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11화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 나신으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기어다닌 다는건 여간 곤욕스러운 일 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그런 주제에 계곡사이에선 미끈덩한 액체가 흐르고 젖가슴을 부풀어 오르는등 간질거리는 몸을 주체할 수도 없었다.
“으흑. 너..너무 하는거 아냐? 그..그래도 친구였잖아? 근데 어째서 날...”
“풋~ 아직도 친구 타령이야? 날 쓰레기 보는 듯 바라보던 시선은 어디로 갔나? 흐흐~ 하긴 친구는 친구지. 애완친구~ 애완견도 반려동물이라고 하잖아? 너도 딱 그 수준이고 말야.”
큭. 이래서야 준후의 생각을 되돌릴 수가 없을 것 같다.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존중해 주길 바랬지만... 나 자신조차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결국 자승자박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 잘해줄 것을... 하지만 결국 쓸데없는 생각일 뿐이었다.
“하윽... 더..더는.. 아으읏~”
참을 수 없을만큼 몸이 달아올라 버렸다. 노출을 하고 있는데다 누군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들키면 더는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 할거라는 창피함까지... 물론 그에 반하는 쾌감 또한 만만치 않았다.
“어때? 나체로 하는 산책도 즐겁지 않아? 이런 음란한 현아의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더 즐겁겠지?”
“하읏?! 시..싫어. 그런건...”
정말 싫은 느낌 이었다. 이대로 들킨다면... 정신적인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지금 자체로도 정신이 무너져 버릴 것 만 같았다. 이런식의 노출 플레이를 즐기는 자가 아니라면 자존감이 바닥을 길게 분명 할테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참 탐스러운걸... 현아의 이곳...”
“히끅?! 시..싫어...! 어..어딜 만지는거야?!”
준후의 손이 엉덩이를 쓰다듬더니 슬슬 갈라진 틈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계곡사이에 침범하며 축축해진 그곳을 쑤셔댔다. 그에 참을 수 없는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라면 분명 무언가 분출해 버릴 것 만 같았다. 신음소리가 막 입 밖으로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입을 앙 다물며 최대한 참으려 해 봤지만 역부족 이었다.
“하으윽~ 아아앙~ 기..기분이.. 아흣~ 나..이..이런거..하읏~ 시..싫어!!”
미칠듯한 쾌감은 온몸을 타오를 듯 뜨겁게 달궜다. 정말 이대로라면 준후에게 어서 해달라고(?)빌어버릴것만 같았다. 그때 구원아닌 구원의 손길이 날 찾아왔다. 수업을 끝마치는 종소리가 울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문제였다. 이런 모습을 모두에게 보인다니... 절대 그럴 수 없었다.
“히익?! 조..종이?!”
“흐응~ 에이 벌써 시간이 이렇게... 안타깝네. 아쉬운데 그냥 이대로 돌아다닐까?”
“저..절대 싫어!! 이..이런꼴...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어!”
몸이 싸늘하게 식으며 정신이 돌아왔다. 한바트면 준후에게 애원할뻔 했다.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다른의미에서의 위기도 바로 일어날 것 같았지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날 치욕에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듯 준후가 목줄을 이끌고 빈 창고로 향했다.
“후아~... 다행이다. 근데 어쩌지? 오..옷이...”
“후훗~ 짜잔~ 그럴줄 알고 준비해온게 있지. 자 여기 네가 입을 옷(?)이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준후의 준비성이 투철했다. 하지만 나에겐 불행이도 그 옷의 재질이 문제였다. 그렇다. 수영복에 흔히 쓰이는 매끈매끈한 재질의 옷. 아니 말 그대로 가슴 한복판에 이름이 쓰여진 학교 수영복 이었다.
“이..이딴거 입을까보냣!!!”
“흐응~ 그럼 이대로 벗고 다닐거야?”
“그..그건 싫지만...”
정말 하는 수 없이 입어주는거다. 절대 준후를 위해 입는건 아니다. 결국 벌거벗은 몸을 가릴겸 속옷도 없이 그 학교 수영복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창피함에 죽어버릴것만 같았다. 물론 학교 수영복으로도 창피함 맥스지만... 아예 없는 것 보다 낫지 않는가!!
“아윽~ 후우~ 히잉~ 차..창피하잖아. 이 목줄이나 풀어줘...”
