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22화
교문앞... 준후가 보였다. 여전히 능글맞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었다. 유라와의 즐거운 등교가 준후의 등장으로 퇴색되는 듯 했다.
“아... 준후. 하아~ 정말 싫다~”
“나두~ 현아와의 오붓한 데이트를 방해하다니~”
데이트 였습니까...? 유라도 참... 별 특별한것도 없는 등교를 데이트로 몰고 가다니... 데이트라면 좀 더 둘이서 오붓하게 이곳저곳을 다닐 수도 있는데... 그런의미에서 나중에 유라에게 데이트 신청이라도 하는게 어떨까?
“여어~ 얼굴이 활짝 폈는걸? 무슨 좋은일이라도 있었나봐?”
“딱히... 너랑 있는거보다 유라랑 있는게 훨씬 좋았을 뿐이야.”
준후에게 틱틱대며 대답해줬다. 싫어하는데 왜 이리 준후의 물음에는 항상 대답해 주게 되는걸까? 정말 뭐가 이쁘다고... 유라라면 몰라도... 저런 녀석정도는 무시해 버리고 싶은데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연이를 치료해주는 녀석이다. 친구보다는 악우 라고 해야 할 듯 싶다. 아니 원수다 원수!!
“근데 이 학교 학생들... 유라 빼면 별로 특별해 보이지도 않던데...?”
“그게 궁금했어? 그야 제일 얌전한 반을 선택했으니까 그런거지. 아무리 나라도 다른 반은 좀 그렇더라. 라이벌인 녀석도 있고, 나보다 대단한 녀석도 많으니까 말야. 그나마 현아 너랑 내가 있는 반이 평범한축에 드는 반이야.”
“그으래? 그럼 다른반에나 놀러가볼까~”
준후도 다른반은 꺼려졌나보다. 그런 준후가 꺼려하는 사람들이라니!! 어쩐지 한번정도는 구경해보고 싶었다. 물론 단순히 구경만 한다는건 아니고 준후가 곤란함을 느끼게 해보고 싶었다. 소소한 복수도 될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 하지 않는게 좋을텐데... 다른반은 솔직히... 정말 특별한 녀석들 뿐이거든.”
“그렇게 말하니까 더 가보고싶은걸~ 쉬는시간에 가봐야지~ 유라야 같이 가줄꺼지?”
“엣? 나..나도? 그... 별로 가고싶지 않은데...”
어쩐일로 유라가 내 곁에 붙어있기를 거부했다. 그만큼 용담호혈이라는 걸까?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이 둘 정도면 상당히 상위에 위치해 있을텐데... 꺼려진다니... 그만큼 무시무시한 녀석들이 포진해 있다는걸까? 준후에게서 벗어날 길이 약간은 보이는 듯 했다.
“뭐... 할 수 없지. 그럼 혼자 가 볼게. 설마 날 가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니겠지. 준후야?”
“훗~ 멋대로 해보도록해. 물론 돌아와서 질질 짜도 안달래 줄거야.”
“이익!! 누..누가 질질 짠다는거야!! 너 날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냐! 너나 나 없다고 질질 짜고 있지 마!”
정말 누가 누굴 걱정해 주는 건지. 예전 같았으면 한 주먹도 안 될 녀석이 정말 분통 터질 것 같았다. 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때리지를 못하다니... 폭력이 나쁜거긴 해도 저정도 깐죽대면 한 대 정도는 때려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교실로 들어서는 때까지 준후를 무시하며 유라와 조잘댔다. 어쩐지 유라와는 뭐든 잘 맞는 것 같았다. 조금 수다스러워진 기분도 들지만... 그래도 잘 맞으니 상관없었다.
“오오~ 현아는 오늘도 확실히 서비스 해 주는구나!!”
“그러게!! 역시 우리의 여신 현아!! 우오오오~!!!”
어쩐지 교실이 나로인해 소란스러워졌다. 그로인해 내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어제는 수영복이요 오늘은 터질듯한 교복... 정말 이런 여자아이 모습을 본다면 나라도 흥분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우으.. 창피하게. 너..너네들 보라고 이렇게 입은거 아니라구우우~”
“헤헤~ 현아가 직접 고른거잖아. 사실 옷장에 한 치수 큰 교복도 있었는데 말야.”
이..이녀석이!! 그런게 있었으면 진작에 말해 줬어야지!! 배신감에 치가 떨렸다. 설마 유라 이녀석 날 창피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알려주지 않은건가?!
“유라 너 정말 이럴거야? 어휴~ 참자. 참아. 여자를 때릴수도 없으니...”
“킥킥. 역시 현아 넌 음란하다니까. 일부러 그런 옷을 입고 오다니...”
“아..아니라구~!!”
정말 준후 저녀석... 이게 다 유라 때문이었다. 결국 그렇게 창피함을 안고 수업을 받게 되었다. 교실로 들어온 선생님이 날 바라보며 살짝 미소짓는게 여러번 있었지만... 참아낼 수 있었다.
“으휴~ 땀띠 날거 같아. 너무 꽉 조여... 특히 가슴이...”
“읏! 그럴거면 벗어!! 나..나라도 작고싶어서 작은건 아니라구!!”
답답함에 상의 단추 두어개를 풀며 함숨과 함께 한 말이 유라를 자극해버린 듯 했다. 하지만 그렇게 뿔내는 유라도 귀여울 뿐이었다.
“현아 너... 남자들을 유혹하기라도 하려는거야? 가슴 다 보이는데...? 혹시 날 위해 그런걸까?”
“히엑?! 그..그럴 리가 없잖아!! 나..나도 남자라고.. 그저 버릇대로... 윽.”
결국 준후의 말 때문에 가슴을 다시 여몄다. 정말 여자아이 몸은 너무 불편했다. 웃통도 함부로 못벗고, 하체는 왜이리 허전한지... 치마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천조각일 뿐이었다. 여자아이들은 왜 이런 아래가 터진 천조각을 좋아 하는 걸까? 시원해서? 물론 시원하긴 하다. 너무 시원해서 탈이지... 아니면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그럴 수도 있겠다.
“아아 너무 불편해... 정말 내 맘대로 하고 싶은데... 으으!!”
“우리 현아는 뭐가 그리 불편한걸까~ 자자 답답해도 좀 참아. 아니면 그냥 화끈하게 다 풀러버리던가~”
“하아... 유라 너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넌 내가 벗으면 다 좋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유라였다. 어쩜 저리 음란할까. 준후의 조정으로 내 몸도 만만치 않게 음란했지만... 저런 유라를 보면 정말 나 자신이 초라해 질 만큼 음란함의 정도가 달랐다.
“쉬는 시간이니까 옆 반에 한번 가볼까?”
마침 쉬는시간. 게다가 짜증지수도 올랐으니 스트레스도 풀어줄 겸 옆반 탐방에 나서기로 했다. 준후도 그리고 유라도 꺼려하는 다른 반 아이들을 한 번 보고 싶기도 했다. 게다가 혼자 돌아다닐 수도 있지 않는가. 둘 모두 따라 오지 않을듯한 모습이니 말이다.
“안가면 안되? 현아 너라면 이상한짓 당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걱정되는지 유라가 날 말리듯 그리 말했다. 준후도 내색하진 않았지만 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준후에게 복수를 할 기회 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결국 단호의 유라를 뿌리치고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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