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14화
“저기... 우리 왜 걸어가고 있는거야?”
멍 하니 준후에게 이끌려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등교할때는 개인 기사가 이끄는 차를 타고 왔는데 왜 지금은 걷고 있는걸까? 설마 날 창피함에 죽게 만드려는 준후의 음모?! 일리는 없겠지.
“그야 널 모두에게 선 보이려고 그러지~ 멋진 네 가슴하며... 안그래. 유라?”
“응~ 현아의 멋진 몸매를 혼자만 간직할 수 없잖아~ 물론 마음 같아선 내거 하고 싶지만 아직 내것(?)이 아니니까~”
이 녀석들... 내가 지들 물건인가? 니 거 내거 하고 있는 꼴을 보자니 열불이 터질 것만 같았다. 준후는 내가 빛까지 지고 인질(?)까지 잡혀있어서 그렇다 쳐도... 유라는 또 왜 그러는 건가? 설마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는건가?!(만만해보였다.)
“너희들. 내가 무슨 물건이야? 그리고 준후 넌 이 목줄 좀 풀어!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글세~ 목줄 때문일까? 후훗~”
목줄도 이유겠지만... 거의 벗은거나 다름없는 복장도 문제다. 얇디 얇은 수영복. 그로인해 가슴이나 기타등등이 다 보이는 상태였다.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역시나 무리였다.
“유라야. 준후좀 말려줘. 나.. 이대로라면 부끄러워서 죽어버릴지도 몰라!”
유라에게 구원요청을 해보았다. 과연 들어줄 것인가는 논외로 치고... 그래도 날 맘에 들어하는 유라라면 들어줄 지도 몰랐다.
“흐응~ 그럼 가슴 만지게 해줄거야?”
“윽~ 가..가슴이라니. 아..알았어! 대신 둘만 있을 때...”
유라가 딜을 걸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거래를 하고야 말았다. 다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는 정말 부끄러워 죽어버릴지도 모르니 둘만있을때란 전제하에 유라와 거래했다.
“뭐... 당장 만지고 싶지만. 알았어. 현아야~”
“킥~ 내가 들어줄 것 같아?”
우리 둘이 속닥이는걸 들은 듯 준후가 썩소를 지으며 그리 말했다. 하지만 유라를 믿어보기로 했다. 이 목줄만이라도 풀 수 있다면... 한층 창피함을 덜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흐음~ 그럼 내가 만질 때 너도 곁에 있어주면 되잖아.”
“좋아. 그렇다면 문제 없지.”
어쩐지 유라의 말에 쉽사리 허락하는 준후. 한순간 맥이 빠지는 것 같았다. 차라리 부탁을 하지 말 것을... 아니 도대체 왜 내말은 손톱만큼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유라의 말은 저리도쉽게 들어주는것인가!! 물론 서로 거래가 오가긴 했지만...
“으흑.. 내 편은 아무도 없는거 같아... 유라 네가 그럴줄이야...”
만져지는거야 그렇다 쳐도 그걸 준후에게 구경시켜줘야 하다니... 너무도 분하고 억울했다. 내몸을 내 맘대로 하지도 못하는 신세라니... 그렇게 목줄은 너무도 쉽사리 풀렸다. 다만 남은 한가지... 수영복은 어쩔 수 없었다. 둘 모두 여벌의 옷은 가지고 있지 않아보였기 때문이다.
속닥속닥.
“저기 저 여자좀 봐. 수영복이야. 그것도 학교 수영복.. 오오~ 불타오르는데?”
“그러게. 저게 요즘 패션인가?!(틀려?!)”
목줄에 쓰던 신경이 분산되며 주위의 소란스러움이 들려왔다. 소란스러움의 이유는 내 수영복 차림... 그것 때문 이었다. 차라리 그냥 목줄에 신경쓰고 있었다면... 이렇게 더 부끄러워 지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으윽... 나 이대로는... 더는 못 걷겠어. 너무 창피해.”
“흐흐. 그럼 근처 어디서 쉬다 갈까?”
준후의 왠지 음침한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눈치채지 못할만큼 궁지에 몰린 나는 결국 새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딘가 쉴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현아야 저기 어때? 새로 생긴 카페인가 본데?”
“응? 저기...? 저기보단 어떻게든 옷 좀... 옷 좀 구할 수 있는 곳이 좋겠는데...”
유라는 내 말에 잔뜩 실망한 듯 풀이죽어보였다.
“그럼 저기로 가자. 마침 네게 어울릴만한 옷이 있어 보이는걸?”
어쩐일로 준후가 내 말을 듣는 것 같았다. 설마 양심에 가책이라도 느껴 그러는 걸까? 결국 준후가 가리킨 곳을 향해 걸음을 재빨리 옮겼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내 기대를 산산히 부셔트렸다.
“여..여길 들어가자고?!”
“뭐 어때서 그래? 큭큭”
“와 이런것도 있네~ 이건 현아에게 어울리겠는걸?”
유라는 벌써 쇼윈도우에 비치된 각종 옷가지들을 아이쇼핑하고 있었다. 게다가 쓸데없이 천이 부족해 보이는 옷들을 눈여겨보며 눈대중 하며 눈을 빛냈다. 설마 저걸 입히겠다는걸까?
“내..내가 입을 것 같아?! 여긴 됐어! 그냥 가자.. 응? 차라리 지금 옷이 더 나은 거 같아!”
그렇다. 저런걸 입는다면 남자로써의 자존심따위... 분명 사라져 버릴거라 생각된다. 애써 사라지려는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는데...(정말?!) 저런걸로 자존심을 바닥내 버리긴 싫었다.
“어울릴거 같은데...? 자 들어가자. 흐흐~”
“시..싫어어어어~!!”
결국 둘의 강압에 지옥의 문턱으로 끌려들어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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