엉덩이에 꽂힌 정체불명의 물체(?)를 뽑아낸 후 한동안 아픔을 달래고 얼른 학교 수영복을 입고 준후에게 목줄을 내보이며 부탁했다. 하지만 준후는 그런 내 바람을 들어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건 선물이야. 네가 내것이라는 걸 알리는. 거기 이름도 써져있지? 큭큭.”
“으득.. 이..이딴 선물 가지고 싶지도 않아!! 어서 풀어 달란 말야!! 안그래도 창피해 죽겠는데... 이런것까지 채워야 돼겠어?!”
“뭐 어때? 어차피 넌 내거라고 소문 났을텐데... 게다가 그 복장까지 하면...큭큭큭.”
사악하게 웃는 준후였다. 정말 이대로 라면 준후의 노리개 혹은 장난감으로 소문날 것만 같았다.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풀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하아... 맘대로 해. 더 이상 네 장난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될대로 되라지.”
“헤에~ 이제 포기하는 거야? 겨우 이걸로? 그럼 좀 더 심하게 데리고 놀아도 되겠네?”
“큭.. 그..그건...”
준후의 눈빛이 여러모로 안좋게 빛났다. 게다가 입가의 미소까지... 이대로 포기한다면 뭔가 좀 더 심하게 안 좋은 상황으로 내 몰릴 것 같았다. 급 후회되는 마음에 결국 머뭇거리며 망설이게 되었다.
“뭐 됐어. 이번엔 이정도로 만족할게. 그럼 교실로 돌아가야겠는걸. 아참~ 현아 네 교복도 교실 밖에 있을텐데...”
“으엣?! 다..다른애들이 날 변태로 볼 수도 있잖아!! 지..진작에 챙겼어야지!!!”
화들짝 놀라며 준후에게 타박하듯 말했다. 그에 재밌다는듯한 준후의 표정. 참으로 때려주고 싶어지는 표정이 아닐 수 없었다. 이대로 한 대만... 단 한 대만 때려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게 안되니 스트레스만 더 쌓일 뿐이었다.
“지금 모습도 변태로 보기 충분 할 것 같은데? 물론 남학생들은 좋아하겠지만...”
“우윽.. 그..그건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그랬다. 지금 모습도 얇은 수영복 한 장. 가슴의 젖꼭지가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게다가 계곡사이의 갈라진 틈이 어쩐지 보일 듯 했다. 아니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바람에 분명하게 보였다.
“너 정말...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야겠어?!”
“핫~ 그러는 너는? 현아 네 쓰레기 보는듯한 시선을 느낀 나는 어땠을거 같아?”
“윽.. 그건...”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물론 준후가 나쁜놈인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명색에 친구라고 하는 사이에 그런 눈빛은 잘못됬다고 생각되니 말이다. 이런게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그..그치만 너... 쓰레기인건 사실이잖아!!! 너..너가 죽인 사람을 생각해봐!!”
“흐흐.. 그야 그렇지. 그래도 그딴 시선이 신경쓰이는건 어쩔 수 없잖아? 아무리 네가 심심풀이로 사귄 친구라지만 말야. 그래도 친구 잖아. 친구.”
친구라는 녀석이 이런식의 복수를 한단 말인가?! 그런 친구 내 쪽에서 사양이다. 사양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사이가 되버렸지만...
“아무렴 어때? 이젠 이런 사이가 되버렸는데?킥킥.”
“크으~ 정말 너 따위 예전에도 싫었지만... 지금은 더 최악이야.”
정말 최악인 녀석이었다.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내 지를 수 없는 심정이라니... 정말 어떻게 해야 준후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무언가 방법을 마련해야 할 듯 싶었다. 이대로 라면 정말... 내 자신이 아니게 될 것만 같았다.
“자 그럼 갈까?”
“켁~ 윽.. 다..당기지 말고 풀어줘!!”
목줄을 당기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신세가 되버리고 말았다. 정말 이대로 끌려가야 하는걸까? 남들 보기에 창피하지도 않는건가? 난 창피해 죽어버리고 싶어지는데... 하긴 준후 녀석의 신세를 살펴보자면 정복욕을 충족하는 상황이겠지. 객관적으로 봐도 미소녀로 보이는 나다. 그런 나를 이리저리 멋대로 끌고 다닐 수 있다면... 정말 나라도 만족감이 들테니 말이다. 물론 끌려다니는 신세가 되면 처량해질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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