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하, 흐. 으?"
"…기대되는구나."
뭐가 기대된다는 거지?
마약이라도 먹인 건가…?
빈 병을 내던진 슈리엘은 허벅지를 잡고 뒤로 눌러, 다리가 목 뒤를 향하게 했다. 몸이 기괴하게 비틀렸지만, 워낙 유연한 몸이라 힘이 들진 않았다.
슈리엘은 물건을 꺼내 삽입 준비를 했다. 앙다문 보지 사이로 흐르는 애액을 바르고, 꾹 닫힌 균열 사이로 귀두 끝을 집어넣는다.
그런데.
"…으극?"
몸이.
이상, 했―
"하― 하기익―?!"
―스윽. 슈리엘은 자지를 한 번에 집어넣지 않고, 그대로 위로 미끄러트려 자지와 클리토리스 마찰시켰다. 클리토리스는 난폭하게 튕겨지며 전자극과 같은 쾌감을 만들어냈다.
찌이익! 애액이 터져 나온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성대하게 가버렸다. 목줄을 당겼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충격. 눈이 뒤집히고 혀가 삐져나온다. 클리토리스를 튕겼을 뿐인데, 숨도 못 쉴 것 같은 쾌락이 찾아왔다.
'…민감, 해졌어.'
평상시의 두 배? 아니, 수십 배? 얼마나 민감해졌는지 측정조차 어렵다. 성흔의 탓일 확률은 낮았다. 아마 슈리엘이 먹인 물약이 원인일 테지.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위, 위험해에….'
저걸 넣었다간.
'주거, 주거어….'
진짜, 죽을. 지도―
"…넣겠다."
"히, 힉?!"
―쑤우욱!
슈리엘은 이를 꽉 깨물며 골반을 내리찍었다. 홍수처럼 쏟아진 애액을 윤활유 삼아 뿌리 끝까지 집어넣는다. 하복부를 가득 채운 자지는 배를 튀어나오게 할 정도로 거대했다. 나는 몸을 반으로 쪼개는 듯한 착각을 받으며, 또 척수가 끊어지는 것 같은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꺽꺽댔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눈앞이 새하얘져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그렇게 멍한 얼굴로 천장만 바라보다, 돌연 인중 사이로 비릿한 혈향이 느껴졌다. 나는 멍청하게 그걸 입으로 받아먹다 곧 그것이 내 코에서 흐른 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삽입의 쾌락을 버티지 못한 몸과 뇌 때문이었다.
"…넌 저년처럼 바로 기절하지는 않았구나. 쓸만한 몸뚱이라는 건가? 좋다.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기대되는구나."
"아, 아으 아."
이제 고작 첫 삽입이라는 것이다.
* * *
미약을 먹은 유진은 고작 다섯 번의 피스톤질을 버티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다. 한 번 자궁을 찌를 때마다 무언가 중요한 게 끊기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더니, 사정 직전에 이르러선 어떤 반응도 없는 인형이 되어버렸다.
슈리엘은 유진의 자궁에 무려 다섯 발을 사정했다. 이 모든 게 삼십 분 채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는 놀랍게도 멀쩡했다. 슈리엘의 자지는 아직 건재했다. 세르티의 창고에 있던 정력제 덕분이었다.
"큭…"
정액으로 약간 부풀어 오른 배. 유진은 정신이 끊어졌음에도 정액과 자지를 놓지 않았다. 자지를 뒤로 당기면 속살이 삐져나올 정도로 꽉 붙잡았다. 겨우겨우 자지를 빼낸 슈리엘은 유진의 보지에 마개를 끼운 뒤 절대로 뺄 수 없게 줄로 묶기까지 했다.
"으븝…"
멀리서 들리는 신음.
슈리엘은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신을 구속당한 채 구석에 처박혀 있는 세르티가 보였다. 눈을 가린 안대, 그리고 팔다리를 묶은 밧줄. 보지와 항문엔 진동 딜도가 꽂혀 있었다. 정사 도중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슈리엘에 의해 곧바로 제압당했고, 이 꼴이 되었다.
슈리엘은 아무 반응 없는 유진을 보며 세르티를 풀어줘야 하나, 하고 고민했다. 생명에 지장이 있는 플레이라면 세르티의 조언을 듣는 게 맞았다.
하지만. 팔다리가 잘린 채 며칠 동안 상자 안에 있었던 유진을 기억해내자, 이내 머리를 흔들고 도구를 꺼내 다음 작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슈리엘은.
