다.

  "넣어라. 손은 쓰지 말고."

  "네, 네헤. 흐, 흐긋."

  그는 내가 '스스로' 삽입하고 헐떡이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신체에 제약을 두는 건 악취미였고. 하여튼 나를 완전히 정복한 느낌이 든다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시선을 귀두에 고정하고 열심히 자세를 높인다. 손을 쓰지 못하니, 온전히 하체만 들어 삽입을 해야 했다. 당연하게도 쉽지 않았다. 이게 가능한지도 의문이었고.

  내가 몸을 비틀고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슈리엘이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찌어찌 모양을 맞춰 삽입 직전까지 간다면 옷 사이로 슈리엘의 손이 들어와 유두를 꼬집고 비튼다. 고의성이 다분한 방해였다. 나는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고, 힘이 빠진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쿵, 하고 떨어지는 엉덩이. 나는 옷자락을 문 입에 힘을 주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무리 난폭하게 다뤄져도 항상 숫처녀처럼 꽉 다물어진 보지에 슈리엘의 자지를, 저 배꼽을 넘기는 거대한 물건을 넣기란 쉽지 않았다.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균열 덕에 빗나가기 일쑤였고, 그 결과 기둥에 열심히 클리토리스만 비비는 음란한 내가 비추어질 뿐이었다. 

  …사실,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하기를 거부할 뿐이지 몸으로는 착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정신의 굴종, 육체의 굴복. 누가 우위에 있는지 확실히 몸에 새기는 과정.

  "흐이잇……."

  허락 없이는 삽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이 나락까지 떨어진 자태에 나는 비굴하게도― 웃으며 환호했다.

  "다, 다해써요. 너, 넣을게여어…."

  "하…! 이제야 준비가 끝났구나."

  노력 끝에 균열에 귀두를 맞춘 나는 슈리엘을 올려다보며 '칭찬'을 요구했다. 마치 애완동물과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애완동물에게 향하는 기본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그보다 못한 성처리 인형에 불과했지만, 나는 이 일련의 행위로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버렸다.

  이렇게 인간이기를 포기하면. 육신과 영을 상대방에게 넘겨버리면. 그 비참함과 절망감은 뇌를 태울 정도로 짜릿한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마약 맞은 창녀처럼 헤실헤실 웃으며 허리를 내렸다.

  ―쑤우욱!

  "흐, 흐긱…?!"

  과할 정도의 전희로 한계치까지 흥분한 몸은 저 거대한 물건을 한 번에 삼켜버렸다. 슈리엘의 자지는 한껏 풀어진 질벽을 긁으며 내려온 자궁을 단숨에 올려쳤다. 눈앞이 하얘진다. 나는 숨 쉬는 것조차 잊고 슈리엘의 등을 꽉 끌어안았다. 호흡 곤란. 의식이 흐릿해지며 꿈꾸는 것 같은 몽롱함이 급습한다.

  "하악, 흑. 흐으. 수, 숨."

  "진정 됐나?"

  "하아, 하으. 하아…."

  겨우 정신을 차려 시선을 내리면 배꼽 위로 무언가 툭 튀어나온 무언가가 보였다. 저건, 슈리엘의 자지였다. 한계까지 밀어붙인 자지가 살을 누르고 툭 튀어나와버린 것이다. 내가 그것을 알아채고 경악하기도 전에, 슈리엘은 허리를 뒤로 빼며 왕복을 시도했다.

  "하, 하긱. 자, 잠깐―"

  "여기서 더 기다리라고? 잠든 너를 기다리느라 사흘이나 썼는데, 이보다 더 기다릴 수는 없지."

  "헤윽, 흐이이잇…?!"

  더 이상의 기다림은 없었다. 슈리엘은 허리를 치대며 여린 속을 마구잡이로 희롱했다. 압도적인 크기로 인해 속살이 자지에 붙어 딸려 나올 정도였지만. 그는 '이따위' 문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쯧. 가만히 좀 있지 못하겠나?"

  "켁, 큭. 흐극, 흐끄으…."

  슈리엘은 내가 아찔한 고통에 발버둥 치자 목을 움켜잡곤 오나홀을 쓰듯 위아래로 몸을 흔들었다. 한 번 삽입할 때마다 아래로 물이 터져 나온다. 숨을 쉬지 못해 거칠게 다리를 흔들면, 오히려 질내만 수축해 자극을 더하는 꼴이 됐다. 장난스레 목구멍을 움켜쥐면 변태같이 보짓구멍을 조이니 장난감과 다름없었다.

