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1화
1화
내생에 최악의 선택은 날 차디찬 감옥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후회할수 없었다. 아니 후회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 신수가 훤해 보이는데 콩밥이 맛있었나봐?”
그자식의 면회다. 내가 감옥에 갇혀야 하는 이유를 제공한 자식. 그렇다. 난 이 자식을 위해 대신 죄를 뒤집어 쓴 것이다.
“후우~. 왜 왔냐? 혹시 내가 너에 대해 나불댈까봐서 감시하러 온거냐? 걱정 마. 나도 한입으로 두말하는 성격은 아니니까.”
“아아. 당연히 걱정하지 않지. 후훗. 인질이 있는데 설마 네가 나불대겠어?”
그렇다. 인질 아닌 인질이 잡혀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이렇게 감옥에 있는 것이었다. 혈액암에 걸린 여동생... 그래 여동생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피를 투석해주지 않으면 이내 죽음에 이르는 상태에 처한 여동생을 못내 저버리지 못했다. 결국 이 녀석의 뜻대로 자기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대신 여동생의 병원비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해주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와서 말하지만... 네가 정말 짜증났거든. 주먹 좀 쓴다고 유세나 떨고, 그리고 날 쳐다보는 그 눈빛!! 더러운걸 쳐다보는듯한 그 눈빛이 가장 싫었어. 그래서 네가 절대 빠져나가지 못할 함정을 준비한거지. 네 여동생의 치료비 말야. 결국 넌 선택한거고. 흐흐.”
“으득... 그랬나? 그래서 기분이 좋은거냐? 찌질한 녀석. 겨우 그딴 일로 사람까지 죽이고...”
그렇다. 대신 뒤집어쓴 죄는 살인죄였다.
“아아. 그녀석 말야? 너 다음으로 짜증나는 녀석이라서 그냥 죽여버렸지 뭐야? 난 이게 문제라니까. 홧김에 죽여버리다니... 좀 더 괴롭힐 수 있었는데 말야. 뭐 어쩌겠어? 그렇게 쉽게 죽을줄 누가 알았나?”
결국 이런 녀석이었다. 하지만 난 이런 녀석을 위해 주먹을 휘둘렀단 거다. 결국 나 또한 마찬가지인 녀석일 뿐이었다.
“미친놈. 겨우 그따위 이유로 사람을 죽이다니...”
“흐흐. 그래. 난 미쳤지. 그래서 너를 위한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는데... 받을거지?”
주먹에 힘이 들어가며 히죽거리는 녀석의 면상을 쳐 날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가로막힌 벽으로 인해 그럴 수도 없었다.
“궁금하지 않아?”
“너 설마!!”
순간 떠오르는 생각. 여동생을 어찌한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녀석의 표정을 보자면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나도 약속은 지킨다구? 큭큭. 그것보다 더 어메이징~ 한 선물인데... 아아. 그렇게 노려보지 마라구? 무섭잖아? 킥킥. 그래 알려줄게. 널 위한 특별한 선물이야. 널 위해 정말 여러모로 힘을 썼다니깐?”
한편으론 여동생이 무사함에 대한 안도감과 저 미친놈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른건지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여기서 더 나빠질거라도 있는거냐?”
“너. 일주일 후에 사형이야.”
“뭐...뭐라고?! 내..내가 왜?!! 어째서!!!”
살인... 물론 잘못이라는걸 알고 있다. 죄를 뒤집어 쓴 만큼 몇 년 살거라고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사형이라니... 그럴 수도 있는건가? 물론 사형제도가 없어지지 않았다는 건 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큭큭. 놀랬어? 내가 힘 좀 썼지. 아아~ 정말 돈 엄청 들었다니깐~ 내가 지은 죄가 좀 많거든. 크흐흐. 누군갈 죽인게 그 한번 뿐인것도 아니고, 강간도 몇 번 있었나? 뭐 개네들도 좋았을거야. 아무튼 이런저런 죄들 죄다 너에게 미뤄줬지. 고마워 하라고? 첫 범죄에 사형까지 당하는건 네가 처음일거야. 아마.”
