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3화 (143/193)

  "그, 그건 뭐야…?"

  "이렇게 뒤집어서, '그걸' 넣으면 돼. 최대한, 깊숙하게."

  통을 뒤집어 소악마의 귀두를 가져다 댄다.

  포탈 끝에 살짝 들어간 귀두는 보지를 꾸욱꾸욱 눌러대며 좁은 꾹 닫힌 보지를 탐했다. 

  "이렇, 게?"

  "하윽, 그, 그래."

  넣어두었던 침이 기둥을 타고 흐른다. 

  통을 건네받은 소악마는 아무런 의심 없이 자지를 집어넣었다.

  "흐읏…."

  "우으… 이, 이거. 잘 안 들어가는데…."

  "조금만, 더. 하윽. 힘주면…"

  새어 나오는 신음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귀두가 전부 들어갔다. 소악마의 얼굴이 묘하게 붉어진다. 아직 귀두밖에 집어넣지 못했지만, 빡빡하고 따듯한 무언가가 자지를 자극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소악마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미약한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통에 넣은 자지 때문이란 것도 알아차렸다. 이 기분을 더 느끼고 싶었던 그는 아예 통을 양손으로 잡고 아래로 누르기 시작했다. 

  ―쯔브븝…!

  "하윽…!"

  "우으…? 흑, 흐읏…?"

  그렇게.

  단숨에 자지를 집어넣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쾌감. 나는 고개를 떨구곤 침을 흘려댔다. 소악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 보지에 삽입한 줄도 모르고 해롱해롱한 표정을 지었다.

  ―텅.

  꼬리를 자르려 준비한 블레이드를 떨어트린다. 폭풍처럼 몰아친 쾌감 때문에 힘이 풀려버렸다. 나는 소악마가 오나홀을 흔들기 전에 곧바로 블레이드를 회수했다.

  "이제, 자를게?"

  "하우, 읏… 이거, 이상해에…"

  중간에 다른 길로 빠지긴 했지만, 이제 꼬리를 잘라야 했다. 나는 검고 긴 꼬리 위로 블레이드의 날을 세웠다. 그 상태로 꾹 누른다. 하지만 악마의 꼬리는 생각보다 질겨 금방 잘리지 않았다. 칼에 베였다고 피가 흐르지도 않았고.

  "하으읏―?!"

    

  결국, 소악마의 자지만 자극하는 꼴만 됐다.

  "하읏, 이거. 기분 조하아…" 

  "후으…"

  

  나는 고개를 내려 필사적으로 신음을 참았다. 내가 꼬리를 자르려 블레이드의 날을 흔들면, 그에 맞춰 소악마의 자지가 부풀었다. 아직 절반도 자르지 못했는데, 소악마의 자지는 클락의 것보다 더 커졌다.

  다행히도, 소악마는 통을 흔들지 않았다.

  흔든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한 듯했다.

  대신, 더 깊숙이 자지를 욱여넣었다. 통을 눌러 뿌리 끝까지 자지를 쑤신다. 나는 튀어나온 아랫배를 바라보며 헛숨을 들이켰다. 숨이 막힐 정도의 빡빡한 이물감. 얼음 의자 아래로 엄청난 양의 씹물이 터져 나온다.

  소악마가 이 통을 흔들기라도 한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지금도 자궁을 꾹꾹 눌러대는 쾌감에 미칠 것만 같았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블레이드를 쥐었다.

  별개로, 안 아프게 꼬리를 자르겠다는 약속은 지켰다. 소악마는 자기 꼬리가 잘리는 줄도 모르고 오나홀을 눌러댔다. 고통이란 찾아볼 수 없는, 쾌락의 파도에 삼켜진 표정이었다.

  "이상, 해에… 뭔가, 나, 나올 거… 같아…" 

  꼬리의 삼 분의 이가 잘려 헐렁헐렁해졌을 때. 소악마는 몰아치는 사정감을 참지 못하고 허리를 들썩였다.

  "자른, 다!"

  나는 그가 사정하기 직전.

  블레이드에 힘을 주어 꼬리를 끊었다.

  "아으――?!"

  뚜둑. 꼬리가 잘린다.

  동시에, 소악마의 자지가 어느 때보다 크게 부풀었다.

  ―부르르릇…!!

  사정.

  뜨거운 정액이 질내를 타고 자궁을 두드린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곤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소악마의 자지를 쥐어짠다. 재구축까지 사용하며 극상의 쾌감을 전달한다. 고통 따위는 잊어버리게. 쾌락에 미쳐버리게.

  "후으, 우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낸 소악마는 그대로 품 안에 풀썩 쓰러졌다. 오나홀과 속옷 밑으로 정액이 꿀렁꿀렁 흐른다. 흘러내린 정액과 애액은 얼음 의자에 눌어붙어 허벅지를 더럽혔다.