  그는 결국, 내가 움직일 힘까지 다 소진해버리자 마차 시트에 눕혀 제멋대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익숙한 과정이었다. 악취미적 장난에 어울리다, 끝내 삽입을 하면 얼마 가지 못하고 뻗어버리는 허접한 조루 보지. 마지막은 늘 오나홀처럼 사용되는 결말이었다.

  "뿔 때문에 이짓도 오래 못하겠… 음?"

  슈리엘은 마차 천장에 뿔이 닿아 연신 짜증을 내다, 내 가슴에 시선을 고정하곤 이상한 신음을 냈다. 하지만. 그 덕에 겨우 숨 쉴 틈이 생긴 나는 허리를 비틀어 그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애액이 말라붙어 끈적한 허벅지를 필사적으로 움직여 자지를 빼내려 시도한다. 그러나, 자지가 빠져나올 때의 쾌감을 이기지 못해 몇 번이고 가버려 결과적으론 실패였다. 슈리엘은 이 음란한 몸뚱어리에 헛웃음을 보내더니, 이윽고 양어깨를 눌러 시트 바닥에 고정했다.

  "가만히 있어봐라."

  ―쫘아악!

  그는 입고있던 상의. 아니, 거의 다 헤져 젖가리개 역할을 할 뿐인 옷을 찢어발기곤 커다란 유방을 움켜쥐었다. 양손 가득히 차는 부드러운 살덩이. 아름다운 선을 그리는 매끄러운 쇄골부터 이어진 도담한 가슴은 그 모양은 물론이고, 살에서 나는 젖 내음마저 풋풋해 청초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슈리엘은 피스톤질을 멈추더니 돌연 가슴을 움켜쥐었다. 손톱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 그리고 난폭하게. 그러면서도 가슴에 고정한 시선을 바꾸지 않았다.

  "호오…."

  그리고.

  그가 그 커다란 살덩이를 한 움큼 쥐어 꽉 쥐어짰을 때.

  ―찌익.

  샛노란 액체가 슈리엘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정확히 슈리엘의 뺨에 직격한 액체는 주르륵 내려가더니 이윽고 입술을 침범했다. 그는 무심하게 눈동자를 내려 그 정체 모를 액체를 바라봤다.

  "으에, 으?"

  몇 초 후. 슈리엘이 입술을 핥아 샛노란 액체를 입에 집어넣었을 때.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모유?"

  모유.

  환상세계에서 겪은 환상이 아니라, 정말 현실에서 나온 모유였다. 나는 분홍빛 꼭지 근처에서 흐르는 희멀건 한 액체를 보며 입을 벌렸다. 아직 애도 안 낳았는데 모유라니? 설마, 몸이 세계수에서 아이를 만난 걸 출산으로 착각한 건가? 재구축을 하다 말다를 반복해 호르몬이 꼬일 대로 꼬인 몸이지만, 이렇게 심하게 꼬일 줄은 몰랐다.

  "모유라는 게 원래 이렇게 색이 진한 건가?"

  당연하지만.

  내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서로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재구축이란 사기 기술로 몸을 롤백시킬 수 있는 내게 호르몬 문제는 위기조차 아니었다. 슈리엘도 이를 알았다.

  "호오…."

  

  그래서 더욱.

  장난기가 발동한 듯했다.

  "아으, 흣. 슈리, 엘?"

  "내가 모유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상당히 달콤하구나."

  유두를 깨물어 비틀 때마다 모유가 뿜어져 나온다. 슈리엘이 평가하길, 색과 맛이 비정상적으로 좋은 모유였다. 보통 이렇게까지 진하거나 달콤하지 않다고 했는데… 아마 몸에 내재된 막대한 양의 마나 때문이 아닐까.

  '마나가 풍부하다'라는 건 거의 모든 면에서 이로운 쪽으로 작용하는 법이었다. 그것은 맛은 물론이고 종족의 외모, 물건의 품질까지. 이 세계에 미남미녀가 많은 이유이기도 했다. 악마가 하나같이 다 미남미녀인 것도, 기사와 마법사들이 대체로 잘생긴 것도. 전부 마나 덕분이었다.

