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리엘은 그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유진의 입에서 자지를 빼냈다. 아직 사정하지 않은 자지는 여전히 커다랬다. 유진의 침과 아직 떨어지지 않은 정액으로 범벅이 된 자지. 세르티는 그 커다란 물건을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모든 건 하룻밤 꿈처럼 지나갈 터이니.
날이 밝으면 모두 잊어버리면 된다.
"저도?"
"…한다구요."
"뭘?"
"들었잖아요! 다시 말하게 하지 마세요!"
슈리엘은 하, 웃으며 다시 유진의 입에 자지를 넣었다. 세르티는 이러다 날이 밝을 것이라 생각해 조금 커다란 목소리로, 성량 조절을 하지 못하고 삑사리까지 내며 말했다.
"저도 한다, 구요! 그거. 자지. 빨 테니까. 그, 저도. 유진처럼. 바, 박아. 주세, 요."
슈리엘은 점점 작아지는 소리에 큭큭 웃어댔다. 자신을 골탕 먹이기 좋아하던 신관이 저렇게 매달릴 줄이야. 오늘 밤의 모든 일을 잊을 각오로 임한 '나쁜 슈리엘' 연기였지만, 유진이나 세르티가 저런 모습을 보일 때면 종종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짓도 못 해 먹겠군.'
슈리엘은 극심한 자괴감을 느끼며 세르티를 침대로 내던졌다.
* * *
침대 위 두 마리의 암컷이 서로의 몸을 겹친 채 앙앙거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창밖을 바라보면 동이 트고 있었다. 못해도 네 시간은 계속 박힌 것 같았다. 나는 세르티의 몸 위에 올라타 고개를 떨구었다.
몸은 정액으로 엉망이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세르티의 몸까지 온통 정액투성이였다. 서로의 몸에서 풍기는 암컷 냄새를 맡자 다시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어, 라…?'
그런데. 언제부터, 세르티가. 있었지?
'…몰라. 아무래도… 좋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 날아갈 듯한 기분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었다. 부디 꿈에서 깨지 말지어라. 성흔의 부작용은 모두 해소된 지 오래. 하지만 더 즐기고 싶었다.
"아앙, 으응, 슈리엘. 좀 만 천천히…"
"헤우으… 하윽, 흐극…."
슈리엘은 나와 세르티와 동시에 범하고 있었다. 겹친 보지 사이로 끈적한 정액이 흐르며 뒤섞인다. 내가 바보처럼 가버리면, 곧바로 아래 깔린 세르티를 범한다. 침대는 더는 쓰지 못할 정도로 축축해졌다.
나와 달리 장기전에 능숙한 세르티는 끊임없이 박히면서도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역시 경험자는 다르다는 걸까.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는 건 조금 부러울지도 몰랐다.
반면 나는 정말 개처럼 헐떡이기만 했다. 정상적인 언어 구사라곤 '기분 죠아…' 밖에 없으니 참담한 노릇이다.
"어머, 유진. 정액. 하윽, 흘리면. 안 돼요?"
"으붑…?"
"아깝잖아요. 자, 입 벌려요. 제가 대신 먹을게요."
"츄흡… 휴읍…."
자궁을 두드리는 충격 속에서. 세르티는 입술을 맞대고 혀를 집어넣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세르티와 입을 섞었다. 그녀의 침은 약간의 복숭아 맛이 났다. 그녀는 그렇게 침과 정액을 교환하고 목구멍 너머로 꿀꺽 삼켰다.
흘러내리는 정액을 키스로 교환한다. 돈주고도 못 볼 매혹적인 광경에 슈리엘의 자지가 부푼다. 나는 흐릿해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발버둥쳤다. 안 그래도 빡빡한 질내가 더 수축한다. 슈리엘은 자지를 터트릴 기세로 짜내는 음란한 보지에 화를 내듯 허리를 내려쳤다.
자궁 안은 이미 정액으로 가득했다. 더는 들어갈 곳도 없는 상태에서 커다란 자지가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자 푸슉, 하고 정액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세르티의 보지로 정액이 폭포수처럼 흐른다.
키스를 마친 그녀는 나머지 손으로 자위를 시작했다. 자신의 보짓구멍으로 흐른 정액을 마구 집어넣고, 손가락을 이용해 거칠게 쑤신다. 노골적인 유혹이었다.
