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12화
수업 종이 치기 직전 교실 문 앞에서 우물쭈물 거리며 준후의 옷깃을 잡으며 숨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부끄러운 차림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본단 말인가! 내심 준후가 다른 옷을 줄거라 생각도 해 봤지만... 준후는 그런 내 기대를 처참하게 박살냈다.
“현아야 들어가지 않고 뭐해?”
“현아가 아니라구...”
준후의 부름에 움찔거리며 살짝 몸을 떨었다. 날은 그렇게 쌀쌀하지 않았지만... 타이트한 학교 수영복... 게다가 좀 전의 일로 땀을 상당히 흘렸다. 이 전신의체... 어떻게 만든건지 너무도 인간일적의 버릇대로 행하게 되는 것 같았다.
“너무 뛰어나도 문제야.. 후우...”
소근대듯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내 모습에 피식 하고 웃어보이는 준후였다. 그런 준후를 바라보자면... 내심 왜 날 괴롭히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가만히만 있으면 이렇게 착해 보이는데... 입만 열었다 하면 날 골려줄 생각뿐 인 듯 했다.
“불공평해... 난 이렇게 창피한데...”
“후훗~ 이제 조금 여자아이인 것처럼 행동 하는걸?”
“이익! 그..그럴 리가 없잖아!! 난 남자라구...”
기어들어가는듯한 목소리. 남자가 이런 고성의 목소리 일리가 없다. 게다가 젖가슴이 달릴리도 없고... 가운데 다리가 없을리도 없다. 결국 누가 봐도 여자아이 일뿐. 설마 남자라고 생각할 리가 없지 않는가?
“하아~ 몰라. 이현. 당당해지자! 그..그래 별거 없잖아? 몸 좀 보인다고 해서... 물론 창피하긴 하겠지만...”
창피함으로만 끝날 리가 없다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감을 가지기로 했다. 설마 덤벼(?)들 리가 없지 않는가!! 덤벼들어도 때려주면 그만!! 다만 한 두사람이 넘어가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지만...
드르륵 하고 문을 여는 준후. 결국 들어갈려는가 보다. 그렇게 문을 열고 내 목줄을 끄는 준후였다. 그렇게 시작된 뜨거운 눈빛 세례들... 남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저런 눈빛으로 공부를 했다면 성공하는건 일도 아닐 것 같았다. 물론 이 애들은 성공따위 무다무다 하고 씹을정도의 재력과 재능이 있긴 할테지만...
“오오~!! 미소녀의 스쿨미즈~!! 대..대단한 가슴이다!!”
정적이 이어지길 바랐지만... 그 정적을 깨는 한 사람의 외침으로 학생들의 웅성임이 심화 됬다. 결국 동물원의 구경거리가 되버리고 말았다.
“와아~ 현아 예쁘다. 가슴도 크고. 근데 속옷 입지 않은 거 아냐?”
예리한 녀석. 그걸 눈치 채다니!! 역시 남자의 본능은 그 무엇도 투시(?)한다는 건가!! 물론 나도 저기에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면... 그따위건 눈치챘을테지만... 구경거리가 됨으로써 그런건 물 건너 가고 말았다. 그래서 더욱 부끄러울 뿐이지만..
“자자 현아 좀더 당당해 져야지~ 모두에게 네 멋진 몸매를 과시해 주라고?”
“히익! 시..싫어!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는건데? 그보다 목줄... 다..당기지 말라구!!”
풀어 달라고 하는 건 애시 당초 포기다. 이제는 그만 당겨달라고 부탁할 뿐이었다. 근데 애네들은 목줄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건가?! 아니면 그따위건 상관도 없다는 걸까? 아무렴 어때. 어서 빨리 자리에 앉아 몸을 가리고 싶을 뿐이었다.
“으으.. 그..그만 쳐다봐!! 어..어디 구경 났어?!!”
물론 좋은 구경거리일거다. 내가 봐도 내몸은 사기다. 거의 완벽한 비율 게다가 나조차도 반할정도의 미소녀. 준후의 눈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앗~ 현아다~! 어머 날 위해 그렇게 입어준거야?”
“그럴리 없잖아!! 유라 너마저 그러면...우흑.”
서러웠다. 내가 자길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걸 몰라주다니!! 게다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손을 꼼지락 거리며 오는 모습이라니!! 그렇게 만지고(?)싶은 거냐!! 그러고도 네가 여자냐구~!!
“으힉?! 어..어디다 손을 넣는거야?!! 너..여..여자가 그러면 아읏?! 저..젖꼭지를 왜 꼬집는건데?!!”
“흐응~ 역시 현아는 감도(?)가 좋다니까. 이렇게 쉽게 느끼다니.. 우우~ 부럽다~”
그러는 너는 석녀냐?! 아니 변녀인가?! 학생들도 많은 이런 곳에서 어쩜 저리 부끄럼 없이 남의 몸에 손을 데는걸까? 아이돌의 오만함이란 건가?! 뭐 준후를 무시하며 내 몸에 손을 대는 거의 유일한 녀석인걸 보면... 나름 대단하다면 대단하긴 하다.
“소..손이나 빼!”
“에이~ 아쉽다. 그나저나 그건 현아의 취향?”
“아냣!! 주..준후가 멋대로...”
절대 취향이 아니다. 그렇지만 헛된 변명일색이 될 것 같았다. 아무리 명령에 따라야 한 대도 이런 모습... 누구나 가능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흐응~ 그렇게 기뻐하며 내 손에서 옷을 뺏어갈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남의 탓으로 돌리는거야?”
“그..그런적 없...지는 않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분명 사실이긴 하다. 다만 옷이 그것뿐이었고 어쩔 수 없이 입었을 뿐이란게 다르지만... 준후의 손에서 옷을 뺏어간건 사실이고 그게 살짝 안도감을 준것도 사실이다. 저런 나쁜놈!! 그렇게 말하면 내가 변태같잖아!!
“으으.. 너 정말 싫어.”
정말 눈물이 다 나올 것 만 같았다. 아니 벌써 한두 방울 뚝뚝~ 눈물이 흘렀다. 정말 남자로써의 자존심 따위 애 저녁에 다 사라진 것 같았다. 그때 종이 울리며 구원의 손길이 내려왔다. 담임선생님의 출현이었다. 그로인해 대부분의 시선이 담임선생님의 그 큰 흉기(?)로 몰려들었다.
“다..다행이다.”
무언가 미묘하게 다행스러웠다. 다른 가슴 때문에 시선을 처리할 수 있게 되다니... 아직은 저 아성을 넘볼 수 없다는 것일까?
“아악?! 내..내가 무슨 생각을...”
이거 어쩐지 점점 몸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았다. 특히 가슴이라던가...
“쳇~ 역시 저 가슴엔 못당하는 것 같단 말야. 현아야 가슴 더 키워줄까?”
“그딴 것 필요없어!!”
정말 때려주고 싶은 말을 매번 해대는 준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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