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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4화 (4/174)



〈 4화 〉4화

그렇게 도착한 곳은 연구소 내의 한 병실 이었다. 그리고 보이는 모습은 내 정신에 충격을 주는 장면 이었다.

“어..어째서?! 지..지연이가 왜?!!”

“미안하게도 말야. 저렇게 되버렸네?”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간신히 숨만 내쉬는 병색이 완연한 지연이의 모습이 보였다. 왜 저렇게 된걸까? 어떻게... 분명 감옥에 가기 전까진 그래도 어느정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몇일 사이에 어떻게 저런 모습이 된걸까?

“이자식!! 어떻게 된일이야!! 지연이가  저런 모습이냐고!!!”

화가나 무의식적으로 준후의 멱살을 잡아채며 버럭 소리질렀다. 그러자 능글맞은 웃음을 지은 준후가 자신의 멱살을 잡은  앙증...맞은 손을 손쉽게 풀어내더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날 널 만나고 나서 지연이에게 갔거든. 그리고 네 상황에 대해 설명해 줬지. 그게 충격이었나봐. 하나뿐인 오빠가 살인자라니... 게다가 곧 사형이라니... 하하. 어쩔  있겠어? 내가 최대한 어떻게 해준다고 했는데도 치료를 거부하더라고... 결국 쓰러지고 말았지. 그게 지금 상황이야. 워워~ 난 충분히 할만큼 했다고? 기껏 치료해주는데도 저모양이라니... 삶을 포기한걸지도...”

“으득..  이자식!! 너..너 때문에 지연이가!! 지연이가~!!!”

주먹을 내질렀지만... 어째선지 주먹엔 힘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쉽게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 바로 반대쪽 주먹까지 내 질렀지만... 그것조차도 소용 없었다. 결국 치욕스럽게도 양 손목을 붙잡힌채 준후의 숨결이 느껴질정도로 얼굴 가까이 바짝 당겨질 수밖에 없었다.

“큭큭. 앙칼진걸? 어쩜 이리 귀여울까. 흐흐 근데 이리 쉽게 화내야 되겠어? 그러다 지연이 치료를 중단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려는거야? 나쁜 언니(?)인걸?”

“누..누가 언니라는거얏!”

“흐응~ 이런 젖가슴을 달고 오빠라는거야. 그럼?”

“흐잇?!”

준후의 손길이 젖가슴에 느껴졌다. 양 손을 잡고 있던 준후가  손으로 내 양손을 쉽게 결박하며 자유로워진 다른 손으로 내 젖가슴을 움켜쥐고 마구 주물렀던 것이다. 결국 알  없는 야시시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치..치웟! 어..어디다 손을 대는건데?!”

“킥. 이제 좀 적응 됬나봐?”

피식 웃더니 이내 날 내버려 둔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생각은 해봤어? 날 어떻게 대해야할지를...”

“으득. 그래.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분하지만 화를 참아내며 씹어내뱉듯이 말했다. 지연이의 치료를 위해서라도 준후를 함부로 대할  없었다. 결국 또다시 준후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삐친 듯 고개를 팩 하고 돌린채 말하자 그런 내가 모습에 가소롭다는 듯 다시 한번 썩소를 짓는 준후. 역겹기 그지 없었다.

“간단한거지.  말을 잘 듣는거. 그거 하나면 돼. 뭐 어차피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을테지만... 그래도 고분고분 따르는거랑 마지못해 듣는거랑은  다른거 겠지?”

“알겠어. 대신 지연이...  치료해줘야돼. 안그럼 죽여버릴거야.”

“그럴 수 있다면.. 후훗.”

너는 절대 날 거부하지 못해. 라는 자신감이 비춰졌다. 어째서? 분명 의체라면 성인 남성에 몇배의 힘을 낸다고 했던거로 기억하는데... 그러고보니 아까전에도... 분명 있는힘껏 준후의 멱살을 잡고 손대중하지 않고 주먹을 내질렀는데... 싸움에 있어선 평범 이하인 준후의 손에 쉽게 잡히고 말았다. 그걸 생각하면... 뭔가 이상했다. 부분 의체만 해도 상당한 힘이 있는데... 나는 전신의체다. 하지만 부분의체에 비해서도 아니 일반인에 비해서도 힘이 약했다.

“너... 내몸에 무슨짓을 한거야!”

“호오? 이제 알아챈건가? 당연히 손을 봐줬지. 물건이 주인을 해치면 그거야 말로 웃긴 일이지.”

무언가 장치를  놓은 듯 했다.  힘을 제제할 수단을... 순간 힘이 빠져 주저앉고 말았다. 복수도 물거품인가? 차가운 바닥이 엉덩이 가득 느껴졌다. 나... 팬티 안입고 있었지. 어쩐지 서러워졌다.

