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2화
감옥 안 독실. 사형수에게 주는 특혜인 듯 했다. 이제 몇 일 남지 않은 생명. 전신 의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의체란 손이나 발 등 사지중 한 둘이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개발되었다. 물론 맨 처음 도입될 당시엔 군의 전투력 유지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말이다. 2023년 지금에 와서는 군 자체가 엘리트 위주로 병력이 재편되었다. 일반 사병들은 대거 줄이고 강화병사와 기계화병사 위주의 특급 엘리트들이 군인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결국 그들이 사지중 하나를 잃게되면 군의 전투력에 누수가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개발된 의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더 뛰어나게 인체와 다름없게 발전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전신의체란 말이지...”
의체 자체와 잘 맞지 않아 약 40~50퍼센트 성능으로 의체를 사용하는 사람들조차 있는데... 그런 부작용 속에서 전신의체를 개발 한다니... 게다가 전신을 잃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물론 다 죽어가는 노인정도라면... 하긴... 그런 의도로 개발하는 거겠지... 불노! 늙어죽지 않는다. 권력과 금력의 정점에 선 재벌이나 국회의원쯤 되면... 그 이후에 찾게 되는게 젊은 육체로 돌아가는 것과 죽지 않고 권세를 유지하는 것 등이 있긴 하겠다.
“그 첫 실험체가 나란 건가..?”
이건 운이 좋은걸까? 아니면 된통 잘못 걸린걸까? 지금 몸에 그다지 문제가 없고 딱히 싫은점도 없는 평이한 몸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만 사형이 몇일 남지 않은 점만 뺀다면...
“하아... 지연인 잘 치료받고 있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몸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여동생인 지연이. 놈이 과연 약속을 잘 지켜주고 있을까? 아직 한번도 면회를 오지 않았는데... 하긴. 놈의 뒤처리로 잘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내가 감옥에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겠지.
그렇게 외로운 독방에서의 시일이 흘러갔다. 사형... 앞으로 남은 시간은 겨우 수 시간. 초조함과 옥죄어오는 불안감은 날 미치게 만들었다. 허무한 최후. 끝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지만... 두려운건 어쩔 수 없었다.
“여~ 이제 곧이네? 후후~”
놈의 마지막 면회였다. 얼마나 돈을 많이 썼으면 제 멋대로 곧 죽을 사형수를 만날 수 있는걸까? 과연 재력가 다운 모습의 놈이었다. 그게 아니였다면 이렇게 놈에게 빌붙어서 구차하게 죽을 위기에 처하지도 않았겠지만...
“미친놈. 또 왜? 비웃기라도 할려고...?”
“흐흐~ 마지막 가는길인데 친구 얼굴 좀 보려는 거지~ 참 지연이는 자~알 있어.”
잘 있으니 입 닥치고 어서 죽으라는 건가? 하긴 사형을 앞두고 불안함에 입을 나불대는 수가 있을테니까... 물론 그것조차 돈으로 입막음하면 끝이겠지만... 그런 헛 돈은 쓰기 싫다는 건가?
“크으~ 너... 가만두지 않는다. 지연이... 괴롭히기만 해봐!!”
“워워~ 알았다구~ 친구. 큭큭. 어차피 곧 네가 내 장.난.감 으로 올 텐데 왜 그런 약하디 약한 년을 괴롭히겠어?”
참자. 지연일 위해서라도...
“그럼 안녕~ 그리고 나중에 보자~ 흐흐”
미묘한 인사였다. 이 몸으로써는 안녕이라는 거고 전신의체로 다시 만나자는 거겠지? 그러나 불안감은 여전했다. 과연 전신의체로 원만하게 옮겨갈 수 있을 것 인가 부터, 저 녀석이 또 무슨 장난을 쳐 놓을지까지... 온통 불안감 뿐이었다.
“으득! 두고 보자. 내가 과연 순순히 네 말을 따를 것 같아?”
녀석의 문을 열고 나가는 뒤통수에 대고 질끈 입술을 깨물며 다짐하듯 말했다. 그리고 수 시간후... 결국 죽음의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사형. 그중 최대한 뇌를 보존 하기 위한 독극물 주사. 물론 독극물 대신 몸 자체만 죽이고 최대한 뇌를 보존하는 다른 약물을 주사하는 거라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으면 뇌 자체에 문제가 오고 말테니 말이다.
“죽고 싶지 않아...”
죽음이 구경거리가 되는 것 같았다. 몇 명의 참관인들. 그중에 놈도 보였다. 날 향해 씨익~ 하고 제수없는 웃음을 지어보이는 놈. 그 놈이 보였다. 그에 울분을 담아 이를 으득 하고 깨물고 최대한 두려움을 참아냈다. 놈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점점 조여오는 긴장감. 그리고 절정으로 치닫는 상황. 그렇게 눈이 감기고 점점 잠이 오듯 시야가 점멸했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모습. 놈의 입 모양이 보였다. ‘안녕. 그리고 기대해.’ 과연 무슨 뜻이였을까?
“바이탈사인 정상. 뇌파 안정. 모든게 정상입니다. 준후님”
“흐음~ 역시 이현이야. 내 친구가 아무렴~ 흐흐”
무언가 잡음이 들렸다. 투명한 물체 사이로 어슴프레 보이는건 놈과 모르는 사람. 흰 가운을 보니 의사 혹은 과학자 부류인 듯 했다. 숨을 깊게 들이 쉬려했지만 어쩐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무언가 답답함만이 느껴졌다.
“호오~ 벌써 눈을 뜨는데? 츄릅~ 맛있겠단 말이지..흐흐~”
징그러운 탐욕어린 눈길. 어쩐지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눈을 뜨자마자 제수없는 놈의 면상을 바라봐야 하다니. 게다가 어쩜 저리 추잡한 눈길을 보내는걸까? 설마 뜨지 말아야할곳(?)에 눈을 뜬 게 아닐까? 싶기까지 했다.
“후후. 저희 연구진들의 최상의 걸작이지요. 이게다 준후님의 지원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하핫!”
“하하하. 좋아. 하지만 너무 많은 자금이 들어간게 아닐까 싶은데...?”
기분 좋은 듯 웃어재끼는 놈. 그리고 이어진 날카로운 눈빛. 살짝 타박하듯 연구원에게 말하는 놈이었다. 그러자 삐질 거리며 땀방울을 흘리며 고개를 살짝 돌리는 연구원. 아마도 꾀나 많은 자금을 탕진한 듯 했다.
“그..그게... 너무 의욕이 앞서다 보니... 그래도 명품이잖습니까. 준후님.”
“흐음.. 그건 그렇지. 이정도면... 후후”
다시한번 뜨거운 눈길이 쏟아졌다. 그런 시선을 피할길이 없어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어쩐지 벌거벗은 체 놈들의 구경거리가 된 것 같았다.(실제로 벌거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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