  "하아… 이제, 안 아프지…?"

  "이런 거어… 몰라아…"

  바닥에 떨어진 꼬리는 땅에 닿자마자 검은 먼지가 되어 스러졌다.

  "이제, 기분 좋은 건 끝."

  "…우으?"

  나는 통 입구에 새겨진 공간 마법진을 파괴했다. 답답한 이물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냥 내도 좋았지만, 빼내는 동안 또 가버릴 것 같아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나는 통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탈을 이용한 섹스…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진짜 몸을 섞을 때의 분위기보단 자극이 덜했다. 밋밋하다고 해야 하나. 사정 기능이 달린 딜도로 자위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쾌락의 후유증도 무척 짧았다.

  정액으로 눅진눅진해진 속옷은 정액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점점 밑으로 내려갔다. 나는 속옷을 도로 올린 뒤 소악마를 불렀다.

  "하으, 이제 뒤돌아볼래?"

  "아, 우?"

  나와 달리 쾌락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악마.

  억지로 몸을 돌려 옷을 들친다.

  그런데.

  "…흐음?"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중간 부분을 잘랐는데, 꼬리는 절단면도 안 남기고 깔끔하게 증발했다.

  "어, 어? 꼬리가…?!"

  겨우 정신을 차린 소악마는 자신의 등허리를 매만지며 깜짝 놀랐다. 가버리는 동안 꼬리가 사라진 것이다.

  "내 꼬리가 사라졌다 인간아…!"

  꼬리도, 뿔도 없는 악마. 외형만 보면 인간과 다름없었다. 작고 귀여운 소년. 누가 봐도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하아…."

  "이, 인간아?"

  마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결국 개조해야 하나.'

  마나 회로를 하나하나 다시 깔아 육체를 재구성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악마의 파장은 느낄 수는 있어도 읽기가 어려웠다. 악마를 이루는 신체 정보… 그걸 읽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소악마의 몸을 갈아엎으려면 설계도 없이 몸을 구축해야 했다.

  '뇌만 안 건들면 어떻게든 될 거 같기도 한데…'

  몸을 통째로 갈아엎어? 아니면 클락의 몸을 본떠 만들까? 키도 비슷하고, 신체 연령도 비슷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야 클락이 둘이 되어버린다. 머리카락 색을 바꿔도 얼굴이 똑같으면 무슨 소용이랴.

  "으음…"

  "어, 으. 그, 사, 살려준다고, 약속한 거 잊지 않았지…?"

  "흐으음…"

  "인간아? 대답 좀 하거라…!"

  아, 젠장. 지금까지 울긋불긋한 인간들이랑만 어울려서 그런지 몸을 본뜰 마땅한 놈이 없었다.

  잠깐만.

  '…꼭 남자로 만들라는 법은 없잖아?'

  내껄 쓰면 되잖아. 급속 성장제를 맞기 전의 내 모습. 지금의 나랑 외견 차이도 심하니 머리카락 색만 바꾸면 들키지 않을 테지. 무엇보다 미드 차이가 심하니까. 과거의 나에서 키만 더 줄이면 완벽할 것이다.

  "소악마야?"

  "…어? 나 말하는 건가?"

  "네 이름은 이제부터 소피아야."

  "소피, 아? 뭐, 뭔가 계집애 같은 느낌이 난다만…."

  "응. 알고 있어."

  "난 이름따위 필요없―"

  ―쿵.

  "꺼흑―?!"

  목덜미를 내리쳐 기절시킨다.

  * * *

 '조금만 더 깎을까…? 아니야. 비율이 이상해…'

  소악마의 몸을 만지작거리길 어언 다섯 시간. 나는 비율이 맞지 않는 다리를 소멸시키며 진땀을 뺐다. 내 과거의 몸을 복사한 것까진 좋았지만, 세부적인 조절에 들어가니 난이도가 수직상승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소악마 개조 작전은 순조롭게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소악마'였던' 것을 본다.

  깡 마른 소년의 몸은 어디 가고 어여쁜 미소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길게 뻗은 붉은 머리, 잘록한 허리와 작은 키에 어울리지 않는 풍성한 골반. 그리고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 과거의 나를 본따 만든 육체였다.

  완전 동일하진 않았다. 키를 5cm 정도 더 줄이고 얼굴을 약간 변형시켰다. 처음엔 그냥 자가복제 수준으로 만족하려고 했지만, 과거의 나― 그러니까, 우울하기 짝이 없는 내 얼굴을 보니 어떻게든 뜯어고치고 싶었다.

  늘 내려가 있는 입꼬리는 위로, 권태감에 찌들어 생기를 잃은 눈동자는 더 밝게, 시니컬한 눈매는 세워 활기찬 이미지를 새긴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이것이다.

