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2화 (142/193)

  "너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단다."

  선악과를 권하는 뱀처럼, 세치 혀를 놀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다.

  "악마로서 죽을 것이냐."

  아니면.

  "인간으로서 살 것인가."

  어느 걸 선택해도 내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순 없었지만, 후자를 고른다면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부디 후자를 고르길 바라며 대답을 기다렸다.

  "…."

  잠깐의 망설임. 허나 결과는 뻔했다. 이렇게 심적으로 몰린 상황에서 전자를 고르기엔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 살려, 줘. 나, 난. 주, 죽고 싶지 않아아…"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낀다. 나는 그가 볼 수 없는 각도에서 저열한 미소를 지었다.

  "하아…"

  그래. 살려주겠다 했으니 어떻게든 살려줘야 하는 게 맞겠지. 하지만 악마로서의 삶은 끝내줘야겠다.

  업보 청산의 시간이다.

  ―꽈아악!!

  "헤극―?!"

  "금방 끝나. 좀 많이 아플 거야."

  "칵, 끅. 흡…."

  껴안은 그대로 벽으로 밀어붙인다. 나는 그가 충격에서 헤어나오기 전, 목을 움켜쥐어 움직임을 통제했다. 소악마는 속박에서 벗어나려 모든 힘을 쏟아부었지만, 목을 조여오는 압박에 숨도 쉬지 못하고 헥헥댈 뿐이었다.

  기절이라도 하면 안 되니… 빠르게 처리해야겠다.

  ―투둑.

  "끄윽―?!"

  뿔을 쥔 손에 힘을 가하자, 깜짝 놀란 소악마가 경기를 일으키며 발버둥 쳤다. 나는 그 필사적인 저항을 무시하고 더 강하게 힘을 주었다.

  ―쩌저적!!

  금이 가기 시작하는 오른쪽 뿔. 소악마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손발을 부르르 떨었다. 토마토처럼 붉어진 얼굴. 게 거품을 물고 경련한다. 나는 그가 기절하기 전에 서둘러 뿔을 집어 당겼다.

  ―콰득.

  소악마의 뿔은 예상보다 더 쉽게 떨어졌다. 본체가 약해서 그런지 저항력이란 게 없다시피 했고, 겁에 질려 반항할 생각조차 못 했기 때문이었다.

  "으극, 흑, 흐윽…"

  소악마는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쓰러졌다. 숨과 정신은 붙어있었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왼쪽 뿔도 남았는데 실신해버리면 곤란한데. 뿔 하나쯤은 맨정신으로 버틸 줄 알았더니…

  "내, 내 뿌울… 흐윽…"

  날아갈 뻔한 정신을 붙잡고 어찌어찌 일어난 소악마는 허전한 관자놀이를 만지더니 구슬프게 오열하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 서럽게 울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이리. 와."

  "흐끅. 자, 잘못해써요. 제, 제발. 사, 살려. 흑, 흐윽."

  "안 죽여. 살려준다고 했잖아."

  구석에 웅크려 벌벌 떠는 소악마에게 다가간다. 그는 내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나는 발치에 굴러다니는 뿔을 발로 으스러트리며 쭈그려 앉았다.

  "왼쪽도 내밀어."

  자비는 없었다.

  "아, 으, 제, 제발."

  "네가 고른 길이야. 번복은 없어."

  "아윽?!"

  ―휙! 머리칼을 잡아채 억지로 돌린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뿔. 방금처럼 목을 졸라 제압할까 고민했지만, 손끝만 닿아도 돌처럼 굳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아아, 악, 아아…"

  "소리 지르면 더 아파."

  ―콰드득…

  "아아… 아아아악―!!!"

  '뿔을 꺾는다' 라는 행위는 인간의 팔다리를 산 채로 잡아 뜯는 것과 같았다. 아니, 그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뿔에 모든 마나 회로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참고로 인간은 대부분의 마나 회로가 심장에 모여있다. 그러니까, 악마에게 뿔은 또다른 심장이었다. 부서진다고 신체 기능이 정지하는 건 아니지만,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걸 마법에 의존하는 악마에겐 사형 선고와 다름없었다.

  어떤 종족을 봐도 이런 기형적인 신체 구조를 가진 존재는 없었다.

  급소를 밖에 노출하고 다닌다니.

  악마를 만든 자가 있다면, 분명 악의와 증오로 그들을 빚어냈을 것이다.

  "끅, 끄윽…"

  신에게 저주받아 태어난 족속들.

  그것이 바로 악마였다.