  "그, 그마안… 그, 그거. 에엘, 린. 건데에…"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렇게 우유통처럼 빨리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하앙, 흐. 흐으."

  모유로 범벅이 된 가슴은 얼마나 빨아들였는지 유륜이 잇자국 투성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묘하게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모성애가 뒤틀려 작용한 결과였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몰려들었지만 그를 상쇄하는 만족감이 뇌를 지배했다.

  이상했다.

  절대로.

  이건 절대로 정상적인 감정이 아니었다.

  슈리엘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모유를 맛보느라 삽입에 집중하지 못했다. 초반의 격한 허리 놀림은 사라지고 미적지근한 피스톤질만 남아있다. 그럼에도 속을 꽉 채우다 못해 툭 튀어나오는 슈리엘의 자지는 그대로라 숨이 턱 막히기도 했지만―

  "헤, 헤헤…."

  이상하게도.

  웃음이 실실 새어 나왔다.

  나는 슈리엘의 뒤통수를 꼭 끌어안으며 실없는 웃음소리를 냈다. 어딘가 망가진 듯한 웃음소리가 마차 안을 채워간다. 그가 아이처럼 젖을 빠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속 어딘가 근질근질하며 몸이 달아올랐다.

  "마, 마시써요…?"

  "…."

  "…흐, 흐익. 이긱?!"

  약간 풀어진 분위기를 틈타 물어보자, 그는 젖 빨기를 멈추고 다시 피스톤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좁은 구멍을 억지로 확장하며 질내를 유린한다. 대답하기 창피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분위기에 휩쓸려 아이처럼 젖을 빨고 있던 걸 순간 잊어버린 걸까. 어느 쪽이든 대답하기 곤란해 삽입으로 대신한 것일 수도 있었다.

  "상관없다고 말했으니… 안에다 싸겠다."

  "흐익, 흑. 하으…."

  마지막까지 이전 질문의 대답은 없었다. 대신, 더욱 거칠어진 허리 놀림이 돌아왔다. 한계까지 부푼 자지가 움찔거린다. 익숙한 사정의 전조였다. 나는 그가 수월하게 사정할 수 있도록 다리를 벌려 슈리엘의 등을 휘감고, 체급으로 완전히 찍어누를 수 있게 몸의 힘을 풀었다. 조금의 실수도 없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부르르륵…!!!

  "흐아, 하아아앙…!!"

  "큭…!"

  사정은.

  속에서 정액이 꿀렁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세찬 사정이었다. 사정과 함께 근육이 수축한다. 동시에 입에서도, 가슴에서도, 정액으로 채워지고 있는 아랫구멍에서도. 온갖 물들이 새어 나왔다. 침과 모유, 그리고 애액. 몸에 있는 마나만 아니었다면 진즉에 탈수로 죽었을 정도로 많은 물이 흘러내렸다.

  "하아, 하으. 흐으…."

  "하아아…."

  육체적으로 실신해버린 나는 정신만 멀쩡할 뿐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재구축으로 망가진 근육을 되돌리면 회복할 수는 있었으나…

  "헤, 헤으으…"

  …이 무력감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성황청의 장거리 이동 술식은 편도. 갈 수는 있어도 돌아갈 수는 없다. 그 탓에 제국 극서쪽 실베흐린 대삼림에서 성황청으로 돌아가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성황청은 제국 동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제국을 거의 횡단하듯 마차를 타야 하니 그에 걸리는 시간과 식량. 소모되는 인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정액 때문에 조금 찝찝한데… 다음 역참은 언제쯤 도착하나요?"

  "…장거리 교역 길이라 다음 역참까지 조금 걸릴 거다. 못해도 네 시간이야."

  "네 시간이요? 후으…."

  정액과 모유로 엉망이 되어버린 마차 안.

  한바탕 즐긴 건 좋았지만, 갈 길이 멀어 신속한 뒤처리가 불가능했다. 나는 다리 사이로 흐르는 정액을 빼내며 끙끙거렸다. 마법으로 빼내지 못한 정액들은 일일이 손가락으로 빼내야 했는데, 질내를 긁는 쾌감에 가버리기라도 한다면 도루묵이었다. 다시 애액으로 더러워지니까. 이럴 때면 바보같이 쾌락에 솔직한 몸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나는 이대로라면 가버릴 것 같아 질내를 비틀고 긁던 손가락을 빼냈다. 다리는 아직도 정액과 모유로 축축하다. 흡사 매음굴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었다. 슈리엘도 조금 너무했나 싶었는지 말을 아끼고 있었다.