유진이 정말 목숨을 내던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섹스지 않은가. 그녀가 아무리 중증 마조히스트라 해도, 이런 하찮은 것에 목숨을 걸 정도의 광인은 아니리라. 팔다리를 재구축할 수 있을 정도의 마법사라면, 죽음 직전에 몰렸을 때를 대비한 대책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슈리엘은 몰랐다.
유진은 늘 찰나에 목숨을 걸었다. 대책을 세워도, 당장 목숨이 위급하지 않으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게 더 흥분되니까.
실로 광인다운 사고방식이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자아를 유지하고 있었다. 유진이 지금까지 목숨을 유지한 건 기적에 가까웠다.
'팔다리는… 잘라야겠지.'
슈리엘은 유진이 심각한 가사假死 상태에 빠진 것도 모르고,
'무릎과 팔꿈치 아래 정도면 적당하겠군.'
팔다리에 난 밧줄 자국을 절취선으로 이용할 생각뿐이었다.
* * *
에일린의 심상세계는 거대한 물웅덩이와 같았다.
당장 바닥을 내려다보면 발목까지 물에 잠겨있고, 허공에 손을 뻗으면 물방울이 떠오른다. 물이 아닌 것을 뽑자면 구름 한 점 없는 흑백색의 하늘과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희미한 빛이 다였다.
하지만 이 정도도 감지덕지였다. 세계수의 도움으로 심상세계를 열기 전엔 정말 어둠뿐이었으니까.
다만, 이곳이 어떤 원리로 생성됐는지는 에일린 본인도 몰랐다. 감히 추측하기를, 이곳은 무의식을 추출한 공간이거나 양수를 형상화한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흐흥~…."
어디를 가든 똑같은 풍경.
에일린은 자신과 엄마의 머리색인 빨강을 유독 좋아했지만, 하늘은 늘 어두웠고 땅은 투명해 빨강처럼 밝은색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에일린은 물웅덩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고민했다. 엄마처럼 팔을 잘라보는 게 어떨까, 하고. 자신은 심상세계의 환영일 뿐이나, 팔을 그으면 피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관뒀다.
'…재미없어.'
팔을 잘라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빨간색이 마구 흐르는 건 마음에 들었지만, 팔이 없는 건 불편하기만 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해선 엄마가 이런 짓을 왜 좋아하는지 알지도 못했다.
정말이지 정신병 걸리기 딱 좋은 공간이다. 그래서 에일린은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취미를 즐기고 있었다. 이 무료한 공간에서 명상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계수 아줌마가 몸을 만들어주기까진 아직 삼 개월이나 남았다.
"에잇."
손을 뻗어 물방울을 생성한다. 조막만 한 물방울은 손가락 끝에 달라붙어 대롱대롱 매달렸다. 에일린은 정신을 집중하며 손을 튕겼다. 태동하는 마나의 흐름. 저 멀리 날아간 물방울은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에 스며들었다.
―퐁당.
새하얀 원을 그리며 파동이 인다. 물방울이 떨어진 곳은 부글부글 끓더니, 곧, 심상세계가 아닌 다른 곳을 비추기 시작했다. 에일린은 그 앞에 쭈그려 앉아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고 미약한 기대감을 느꼈다.
에일린의 유일한 취미.
엄마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
기억을 읽는 것은 관뒀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다른 이의 기억을 읽는 건 실례되는 행동이었다. 엄마도 많이 부끄러워하는 듯했고.
그리고 유진의 기억이라 해봤자 별로 유익한 것도 없었다.
자해하고, 강간당하고. 그게 아니면 사람을 죽이거나, 방구석에 처박혀 있다.
그리고 그게 에일린의 전부였다.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자아는 끔찍하리만큼 성숙해 엄마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두 이해했지만, 결국 그게 다였다.
유진이 본 세상이 곧 에일린의 세상이었다. 그 닫힌 틀에서 바라본 세상은 결국 편협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에일린은 유진을 제외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지 못했다. 내심 엄마처럼 살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평범한 삶'이 무엇인지 물으면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가 자아를 각성한 기간은 너무 짧았다.
에일린은 거대한 스크린처럼 변한 수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엄마가 보는 세상을 보여줘!"
새로운 정보, 새로운 세상.
자신의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넓히기 위해서.
"…어두워?"
하지만.
수면 위로는 심연처럼 어두운 공간만 비추고 있었다.
'밤인가?'
헌데, 너무 어두웠다. 아무리 밤이라 해도 조금의 빛은 보이기 마련이다. 심지어 항상 보이던 마나의 흐름조차 보이지 않았다. 수면은 당황해하는 자신의 얼굴만 비출 뿐이었다.