슈리엘은 세르티의 유혹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녀를 혼내주려면 우선 나부터 보내야 했던 그는 사정을 위해 더욱 빠른 속도로 허리를 흔들었다. 나는 배를 쿵쿵 찌르는 기다란 자지에 눈을 까뒤집으며 다리를 벌렸다.
한 번 찌를 때마다 정액이 역류한다.
하지만 뱃속이 비워질 일은 없었다.
"하긱, 끄흣?"
―부르륵!!!
빠져나간 정액만큼 새로운 정액이 들어오니까. 이번에도 상상을 초월한 양이었다. 그가 초인이고, 아무리 정력제를 먹었다 해도 말도 안 되는 양이긴 했다.
"햐앙, 하앙…!"
슈리엘이 내게 사정했을 때. 나와 세르티는 동시에 가버렸다. 허리가 활처럼 휘며 씹물이 터져 나온다.
"흐헤, 헤윽, 흐극…."
자지를 뽑자 가득 차 있던 정액이 세르티의 보지를 더럽혔다. 나는 세르티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미약한 숨만 내쉬었다. 탈진이다. 그녀는 색색거리는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었고, 곧 나처럼 될 미래의 자신을 기대하며 다리를 벌렸다. 털 하나 없이 매끈한 보지는 그렇게 쑤셨는데도 일자로 꾹 닫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혀를 차며 손을 저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슈리엘. 아니, 대행자."
"…뭐지?"
"이제 잠에서 깰 시간이에요. 밖 좀 보시겠어요?"
"…."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봤다.
―짹짹, 짹.
귀여운 새소리. 해는 이미 거의 다 떠올라 아침을 예고하고 있었다. 나는 세르티의 몸에서 스르륵 떨어져 눈을 감았다. 이제 끝이구나. 고작해야 하룻밤인데, 못해도 일이 년은 지난 것 같았다.
"하아… 알겠습니다 '신관님'."
슈리엘은 말하기가 무섭게 옷을 챙겨 입었다. 준비해둔 물로 대충 몸을 씻은 그는 평소의 슈리엘로 돌아왔다. 자신의 애검 카라반을 들고 언제 그랬냐는 듯 엄숙한 자세로 세르티에게 묵례한다. 정액과 애액투성이인 주변과 정말 안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유진. 너도 정신 차… 흠. 들리나?"
"우으에… 우으…"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짧은 팔다리로 바둥거렸다.
* * *
"유진.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대행자도. 후후. 참 절륜하시더라고요. 뒷정리는 제가 다 할 테니 마음 놓고 돌아가세요."
나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린 팔다리는 세르티에게 복구 받았다. 재구축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튼튼하다는 건 알지만 어느 정도 경지인지 몰랐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어 보여 얌전히 치료받았다.
그 후의 뒷정리는 신속했다. 좀 과격한 방식이었다. 세르티는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것으로 방 안의 모든 물건을 없애버렸다. 정액도, 더러워진 침대도, 다 헤진 카펫과 정체 모를 도구들도 전부 먼지가 되어 소멸했다.
어떻게 했냐 물으면 성황청 내부에서만 쓸 수 있는 권능 중 하나란다. 생명체에게 쓸 수는 있지만, 저항이 조금만 있어도 실패한다나 뭐라나.
"루셸리니로 향하는 이동 술식은 어딨는지 아시리라 믿어요. 그럼."
세르티는 입가를 가리곤 후후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께 신의 축복과 무한한 영광이 있기를. 그리고 대행자 루셸리니, 아마 삼 일이면 뿔을 조사한 정보가 루셸리니로 넘어갈 거예요. 그리고 곧 대회의 열리는 거 아시죠? 꼭 참석해야 해요? 정확히 십 일 뒤에요. 앙그리드랑 프루카이스도 온다구요?"
"…말하지 않아도 갈 생각입니다."
"…."
"…."
얘기를 마친 둘은 묘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아마 오늘 밤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게 아닐까. 나는 저 시선에 끼기 싫어 적당한 자리를 찾고 그곳에 피신해 있었다.
몇 분 후.
들리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지친 표정의 슈리엘이 내게 손짓했다.