  ―툭.

  멕아리 없는 소리와 함께 왼쪽 뿔이 떨어진다. 절단면이 보이지 않게 뿌리까지 뽑았다. 살점이 뭉텅이로 뽑히며 엄청난 양의 피가 흐른다. 문제는 없었다. 재구축으로 새로운 피부를 만들어주면 그만이니까.

  피투성이 얼굴을 씻긴 뒤, 찢기고 뽑힌 피부를 새로 만들어준다. 빈자리를 메꾸는 새하얀 피부. 어차피 잘 보이지도 않은 뿔이었다만, 그마저도 완전히 사라지니 평범하고 귀여운 소년만이 남았다.

  "하윽, 흐윽…"

  "진정됐어?"

  "나, 난… 죽을 거야… 뿔도 없이… 어떻게…"

  안 그래도 순둥하게 생긴 얼굴을 씻기니 더 순박해졌다. 수염도 없는 게 여자라 해도 믿을 지경. 나는 소악마의 눈물을 닦아주며 다시 한번 꼭 끌어안았다. 저항할 힘도 없는지 얌전히 품에 안긴다.

  "으음…?"

  그 상태로 등을 토닥거릴 때였다.

  눈을 내리자 시선 끝에 검고 기다란 무언가가 걸렸다.

  꼬리.

  소악마의 등허리에 달린 길쭉한 꼬리였다.

  '…맞아. 꼬리가 있었지.'

  꼬리 끝엔 스페이드 모양의 장식이 달려 있었다.

  전형적인 악마 꼬리였다.

  '이것도 잘라야 하나…'

  나는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며 별생각 없이 꼬리를 쥐었다.

  "하이이익―?!"

  그런데 예상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거, 거기. 만지면, 안대에…"

  "이게 뭔데?"

  "히기이익―?!"

  반응이 재밌어서 계속 잡아당겼다. 끝부분을 손가락으로 긁기도 하고, 애무하듯 살살 간지럽히기도 했다.

  "하, 하윽, 흣…"

  소악마는 얼굴을 붉히고 몸을 기댔다. 가슴에 파묻은 고개를 들 생각도 못 하고 헐떡인다. 꼬리가 대충 무슨 기능을 하는지 예상이 갔다. 장난기가 발동한다. 이걸 계속 자극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 나는 더 격하게 꼬리를 자극했다.

  "그마아, 그마내… 하으윽…"

  무시한다.

  그렇게 끝없는 손장난에 소악마의 몸이 한계에 다다르자―

  "헤윽…!"

  ―부르릇…!

  허벅지 위로 상당량의 액체가 쏟아졌다. 하반신을 뒤엎은 뜨겁고 새하얀 액체. 익숙한 냄새였다. 나는 허벅지에 흐르는 백탁액을 찍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정액….'

  꼬리는 성감대였다.

  "하…."

  소악마는 급소를 둘이나 노출하고 다니는 답도 없는 종족이었다.

  "그, 그거 만지면 기분 이상해에…"

  욕망의 구체화? 자신이 뭘 원하는 줄도 모르는데 가당키나 할까. 그래도 부끄러움은 있는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눈을 내려 소악마가 입고있는 옷을 들친다. 소악마는 꼬리 때문인지 속옷조차 입지 않았다. 방금 막 사정을 끝낸 자지는 클락과 비교해서 조금 작은 정도였다. 엄청난 크기인 건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상식선에서 벗어나진 않았다. 조금 후하게 쳐줘서, 외견과 어울리는 정도, 려나.

  '마기는… 아직 남아있고.'

  장난은 여기까지.

  뿔을 꺾어도 악마 특유의 마기는 남아 있었다. 마기를 생성하는 부위는 비단 뿔만은 아니었나 보다. 나는 자연스레 소악마의 꼬리로 눈을 돌렸다. 이걸 자르면 덜해질까.

  "꼬리를 잘라야 하나…."

  "으, 꼬리이…?"

  사정의 쾌감에서 벗어난 소악마가 고개를 든다. 그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여러 번 곱씹다, 마침내 의미를 알아내자 헉, 하고 숨을 멈췄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일으켜 거리를 벌린다. 

  "아, 안돼! 제발… 꼬리만큼은…!"

  "흐응…"

  소악마가 품에서 벗어나자 아쉬운 신음이 나온다. 피부가 보드라워서 껴안는 맛이 있었는데 여러모로 아쉬웠다. 나는 연성 수인을 맺어 얇고 날카로운 블레이드를 하나 만들며 말했다.

