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5화
“하아? 뭐라는거야?!! 넌 내가 이딴 꼴로 학교를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냐!!”
준호의 말에 열불이 터졌다. 여성 의체를 사용하는것도 억울한데, 여자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라니.. 아니 자신이 전학갈 학교를 같이 다니자니... 이녀석을 패 죽여야할까? 하지만 불가능하겠지. 저 머릿속에 들어 있는 칩으로 인해...
“특목고라고. 특목고. 두 번다시 오지 않을 기회 아닌가? 너따위녀석이 넘볼수조차 없는 학교를 같이 다니자고 하면 네~ 하고 고분고분 대답해주는게 인지상정 아냐?”
“크윽! 그렇게 좋으면 너나 다녀!! 내가 뭣 때문에 그딴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게다가 무슨 특목고는 특목고야!!”
“그야~ 내가 한게 있잖아. 아버지가 전학가라는데 어쩌겠어? 아아. 죽이지는 말걸~ 아니 들키지 말걸. 물론 그딴 것 정도야 사소한 일이었지만 말야.”
유들유들 잘도 말하는 준호였다. 저 면상에 주먹 한방만 먹여 봤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럼 뭣 때문인데?”
“그야... 너 때문이지. 네 전신 의체가 도대체 얼마나 하는 줄 알긴 해? 수백억이야. 수백억. 그걸 내 개인용도로 사용하자면... 걸릴게 많지. 결국 벌이나 다름없다는거야. 이게 다 널 위한 지극한 정성어린 사랑 아니겠어? 큭큭”
역겨운 자식. 남자를 좋아하는것도 아니건만 날 아는 녀석이 저러다니... 얼마나 망가져야 괜찮아 질까 싶다. 하지만 결국 준호의 바람대로 특목고 전학이 결정되고 말았다. 어차피 거부할수 없는 강제나 다름 없으니 말이다.
“전학 서류는 이제 됬고, 그럼 교복을 맞춰야겠는걸? 흐흐.”
흠칫!
“뭐..뭘 그리 웃는건데? 흥! 어차피 그깟 교복정도야 입어주면 될거 아냐!”
“정말? 그럼 당장 맞춰야겠네? 내 취향이 듬뿍 들어갈텐데도?”
“아..아니 그냥 평범한걸로 부탁해...”
탐욕스런 준호의 눈빛에 급격히 자신감이 사그러 들었다. 자신의 어떤 취향을 맞춘다는건지... 무섭기까지 했다. 얼마나 대단(?)한 옷이 탄생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이 된다면 다들 사양하지 않을까?
짝짝~
준호가 박수를 두 번 치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 아마 의상 디자이너들인 것 같았다.
“오호~! 이건 그레이트~! 엑셀런트! 하군요. 이런 좋은 소재라니! 자 뭣들하는거야. 어서 벗기고(?) 치수를 재라고들!”
응? 뭘 어쩌고? 자..잠깐!! 어째서 벗어야(?) 되는건데?! 간단히 옷 위로도 잴수 있지 않아?! 설마 몸이 목적인가?!!
“자..잠깐!! 어..어딜 만져?! 어째서 벗어야 하는건데?!!”
“그야 정확한 치수를 재서 최고의 의상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렇습니다만? 혹시 뭔가 불만이라도...?”
눈이 엄청나게 빛났다. 설마 이게 살기?! 아니 투기인가?!! 의상에 관해선 스페셜 리스트 라는 자부심의 발로인가?!! 결국 쫄아버렸다. 그것도 잔뜩. 그래서 남자들만 잔뜩 있는 곳에서 속옷차림이 되어버렸다.
“우으.. 이..이게 뭐야...”
“왜? 볼만한데? 큭큭. 자자 어서 협조하라구? 그래야 멋진 교복이 나올거 아냐?”
마지못해 디자이너 보조들에게 몸을 맞겼다. 하지만 어째선지 쓸데없이 마구 몸을 주물럭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전문가가 되지 않는 보조들이라서 인지 쓸데없는 탐욕이 보였다. 이게 바로 따먹고(?)싶다는 남자들의 욕망 인가?! 물론 나도 남자이긴 하지만... 몸 자체는 여성용 전신의체 아니던가. 위기감이 들었다.
“이..이제 끝난거지? 옷... 입어도 되는거지?”
“하하. 현아는 정말 귀엽다니까.”
“누가 현아라는거얏!! 이현 이라구 이현!!”
이름까지 개명하려는 건가? 이현 이라는 멋진 이름이 있건만... 준후는 현아 라고 부른다. 물론 딱히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어쩐지 성 정체성이 부정당하는듯한 느낌이 들어 현아 라는 이름은 싫었다.
“남자일때완 정말 다른걸? 앙탈부리는 태도하며 잘 삐치는점도...”
“이익!! 내..내가 뭘?!”
정말 그랬나? 패닉에 빠질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면 남자일때는 화날땐 바로 주먹을 날렸는데... 여성용 전신의체로 몸을 옮긴 이후 어쩐지 삐친 듯 고개를 팩~ 하고 돌리며 새초롬하게 반응하는 듯 했다. 설마 이게 부작용인가?
“아무튼 특목고엔 상위 1퍼센트의 천재 혹은 재력가의 자제들이 다니니까 행동거지에 조심하라구? 나조차도 함부로 대할수 없는 녀석들이 많으니까 말야.”
“에? 너조차도?”
호기심이 일었다. 대한민국 유수의 재력가의 자제인 준후 조차도 멋대로 나대지(?)못하는 인간들이 존재하다니. 과연 특목고. 특수한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학교란 말인가? 하긴 상위 1퍼센트라면 특별한 녀석들 뿐이겠지.
“그래. 나조차도 말야. 하여튼 조심해야 할거야. 별에별 녀석들이 다 있다고 하니까 말야. 뭐 너도 특별한 녀석이긴 하지만... 그 전신의체만 해도...”
“하..하긴.”
제일 특별하지 않을까 싶다. 인체나 다름없어 보이는 의체. 리미터만 풀리면 성인 남성의 10배이상의 힘을 거뜬히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혼자 어쩔 생각 말아. 넌 나와 함께 다니며 내 스케줄 관리와 뒤치다꺼리 그리고 경호까지 맡아줘야 하니까 말야. 그만큼 투자했으니 본전은 뽑아야 하지 않겠어?”
“으으.. 싫다. 그런데 경호까지? 그럼 이... 리미터 풀어주는거야?”
순간 혹했다. 힘이 없어보니 힘을 가졌을때가 정말 너무도 그리웠다. 준호 녀석따위에게 제압당할땐 정말 치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그런 만큼 리미터만 풀어주면 준호녀석을 때려주고 싶... 아니 불가능 하려나...?
“너... 리미터 풀어주면 날 때리려는 거지? 그렇지?”
“으..응? 아..하핫. 그..그럴 리가? 어차피 일정 타격은 주지 못할게 아냐? 분명 그 정도 조정은 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땀이 삐질 흐르는 것 같았다. 이 의체 너무 진짜 같은 거 아냐? 각종 감각은 물론 땀까지 나는걸 보면... 정말 과학의 승리가 아닐 수 없었다.
“흐응~ 뭐 믿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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