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13화
하교시간이 되자 민망함도 점점 사그러 들었다. 이제곧 집에 갈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 듯 했다. 다만 아직도 간혹 쳐다보는 따가운 시선들. 그게 문제이긴 했지만... 그래도 책상과 책들로 인해 몸을 어느정도 가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하아. 이제 끝났네. 돌아가면 얼른 갈아입어야지.”
언제까지 수영복 차림으로 있을 수야 없을테니 말이다.
“뭘~ 어울리는데 그냥 그대로 쭈욱~ 사는건 어때?”
“그럴까보냣!! 넌 대체 머릿속이 어떻게 되있는건데? 여..여자아이를 이렇게 창피하게..윽. 남자지만 아무튼!!”
내 스스로 여자아이라고 선언해 버리고 말았다. 그에 얼버무리듯 버럭 화를 내며 준후탓을 해버렸다. 물론 그런 내 모습에 그럴줄 알았어. 라고 하는듯한 준후의 미소. 정말 언제 한번 날잡고 때려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이제 좀 적응됬나봐? 킥킥. 여자아이라... 하긴 맞는 말이지. 누가 설마 네가 남자였다는걸 알 수 있겠어?흐흐.”
재수 없는 웃음. 정말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나 싶었다. 몸만 제대로 동작하면... 저딴 녀석 한 주먹도 안될텐데... 이런 내가 정말 싫었다.
“으으..! 나쁜 자식.”
“우리 현아가 왜 이리 뿔이 났을까? 자자 속상한일 있더라도 날 보고 화 풀어~ 응?”
유라였다. 유일하게 준후를 무시하는 여자아이. 준후도 딱히 유라에게는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준후의 타입은 나처럼 가슴이 큰 여자아이 인 듯 했다. 하긴 남자라면 대부분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하긴 하지. 나 또한 마찬가지고 말이다.
“언제 봤다고 벌써 친한척일까? 아아. 하긴 서로 그런 짓 까지 하는 사이였으니 그럴 수도 있겠네~”
“이익! 너 무..무슨 소릴 하는거야!! 유..유라와는 아무 사이도...”
“우우~ 현아가 날 피했어..흑흑 내가 싫어진거야? 역시 나같은 가슴 작은 여자아이는... 싫은걸까?”
애는 또 왜이런담? 딱히 유라를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준후 때문이라도 일정 거리를 두고 싶었다. 나 때문에 유라에게 무슨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내 마음도 알아주지 않는 저런 모습이라니.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수만도 없는 상황. 결국 유라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자자. 뚜욱~ 누가 유라가 싫대. 난 그저... 오늘 처음 만난사이잖아... 그래서...”
말이 점점 궁색해졌다. 여자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모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놔두면 점점 더 심하게 울 것 같은 모습의 유라였다.
“헤헷~ 속았지~ 현아는 참 순진하다니깐? 화장실에서두 그렇게 부끄러워 하더니. 어땠어 내연기?”
“익!! 너어~! 난 또 진짜 우는 줄 알았잖아!”
정말 여자란... 모를 생물이었다. 어쩜 저리 뻔뻔할 수 있는가! 게다가 화장실에서의 부끄러운 행위까지 언급하다니!! 애써 머릿속에서 지운 참이었는데 그걸 다시 꺼내들다니!! 남자로써의 자존심 문제였다. 결국 삐치듯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우웅~ 그렇다고 그렇게 모른척하면... 이렇게 괴롭혀준다~!!”
“히에엣?! 가..가슴은~! 아앙~ 시..싫어~~! 뭐..뭐하는 짓이야!”
밀착해와 내 젖가슴을 유린하는 유라였다. 정말 남들따윈 신경도 안쓰는 모습이라니. 뻔뻔함도 정도가 있고 파렴치함도 정도가 있는건데... 여자아이치곤 너무 괄괄한 성격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너무 능수능란한 손가락장난. 설마 다른 누군가를 희생해 이렇게 잘 주무를수 있었던게 아닐까?
“에에~ 이렇게 주무르는 맛(?)이 있는 가슴은 오랜(?)만인걸~ 좀더 주무르게 해줘~ 아잉~”
“하핫 너희들 너무 친밀해진거 아냐? 현아는 뭐 잘 개발(?) 되고 있는 것 같네?”
개발이라니!! 설마 만져지면 만져질수록 미묘하게 좀 더 원하게 되는 이유가 저딴 것이란 걸까? 이런 몸따위 준다고 해도 받지 않았어야 했는데... 너무 뒤늦은 후회가 아닐 수 없었다.
“하악..학~ 그..그만~!! 아흑~ 제발 좀~ 여자아이라 때릴수도 없고. 으읏~!”
“헤헤~ 알았어 현아야. 다음 기회(?)도 많으니까. 오늘은 이만 할게~”
큭.. 다음에도 만지겠다는 건가?! 정말 끈질긴 여자아이인 유라였다. 이대로라면 정말 정조(?)까지 위협을 받을 듯 싶었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남자로써의 위엄이 사라질거라 생각된다. 준호에게도 아직 빼앗기지 않은 처음을 유라에게 빼앗길 위기감이 조성됬다. 아니... 뭐 준후에게 보다는 더 나은걸지도...? 왠지 좀 혹하기도 했다.
“자 그럼 갈까? 어서 오라구?”
“이익! 목줄은 언제까지 매고 있어야 하는건데?! 넌 부끄러움도 없는거야. 정말?”
자존심 팍 상하게도 준후는 여전했다. 목줄또한 여전히 매어져 있고... 이대로 남들 다보는대서 애완용 강아지같은 꼴을 해야 하는걸까? 이 목줄은 왜 이리 질긴건지... 수업시간동안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풀리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설마 이런 목줄따위에 조차 최첨단 과학의 소산을 적용시킨게 아닐까 싶었다.
“하아. 왠지 요즘 들어 한숨만 느네. 정말 준후 너 때문에... 으으~!”
“발악은 그걸로 끝이야? 아아~ 네가 발악할수록 점점 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니깐. 현아 네가 없었다면 정말~ 난 우울해서 죽어버렸을지도 모르겠네. 킥킥.”
크윽! 저걸 죽여 살려? 물론 죽인다는 선택지는 삭제 되어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복수는 필히 해야 할 것 같았다. 맘 같아서는 준후도 내꼴로 만들어서 나와 같은 굴욕감과 치욕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무리겠지. 이런 내 신세가 정말 처량했다. 그런 처량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정말 슬플 뿐이다.
“이꼴로 밖엘 나가라구? 난 못해!”
“흐응~ 그럼 여기서 뭔가 더 당하고 싶어?”
순간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는 신호였다. 분명 준후녀석이라면 뭔가 말로 표현하기도 싫은 그런 일을 행할 것 같았다. 결국 준후의 이끌림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뗄 수밖에 없었다. 유라는 그런 내 맘도 몰라주고 그저 헤실거리며 내 팔에 팔짱을 껴고 기대서 걸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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