  약간의 허당끼가 있어 보이는 맹한 미소녀. 흔히들 전파계라고 하던가. 거기에 머리카락을 하얀색으로 바꾸니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배가 됐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속으로는 구린 일을 계획하고 있을 법한 얼굴. 흑막의 상이었다.

  '이정도면 괜찮나…?'

  후우. 한숨을 쉬고 털썩 주저앉는다. 나라는 뼈대가 있기는 했지만, 아예 창조 수준으로 가니 숨이 찼다. 수천 km를 이동하고 메테오를 떨궈도 머리 아픈 것에 지나지 않던 내가 피로를 느끼고 있다. 경계를 만지작거렸을 때와 비슷했다.

  "하아으… 소악, 아니. 소피아?"

  ―딱!

  손가락을 튕긴다.

  "으으…?"

  손가락을 튕기고 십 분 정도 후.

  새로운 몸에 동기화가 완료된 소악마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아우으… 머리가아…"

  "두통이나 근육통이 있을 수 있어. 몸을 완전히 뜯어고쳤으니까."

  "몸, 뭐, 뭘 뜯어…?"

  여기까지 말한 소악마는 자기 몸에 일어난 이변을 알아챘다.

  "어, 어?"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 소악마는 목을 만지작거리며 발성 테스트를 해보았지만, 당연하게도 결과는 그대로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악마 특유의 창백한 피부는 사라지고 혈기 넘치는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조금 낮아진 어깨, 가늘어진 손가락. 소악마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 보니, 허리가 가늘어진 것 같기도 했다.

  "거울 줄까?"

  소악마는 벌벌 떨며 고개를 내렸다.

  없다.

  달려있던 그것이 없었다. 자신이 사내대장부임을 증명할 유일한 물건이 사라졌다. 나는 허공에 유리 파편을 만들어 소악마에게 보냈다. 두둥실 날아가는 거울. 충격으로 언어능력을 상실한 소악마는, 유리 파편에 비추어진 정체불명의 미소녀를 보더니 크게 소리 질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축하해. 넌 이제부터 인간이야."

  마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소악마, 아니 소피아는 이제 진정한 의미로서의 인간이었다.

  솔직히 나도 이게 가능할 줄은 몰랐다. 그도 그럴 게 종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신이 점지해준 운명을 거부하고 정면으로 엿을 먹이는 행위란 말이다. 그래서 나도 확신은 못 하겠다. 이것에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말이다.

  혹은.

  가설이긴 하지만, 소악마가 너무 형편없어서 된 것일 수도 있었다. 아르타니아나 가올리스 급의 마기를 보유했다면 몸을 갈아엎는 수준이 아니라 뇌를 만져야 할지도 몰랐다.

  "말도 안 된다! 이런 게 가능할 리 없다!!"

  '소피아'는 손을 덜덜 떨며 유리 파편을 치워버렸다.

  "빠, 빨리! 원래대로 돌려놓거라!!!"

  "내가 왜?"

  "다, 당연하지 않은가! 난 남자였단 말이다! 인간!! 부탁한다!! 이렇게 빌겠다! 제발, 제발…!!!"

  아예 무릎까지 꿇으며 부탁한다. 나는 쿡쿡 웃으며 다리를 꼬았다. 나랑 비슷하게 생긴 여자애가 저러니 기분이 묘했다.

  "인간으로서 살겠다 마음먹었잖아?"

  "무, 슨."

  "그럼 악마로 살면서 얻은 모든 걸 포기해야지. 네 성별마저도. 그렇게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거야. 남자로 살면 악마 시절의 버릇이 튀어나오지 않겠어?"

  사실 던전 마스터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기에 궤변에 가까운 말이었다. 하지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고작 이런 것도 순응 못 하면서 살기를 바란 거야? 그럴 바엔 내가 친히 멱을 따줄게. 말만 해. 고통 없이 죽여줄 테니까."

  네가 찬물 더운물 가릴 때인가. 머리를 박고 감사하다고 절해도 모자랄 판인데 적반하장으로 나오다니. 나는 살벌한 눈으로 소악마를 바라봤다.

  "으으… 그, 그래도. 이런 꼴로, 어떻게―"

  "어떻게 사냐고?"

  "어, 어?"

  "글쎄. 하다 보니 적응 되던걸."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말려무나.

  "읏?"

  나는 소피아의 손을 잡고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혹시라도 잘못 만들어진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소악마는 몸을 주무르는 손길에 야릇한 신음을 내면서도, 달라진 자기 몸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손가락이 유두를 스치자 아찔한 감각이 찾아온다. 아랫배를 누르고,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면 정체 모를 흥분감이 찾아와 얼굴을 뜨겁게 달구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과거엔 느껴보지 못한 '쾌감'이 소악마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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