나는 총총걸음으로 그를 따라갔다. 말은 하지 않았다. 오늘 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매달린 것도 아마 처음이 아닐까. 미궁에서 미약에 절여졌을 때도 이렇게 절박하진 않았는데….
"…."
"…."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동 술식에 선다. 저 멀리 세르티가 보였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얼핏 명량해 보일 수 있었으나 속에 능구렁이가 있다는 사실을 요근래 뼈저리게 깨달았다.
슈리엘은 멍하니 허공을 보며 목적지를 읊었다.
"…루셸리니 령, 제 2지구 신전. 담당자는 부신관 셰멜."
마법진이 빛난다. 루셸리니 령 2지구 신전에서 이동 승인을 내렸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앞을 보기도 힘들 정도로 빛나는 마법진 위에서 소소한 담소를 나누었다.
"셰멜 만나면 인사나 해야겠네요. 할 말이라도 있어요?"
"저택으로 돌아가면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처리해야 해. 인사할 시간도 없다. 그보다, 너는 브리도니아로 돌아갈 생각인가?"
"아마도요. 적색 마탑만큼 오르기 편한 곳이 없으니까요."
"…너 정도면 마탑주 자리는 가볍게 꿰찰 수 있겠지."
아마 마탑주 자리를 가볍게 넘보는 마법사는 나밖에 없을 거다. 나는 수줍게 웃으며 답했다.
"칭찬 고마워요. 사실 황궁 직속 마법 부대에 들어갈 생각도 해봤는데, 역시 프리랜서가 낫겠더라고요."
"프리랜서가 뭐지?"
"…말실수에요. 어디 소속되지 않고 돌아다니는 게 편하잖아요. 마탑도 제한이 있지만, 매달 성과만 내면 딱히 건들지도 않고요. 참고로 탑주가 될 생각은 없어요. 저는 정기 회의에 끌려가기도 싫고, 주목받는 것도 싫으니까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뭘 오르겠다는 소리냐. 명예를 얻겠다 하면서 포부가 부족해. 그러다간 물어뜯기기 십상이다."
인정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긴, 무른 사람은 자리를 지키기 힘들지. 인정하긴 싫지만 나는 무른 사람이다. 쓸데없이 착해빠진 바보.
다만.
"…저한테 개기는 놈을 내버려 둘 정도로 착하진 않아요. 쏟아지는 관심에 짓눌릴 정도로 연약하지도 않고요. 등반은 오직 제 의지대로 결정될 것이니 내려가는 것 또한 같아요. 장담하건대 그 누구도. 저를 움직일 수 없어요."
"하.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드는구나."
마법사는 괴짜가 많다. 성과를 훔치는 말종들도 많고,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남을 등한시 하는 싸이코도 많았다. 그래. 여기까진 개인의 성격이니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탑을 오르면 오를수록 '탐구욕'이 마법사의 뇌를 지배한다.
'마법사의 이성….'
내가 이 세계에서 눈을 뜨고 지금까지 경계하고 있는 빌어먹을 존재.
보통 마도를 추구하는 자들은 마법사의 이성에 몸을 맡긴다. 극한의 실리를 추구하는 반사회적 성격은 마법 추구에 더없이 적합하기 때문이었다. 이기적이기에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 개판 난 성격을 끝까지 유지하는 건 아니었다. 그들도 타협을 한다. 망가진 기계가 되지 않도록, 인간이었던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타협을 한다. 자신만을 바라보면 끝내 괴물이 되어버리니까. 미치거나 타락한 마법사의 말로는… 그닥 달갑지 않을 것이다.
고로 이것은 마법사에게 내려진 최후의 과제이다. 인간과 마법사 사이를 뛰넘으며 마침내 융합된 자아를 가지게 되는 것. 그곳에 도착한 사람은 많았지만, 나는 아크 메이지라는 칭호가 부끄럽게도 도달하지 못했다.
"하이라크한테 따로 인사는 안 할 게요. 신전에 도착하는 대로 브리도니아로 돌아갈 생각이니까요."
혹자는 연륜年輪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곳은 오래 산다고 도달할 수 있는 곳일까.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엘프와 드래곤은 수백년을 살아도 하나만을 바라본다. 오히려 백수白壽를 넘기지 못하는 단명종 인간이 그들을 뛰어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유진."
"네?"
"…돌아올 건가?"