“으흑... 제발...제발 지연일 고쳐줘. 나.. 무슨일이든 할테니까.. 흑흑.”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 준후의 물건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던 것이다. 결국 그런 이야기 라는거야. 현실의 문제. 굽힐 수밖에 없었다. 당당했던 남자일때와는 천지차이였다. 비록 준후의 주먹이 되었을망정 나 자신에게는 당당했건만...

“이제 현실로 돌아왔나봐? 결국 너와 나의 간극은 이렇다는거야. 이제 알겠어? 넌 땅바닥을 기고있고 난 이렇게 당당히 서있지.”

준후의 눈빛이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그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넘을 수 없는 간극의 차이가 느껴졌다. 하지만 모든걸 포기하지는 않았다. 비록 이렇게 질질 짜고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어떤 기회가 생길거라고 생각하기에...

“자. 이제 관계설정도 끝났으니 다음을 이야기 할까?”

“또 무슨... 훌쩍...”

너무 좌절해서 그런지 준후의 말끝마다 흠칫하고 몸이 떨렸다. 힘이 있을 때와는 달리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 아닐  없었다.  모습조차도 준후의 마음에 든  흡족한 모습이 엿보였다.

“일단  몸에대해 설명해줘야겠지?  전신의체인데 힘이 없나. 그런거 말야?”

“역시 뭔가 내몸에 했구나?...”

그것만 풀면 역전이 가능하단 거겠지? 기필코 알아내고야 말겠다. 준후 녀석을 엿먹일수 있다면 분명 통쾌할거라 생각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날 해칠 수 없게 해놨지. 그렇다고 손도 댈수 없다면 아까전 멱살이나 주먹질도 못했겠지? 그런 간단한건 아냐. 좀 더 복잡한 조치를 취해놨지. 그리고 힘. 전신의체에 비해 힘이 안들어가지? 리미터를 달아놨지. 해체는 여기 내 머릿속에 넣어둔 칩으로 조절 가능하지. 어때? 대단해보이지 않아?”

그런가? 그럼 저 칩만 제거하면? 하지만 어떻게? 준후녀석의 머리를 갈라서 빼야하나? 그럴바에야 그냥 죽이는게 더 편하겠다. 물론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불가능 하겠지만...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구? 그런다고 내 머리가 펑~ 하고 터질리야 없잖아. 큭큭.”

“칫.. 죽어버려.”

어느정도 안정되자 본 성격이 튀어나왔다. 그에 더 귀엽다는  쳐다보는 역겨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하기사 앙증맞게 생긴 여자아이가 뾰족한 음성으로 우물거리며 죽어버려~! 라고 한다고 누가 무서워 할까? 그저 가소롭고 귀여워 보일 뿐이겠지...

“그럼 다음으로... 네 상황 말인데... 우선 간단히 내 비서겸 메이드로 채용하기로 했어. 언제 어느때나 내 곁에 있어줘야할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러면서 지연이가 있는 병실을 바라본다. 경고라는 거겠지. 그렇지 않으면 치료 중단. 그리고 지연이의 죽음. 보이지 않은 족쇄나 다름 없었다. 입술을 질끈 깨물어 치솟아 오르는 화를 다스렸다.

“알겠다고 했잖아!!  번이나 다짐해야 하는건데?!”

“큭큭... 너 머리 나빴잖아. 화나면 마구 난동 부리고, 이렇게 자주 주지시켜주지 않으면 분명 멋대로 날뛸게 뻔하지 않아?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준후 말대로였다. 주먹을 쌘데 머리가 나쁘다. 그게 나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열혈청소년의 표본 이라고 해야할까? 결국 무식하다는 비꼼이었다. 물론 틀리다는건 아니고...

“이잇!!”

앙증맞은 주먹을 쥐어 마구 휘둘렀지만... 준후는 그걸 쉽게 피했다. 아니 또다시 쉽게 잡혔다. 이래서야 아까전과 같은 결과만 되풀이 될뿐이었다. 다시 녀석의 숨결을 느꼇다. 아니 이번엔 축축(?)한 입술을 느꼈다.

“흡?!”

키스였다. 그것도 딥키스. 뭐가뭔지 혼란스러워졌다. 갑자기 키스라니... 게다가 지연이가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남자에게 키스를 받다니!! 하지만 그것도 이내 상관없어질만큼 뜨거운 열기가 뻣쳐올랐다. 가슴이 부풀어올랐고 유두가 경직됬다. 그리고 계곡사이가 축축해질만큼 젖어가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뭐..뭐야 이몸?!”

“맘에 들지? 여기도 금세 젖어버리고...”

“힉?! 소..손을 어디다 넣는건데?!!”

 젖어버린 계곡사이에 손을 가져다 대는 준후. 예전같았으면 주먹이 먼저 날아갔을텐데... 그럴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는게 맞다. 결국 그 징그러운 느낌의 손을 허락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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