  음탕한 암컷 냄새가 코를 찌르는 밀폐된 공간에서, 무려 네 시간을 버텨야 한다니 벌써 한숨이 나왔다. 유일하게 바람을 쐴 수 있는 마부의 옆자리는 칼버드의 전용석이 되어버린 지 오래라 얌전히 이곳에 처박혀 있어야 했다. 클린 마법을 쓰면 되지 않냐고? 그건 날 깨끗이 하는 거지 주변을 청소하는 마법이 아니다.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움직이는 마차를 청소하는 건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가 요구됐다. 

  "하아…."

  한마디로 귀찮았다.

  같은 맥락에서 장거리 텔레포트도 무지하게 귀찮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의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다. 땅을 들어 수천km를 옮겼으니 정신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웬만하면 다시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옷을 재구축하기도 귀찮았던 나는 그냥 찢어진 옷 그대로 등을 기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네 시간 동안 이렇게 있어야겠다.

  "아으…?"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나는 속옷이 끊어졌음에도 탱글탱글하게 솟아오른 가슴을 멍하니 바라봤다. 슈리엘의 잇자국이 마구잡이로 새겨진 복숭앗빛 유륜. 그리고 그 한가운데 봉긋하게 솟아오른 꼭지. 그 주변에서 희멀건 한 액체가 뚝, 뚝, 하고 떨어지고 있었다.

  "슈, 슈리엘?"

  "…왜그러지?"

  "그게에… 모, 모유가아…."

  모유였다.

  나는 양손으로 가슴을 받치며 어쩔 줄을 몰라하다, 곧 의미 없는 발버둥이란 걸 깨닫곤 다시 등을 기댔다. 어차피 정액과 모유 투성인 마차. 거기에 몇 방울 더 떨어진다고 바뀌는 건 없었기 때문이었다. 샛노란 우유가 가슴 굴곡을 타고 아래로 흐른다.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눈을 감고 머리를 기댔다. 슈리엘의 어깨였다.

  "하아….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가는 여자구나."

  "으흣, 읏? 슈리, 엘?"

  길게 한숨 쉰 슈리엘은 나를 번쩍 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전과 다르게 배면좌위였다. 겨드랑이 사이로 양손을 집어넣은 그는 커다란 손바닥으로 우악스럽게 유방을 움켜쥐었다.

  "정말이지. 젖소가 따로 없구나."

  "그, 그런 말 하면… 하으으…."

  그러자 쭈우욱 하고 짜지는 모유.

  모유는 짧은 호선을 그리며 바닥을 적셨다.

  나는 미약한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모유가 동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가슴을 쥐어짤수록 더욱 많은 양의 모유가 뿜어져 나왔다. 나는 이 기현상에 잠시 멍을 때리다가 곧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체내 마나가 수분을 자동으로 보충한 탓이었다. 모유는 조금 다른 개념이었지만, 맥락적으로는 같은 이유였다.

  나는 딸아이 말대로 반 정령체였다. 마나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세계수같은 천외천의 존재가 마나 순환을 막지 않는 이상 애액도, 침도, 모유도 마를 일이 없었다. 슈리엘의 말대로 젖소와 다름이 없었다.

  "으응… 슈리엘. 자, 잠시만요오…."

  이 모든 짓이 무의미한 행위임을 깨달은 나는 자세를 돌려 다시 대면좌위로 돌아갔다. 슈리엘의 시선을 보며 손을 저지한다.

  "으음. 짠다고 해서 동 날 것 같진 않아요. 절 두들겨 패서 기절시키는 게 더 효과가 좋을 걸요…? 아마도요. 하여튼 계속 짰다간 마차가 모유에 잠겨버릴지도 몰라요."

  농담이 아니었다. 지금도 뚝뚝 흐르고 있는 모유는 체내 마나의 결정체였다. 그 말은 즉슨, 마나가 동나기 전까진 흐르길 멈추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내 마나는 무한에 가까우니… 진짜 잠길 수도 있었다.

  "이걸 어쩌면… 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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