"푸흐. 고작 그거 말하려고 그리 무게를 잡은 거예요?"
"…."
"그럼요. 물론이에요. 에일린도 당신을 무척 보고 싶어 하던데, 그냥 떠날 수는 없잖아요?"
"당신?"
"…잊으세요. 도련님."
나는 그것을 지혜라고 불렀다.
* * *
정말 오랜만에 루셸리니로 돌아온 나는 셰멜과 인사를 나누고, 은퇴 준비를 하는 칼버드와 마지막 식사를 나누었다. 아쉽게도 슈리엘은 없었다. 그는 머리에 난 뿔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거리에 나선다.
루셸리니의 거리는 한산했다. 쌍둥이 악마가 수인들의 나라를 침공했다는 소식이 퍼졌는지 조금 음산한 기운도 들었다.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돌바닥이 깔린 길을 거닐었다. 사람들은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처럼 활기찼지만, 얼굴 위로 떠오른 두려움을 숨길 순 없었다. 언젠가 자신들도 같은 꼴이 나는 게 아닐까, 하고 불안에 떠는 게 보였다.
동부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걸까. 서부였다면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에 불과했을 텐데, 이런 변화들이 눈에 속속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고통이여. 너는 모든 곳에 퍼져있구나.
서부에서 동부로 와도 바뀐 건 없었다.
바뀐 건 나 뿐이었다.
저택은 방문하지 않았다.
하이라크에게 눈도장이 찍힌 이상, 가봤자 슈리엘에게 폐만 끼칠 거다. 그리고 갈 이유도 없었다.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백작저의 등선을 보며 등을 돌렸다.
"이봐, 유진! 어서 갑세나. 마차가 준비됐다네."
"마지막까지 도와줘서 고마워요 칼버드 경."
"허허, 경이라니? 난 이제 일반인이라네. 주인의 배려 덕에 그토록 원하던 딸을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딨겠나."
"축하드려요. 은퇴 후에는 뭘 하신 건가요?"
다음에 만날 때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딸아이 결혼이나 시킬 예정이라네. 병도 거의 다 나은 듯 하고… 내 죽는 한이 있어도 손주는 봐야겠어."
"응원할게요. 아, 혹시 남편감은 구했나요?"
"물론이라네. 그동안 눈여겨봤던 가문이 하나 있었지. 파이커스 자작의 둘째 아들이라네."
"파이커스라면 포도주로 유명한?"
"파이커스 자작령을 아나? 주변 환경이 미치도록 아름답다고 소문이 자자하더구나."
반드시.
같은 높이에서.
서부로 향하는 마차는 평범했다. 칼버드는 이제 일반인이었고, 나는 배경 신분이 없어 고급 마차를 구할 수 없었다. 루셸리니의 이름을 빌리면 어찌어찌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았다. 어차피 나 혼자 타는 거기도 하고.
에일린이 있으니까 완전 혼자는 아니려나. 딸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올라왔다. 어쩐지 칼버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참고로, 그는 오지 않았다. 딸 만난다는 소식에 저렇게 기뻐하는데 눈치 없게 데려갈 수는 없잖아.
앞자리에서 말을 조련하던 마부는 담뱃대를 올리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브리도니아라. 꽤 먼 거리를 가는구려. 여행차 가는 건가? 아니면 귀향?"
장거리 이동은 익숙하지 않은 걸까. 마부는 필요한 식량이 가늠이 안 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하기야 동부에서 서부로 넘어가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 여기 죽치고 살아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업무차 가는 거예요. 돈 좀 더 얹어드릴까요?"
"아니. 됐네. 준다면 받기야 하겠지만, 지금 준 돈만으로도 충분해."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등을 기댔다. 중간에 식량이 떨어져도 딱히 상관없긴 했다. 어지러움을 감수하고 텔레포트를 하면 되니까. 멀리까지도 아니고, 근처 역참에 데려다주면 다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가도록 해요. 얼마나 걸리나요?"
"산적 같은 불한당 놈들만 없다면 빠르면 나흘. 우회로로 간다면 엿새. 어떤 길로 갈 거지?"
"전자로 할게요."
"…괜찮은 거 맞소?"
그는 산적을 걱정하고 있었다. 장거리 이동에 꼬이는 날벌레들. 헌데 용병도 없이 어린 소녀 한 명만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