  "그런 말 해도 자를 거란 건 알지?"

  "히잉… 그, 그럼. 안 아, 프게…"

  소악마는 주사를 맞으러 온 아이처럼 잔뜩 긴장해있었다. 안 아프게 놓아주세요, 라고 비는 어린애처럼 말이다. 허나 그런 말을 해도 고통이 가시지 않을 것이란 건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자자, 엉덩이 내밀어야지?"

  주사가 아니라 절단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런데 의자고 테이블이고 전부 박살이 나버려 마땅히 앉을 곳이 없었다. 나는 가볍게 땅을 두드려 얼음 의자를 하나 만들었다. 내가 앉을 곳이었다.

 소악마의 시선이 흔들린다. 만든 의자는 단 하나. 그마저도 내 것이다. 그는 갈피를 못 잡고 계속해서 두리번거렸다. 나는 피식 웃으며 허벅지를 두드렸다.

  "뭐해? 여기 안 앉고."

  어딘가 달콤한 내음이 나는 허벅지. 가터벨트에 눌려 살짝 튀어나온 살집은 매혹적이기까지 했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허벅지를 두드렸다. 네가 앉을 곳은 여기란다. 그렇게 말한다.

  소악마는 내 손짓을 이해했음에도 쉽사리 다가오지 못했다. 그야 저기 앉으면 꼬리가 잘릴 게 뻔했으니까. 집행대에 스스로 앉으려는 사형수는 없을 것이다.

  "정말 안 올 거야?"

  얼굴을 싸늘하게 굳히자, 움찔한 소악마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나는 코앞까지 다가온 소악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착한 아이라고. 악마의 운명을 구속한 악의 굴레를 통째로 부정하는 말이었다.

  소악마는 코앞까지 다가오긴 했으나, 직접 올라타긴 좀 그랬는지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나는 피식 웃으며 소악마의 허리를 잡았다.

  "으읏?!"

  가벼웠다. 소악마는 육체를 강화하지 않아도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웠다. 나는 허벅지 위에 소악마를 앉히곤 내버려 둔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칼날이 서슬 퍼런 빛을 낸다. 꼬리를 자를 칼날이었다.

  "히끅…."

  소악마는 내 어깨를 붙잡고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나는 소악마의 체온을 느끼며 꼬리를 자를 준비를 했다. 꼬리와 칼날이 부딪힌다. 들썩이는 몸. 아주 미약한 자극이었지만, 몸은 본능에 솔직했다.

  "여기, 커졌네?"

  "아,으. 그, 그건. 어쩔, 수…"

  "꼬리 자르면서 가버리는 거야?"

  "가버, 려?"

  가버린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죽인다는 말로 잘못 이해한 건지 눈물을 글썽이며 살려달라 빌었다. 헌데 공포에 잠식된 몸과 다르게, 자지는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었다. 커다래진 자지를 슬며시 움켜쥔다. 잔뜩 달아오른 자지는 불처럼 뜨거웠다. 

  나는 소악마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기분 좋게 해줄까?"

  "아, 안 아파?"

  "꼬리 자르는 건 아프겠지만… 고통을 가릴 수는 있겠지."

  "헤윽, 히긋…"

  자지를 위아래로 흔들자 소악마의 몸이 들썩인다. 하지만 살을 자르는 고통을 가리기엔 부족한 쾌감이었다. 평범한 대딸로는 부족했다.

  '…그게 좋겠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마나의 실을 짜내 기다란 원통형 막대를 만든다. 안쪽은 파여있었다. 물을 담아 마시는 용도는 아니었다. 바닥 부분이 둥글어 어디 세워놓을 수도 없었고.

  뭐, 어차피 물 따위를 담으려고 만든 물건은 아니었다.

  나는 통의 입구에 자그마한 포탈을 설치했다. 

  공간 이동 좌표는…

  "하윽…."

  …내 팬티 위로.

  통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자, 방금 넣은 손가락이 속옷 위로 튀어나와 질구를 쑤셔댔다. 좌표 설정은 완벽했다. 나는 손가락을 구부려 질내를 긁었다. 투명 끈적한 액체가 통 밑으로 흘러나온다. 애액이었다.

  이건, 그래. 오나홀이었다. 이 세상에 오나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구조나 용도는 같았다.

  물론, 진짜 보지라는 점만 빼면 말이다.

  "하으… 이거, 써볼래?"

  끈적이는 침을 뱉어 통 안에 집어넣는다.

  애액이 부족하니 이렇게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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