어처구니 없었다. 결국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를 나에게 떠 넘겼다는게 아닌가! 미친놈일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저렇게 미친놈일줄은 몰랐다. 맥이 탁~ 하고 풀려버렸다.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따위 벽만 아니라면 쳐 죽여버리고 싶었다.
“크윽! 네녀석.. 으득..”
이가 갈렸다. 그에 히죽거리는 놈.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그 누명아닌 누명을 밝힐수도 없지 않는가. 여동생인 지연이... 지연이를 위해서라도...
“그러다 이 부러지겠다. 야~ 킥킥. 흐흐 여동생은 걱정 말라고. 내가 잘 고쳐서 따먹어줄테니까. 킥킥킥.”
“크윽! 너!! 지연이 몸에 손가락 하나만 대봐!! 어떻게든 죽여버릴테다!!!”
쾅~!!
지연이를 어찌 해버리겠다는 녀석의 말에 분노하며 움켜쥔 주먹을 휘둘러 벽 너머의 그 녀석을 향했다. 뿌득 거리며 뼈가 나갈것만 같았지만 그 아픔조차도 차오르는 분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흐응~ 장난이야. 나도 그런 약해 빠진 년따위 좋아하지 않는다구? 하다가 죽어버리면 어쩌겠어? 아아 그리고 널 위해 또 하나의 선물을 마련해 놨는데... 받기 싫은가봐?”
“후우~... 또 뭔데?”
놈의 장난이란 말에 분노를 가라앉히고 심호흡을 하며 물었다. 그에 장난끼 어린 표정과 목소리로 답해주는 놈.
“전신의체. 널 위해 준비했지. 큭큭. 사형이라고 해서 놀랬어? 내가 아무리 널 싫어 했다고 해도 날 대신해 감옥에 있는 녀석을 설마 버릴까봐?”
움찔.
전신의체라니... 아직 개발 단계라고 알고 있는데... 그게 벌써 나왔다는걸까? 아직 부분 의체정도까지 밖에 상용화 되지 않은걸로 알고 있는데 그 몇일 사이에 벌써 거기까지 기술이 발전했다는건가? 설마 그럴 리가...
“의문이야? 하긴... 아직 개발 단계이긴 하지. 우리 회사에서 야심차게 준비중이라서 그 실험체가 필요했거든. 하지만 기밀이라서 실험체를 공수해오기 힘들다고 하더라고... 이때다 싶어서 널 추천했지. 날 대신해 죄를 뒤집어 써주고 고아에다가 인질까지 있잖아? 딱 좋은 실험체 던걸? 이왕 이렇게 사형까지 당하는거니까. 어때? 심험체가 되볼래?”
“큭... 어쩔 수 없잖아... 심험체가 되 주지...”
정말... 이게 병주고 약주고 라는걸까? 미친녀석이 아닐 수 없었다. 이래서야 질질 끌려가기만 할뿐 상황을 주도하지 못한다. 놈은 이걸로 쾌감을 얻고 있겠지. 날 제 멋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하지만 복수해주마! 웃는것도 오늘로 끝이다. 널 파멸시키고 말테다.
“그럼 여기 싸인해. 네 시체를 그 즉시 옮겨야 하거든.”
“알았다.”
녀석이 내미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야 말았다. 이로써 내 몸은 녀석에게 귀속되버리고 말았다. 정말 맘에 안들지만... 사형을 비켜갈 능력은 나에겐 없었다. 게다가 여동생인 지연이를 다시 볼 수 있다면... 이정도 쯤이야. 내가 돌봐줘야 하는 지연이... 우리 지연이를 위해서라면...
“그럼 바이바이~ 다음에 눈뜨면 새로운 세상이 널 반길거야. 큭큭~”
손을 흔들며 녀석이 면회실을 나섰다. 분하고 억울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나로써는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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