'무슨 일이지…?'
설령 눈이 뽑히더라도 마나의 흐름 정도는 볼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면…. 이상했다. 에일린은 고민에 빠졌다. 상정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았다.
엄마가 의식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빈사 상태에 처해있거나, 아니면 정말 죽었거나.
'…아직 심상 세계는 붕괴하지 않았어. 엄마는 멀쩡해.'
후자는 곧바로 기각됐다. 에일린의 심상세계는 유진의 마나를 바탕으로 구축된 세상이다. 에일린의 마나를 이용해도 됐지만, 세계수는 오직 유진의 마나만 이용해 심상세계를 구축했다.
"…아!"
에일린은 손뼉을 치며 세계수가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늘 인자한 미소로 대해주던 세계수 아줌마가, 이례적으로 단호하게 밀어붙였던 일이기도 했다.
―아줌마. 근데 왜 엄마 마나를 쓰는 거예요? 들어가는 마나가 적지도 않은데… 혹시 방해되지는 않을까요?
―아서라. 아이는 아이답게 부모의 요람에서 자라야 하는 법이란다. 홀로 세상의 고난과 맞서는 것도 좋지만… 그런 영웅적인 이야기는 질릴 때도 됐지. 이번엔 조금 다를 거야.
―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어요! 저처럼 기특한 아이는 없을걸요?
―충고하건대, 그런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세상 빛을 본다면 좋지 않을 것이다. 네 어미의 즐거움을 빼앗지 말아라. 또한, 너는 네 어미가 느낄 최초의 낙을 위해 노력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으음. 너무 어려워요!
―…언젠간 알게 되겠지. 마지막으로, 이 한 가지만 기억하거라.
세계수가 입이 닳도록 얘기했던 말.
―비바람과 같은 아이야. 부디 네 어미가 엇나가지 않도록 순풍順風을 불려무나. 너는 등불이 되어, 네 어미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것이다.
엄마를 인도하는 등불이 되어라.
'지금이구나…!'
세계수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뭔진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할 때면 꼭 나서서 막아달라는 게 아닐까? 다시 아래를 바라본다. 자신의 얼굴 말고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수면…. 엄마가 '이상한 짓'을 하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에일린은 유진의 몸을 살펴보기를 주저했다. 혹여 엄마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게 아닐까, 하고 망설였기 때문이었다.
유진의 세계는 곧 에일린의 세계고, 유진이 이해한 세상이 곧 에일린의 세상이 되었기에. 에일린은 누구보다 유진을 잘 알았다. 자신이 나서서 막아봤자, '즐거움'을 깎아 먹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래도.
엄마가 죽는 건 싫었다.
싫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말한다면.
엄마는 그날로부터 모든 자기파멸적 행위를 끊을 테니까.
내가 엄마를 살려버리면.
엄마는 슬퍼할 게 분명하니까.
고통이라는 유일한 낙이 단절된 유진은 얼마 가지 않아 자아가 붕괴할 것이다. 이미 심각한 중독 상태다. 관둬봤자 더 강력한 금단 증상이 유진을 덮칠 테지. 에일린은 그것이 두려웠다.
'…몰래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엄마가 알 수 없게 몰래 하면 되지 않을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안해요 엄마! 몸 좀 살펴볼게요…!"
눈을 감는다.
에일린은 붕 뜨는 부유감 속에서 양쪽으로 손을 쭉 뻗었다. 손끝에 도란도란 맺히는 물방울.
그대로 왼팔을 시계 방향으로 반 바퀴, 오른팔을 역시계 방향으로 반 바퀴 돌린다. 물방울로 만든 궤적은 사라지지 않고 두 개의 반원을 만들어냈다.
"정신 연결… 시작할게요. 엄마."
사실, 연결보단 관음에 가까웠다.
유진 본인은 눈치채지 못하는 일방적인 연결.
아크 메이지인 유진의 오감을 속이긴 무척 어려웠지만, 에일린은 엘프도 보지 못한 세계수의 마법을 직관한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그리고 믿기지 않지만, 그걸 모두 흡수해버린 상태였다. 유진이 성황청의 장거리 이동 술식을 고작 일견一見에 베낀 걸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기도 했다.
그런 그녀에게.
제 어미를 속이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대체 뭔 짓을 한 거예요?'
에일린은 생각보다 처참한 유진의 상태에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팔다리가 뭉개진 정도라면 무시하고 지나가도 됐겠지만, 지금은 뇌와 코어가 손상이 된 상태였다. 머리는 산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심장에 박혀있는 코어는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